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사람들이 메인스트림이 무엇인가에 대한 감을 잃었다는 글을 썼는데, 그 글에서 썼던 예시들보다 더 적합한 것이 반 PC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이런 이슈 터질 때마다 "인어공주 같은 거 때문에 디즈니가 망해간다." 같은 뉘앙스의 코멘트들이 자주 보이는데 그냥 구글에 박스오피스 전망만 검색해봐도 바로 탄로나는 개소리; 역사적으로 봐도 블랙팬서 같은 영화가 어떤 마케팅으로 흥행했는지 보면 디즈니의 이런 행보는 대단히 상업적이고 메인스트림에 기반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그에 비해서 반 PC는 미국에서 현실 메인스트림이 아니라서 온라인 메인스트림이 된 전형적인 케이스고요. 그런데 이런 전체적인 스케일에 대해서 한국인은 특히 더 무지하기 때문에 "인어공주 때문에 디즈니 주가 떨어진다" 같은 코미디에 가까운 소리가 조롱 받지 않는 것이죠. 미국 내 마케팅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봐도 전 세계를 경영하는 제국 기업의 행보 느낌이 물씬 나는 게 이번 캐스팅이기도 합니다. 디즈니가 무슨 10~20년 장사할 것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100년 200년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입장인데 아프리카야 말로 인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대륙인걸요. 오히려 너무 저급한 상업성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하는데 한국에선 대중을 배신한 기업이 되어버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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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서 생각나는 비슷한 일화가 하나 있는데, 로스트아크가 글로벌 서버 열 때 이슈입니다. 아무래도 한국 게임이다보니 게임 내 인종 쿼터에 대한 안배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배급사인 아마존이 NPC 몇명을 흑인으로 바꿨죠. 당연히 한국 로아 커뮤니티에서는 난리가 났었고, "아마존이 게임을 말아 먹네" 같은 이야기들로 도배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런 한국인들이 로아 섭레딧까지 가서 안 되는 영어 써가며 "봐라 아마존이 로아 망치고 있다" 라는 글을 쓰는데 현지 레딧 반응은 대충 "음... NPC 흑인으로 바꿨다고? 그래? 그래서 뭐?" 정도ㅋ... 나름 빅뉴스라 생각하고 가져왔을텐데 안쓰럽더라고요. 남초게이밍 커뮤니티 거기다가 심지어 동양 mmo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woke culture에 호의적인 이유가 없는 조합인데도 한국인의 인식과 현실의 간극이 어마어마했던 것이죠.
넷플릭스의 아동용 히어로물이 소위 말하는 pc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았습니다. 여성 리더, 흑인과 동양인 멤버, 장애인과 느린 아이의 활약...근데 재밌습니다. 조카들도 2번씩 보더군요. pc여서 재미없다는 말은 그 반대의 주장만큼이나 설득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상업적 안배라는 말도 납득이 가네요. 근데 듣기로는 별로 재미가 없다니..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