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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23 03:54:06수정됨 |
Name | 호라타래 |
Subject | 섹슈얼리티 시리즈 (4) - 젠더는 BDSM 속에서 작동하나요? |
이번에는 BDSM이에요. 업계 용어가 많으니 구글신의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Simula, B. L., & Sumerau, J. (2019). The use of gender in the interpretation of BDSM. Sexualities, 22(3), 452–477. https://doi.org/10.1177/1363460717737488 개요 이 논문 정리에서는 젠더를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끌고 들어와요. 섹슈얼리티와 젠더 사이의 연합이 아무리 과거보다 약해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둘 사이의 연결은 강해요. 이 연작을 향한 반응(댓글 내용, 조회수, 추천 등) 을 볼 때, 저는 섹슈얼리티 연작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생각과 감정들이 있을지를 상상해보고는 합니다. 젠더는 중요한 한 열쇠고요. 젠더, 즉 사회적 성은 개인을 설명하는 중요한 틀입니다. 사람은 젠더와 같은 사회적 범주를 활용하여 타인의 신체를 해석하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이끌어 나가지요. 사람들은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학적 성(gender)을 함께 활용하여 대인 상호작용에서 스스로를 이해가능하게(intelligible) 만들어요. 대인 상호작용의 기초 자원이라는 점에서 젠더는 사회적 시스템이고요. 젠더의 역사성을 파고들어가는 건 어려운 작업이겠지만, 적어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젠더를 둘러싼 협상을 벌인다는 건 확실하지요. 말하자면 젠더는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틀입니다. 사회는 젠더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으로 가득차 있고, 우리는 젠더와 관련된 선택을 내려야 합니다. 화장실을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가? 우리 몸을 돌보기 위해 어떤 제품을 활용해야 하는가? 등등... 하나씩 따져보면 선택지가 무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요. 이런 선택들이 모여 교육이 되고, 진로 선택이 되고, 가족 구성이 되고, 소셜 네트워킹이 되고요. 본문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인간 간 젠더/성별 차이가 생득적 차이에서 기원하는가, 사회적 학습의 차이인가는 잘 모르겠어요. 이를 파고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어쨌거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젠더가 작동하며, 우리가 젠더를 동원하여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 주안점을 맞추고 싶네요. 이 연구에서 어떻게 BDSM 실천 속에서 사람들이 젠더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행위를 이해하고 협상하는지 살펴보고자 해요. 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일단 BDSM이 무엇인가부터 보아야겠지요. BDSM은 다양한 형태의 합의된 행위를 가리켜요(a range of consensual activities). 이렇게만 적으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인식과는 다르지요. BDSM 이야기를 들으면 대개 가죽(leather), 전통적이지 않은 성행위(kink), 가학과 피학(sadomachochism; SM), 지배와 피지배(dominance and submission; D/s), 주인과 노예(master/slave relationship), 신체구속(bondage) 등등을 떠올리잖아요. 이런 행위는 각기 다르기에 공통점을 정의하기 힘들지만, 많은 학자들이 합의한 공통된 특징은 다음과 같아요. 1) 상호 동의한 상황 정의(consensual, mutural definition of situation), 2) 어떠한 형태의 파워 교환(power exchange), 3) 빈번하지만 필수적이지는 않은 성적인 함의나 맥락(frequent but not necessary sexual context or meaning) 이러한 실천 속에서 도미넌트(dominant)는 파워를 행사하는 사람(top, master, sadist)이고, 서브미시브(submissive)는 파워를 양도하는 사람(bottom, slave, masochist)이며, 스위치(switch)는 맥락에 따라 다른 역할을 취하는 사람이에요. BDSM을 둘러싼 초창기 연구는 이를 성적인 일탈이나 질환으로 보고 고치려 하는 병리학적 접근이었어요. 하지만 1980년대 초부터 BDSM을 사회적 구성주의 모델로 이해하고자 하는 연구가 자리잡았지요. 사회적 구성주의 모델이라 하면 거칠게 말해서 BDSM 실천을 그것이 일어나는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해석하려는 접근이에요. 