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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4/12 22:13:10
Name   [익명]
Subject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합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 만한 그런 커다란 출판사는 아니고 고만고만한 규모의 작은 출판사예요.

궁금하신 점 질문해 주시면 최대한 자세하게 답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소재나 기획 아이템이 있으시면 그것도 받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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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홍차
제가 아는 사람은 학원 강의를 위해 문제집을 출판해야 하는데요, 이게 문서 편집이 다 되어버린 상황(인쇄 직전)에서 파토가 나서 다른 곳에 인쇄를 맡겨야 한다는 군요.
보통 이런 일은 뭐 때문에 일어나는지 궁금합니다. 편집자이시지만 주위서 듣는 바가 있을거라 생각해서요(사람 일들이 그렇듯이 다양하겠지만 혹시나)
글쎄요. 일단 제가 단행본 출판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서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네요. ㅠㅠ 단행본 출판과 학습서 출판은 상당히 다른 분야라서요. ㅠㅠ 아마도 계약서를 써 놓았을 텐데요.
출판사 내부에서 그 문제집의 출판이 돈이 된다 -> 돈이 안 된다로 의견이 바뀌어서 출간을 취소한 걸 텐데... 어째서 그런 변화가 생긴 건지는 말 그대로 내부 사정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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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홍차
감사합니다^^
우유홍차
편집자로 일하면서 좋은 점과 나쁜점이 무엇인가요? 직업에 만족하시나요? 편집자도 미디어에서 만드는 환상이 많은 직업같은데 어느정도 일치하나요?ㅎㅎ
좋은 점은...
...
책이 나올 때에 뿌듯하구요. 책을 지르면서도 '난 편집자니까 책을 많이 봐야 해'라는 좋은 변명거리가 생깁니다.
좋은 원고를 맡을 때에는 몇 번씩이나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 같아요.

나쁜 점은 박봉이라는 것...?
편집자들이 가치가 없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일을 조금하는 것도 아닌데 단지 돈이 안 되는 산업에 종사한다고 해서 이렇게 적은 월급을 받는 건 어딘가 잘못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는 좀 슬픈 거 같아요. (빌어먹을 자본주의)

괴로울 때는 좀 있는데요. 하나... 더 보기
좋은 점은...
...
책이 나올 때에 뿌듯하구요. 책을 지르면서도 '난 편집자니까 책을 많이 봐야 해'라는 좋은 변명거리가 생깁니다.
좋은 원고를 맡을 때에는 몇 번씩이나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 같아요.

나쁜 점은 박봉이라는 것...?
편집자들이 가치가 없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일을 조금하는 것도 아닌데 단지 돈이 안 되는 산업에 종사한다고 해서 이렇게 적은 월급을 받는 건 어딘가 잘못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는 좀 슬픈 거 같아요. (빌어먹을 자본주의)

괴로울 때는 좀 있는데요. 하나만 콕 집어서 말해 보자면, 제가 보기에 별 가치가 없는 원고인데 가치 있게 포장을 해야 할 때가 가장 괴로운 것 같아요. 아, 원고가 너무 형편 없어서 사실상 거의 반쯤 다시 쓰다시피 할 때도 (후) 정말 괴롭습니다.ㅠㅠ '내가 인세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꽤 자주 있어요. ㅠㅠ 편집자들끼리 그런 농담도 자주 하구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지적이고 세련되고 날카롭고 뛰어난 편집자는 마치
영화에서 나오는 천재적인 프로그래머와 비슷한 게 아닐까요? (어딘가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본 적은 없습니다 -_-;;)
다른 일을 하시는 분들도 다 비슷하시겠지만 그렇게 여유를 가지고 감각을 뽐내면서 일할 만큼 여유롭지가 않아요. ㅠㅠ
다들 책상에 원고 한 뭉텅이씩 쌓아 두고 있고, 커피에 절어 있고, 카피를 짜고 있거나 제목을 짓고 있거나..
후닥닥닥 일을 쳐내면서 중간중간에 센스도 발휘하는 분들이 정말 일을 잘하는 분들인 것 같습니다.
우유홍차
와 긴답변 감사합니다!
선망을 가졌던 직업이라ㅡ주변에 똑똑하고 글 잘쓰던 사람들이 편집자를 막 하더라구요ㅋㅋㅋ
부럽습니다. 뿌듯함도 그렇고ㅎㅎ

