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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12/22 14:00:00수정됨
Name   호라타래
Subject   역사적 유물론과 행위자 연결망 이론(1) - 아 그게 뭐요?
어... 음... 제목만 봐도 아무도 안 읽을 것 같은 글이기는 한데요ㅠㅠㅠ 최대한 쉽게 풀어서 써보려고 합니다 ㅎㅎ

지난 번에 뉴스 게시판에 문화일보에서 연재하는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시리즈를 올렸었어요 (https://redtea.kr/?b=34&n=17204). 다만 이 시리즈가 짧은 지면에 여러 내용을 녹여내다보니, 전반적으로 부가 설명을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이론을 잡아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했었고, 원래는 메릴린 스트래선(Marilyn Strathern)이라는 분의 사상을 소개하려 했어요, 근데 아직까지 제 깜냥으로 소화가 힘들더라구요. 한 달 전에 스트래선의 책인 '부분적인 연결들'이 한글로 번역되었던데, 그 책까지는 훓어야 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메릴린 스트래선]

대안으로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번에 어디 공부하는 데서 발제하는 게 있는데, 이 글이면 왜 링크한 뉴스와 같은 사상적 문제제기가 일어나는지 조금은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각각의 사상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닌데 문제의식에는 공감하거든요.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Discussing New Materialism: Methodological Implications for the Study of Materialities]라는 책의 2장인 Historical Materialism and Actor-Network-Theory를 정리해서 올릴 거예요. 요 글은 요스트 폰 룬(Joost van Loon)이라는 분이 쓴 글에 기반해서, 조금씩 살을 붙였습니다.


[요스트 폰 룬]

섹션 흐름을 따라 5~6부작으로 될 거고요. 어차피 1월에 발제할 때까지 정리해야 해서 늦어도 2월 안에 다 올릴 것 같습니다. 틀린 내용 있으면 언제든지 댓글로 츄라이츄라이해주세요.

1부: 서론
2부: 역사적 유물론
3부: 행위자-연결망이론
4부: 중요한 차이들: 두 이론을 함께 묶어서 생각하기
5부: 시너지: '매개의 실천'으로 계약서 서명을 이해하기
6부: 방법론적 결과 [6부는 생략 고려]

자 그러면 시작해 볼게요.

//

1. 서론: 그래서 유물론은 뭐고 신유물론은 뭐요?

2년 전에 아는 운동권 분이랑 술 한 잔 하다가 최근 공부하는 데서 '신유물론(new materialism)' 얘기가 자주 나온다고 그러니, 거 유물론이면 유물론이지 신유물론은 뭐냐는 질문을 받았었어요.


[마동석(물리). 강하고 귀엽다]

마동석처럼 물리력이 강한 분이셔서 그 압박감에 당황하여 정신이 혼미해졌었는데, 건전보수애국청년의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해보니 일원론이라는 점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동석이 형에게 맞으면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이잖아요? 마 물질이 짱짱 아니가 정도로 생각해도 일원론은 일원론이에요.

근데 이해를 좀 더 하려면 존재론(ontology) 얘기로 들어가야 해요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하나의 원리를 끌어오냐(일원론), 두 개의 원리를 끌어오냐(이원론)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일원론도 여러가지, 이원론도 여러가지이기는 한데 일단 칸트의 이원론을 생각해봐요. 오후 3시 30분에 칸트가 하이델베르크에서 가터벨트를 차고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물자체)을 횐님들이 경험할 수 있던 까닭은, 우리 인식 속에 경험과는 별개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래요. 3시 30분(시간)과 하이델베르크(공간), 햐앟고 길다란 무언가가 허벅지에 묶인 저 모습들을 묶어서 하나로(범주) 이해하는 순수오성, 그리고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묶어서 [오후 3시 30분에 칸트가 하이델베르크에서 가터벨트를 차고 길을 걸어가고 있다]로 종합하는 이해하는 순수이성으로 구분할 수 있겠는데.