여전히 사회 전반에서 BDSM을 수용하는 속도는 느려요. DSM-V (정신질환 분류 및 진단 매뉴얼) 개정 등 BDSM을 바라보는 관점은 변화하고 있지만, 대중매체는 BDSM을 문제적인 것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물론 영상물에서 BDSM을 다루는 경우는 많아졌지만, 여전히 폭력 / 범죄 / 오용 등을 중심으로 서술되어요. 이러한 사회적 맥락은 국가마다 또 다르고, 이 맥락 속에서 BDSM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내러티브를 또 구성해 나갑니다. 연구에서는 미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한국은 또 상황이 다르겠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BDSM을 일반화 하는데 꽤나 영향을 미쳤다 합니다. 물론 그레이50에서 그려내는 BDSM의 모습은 비판을 많이 받았어요. BDSM은 페미니스트들에게 논쟁거리였어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BDSM의 형태가 여성을 구조적으로 억압하는 전통적 파워 관계를 재생산하고 복제한다고 바라봤어요. 반대로 성 긍정(sex-positive) 페미니스트들은 BDSM을 불평등을 전복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바라봤고요. 후자는 BDSM 상에서는 여성들도 파워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거라 생각하시면 되요. 칼리피아(2000: 166)은 "S/M 역할은 젠더, 인종, 성적 지향과 연관되지 않는다.... S/M은 우리 사회 시스템의 에로틱한 기초를 이해하며 이를 다시 주장한다(S/M roles are not related to gender or sexual orientation or race or class ... S/M recognizes the erotic underpinnings of our system and seeks to reclaim them)." 라고 썼지요. 하지만 최근 들어 BDSM 참가자들이 젠더와 BDSM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살펴보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어요. 이론적인 논의가 아니라 실제 행위자들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면 BDSM을 좋다 / 나쁘다라는 이원적인 관점을 벗어나서 파악할 수 있으리라는 발상이지요. 요약해보자면 젠더는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주된 수단이며 사회 체계 속에 젠더는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는데, 상호 합의 하에 파워를 양도하거나 행사하는 BDSM 참가자들은 젠더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가? 이를 살펴본다면 BDSM이 젠더체계의 재생산/도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젠더의 사회적 구성과 유지 사회적 구성주의 접근을 택한 페미니스트들은 사람들이 젠더를 구성하고, 상연하고, 협상하는 (짧게 말하자면 젠더를 하는do) 다양한 방식을 밝혀냈어요. 이 때 우리는 상호결합된 억압적 체계 내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와 관련하여 젠더를 하고, 여자답다/남자답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하는 다양한 수준의 가정과 관련하여 젠더를 해요. 젠더는 인간이 생득적으로 타고나는 특징이기보다,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실천, 믿음, 가정이고, 이 속에서 다양한 종속 관계가 재생산 됩니다. 남성에 대한 여성의 종속은 페미니즘적 문제의식의 발단이었지만, 트랜스젠더, 장애, 동성애 등 다양한 사회적 불평등에 젠더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으로 뻗어나갔지요. 사회적 구성주의 관점에서는 사람들이 젠더에 관해 현존하는 가정과 기대를 어떻게 이해가능하게 만드는지 탐색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렇기에 사람들이 젠더에 관련된 믿음을 바탕으로 상황을 정의하고, 틀짓는 방식을 조사했지요. 이런 구성주의적 관점은 젠더하기doing gender가 개인의 선택이라는 잘못된 이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디스 버틀러가 제시한 젠더 수행성(performative) 관점을 짚어볼게요. 버틀러는 젠더가 개인을 구분짓는 기제로 기능하는 방식을 탐구했어요. 젠더는 언제나 타인과의 협력 속에서 실행되고, 한 개인이 스스로 만들지 않은 규범이나 고정관념에 대응하여 실행되지요. "한 개인은 그 자신의 젠더를 홀로 '하지' 않는다. 인간은 언제나 타인과 함께, 타인을 위해 행위doing 하며, 이는 심지어 그 타인이 상상적인 존재일지라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나의own' 젠더라 부르는 것은 가끔은 아마 내가 지어내거나 소유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개인이 자신의 젠더를 구성하는 용어들은 그 시작부터 우리 자신의 밖에 그리고 우리 자신의 너머에 존재한다. 