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0/06/14 20:59:30
Name   아목
File #1   조혈모세포_기증.jpg (358.5 KB), Download : 16
Subject   조혈모세포 기증 후기


최근에 조혈모세포 기증한 후기를 남깁니다.
날짜를 특정하면 안된다고 해서 기증 당일을 기준으로 몇일 전, 후 식으로 썼습니다.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이번 일을 통해 사람들이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걸 알게 됐고, 저 또한 그랬지만, 그래서 이걸 설명해야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조혈모세포에 대해서 이미 알고 계시고, 기증 희망 신청하신 분이 계시다면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구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관련 글이 홍차넷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구성하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만들어내는 줄기세포라고 합니다.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 환자들은 조혈모세포가 건강한 혈액 세포를 만들어 내지 못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해요. 그래서 타인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 받아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혈액 세포를 만들어 냄으로써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과거에는 혈연간 이식이 주를 이루었는데 최근에는 한 자녀 가족의 증가로 인해 비혈연간 이식이 증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D-2??] 기증 희망 신청
헌혈의 집에 헌혈하러 갔다가 간호사 선생님의 권유로 기증 희망 신청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전부터 생각은 있었는데 제가 먼저 얘길 꺼내지 못했어요. 그런데 제가 헌혈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같은 헌혈의 집에서 하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자주 뵙다 보니 자연스레 권유를 받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날 헌혈하기 전에 유전자 정보 등록을 위한 채혈을 따로 했습니다. 근데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나지 않고 작년 봄 쯤이었던 것 같네요.

[D-191]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 등록
그 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우편으로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 등록증을 받았는데 거기에 등록일자로 적힌 날이 바로 이 날입니다. 희망 신청 후 3개월 여의 시간이 흘렀던 것 같아요. 공식적으로 제 유전자 정보가 전산 등록된 날입니다.

[D-76]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는 환자분이 나타났다는 연락
가톨릭 조혈모세포 은행 코디네이터로부터 저와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혈액암 환자분이 계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조혈모세포에 대한 정보와 이식 절차 등에 대한 안내문이 담긴 메일도 함께요. 메일엔 환자 분이 앓고 계신 병명, 환자분의 성, 그리고 가족 간에는 유전자가 일치하는 분이 없는 상태라는 점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때 코디네이터 분께 여쭤봤던 게 입원을 반드시 평일에 해야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물어보니 평일에 2일은 반드시 휴가를 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조혈모세포 은행 측에서 제공해줄 수 있는 것으로 협조 공문, 입퇴원 확인서, 조혈모세포 기증 진단서 등이 있고, 국가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것으로는 나라에서 회사로 돈을 지급해주는 유급 휴가 보상금 지원 정책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D-73] 기증 결정
단 기증에 앞서 유전자 검사를 위해 재차 채혈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처음 기증 희망 등록시 유전자형의 앞자리만 확인하는 검사를 시행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앞자리가 환자분과 일치한데 재차 채혈해서 뒷자리까지 일치하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하기엔 저도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 어려운데, 다만 검사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앞자리가 일치하면 뒷자리가 일치할 확률도 높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 같았구요. 어쨌든 재차 채혈하기 위해 인근 병원으로 연결시켜주겠다고 했는데, 마침 제가 헌혈 예약해둔 상태라 헌혈의 집에서 할 수 있는지 여쭤봤습니다.

[D-71] 예약한 헌혈의 집에서 채혈에 협조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D-68] 헌혈의 집에서 채혈을 진행했습니다.

[D-65] 조혈모세포 은행 측에서 검체를 수령해 검사에 들어갔습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3~4주 정도 소요될 예정이라고 했구요.

[D-58] 예상과 달리 유전자 검사가 빨리 끝났어요. 유전자가 전체 일치한다고 확인되어 기증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D-41] 환자 분이 계신 병원으로부터 예상 스케쥴을 받았습니다.

[D-38] 예상 스케쥴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채취를 진행할 병원은 제가 있는 곳 근처로 연결시켜줬습니다.

[D-30] 채취(입원)할 병원에서의 건강검진
혈액검사, 소변 검사, 심전도 검사, 흉부 엑스레이 등의 검사를 받았습니다.

[D-21] 건강검진 결과 기증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D-4] 백혈구 촉진제 투여(일요일)
백혈구 촉진제는 백혈구의 분열과 분화를 도와 조혈모세포의 수와 양을 일시적으로 증진시키는 약물이라고 합니다. 기증 4일 전부터 매일 맞아야 하는데 양쪽 팔에 맞는 주사이고, 맞고 나면 허리나 관절에 통증이 따르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사와 함께 타이레놀을 퀵으로 보내줬습니다. 주사는 제가 병원에 직접 들고 가서 맞아야 하는데 퇴근길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서 맞았습니다.

[D-3] 백혈구 촉진제 투여(월요일)
퇴근 후 같은 병원 응급실에서 주사를 맞았습니다. 그에 앞서 아침부터 전날 맞은 주사의 통증이 허리와 관절에 있었는데 일하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여서 타이레놀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통증의 경우는 개인차가 있다고 합니다.

[D-2] 백혈구 촉진제 투여(화요일)
퇴근 후 같은 병원 응급실에서 주사를 맞았습니다.