출판업이 부활해서 적게 일하고 많이버셨음 좋겠네요ㅋㅋ
[글쓴이]
출판업이 사양산업을 벗어나는 일은 아마 없을 것 같지만ㅠㅠ 그래도 감사합니다!
애콜라이트
지금이야 이북이 활성화되었지만... 예전에 편집자의 업무 중 하나는 뺑끼치는 작가를 잡으러 다니는 것도 있다고 들었읍니다. 사실인가요?
이북이 활성화되었다고 해도 사실 한국 같은 경우는 종이책 시장의 비중이 압도적이랍니다.
작가를 잡으러 다니는 일...이 요즘에는 드문 것 같기는 한데요. 저도 잡으러 다닌 적이 있는 걸로 보아 추정컨대 (-_-;;) 가끔씩은 그런 일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원고를 안 준다고 실제로 소송을 걸기는 쉽지 않고, 그렇다고 계약을 파기할 수도 없고 결과적으로는 잡으러 다니는 수밖에 없죠...ㅠㅠ
출판사들은 어딘가에 작가 통조림용 방이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진짠가요 ㅎㄷㄷ
[글쓴이]
음...ㅋㅋ 요즘은 없는 것 같습니다 ^^;; 옛날에는 정말 방 하나 잡아두고 가둬놓고 그랬다는 까마득한 고참 편집자의 육성 경험담(?)을 듣기는 했어요.
바나나코우
웃는 얼굴의 법칙 이라는 일본드라마에서는 료칸에다 다케우치 유코를 붙여 주던데요....
[글쓴이]
앗, 일본만큼 출판 시장이 크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배워보자
편집자 라는 일을 하게되신 계기가 있나요?
학생때부터 편집자가 하고 싶어서 지원을 하셨거나 혹은 출판사 취직하고 보니 편집자를 시켰는데 할만하더라 라거나...
[글쓴이]
학교 다닐 때에는 미래에 대한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았는데 -_-;; 졸업하고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슬프다) 근데 그러면서도 막연히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서 자연스럽게 편집자로 취직을 하게 됐습니다. 서울출판예비학교에서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고 취직을 하는 경우가 꽤 많고,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에서 관련 강의를 듣고 편집자로 취직하는 경우도 꽤 많은 것 같습니다. :)
CONTAXS2
으!!! 왜때문에 이북의 가격은 종이책과 비교해서 별로 안싼건가요?!
는 그냥 토로였습니다 ㅎㅎ

자, 내가가진 [직업병]은 이런 것이 있다! 뭐가 있을까요? ㅎ
[글쓴이]
글쎄요... 왜 그럴까요? 저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요. ㅠㅠ 직업병은... 식당 가서 메뉴판을 보다 맞춤법 틀린 것을 자동적으로 찾게 됩니다... -_-;;
Velma Kelly
오랫동안 편집자 일을 하실 거 같나요?
[글쓴이]
글쎄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쪽 일에 정녕 재능이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돼서....
다다다닥
국내/국외 최애 소설 각 한 편씩만 꼽아주신다면?
[글쓴이]
어렵네요 ^^;
근래 본 소설 중에서는 김봉곤 작가의 '여름, 스피드'와 체호프의 단편집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매일이수수께끼상자
크흡... ㅜㅜ 왜 거기 남아 계십니까.. 하는 일에 비해 엄청난 박봉에, 삶의 질도 뚝뚝 떨어지는 곳인데요 ㅜㅜ

저는 출판사 편집자 하다가 글 겁나 못 쓰는 사람들이 돈 가져와서 책 출판할 때 교정봐주는 거 지겨워서 그만뒀어요...
가끔 내 원고 어떠냐고 보내는 사람들 글은 귀엽기라도 한데...
자기가 이제 책 낼 때쯤 됐다고 스스로 판단하시는 분들 작업물은 머리에 쓰레기를 꾸역꾸역 집어 넣는 느낌...
왜 그런 책들은 대부분 자기계발서인가...

그래서 수년을 버티고 계신 편집자 분들 진심 존경합니다.
그리고... 더 보기
크흡... ㅜㅜ 왜 거기 남아 계십니까.. 하는 일에 비해 엄청난 박봉에, 삶의 질도 뚝뚝 떨어지는 곳인데요 ㅜㅜ

저는 출판사 편집자 하다가 글 겁나 못 쓰는 사람들이 돈 가져와서 책 출판할 때 교정봐주는 거 지겨워서 그만뒀어요...
가끔 내 원고 어떠냐고 보내는 사람들 글은 귀엽기라도 한데...
자기가 이제 책 낼 때쯤 됐다고 스스로 판단하시는 분들 작업물은 머리에 쓰레기를 꾸역꾸역 집어 넣는 느낌...
왜 그런 책들은 대부분 자기계발서인가...

그래서 수년을 버티고 계신 편집자 분들 진심 존경합니다.
그리고 진심 어떤 의미를 찾고 계시기에 버티고 계신 걸까, 궁금합니다.
(어쩌면, 제가 편집자 시절에 놓치고 있던 게 뭘까가 궁금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글쓴이]
앗ㅋㅋ 전직 편집자시군요. 박봉이기는 하지만 뭐 그러려니 합니다. 삶의 질은 그리 나쁘지 않은 거 같아요.
정말 수준 이하의 원고들도 많죠... 수준 이하의 책들도 많구요.
세상에 좋은 책도 정말 많은데 그런 책들은 묻히고, 어찌 보면 수준 이하의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또 거대 출판사들이 말도 안 되는 그런 책들을 팔아 먹는 걸 보면서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별 의미를 찾으면서 일을 하지는 않구요. :) 어.. 나름 워라밸 균형을 맞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좋은 걸까요?
영화 지니어스 어떠셨나요. 최근에 너무 재밌게 봐서..

그나저나 체호프시라니. 역시나 배우신 분.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였나요? 그것도 체호프 거였죠? 읽고나서 꽤 긴 여운이 남았던 기억이 있네요.
[글쓴이]
아, 너무 늦게 댓글을 확인했습니다. 찾아보니 편집자가 나오는 영화군요. 아직 못 봤는데 한번 봐야겠습니다. :)
저도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자' 감명 깊게(?) 봤습니다. 체호프 소설 특유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체호프 연극도 직접 봐 보고 싶은데 아직 좋은 기회를 못 잡았네요...!
편집자라고 하시길래 당연히 보셨을 줄 알았습니다 ㅋ 헤밍웨이와 피츠제랄드를 담당했던 맥스웰 퍼킨스라는 편집자.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토마스 울프라는 작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주드 로와 콜린 퍼스가 주연이구요. 편집자시니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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