이 사회적인 것 속에 하나의 저자는 없다. One does not ‘do’ one’s gender alone. One is always ‘doing’ with or for another, even if the other is only imaginary. What I call my ‘own’ gender appears perhaps at times as something I author or, indeed, own. But the terms that make up one’s own gender are, from the start, outside oneself, beyond oneself in a sociality that has no single author." (Butler, 2004:1, cited in Simula & Sumerau, 2019:456) 젠더는 개인이 해석되는 기본적인 범주지만, 우리가 해석에 동원하는 용어들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지요. 젠더가 수행적performative이라는 표현은 이런 함의를 강조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추가적인 이론적 배경은 제외하고, 방법론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젠더하기doing gender 그리고 젠더하지 않기undoing gender를 둘러싼 이야기는 다음 주제인 트랜스젠더 실천에서 한 번 더 짚지 않을까 합니다. 방법론 연구는 32명의 BDSM 참여자와 반구조화 인터뷰 한 결과, BDSM 온라인 커뮤니티의 포스팅 344개를 교차하여 분석합니다. 제 1저자는 BDSM 공동체에서 약 10년 가량 활동했기 때문에 인터뷰 과정에서 업계 용어(subdrop, headspace, RACK) 등을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었어요. 표집은 언제나처럼 유의표집이었어요. 다만 앞서 요약했던 논문들과의 차이는 이론적 배경과 실제 경험을 통해 뽑아낸 중요한 차원들을 반영하여 다양하게 인터뷰 참여자를 모집했다는 점이에요. 이 연구에서는 젠더 정체성, BDSM 역할, 성적 지향, BDSM 커뮤니티 참여 기간 및 활동 종류를 고려했습니다. 연구참여자 모집은 온라인 커뮤니티부터, 페이스북 그룹, 지역의 오프라인 커뮤니티 등을 모두 아울러서 실시했고, 덕분에 미국 전역에 걸쳐 다양한 샘플을 모집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인터뷰는 면대면 뿐만 아니라 전화, 스카이프 등을 통해서도 실시했어요. BDSM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선정한 포스팅 344개는 평균 32개의 댓글이 달렸고, 참여한 유저는 1000명 이상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포스팅은 인구학적 정보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제시하는 자기 정보를 활용할 수 밖에 없었고요. 코멘트에서 저자들도 언급하는 연구의 한계를 다시 언급하겠지만, 질적 연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여러 시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종적 다양성은 포괄하지 못했다는 단점은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잘 소화하여 연구를 수행한 듯합니다. 연구참여자 표는 pp. 461-462에 수록되어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자료 분석은 근거이론방법을 활용했습니다. 주저자가 인터뷰와 커뮤니티 포스팅 수집을 동시에 실시하면서, 인터뷰를 통해 도출된 주제들을 포스팅 수집에 적용했어요. 젠더, 파워, 섹슈얼리티에 관련된 큰 주제들을 부호화 한 후 계속해서 이 코드들을 수정하고 다듬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자료는 가명으로 제시됩니다. 본문 중 일부 젠더를 경시하기(downplaying gender) 대부분의(32명 중 22명) BDSM 참여자들은 젠더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어요. BDSM 실천이 강조하는 역할 수행, 관계, 여러 장면들은 어떤 젠더든지 맡을 수 있다고 보았고요. 이들은 지배성dominance나 피지배성submisison 같은 개인의 성향이나 스타일이 젠더보다 중심에 놓인다고 BDSM를 개념화 했습니다. 이들은 남녀 사이의 공통성에 초점을 맞췄어요. 데보레(여성, 5-60세, 이성애자, 백인, 남서부, 서브미시브, 경력 11-19년)는 "전 이게 완전히 개인에 달린 거라고 생각해요. 난 정말 그래요. 각자의 성격과 그들이 어떤가에 달렸지요. 왜냐면 난 여성 마스터도 알고, 남성 마스터도 아는데 둘 다 나에게 똑같이 대하거든요(I think it’s totally individual. I really do. It’s about their personality and how they are because I know female masters and I know male masters and they’re all the same to me.)"라고 말했어요. 비슷하게 크리스(남성, 4-50세, 이성애자, 백인, 서부 해안, 도미넌트, 경력 6-10년)도 "젠더는 스스로에게 솔직한 걸 표현하기에는 부적절한 개념이에요. 저는 트랜지션 이전인 사람, 레즈비언인 사람도 만나봤는데, 어쨌거나 어떤 역할을 맡느냐는 별개의 차원이었어요. 