여튼 중요한 거는 2개라는 거예요.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선험적(a priori)이라는 거지요. 그럼 위에서 설명한 것 중에서 무엇이 선험적일까요. '순수'가 붙은 것들이 선험적인 거지요. '선험적인 게 있다'만 이해하고 넘어가도 될 것 같아요. 


[칸트입니다. 가터벨트는 일반적으로 스타킹과 두 세트로 차기 떄문에 이원론인 거 다 아시지요? 짤은 횐님들의 감수성을 존중하여 택했읍니다]

여튼 가터벨트의 이원론에서 역사적 유물론으로 넘어가는 기간 사이에도 많은 일들이 있어요. 가터벨트 -> 헤겔 -> 포이어바흐로 이어지는 흐름인데, 잘 모르니까 후딱후딱 넘겨버리고 포이어바흐와 맑스/엥겔스의 이야기로 넘어갈게요. 

[모에화에서 소외받은 포이어바흐. 모에화의 권력도 경제학에 쏠려있다]

흔히 '유물론'이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건 역사적 유물론(Historical Materialilsm)이에요. 맑시즘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어요. 워낙 유명해서 이를 부정하는 사람이든, 긍정하는 사람이든 어쨌거나 얘기를 꺼내면 관심 받기 참 좋은 주제이지요. 역사 발전에 관한 예정설로 오해/이해 되기도 해서 공격도 참 많이 받았는데, 그건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니 넘어가고 초기 마르크스의 사상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실천 이론(practice theory)의 관점에서 접근할 거예요. 특히 핵심적으로 얘기할 건 [추상화의 실천(practice of abstraction)]이여요. 자세한 건 2부에서 ヾ(´︶`*)ノ♬

계속 실천(practice) 얘기가 나오지요? 맑스/엥겔스 두 사람은 포이어바흐의 유물론을 방관적 유물론(spectatorial materialism)으로 보고 비판했어요. 거시기 뭐냐,'철학자들은 세계를 단지 다양하게 해석해 왔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Die Philosophen haben die Welt nur verschieden interpretiert, es kommt aber darauf an, sie zu verändern)'라는 말 있잖아요. 포이어바흐 테제라는 글에 나와있는 문구여요. 그래서 실천! 실천! 하면 뭔가 주먹 쥐고 불끈불끈, 참여참여, 로동로동 같은 느낌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실천 이론(practice theory)을 프락시스올로지(praxisology)라고 부르기도 해요. 우리의 행동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이루어지는지에 관한 학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실천 이론의 함의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글에서 주로 부각해야 할 것은 저어기 위에 가터벨트 개발자님께서 주장했던 선험성(a priori) 때문에 나왔던 사회관에 대한 비판일 듯해요. 불변하는 초역사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그걸 추구하면 되는 거잖아요. 근데 그런 건 없고, 뭐든지 역사 속에서 만들어지는 거예요. 가터벨트는 나선의 힘으로 진화한다는 거죠.

언제나 등급전을 함께할 것 같던 수많은 하스스톤 카드들은 야생으로 갔고, 우리는 모두 친구였던 포켓몬들은 소드/실드에서 타노스 당했고, 오정반합을 통해 절대정신에 도달한 동방신기조차도 이제는 해체했어요.


[하지만 걱정마세요. 우리는 오빠들을 유튜브 탑골공원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요런 변화들은 개인적인 상상이나 환상으로 쉬이 변하지 않아요. 우리의 인식과는 독립된 면모를 지닌 것이 세계니까요. 그렇기에 모든 것은, 그리고 그 모든 실천조차도 물질적(material)이에요. 선험적이지 않고, 인간의 실천에 의해 변화하며, 기존에 형성된 것들/지금 만들어지는 것들이 역사적 영향력을 끼치거든요. 그래서 '인간은 역사를 만들지만, 그들이 선택하지 않은 조건 하에서 변화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여튼 저는 건전보수애국청년이라 맑스 책 같은 건 안 읽었는데 저자가 그렇대요.

