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0/02/06 10:01:13수정됨
Name   아나키
Subject   아들놈이 대학병원에서 ADHD 판정을 받았습니다
일반적인 집안이라면 걱정이 태산이겠지만.... 사실 저희집은 별 반응이 없습니다.

저희애는 4살때 자폐 진단을 받았었거든요.

중증의 자폐증은 아니고... 요즘에는 자폐 스펙트럼이라고 하죠. 경계성 자폐진단이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에 속하는 아동들이 케어를 잘 해주면 일반적인 ADHD 레벨까지 성장할 수 있는데....

저희 애는 딱 거기까지 큰거죠.

이제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애가 좀 유난하긴 했어요.

친구들에게는 관심도 없고 혼자서 괴이한 소리를 내면서 방바닥에 엎드려서 장난감 차 굴러가는 바퀴만 보고있고

또래들이 좋아한다는 뽀로로나 로봇 이런거에는 아무 관심도 없고 심지어 스마트폰을 줘도 팽개쳐버리고

말을 잘 못하는건 둘째치고 엄마아빠나 친구들이 하는 말도 제대로 못알아먹고....

애엄마나 부모님이나 장인장모님이나 그냥 애가 좀 특이한가보다 하시는데 제가 볼 때는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아동발달 쪽으로 평이 좋은 국립 S대병원이랑 I여대 발달센터쪽에 의뢰해서 검사를 받아보니

애가 확실히 자폐증 경향이 보이긴 하는데, 흔히 말하는 중증의 자폐증이라고 할거 까지는 아니고

자폐 스펙트럼이라고 요즘에는 말한다 경도의 자폐증이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일단 확실한거는 댁의 자녀는 지금 평범한 상태는 아니니까 뭐라도 당장 합시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게 4년 전이고....그 뒤로 오늘까지 뭐 어떻게 살았는지 잘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정신이 없었네요

홍차넷에 마지막으로 글 썼던 것도 딱 4년 전이군요 지금 찾아보니까 ㅡㅡ;;

발달장애 아동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이런저런 정보들도 얻어보고,

언어치료 인지치료 놀이치료 받는데 뭔 놈의 치료가 그렇게 많고 치료비는 왜 이렇게 비싸고 센터도 많은지....

제가 직업이 한의사인지라 한약도 뭐 거의 항상 풀 도핑 상태로 먹였고 침도 놓고....


여튼 그렇게 정신없이 몇 년이 지나니까 애가 좀 사람답게 변하더라구요.

짐승을 키우다가 이제는 사람을 키우는 느낌....? 대화라는게 좀 되고.....

물론 지금도 멀쩡(?)한 애는 아닙니다.

올해 8살로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인데 말하는 것도 좀 부자연스럽기도 하고 돌발행동을 하기도 하고...

최근 문득 생각해보니 애 키우면서 8년동안 아직까지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을 때 '아빠 다녀오셨어요~' 하면서 뛰쳐나오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더라구요. 친구들이 자식은 그 맛에 키운다고 하던데... 이놈의 자식은 그냥 지 할 일만 하고있고.... 부들부들...

여튼 몇 년 전에는 남들 앞에 풀어두기가 좀 거시기한 아들이었는데(부끄러워서 그런게 아니라 민폐가 되어서 ㅡㅡ;;)

지금은 '저희 애가 좀 정신사나운 면이 있는데 양해해주세요'라고 얘기는 할 수 있을정도 레벨이 되었습니다.


지난주에 ADHD 진단 받은게 서울 일원동 S병원이었는데 진료해주시는 교수님께

'얘 사실 몇 년 전에 자폐진단 받았었는데 그런 낌새는 이제 없나요?'라고 물어봤더니

깜짝 놀라시면서 '동네 의원에서는 그런 얘기 할 수도 있는데 정확한 진단이 아니었을겁니다' 라고 하시길래

'동네 의원 아니고 혜화 쪽 S대 병원이랑 I대 쪽에서 그랬는데...' 말하니까 '그래요? 이상하네...' 라고 하시더라구요 ㅡㅡ;;

그 만큼 애 상태가 좋아졌다는 얘기겠죠 ㅎㅎ...