[D-1] 백혈구 촉진제 투여 및 입원(수요일)
퇴근 후 채취를 진행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피 검사를 위한 채혈, 엑스레이 촬영, 소변 검사, 키 체중 측정 등의 문진을 마치고 백혈구 촉진제 주사를 맞았습니다.

[채취 당일]
채취 방식은 말초혈 조혈모세포 기증이라고 해서 성분 헌혈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양 팔의 혈관에 바늘을 꽂아 한쪽 팔에서는 혈액을 채취해 성분채혈장비에서 조혈모세포만 분리한 다음 다른쪽 팔로 나머지 성분을 돌려주는 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칼슘 수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칼슘을 주입해주는 바늘을 하나 더 해서 총 세 개의 바늘을 꽂고 진행하게 됩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채집하는 데만 약 5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조혈모세포가 충분히 나왔는지 확인을 했는데 부족하다고 해서 다음 날 재차 채집하게 됐습니다. 보통은 당일 채집을 마치고 다음 날 오전에 퇴원한다고 합니다. 저는 오후 6시 경에 백혈구 촉진제를 다시 맞았습니다.

[D+1] 재차 채집 및 퇴원(금요일)
마찬가지로 아침 9시부터 대신 전날보다는 짧게 약 3~4시간 걸려 채집했습니다. 그리고 조혈모세포 양을 확인한 후 오후 3시 경에 퇴원했습니다.
이 때 퇴원 후 1주 동안은 무리한 운동이나 무거운 짐을 드는 행동 등은 피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외 일상 생활은 모두 가능하구요. 조혈모세포는 채취 후 2~3주 이내에 원상회복 된다고 하네요.

[D+24] 회복 검사
원래 퇴원하고 10일이 지나면 검사를 받는데 개인 사정으로 조금 늦어졌습니다. 집 근처 내과 병원에서 일반 혈액 검사와 간기능 검사 진행했습니다.

[D+33] 마지막
검사 결과 사진으로 코디 분께 보내드리고 담당의 확인 결과 이상 없다는 답장을 받았습니다.


이후 조혈모세포 은행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았고 유급 휴가 보상금은 회사에서 처리해줬습니다.
그리고 환자분은 이식 잘 받으셨고 외래 다니신다는 소식을 끝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네요.
중요한 건 만약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시겠다고 한다면 평일에 3일은 입원해야 하는데 그 중 2일은 휴가를 써야 된다는 것과 사전에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시간을 빼셔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학생 분들의 경우 방학 때 일정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잘 모르셨던 분께는 아 이런게 있구나 하는 정도로 다가갔으면 좋겠고 이미 알고 계신 분께는 기증이 이렇게 진행되는구나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06-28 14:21)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37
  • 춫천
  • 멋지십니당..
  • 멋집니다
  • 좋은일엔 추천을..
  • 역쉬 추천
이 게시판에 등록된 아목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3 창작말 잘 듣던 개 6 하트필드 20/04/04 5353 4
994 철학/종교최소한 시신은 없었다 6 아침커피 20/08/10 5359 17
964 문화/예술간송미술관 두 보물 불상의 경매 유찰, 그리고 아무 소리 13 메존일각 20/06/01 5362 18
992 창작내 작은 영웅의 체크카드 4 심해냉장고 20/08/05 5366 16
81 역사두 형제 이야기 - 황형의 유산 10 눈시 15/09/30 5371 6
254 일상/생각온수가 나오는구만, 수고했네 6 성의준 16/08/23 5372 5
972 창작그러니까, 원래는 4 심해냉장고 20/06/18 5372 13
1247 정치/사회이태원 압사사고를 바라보는 20가지 시선 7 카르스 22/10/30 5375 29
975 여행[사진多]제주도 2박3일 먹방기 10 나단 20/06/24 5379 12
467 역사삼국통일전쟁 - 5. 황제는 요하를 건너고 7 눈시 17/07/06 5392 8
970 의료/건강조혈모세포 기증 후기 6 아목 20/06/14 5394 37
174 일상/생각수업시간 추억 한 폭 7 기아트윈스 16/03/26 5396 31
928 역사역사학 강연에서 의용대를 자처하는 이들을 만난 이야기 13 Chere 20/02/29 5399 35
1025 일상/생각미국 부동산 거래 검색 이야기 8 풀잎 20/10/30 5405 12
904 일상/생각올해 읽은책 간단정리 15 오디너리안 19/12/27 5407 17
1032 일상/생각이어령 선생님과의 대화 7 아침커피 20/11/19 5414 21
898 기타만점 부모가 아니여도 괜찮아 5 Jace.WoM 19/12/14 5416 25
1043 일상/생각어느 택배 노동자의 한탄 14 토비 20/12/26 5416 40
1078 게임스타여캠) 안시성 14 알료사 21/04/05 5416 12
377 일상/생각너무 힘들었던 일이 끝났습니다. 17 마녀 17/02/28 5421 17
554 일상/생각삶의 무게... 12 사나남편 17/11/29 5421 22
826 일상/생각. 4 BLACK 19/07/02 5422 17
1030 일상/생각아빠의 쉼 총량제 22 Cascade 20/11/13 5424 41
1080 정치/사회택배업계의 딜레마 19 매뉴물있뉴 21/04/16 5429 11
840 문화/예술<동국이상국집>에 묘사된 고려청자 3 메존일각 19/08/01 5437 7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