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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트윈스 21/03/30 01:36:04 수정됨
어떤 종목을 매수한다는 건 그 종목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있다는 거예요. 그게 장기적 전망이든 단기적 전망이든간에 이 주식이 조금이라도 위로 올라갈 거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없었더라면 애초에 매수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테니까요.

다만, 모든 전망에는 호흡이 있어요. 예를 들어볼게요. 저는 제가 죽는 날까지 호모사피엔스가 더욱 가열차게 잘 먹고 잘 살 거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지만 이건 어쨌든 40~50년짜리 초장기전망이에요. 그러니 (설령 제 전망이 궁극적으로 맞게 된다하더라도) 중간중간 전쟁도 터지고 비행기도 떨어지고 우주선도 폭발하고 전염병도 돌고 외계인도 침공하는 불행한 사태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거지요.

반면에 초단기전망도 있어요. 저는 30분 뒤면 자러갑니다. ㅎㅎ

내가 지금 A라는 종목에 투자하는데 그 이유가 '20년 뒤에 요녀석이 세계에서 제일 큰 회사가 될 것 같아서' 라는 말은, 앞으로 20년 동안 A사가 정상에 등극하기까지 무수한 대모험을 겪을 것이라는 말과 같아요. 그리고 그런 대모험을 겪는 동안 무수한 매수찬스를 줄 거라는 말과도 같아요. 외부요인으로 인한 대폭락도 무수히 겪을 테고, 경쟁사와 치킨게임을 벌이느라 적자행진을 기록하는 날도 있을 거예요. 현재시점부터 해피엔딩 사이에 펼쳐질 대하드라마를 미리 알기 어려우므로 우리 투자자들은 지금 당장 전재산을 A사에 박는 대신 천천히... 매달 10주씩 차근차근 기계적으로 모아가는 편이 현명할 거예요.

반면에 단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투자할 때는 그렇게 분할매수할 여유가 없죵. 내일 당장 김영삼 대통령이 티비에 나와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할지 아니면 구제금융을 받아들일지 발표한다고 해봐요. 여러분은 설마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리는 없으니 구제금융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보고 그에 걸맞는 베팅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여기 무슨 분할매수 같은 게 있겠어요 ㅋㅋㅋ 베팅하기로 결정했으면 영삼이형이 대국민담화 시작하기 전에 빨리 베팅해야죠.

그런데 실제로 투자를 집행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 이걸 반대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반도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모르지만 아무튼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괜찮을 거라고 봐, 난 장기투자자야, 난 궁극적으로 삼성전자의 밝은 미래를 믿어--> 라고 말하면서 가진 돈의 절반 이상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삼성전자에 박아버리지요. 장기전망을 가지고 단기대응을 한 셈이에요.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킹덤 흥행추세로 보아하니 주가가 여기서 더 오르겠군. 하지만 이런 코스닥 소형 게잡주에 풀매수때리는 건 무서우니까 일단 10주 정도 사보고 내일 또 어떻게되는지 지켜보자 --> 단기전망을 가지고 장기대응을 한 거지요.

가감없이 딱 이렇게 투자했다가 삼전에서 크게 물리고 데브시스터즈로 용돈만 벌고 끝난 친구가 있어서 카톡으로 이야기를 좀 나눴네요. 제가 보기에 이 친구의 투자 전망은 훌륭했어요. 하지만 훌륭한 전망을 가지고도 (일단 지금까지는) 돈을 벌기는 커녕 큰 평가손을 입고 말았지요. 자기가 품은 전망의 성격을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주갤에도 기록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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