파워가 더 중요해요(Gender is irrelevant to be quite honest with you. I have met folks who are pre-transition, lesbian, and other- wise—the roles can be played out in any way. Power is more important.)" 라고 했고요. 상기한 인터뷰 결과가 보여주듯이 인터뷰 참여자들은 남성, 여성, 그리고 다른 젠더 모두가 평등하게 어떤 BDSM 역할이든 접할 수 있다고 보았고, 그 까닭으로 특정한 젠더 역할이나 기대보다 "파워"가 BDSM 실천의 핵심이기 떄문이라고 보았어요. 또한 BDSM 실천이 복잡성을 지니며, 젠더라는 틀 하나로 설명할 수가 없다는 점도 다른 포인트였어요. 샘(여성, 20-30세, 범성애자, 백인, 남서부, 서브미시브, 미상)이 말하기로는, "단지 남자라고 해서 도미넌트가 아니고, 여자라고 해서 서브미시브가 아니에요. 수많은 변수들이 있어요. (Just because you’re a male doesn’t mean you’re a dominant, just because you’re a female doesn’t mean you’re a submissive. There are so many variables.)"였고요. 샘처럼 연구참여자들은 지배적인 젠더 규범을 알고 있지만, 자신들의 BDSM 해석 속에서 젠더를 거부했고요. 연구참여자들은 자신들이 실제 BDSM 실천을 하는 속에서도 상대방의 젠더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어요. 온라인 포스팅에서도 starchaser999가 적기로, "난 남자 여자 모두와 플레이를 했고, 플레이 과정 속에서 서로 다른 젠더에 따라 다르게 플레이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다양한 사람들에게 도미넌스로서 다가갔지. 개인의 인식, 이슈, 관심사,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주목했어. 젠더 특징에는 덜 주목했어 (I play with both men and women and I don’t think I’ve ever considered there to be a difference in terms of how I approach different genders. I approach dominance in a variety of ways with different people. I’m more concerned with individual perception, issues, interests, and modes of processing information than with gender characteristics.)" 여기에 AquriusDomme는 "별다른 차이를 보지는 못했어. 두 젠더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던데. 상호작용의 역동은 거의 비슷했지. (I have not seen much difference. I have seen both genders interact in about the same way. The dynamics of interaction are about the same.)"라 덧붙였어요. 비슷하게 syd도 "난 남자와 여자의 도미넌스 스타일에 차이가 많다 생각하지 않아. 이건 너가 '나이스'한 새디스트냐 '더러운' 새디스트냐에 달렸지.(I don’t think there are too many differences between male and female dominance styles—I think it depends on whether or not you’re a ‘nice’ sadist or a ‘mean’ sadist.)"라고 답했고요. 젠더를 중요하지 않게 보는 BDSM 참여자들은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요소들에 초점을 맞췄어요. 플레이 스타일이라거나, 욕망이라거나, 커뮤니티 내에서 역할이라거나, 커뮤니티 내 상호작용 같은 것이요. 다크니스가 덧붙이기로는 "젠더 차이는 커녕, 한 젠더 집단 내 너무나도 다양한 스타일이 있어요. 우리한테는 규정집 같은 게 없고, 이건 특정한 이벤트의 범주 내에서 개인이 성취하는 거예요. (There are so many different styles within a gender group, let alone across the gender gap. We don’t have a rule book, its [sic] an individual achievement category of events.)"이지요. 지배적인 젠더 신념 대신, 이 인터뷰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대안적인 방식을 찾았어요. 젠더는 다양한 스타일을 이해하는 설명틀을 제공하기에는 너무 단순했지요. 결과적으로 대안적인 방식을 찾는 이들의 노력은 지배적인 젠더 신념에 저항한다 볼 수 있지요. 젠더를 강조하기(emphasizing gender) 대다수는 BDSM에서 젠더를 경시했지만 일부는 역으로 젠더를 강조했어요. 온라인 포스팅 중 일부, 그리고 연구참여자 25명 중 10명이었지요. 젠더를 강조하는 방식은 일원적이지 않고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어요. 