맑스와 엥겔스가 사용한 '자본'이라는 관점조차도 물질적이에요.  이 두 사람들은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interests)에 주목했고, 어떠한 특정 이해관계가 발동되고 어떠한 이해관계가 말소되어 가는 구성에 주목했어요. 그러면 어떤 이해관계가 전면에 드러나고 다른 이해관계를 뒤로 밀어내는 권력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지요. 근데 이 권력/자본조차도 선험적이지 않고, 역사적이에요. 

2부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일단 역사적 유물론,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유물론' 이야기는 여기서 끊을게요.

그럼 신유물론(New materialism)은 도대체 뭘까요?

사실 신유물론은 맑스/엥겔스처럼 짱짱맨들이 한 번에 똭 정립한 건 아니래요. 들뢰즈, 화이트헤드, 타르드, 니체, 라이프니츠, 스피노자 등 다양한 사상가들의 주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해요. 거 저자의 설명이 너무 서구사상 중심이라 화담 서경덕 센세라도 불러보고 싶네요. 백두혈통의 나라에서는 서경덕 센서를 유물론의 원류로 본다고 정훈교육 시간에 배웠습니다.

일단 유물론이니 일원론인 건 역사적 유물론과 똑같고, 신유물론에서 '물질'을 강조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해봐야 해요. 행위자-연결망이론(ANT)을 신유물론의 탁월한 예로 꼽는 이 글에서 제시하는 포인트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입니다. 지속가능성장, 동반성장, 정운찬 전 총리 그런 이야기 아니고요. 어떻게 특정한 진실 주장(truth claim)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거예요. 

이 지속가능성을 위해 물질의 특징을 데리고 옵니다. 비인간행위자라고 하는데요. 칸트 센세께서는 스타킹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 가터벨트를 고안하셨잖아요? 우리 일상의 수많은 질서들이 신축성 없는 스타킹 모냥 흘러내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지지물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 고정적인 지지물들은 어느 정도 단단함을 지니고 외부의 조작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하고요. 3부에서 '계약서 작성하기'를 비근한 예로 들면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할게요. 프롤로그에서 간단하게 언급하는 것보다는 훨씬 깊게 들어가요.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가터벨트와 스타킹]

인간 사회는 사람들간의 언어와 담론만으로 구성되지 않고, 사물의 도움을 통해 그리고 사물의 도움을 받아야지만 이루어질 수 있어요. 그렇기에 인간과 비인간사물을 모두 포함하는 행위자(actor)-연결망(network)-이론이에요. 세계가 인간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건 당연한 거지만, '사회' 조차도 인간들만 가지고는 유지될 수 없다는 관점이에요. 그래서 행위자-연결망이론은 사회적 구성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이 사람이 행위자연결망이론(ANT)의 주창자인 브루노 라투르입니당]

ANT라고 해서 무슨 절대반지는 아니에요. 비판도 많이 받고, 그 외에 다른 이론들도 많아요. 라투르는 과학자들의 실험실 활동을 관찰하여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켰기에,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하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도 뗄레야 뗄 수 없어요. 어찌하여 사물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이론을 만들어냈는지, 그러면서도 관찰이 곧 세계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순진한 경험주의나, 담론과 언어에 매몰되기 쉬운 사회적 구성주의(물론 사회적 구성주의자들 입장에서도 반박은 있다 합니다)에 빠지지 않았는지는 과학을 연구했기에 나온 결과라 할 수 있겠지요.

//

나중에 공부하다가 틀린 내용을 발견하면 그 때 그 때 추가해서 수정하기로 하고, 일단은 슬렁슬렁 써내려가 보겠습니다. 무의식의 흐름을 빌리기는 했는데, 술 먹고 쓴 건 아닙니당


* 토비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01-07 21:03)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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