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미교육학회 컨퍼런스 갔다가 독일에서 온 연구자와 얘기할 일이 있었어요. 독일 데이터를 활용해서 여성의 STEM 직업 (미)진입 요인을 설명하는 여러 이론 모델의 적합성을 비교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수학/과학 점수의 성별 격차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STEM 직업 이행에서의 성별 격차는 여전히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를 찾고 있었지요.
결론만 적자면 여자냐 아니냐는, 성별과 특정 직업을 연결짓는 가치관에 영향받는 정도를 통제하면 그 힘이 확 약해졌어요. 가족이든, 의미있는 타자든 성장기에 전통적인 상을 제시했는가에 주목하는 이론이 가장 데이터를 잘 설명했지요.
그렇다면 성별과 특정 직업을 연결짓는 가치관을 사회에서 줄이면 여성의 STEM 진출(혹은 남성의 HEAL 진출) 문제가 완화되겠네? 라는 생각이 들테지만, 데이터에 이론을 적합해서 보는 방법론 자체의 근원적 한계와는 별개로, 그래서 어떻게?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아 보여요.
생물학적인 것은 바꿀 수 없는 것 vs 문화는 바꿀 수 있는 것이라는 도식이 잡히다보니, 젠더 차이를 문화로 설명하려는 담론들이 주목받기는 하지만,
가치체계의 집합이라는 관점에서 문화를 보자면, 남녀 이분도식 그 자체를 포함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보완하거든요.
결론만 적자면 여자냐 아니냐는, 성별과 특정 직업을 연결짓는 가치관에 영향받는 정도를 통제하면 그 힘이 확 약해졌어요. 가족이든, 의미있는 타자든 성장기에 전통적인 상을 제시했는가에 주목하는 이론이 가장 데이터를 잘 설명했지요.
그렇다면 성별과 특정 직업을 연결짓는 가치관을 사회에서 줄이면 여성의 STEM 진출(혹은 남성의 HEAL 진출) 문제가 완화되겠네? 라는 생각이 들테지만, 데이터에 이론을 적합해서 보는 방법론 자체의 근원적 한계와는 별개로, 그래서 어떻게?라는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 않아 보여요.
생물학적인 것은 바꿀 수 없는 것 vs 문화는 바꿀 수 있는 것이라는 도식이 잡히다보니, 젠더 차이를 문화로 설명하려는 담론들이 주목받기는 하지만,
가치체계의 집합이라는 관점에서 문화를 보자면, 남녀 이분도식 그 자체를 포함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보완하거든요.
9
오늘 지나간 탐라에서 몇몇 횐님들이 언급하셨던, 연/성애 관계에서 나이 X 성별의 조합에 따라 문제시되는 정도가 달라지는 관념들도 이런 젠더 문화 체계를 뒷받침하는 거라는 생각을 종종 해요. 이러면 으레 출산/양육에서의 '생물학'적으로 서로 다른 리스크를 언급하며 관념의 타당성을 다르게 위치지으려는 반론이 따라오겠다만, 진화심리학적 논변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의 필요성과 별개로, 상기한 관념들이 남자를 '남자'로, 여자를 '여자'로 위치 지으면서 차이를 생산하고 과장하는 힘 자체가 참 세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 마음 속에 뿌리박혀 개극혐 ㅡㅡ 같은 감정을 자동적으로 생산해내는 그 힘이요. 그리고 그 힘이 직업 선택에서의 성별 격차를 또 추동하겠지요.
생물학이냐 문화냐라는 도식을 극복하기 위해 중요한 접근이 생태학적 접근이더라고요. 유전적 소인도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발현 여부나 그 형태가 달라진다는 얘기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는 성향이나 공격적으로 쟁취하려는 성향을 (그리고 이를 가능케하는 체력적 차이를) 남성 호르몬의 일부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통해 설명하는 접근은 분명 유효하지만, 이런 생리학적 기전이 남/녀의 리스크를 대하는 태도를 모두 설명하지는 못해요. 리스크에 대한 인식은 모든 활동에 공통적이라기 보다는, 각 활동에 대해 얼마나 정보와 경험이 있느냐, 인접한 다른 활동을 통해 컨트롤하는 숙련을 익혀왔냐, 리스크에도 감수하고 얻게되... 더 보기
생물학이냐 문화냐라는 도식을 극복하기 위해 중요한 접근이 생태학적 접근이더라고요. 유전적 소인도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발현 여부나 그 형태가 달라진다는 얘기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는 성향이나 공격적으로 쟁취하려는 성향을 (그리고 이를 가능케하는 체력적 차이를) 남성 호르몬의 일부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통해 설명하는 접근은 분명 유효하지만, 이런 생리학적 기전이 남/녀의 리스크를 대하는 태도를 모두 설명하지는 못해요. 리스크에 대한 인식은 모든 활동에 공통적이라기 보다는, 각 활동에 대해 얼마나 정보와 경험이 있느냐, 인접한 다른 활동을 통해 컨트롤하는 숙련을 익혀왔냐, 리스크에도 감수하고 얻게되는 이득의 가치가 얼마나 크냐 등에 따라 다르거든요. 예전에 올려주셨던 뉴스 글에 댓글로 달았던 얘기들과도 연관이 되는 것 같네요 (https://redtea.kr/news/36320#286779).
아직 종합적인 연구를 접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짐작하기로는 육체를 소진하는 부담을 낮게 인식하고, 이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무언가'에 더 가치를 두는 건 생물학적 배경을 당연히 인정해야겠고, 다만 이 '무언가'가 돈이 되는 건 연애/결혼 시장에서 남성의 경제력이 기대되는 문화적 배경이나, 결혼한 가구 내에서 부부의 노동을 조직할 때 남/녀에게 문화적으로 제시된 자신들의 상대적 우위를 극대화하려고 하다보니 생겨나는 것 같읍니다.
아직 종합적인 연구를 접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짐작하기로는 육체를 소진하는 부담을 낮게 인식하고, 이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무언가'에 더 가치를 두는 건 생물학적 배경을 당연히 인정해야겠고, 다만 이 '무언가'가 돈이 되는 건 연애/결혼 시장에서 남성의 경제력이 기대되는 문화적 배경이나, 결혼한 가구 내에서 부부의 노동을 조직할 때 남/녀에게 문화적으로 제시된 자신들의 상대적 우위를 극대화하려고 하다보니 생겨나는 것 같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