첫째는 젠더를 확인하기(comfirming gender) 방식, 둘째는 스타일을 젠더화하기(gendering sytle), 셋째는 파워를 젠더화하기(gendering power)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다른 사회적 환경에서 발견 가능한 지배적인 젠더 신념을 모방하거나 조정하는 방식이지요. BDSM 경험과 해석 내에서 보이는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특정한 한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젠더의 복잡성을 볼 수 있어요. 젠더를 확인하기(confirming gender ) 첫 번쨰 방식은 지배적인 젠더 질서를 전복하여 역으로 참여자들의 젠더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말인즉슨 남자가 지배적이고 여자가 복종적이라는 도식을 뒤집은 거지요. 이런 관점은 서브미시브 남성들에게서 주로 나타났어요. 남성의 복종이 힘, 자기통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가리킨다고 보고, 복종하는 남성이 '진짜 남자'라 보는거지요. Greeneyes973은 "복종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남자는 강한 남자(It takes a very strong man to admit submissiveness)"라고 적었어요. 비슷하게 MsLisa도 "복종을 받아들이는 남자는 강한 남자지만, 이런 남자가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꽤나 낮다(It takes a very strong man to admit, much less embrace his submissiveness as the odds that he’ll be accepted for who he is are slim in our society.)"라고 적었고요. 비슷한 시각을 공유하는 응답자들은 젠더를 강조했어요. candii7d는 이들에게 일반적인 주제와 내용을 예증하는 글을 올렸어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남자는 강한 사람이야. 난 전통적인 사회관념이 여성 서브시미스보다 남성 서브미시브에게 덜 수용적이라 생각해. 전통적인 관념들은 여성을 종속적이라고 보잖아. 하지만 남자는 여성에게 종속되기는 커녕, 감정적이기를 가정되지도 않지. 난 여러 남성 서브미시브(멜섭) 들을 알고, 그들의 남성성에 의심을 품은 적이 없어. 그들은 그들 자신일 뿐이고, 이를 수용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지. (It takes a very strong person to allow himself to be what he is. I think the male sub has it harder than the female sub given society’s views, its [sic] traditional for a female to be subservient. Men, however, aren’t even supposed to show emotions, let alone submit to a woman. I know many male subs and I’ve never questioned their mascu- linity, they are who they are and accepting that makes them even stronger.)" 이런 해석 방식은 남성과 여성을 둘러싼 지배적인 젠더 믿음과 비슷해요. 앞선 장에서 살펴본 참여자들과 달리, 이들은 남성의 종속을 강함, 독립성, 남성성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보았지요. 말하자면 행동들에서 나타나는 젠더적인 요소들로 참여자들의 젠더 정체성을 확인한 것이지요. 심지어 이런 활동들이 현존하는 젠더 기대를 전복하는 경우에도요. 스타일을 젠더화하기(gendering style) 두 번째 방식은 지배와 종속이라는 스타일을 현존하는 젠더 믿음과 연관하여 정의하는 방식이에요. 이 유형에 속하는 참여자들은 젠더 차이를 둘러싼 문화적 믿음을 사람들이 플레이 중 지배와 종속을 하는do 방식을 이해하는데 활용했어요. 남녀와 BDSM 타입에 차이가 없다고 본다는 점에서는 젠더를 경시하는 입장과 비슷하지만, 어떻게 사람들이 지배와 종속을 실연하는지는 개인의 젠더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남성의 능력이나 관심사는 힘이나 신체 통제를 중점으로, 여성의 경우 감정과 정서 통제를 중심으로 보는 거예요. 보다 구체적으로 적자면 이 유형의 응답자들은 남성 도미넌트들에게는 구속하고, 오르가즘을 통제하고, 눈맞춤을 금지하고, 힘을 써서 서브미시브를 통제하기를 기대하고, 여성 도미넌트들에게는 특정한 발화 패턴을 요구하고, 말로 명령하고, 감정적인 트리거를 활용하기를 기대했어요. 특정한 자세 하나를 취하게 하는 경우라도 힘으로 하느냐, 말로 하느냐 그런 차이지요. 그러니 이런 응답자들은 모든 남자들이 여성들보다 신체적으로 우월하다는 가정을 깔고 있었어요. 다코타(남성, 4-50세, 동성애자, 백인, 동남부, 서브미시브, 경력 20년 이상)가 "남자들은 거칠게 휘두르는 반면, 여성들은 창의적이지요. 여자들이 플레이 과정에서 더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적이에요. (Men tend to swing harder, but women are more inventive. Women are more imaginative with the way they can do things, they’re more creative.)"라고 인터뷰에서 밝히듯이요. 케이시(트랜스젠더, 30-40세, 양성애자, 백인, 북동부, 서브미시브, 경력 1-5년)는 "여자는 남자를 묶거나 하는 식으로 무력화해야 진짜로 지배할 수 있어요. 