여튼 넋두리 하고싶은 마음 절반 축하(?) 받고싶은 마음 절반에 오랜만에 홍차넷에 글을 남겨봅니다.

조금 늦었지만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02-18 09:1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46
  • 춫천
  • 축하드려요
  • 긴 시간동안 마음고생 정말 많이하셨어요 계속 나아지실거에요 부디 늘 좋은 결과만 맞이하시길..
  • 원장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 좋은일엔 추천!!
  • 다행입니다. 앞으로 더 좋아질거라 믿습니다. 오랜기간 마음고생 많으셨을텐데 수고하셨습니다!
  • 축하 드립니다?? 마음 고생 많으셨겠네요. 앞으로 더 좋아지길 바랍니다.
  • 고생 많으셨겠네요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남으신듯요
  •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가 잘 성장하여 글쓴이 부부의 마음에 위로가 되는 자녀가 되길 기도합니다
  • 고생 많으셨어요!
  • 축하드립니다!
  • 축하드립니다!
  • 고생 많으셨어요..축하드립니다.
  • 축하드립니다
이 게시판에 등록된 아나키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237 일상/생각아빠이야기 36 기아트윈스 16/07/24 6085 20
1030 일상/생각아빠의 쉼 총량제 22 Cascade 20/11/13 5268 41
225 요리/음식아빠요리 만들기 -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기 위해 필요한 도구 24 졸려졸려 16/06/29 7297 5
172 일상/생각아빠와 알파고 7 nickyo 16/03/18 5787 7
1283 기타아빠. 동물원! 동물원에 가고 싶어요! 27 쉬군 23/03/14 2975 61
1350 일상/생각아보카도 토스트 개발한 쉐프의 죽음 10 Soporatif 23/12/31 2114 19
118 일상/생각아버지의 다리가 아픈 이유는 26 YORDLE ONE 15/11/25 6485 16
211 일상/생각아버지는 꿈꾸던 시베리아의 새하얀 벌판을 보지 못할 것이다. 4 원더월 16/05/30 5022 7
568 IT/컴퓨터아마존이 만든 사고를 역이용한 버거킹의 혁신적인 광고 7 Leeka 17/12/29 9189 19
200 정치/사회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과 5월 광장의 어머니회 2 커피최고 16/05/02 6146 6
1378 일상/생각아들이 안경을 부러뜨렸다. 8 whenyouinRome... 24/03/23 2014 28
210 기타아들이 말을 참 잘합니다. 37 Toby 16/05/30 6422 25
920 일상/생각아들놈이 대학병원에서 ADHD 판정을 받았습니다 70 아나키 20/02/06 7849 146
1330 일상/생각아내는 아직 아이의 이가 몇 개인 지 모른다 2 하마소 23/09/25 2511 21
731 게임아내가 게임을 실컷 할 수 있으면 좋겠다. 15 세인트 18/11/13 6845 28
610 기타아기가 태어나기 전 준비물 01 18 엄마곰도 귀엽다 18/04/04 6450 18
1146 기타쓸까말까 고민하다 쓰는 육아템 3 33 엄마곰도 귀엽다 21/11/23 5181 25
411 정치/사회쓰리네요 18 tannenbaum 17/04/14 6589 16
91 과학쓰레기 유전자 ( Noncoding DNA ) 와 유전자 감식 23 모모스 15/10/20 7163 9
201 과학쌀, 보리, 밀 이야기 (자화수분-자웅동주식물) 3 모모스 16/05/06 7711 5
818 체육/스포츠심판 콜의 정확도와 스트라이크존 기계판정 4 손금불산입 19/06/15 6365 8
1034 의료/건강심리 부검, 자살사망자의 발자취를 따라간 5년간의 기록 4 다군 20/11/28 4706 5
490 일상/생각실리콘밸리의 좁은 상상력 80 다시갑시다 17/08/08 9536 16
304 정치/사회신칸센, 세계최초의 고속철도 - 소고 신지와 엘리트 네트워크 4 커피최고 16/11/17 7004 5
861 역사신안선에서 거북선, 그리고 원균까지. 12 메존일각 19/09/18 5903 16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