반면에 남자들은 우월한 힘만 가지고 여성을 지배할 수 있지요. (A woman can only REALLY dominate a man if she incapacitates him with bondage, whereas a man can dominate a woman by superior strength alone.)"라고 덧붙였어요. 이런 관점은 BDSM 실천과 파워 교환을 둘러싼 이전까지의 핵심적인 이해를 교란해요. 왜냐면 BDSM의 핵심은 권력 불균형power imbalance 경험의 진정성에 있거든요. 남자 서브미시브들이 도미넌트들의 시도를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여성 BDSM 참가자들의 경험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지요. 이런 영향은 서브 스페이스라 불리는 상태를 둘러싼 남녀 차이에서 드러나요. 서브 스페이스는 플레이를 통해 나타나는 정신적/감정적 보상 중 하나인데 서브미시브들이 신체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a mental state submissives describe as similar to an out of body experience that is one of the mental and emotional rewards of play)이라네요. 연구 자료에서 남성들은 반복적으로 시도했지만 서브스페이스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보고하고, 여성들은 쉽게 서브스페이스에 도달했다고 보고했어요. 온라인 커뮤니티 토론에서도 "내가 BDSM 플레이를 시작하고 나서 발견한 남녀차이는, 남자들은 여자들만큼이나 서브스페이스에 도달할 수 있거나, 도달하기를 원하는 거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One difference I found when I started playing with men is that guys didn’t seem to be able to or want to get into subspace the way women do.)"라는 얘기가 나왔어요. 다른 사람은 여성들은 감정적 경험에 초점을 맞추도록, 남성들은 이를 무시하도록 사회화 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꺼냈지요. 스타일과 경험의 젠더화 된 패턴은 BDSM 플레이 내에서 그 자신을 드러내요. 그리고 연구참여자들은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지배적인 젠더 믿음을 이용했고요. 파워를 젠더화하기(gendering power) 마지막 방식은 BDSM과 지배적인 젠더 신념이 인간 경험의 "자연적 질서"를 반영한다고 주장하는 접근이에요. 비록 이 경우는 연구 참여자 중 소수였지만, BDSM을 사회적 배열의 가부장적 형태에 편입하여 이해한다는 점에서 짚어볼 만 하지요. 이들은 합법적이고, 진실되며, 자연적인 도미넌스는 남성이라 보고, 서브미시브는 여성이라 보았지요. 리(여성, 30-40세, 양성애자, 백인, 중서부, 스위치, 경력 11-19년)는 "나는 남자들이 태생적으로 여자들보다 지배적이라고 확실하게 믿어요. 그래서 남성 서브미시브들을 보면 주춤하게 되요. 전 여태껏, 한 번도, 여성에게 지배당한 적이 없고, 남자를 지배한 적도 없어요(I firmly believe men are naturally more dominant than women, and for me, it boggles my mind when I see a submissive male. I could never, ever, submit to a woman or top a man.)" 라고 말했어요. 게시판에서 John14도 "난 많은 남성 서브미시브들을 알아, 그리고 내가 그들의 특별한 일탈에 경의를 표하고 그들의 통찰을 즐기는 만큼, 이들이 본질적으로 자연적 질서로 볼 때는 혐오스러운 것처럼 보여. 날 편견에 사로잡혔다거나 엘리트주의자래 해도 좋아, 하지만 난 이해할 수가 없더라(I know many male submis- sives, and as much as I appreciate their own particular deviation and much as I enjoy their insight, it just seems intrinsically abhorrent [sic] from the natural order. Color me prejudiced or elitist, but I just can’t get my brain around it.)" 이런 의견들은 남성의 복종과 여성의 파워를 자연적이지 않은 일탈로 보는 오래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와 공명하지요. 세 번째 관점을 취하는 사람들은 젠더를 단순히 한 개인이 BDSM을 어떻게 하는지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지 않았어요. 대신에 파워 교환에서 남성과 여성이 어떤 역할을 배정받는지를 신체적 차이가 자연적으로 질서짓는다고 바라봤어요. 물론 남성이 언제나 여성보다 신체적으로 우월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실제 현실에서 깨지기가 쉽지요. 하지만 이 부류의 연구참여자들은 파워를 남성의 신체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여성이 소유한 파워는 일시적인 환상이거나 남성이 후원하는 것에 불과해서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고 정의했어요. 이러한 젠더화 된 과정이 여성의 파워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은 중요해요. 이 부류의 연구참여자들은 여성의 젠더를 의문시하지 않지만, 대신에 여성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지배적인 담론을, 여성이 지닌 파워의 정당성에 도전하는데 활용해요. 여성 도미넌트들에 이야기 할 때 이런 특징은 뚜렷하게 나타나요. 이들은 여성은 "진짜로" 지배적일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남성은 복종적일 수가 없다고 주장했지요. 논의 / 결론 + 연구의 한계점 BDSM이라는 특정한 실천 내에서 얼마나 다양한 인식이 나타나는지, 젠더를 중요하게 동원하는 경우 젠더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살펴봤어요. 앞에서 짚었듯이 BDSM을 둘러싼 페미니즘의 이원적 구분 모델이 유효하지 않다는 점은 앞선 기술을 통해 드러나요. BDSM은 불평등의 사회적 패턴(젠더)에 도전하면서 동시에 재생산해요. 이러한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인종, 계급, 성별, 나이, 정체성 등 다양한 측면을 보다 세세히 파고들어야겠지요. 추가적인 세부 분석은 본문을 찾아보셔요. 연구 설계가 잘 된만큼 저자들이 기술하는 연구의 한계도 뚜렷해요. 이는 연구의 향후 전망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점이라기 보다 장점이라 느껴집니다. 첫째, 연구참여자 모집이 BDSM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점. 커뮤니티는 그 자체로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끼쳐요. BDSM 사회화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쓰면 더 뚜렷하겠네요. 그러니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커뮤니티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BDSM을 하는 사람들은 또 의견이 다르겠지요. 둘째, 레즈비언 정체성을 지닌 연구참여자들이 인터뷰에서 과소대표되었어요. 저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별달리 코멘트를 하지 않아요. 다만 성소수자 연구에서도 레즈비언보다는 게이들이, FTM보다는 MTF 트랜스젠더들이 더 표상된다고 배웠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목소리를 드러냈을 때' 생기는 리스크가 더 크거나 / 더 크게 인지하도록 여성으로서의 젠더사회회가 이루어지지 않나 싶습니다만... 모르지요. 셋째, 연구참여자의 인종/에스니시티가 다양하지 못해요. 앞에서도 짚었던 지점이지요. 저자들은 그 이유를 유색인종people of color이라는 정체성이 백인이라는 정체성에 비해 특권이 덜하기 때문에,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은 BDSM이라는 정체성을 쉽사리 드러내지 못한다고 짚고 있어요. 둘째 문제와도 연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겠고요. 넷째, 미국을 대상으로 실시했기에 다른 문화권의 경향을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다섯째, 이번 연구는 젠더를 파워와 섹슈얼리티와 교호하여 살펴봤어요. 계급, 인종 등을 파워 / 섹슈얼리티와 겹쳐서 살펴볼 필요도 있겠지요. 코멘트? 이전 논문들과 다르게 거를 타선이 몇 없어서 뼈대 뿐이라도 대부분 담아냈네요. 업계 용어가 많아서 이해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저자들이 조사했다는 사이트에 가입해 용어사전 보면서, 포스팅도 살펴봤는데 코로나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니 사람 사는 곳이구나 싶네요. 이전에 올렸던 시리즈 댓글 중 [주-종 개념 아래에서 정복적인 감정과 성적인 긴장감]을 언급한 내용이 있었어요. 파워의 역동과 성적인 감정은 이전에 관심을 두지 않던 지점이었기에 논문을 읽으면서 댓글과 겹쳐서 떠올릴 부분이 많았어요. 물론 그럼 그 '성향'은 어디서 연원하는가?도 궁금하고, 일상 속에서 개개인의 파워 플레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좀 더 민감하게 살펴봐야겠다 싶네요. BDSM은 제가 많이 생소한 지점이라 함의를 잘 담아내지 못한 면이 많을 거예요. BDSM을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은 다른 자료를 교호해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다시 메루치 잡으러 가야해서 한동안 연재는 미뤄질 거예요. 빠르면 4월 중, 늦으면 5월 넘어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_^/ 요약하면서 인용한 참고문헌 Califia, P. (2000) Public Sex: The Culture of Radical Sex. San Francisco, CA: Cleis Press.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04-08 10:35)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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