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
- 작성자가 질문을 받을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AMA는 Ask me anything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뜻입니다.
Date 15/12/24 02:24:39
Name   [익명]
Subject   기초수급자 가정입니다.
말투는 ~당체로 하겠습니당. 양해 바랍니당.

형은 장애등급 1급(자폐)입니당. (애기가 신체능력만 발달했다고 보시면 대충 비슷합니당.) 누군가의 24시간 전담 마크가 꼭 필요합니당.

아버지도 장애등급이 있으십니당. 눈 한쪽이 실명인가 심한 저시력인가 그렇습니당. 90년대 초중반에 손가락 한마디가 절단되셨는데 이게 장애등급에 해당되는진 모르겠습니당. 6~7년전까지는 일을 하셨는데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안하고 계십니당.

어머니는 전업주부이십니당. 형을 24시간 전담 마크해야 하니 일을 할 수가 없어서 나라에서도 봐줍니당.

저는 대학생이라서 아직까진 나라에서 봐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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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님의 진로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꿈,자아실현이라던가 하고싶은 일을 하실건지, 생계유지, 가족 부양에 중점을 두시는지..
[글쓴이]
어려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저의 뜻대로 사는게 저에겐 매우 중요합니당. 다만 나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저와 형만 남게 될 때가 문제인데, 제가 백수 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은 형을 제대로 돌볼 수가 없고, 어디에 맡기자니 돈은 많이 드는데 제 진로 특성상 월급쟁이는 거의 없고 99%가 프리랜서라서 미래를 생각해 보면 좀 걱정이긴 합니당. 열심히 살아야서 돈을 평균보단 많이 벌어야 할 것 같네요 ㅎㅎ
형의 자폐정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통제가 잘 되는 수준인가요?
[글쓴이]
일단 말을 못하고, 혼자선 씻지도 못합니당. 당연히 면도도 못합니당. 대소변은 가릴 수 있지만 대변을 보고 뒷처리를 혼자서 못한다는 매우 큰 문제가 있습니당. 밤에 화장실 가면 누가 봐주지 않는 이상 몇시간이고 계속 있으니, 어머니가 자다가도 몇번씩 일어나셔야 합니당. 식사는 숟가락만 있으면 잘 먹긴 하는데 혼자 챙겨먹지는 못해서 밥상은 차려줘야 합니당. 옛날엔 공격성도 좀 있었다고 합니당. 기억은 잘 안나는데 장애인학교 다니면서 누굴 때린 적이 있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당. 그래도 길거리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을 갑자기 때리고 그러진... 더 보기
일단 말을 못하고, 혼자선 씻지도 못합니당. 당연히 면도도 못합니당. 대소변은 가릴 수 있지만 대변을 보고 뒷처리를 혼자서 못한다는 매우 큰 문제가 있습니당. 밤에 화장실 가면 누가 봐주지 않는 이상 몇시간이고 계속 있으니, 어머니가 자다가도 몇번씩 일어나셔야 합니당. 식사는 숟가락만 있으면 잘 먹긴 하는데 혼자 챙겨먹지는 못해서 밥상은 차려줘야 합니당. 옛날엔 공격성도 좀 있었다고 합니당. 기억은 잘 안나는데 장애인학교 다니면서 누굴 때린 적이 있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당. 그래도 길거리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을 갑자기 때리고 그러진 않는데,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집어먹거나 심지어 남이 들고 있던 음식도 홀랑 뺏어먹는 경우가 있어서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당. 그래도 한 7년 8년 정도 전 부터는 공격성이 상당히 줄어들어서 데리고 다니는데에 문제는 없다고 합니당.

통제의 경우엔, 나무위키에 보면 [이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것과 같으며 자폐증 환자는 이런 치료를 통해 학습된 행동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채 단순히 기계적으로 반복할 뿐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으나] 라는 내용이 있는데, 저희 형이 딱 그렇습니당. 저희 형은 무언가를 이해할 수 있는 지능이 아니라서, 단순한 반복 학습을 통해서 행동을 교정시키는 수 밖엔 없습니당. 형이 공격성을 드러내면 어머니가 회초리로 때리고, 이게 반복되면 나중엔 회초리만 들어도 움츠러들게 되고, 뭐 그런 식으로 말입니당. 물론 죽도록 패거나 그런건 아니고 그냥 회초리로 한대 두대 정도만 때립니당. 개인적으로 체벌은 이유 불문하고 굉장히 싫어하지만, 형에게만큼은 체벌을 대체할 수 있는 처벌이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당.
글쓴이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제가 글쓴이의 입장이었다면 버티지 못하고 굉장히 엇나갔을것 같습니다.
괜찮다면 어떤 생각들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스스로 버티시는지를 여쭈어보아도 될까요?
[글쓴이]
뭐 막 큰 의지를 갖고 버티거나 한건 아니고 그냥 안죽어서 살아있습니당. 아 그렇다고 죽고 싶었던 적이 있던건 아니고 오히려 죽기 싫습니당.
버틴건 제가 아니고 저희 어머님입니당. 사실 제가 초6때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가정폭력의 주범(타겟은 거의 어머니였습니당 저랑 형한테 직접적인 폭력을 가한 적은 거의 없습니당)이어서 어머니가 무지막지하게 고생하셨지 저는 뭐 그냥 아무것도 안했습니당(못할 나이였던 것도 있고) 가정폭력 집안에서 자라다보니 당연히 성격이 비뚤어졌었는데 어머니와 교회분들의 무한한 사랑으로 잘 커서 지금은 잘 삽니당.
까페레인
제도적으로 형님에게 정부에서 어떤 지원이 있는지, 간병인제도 같은 것도 혜택을 볼 수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정부에서 장애인분들을 좀 더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법안들이 많이 생겼음합니다. 좋은 가족분들을 형님이 가지고 계시네요. 다른 한가지 궁금한 점은 형님이 말을 못하신다고 했는데, 대화하는 법에 대해서 교육을 받으셨는데 실패한 케이스일까요? 자폐학생을 몇 명 보았는데, Yes/No 정도의 간단한 대화만 하여도 훨씬 실생활에 도움이 되었거든요.
[글쓴이]
사실 집안 굴리는 건 부모님이 다 하시고 저는 제 일만 하는 편이기 때문에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당. 제가 알기론 형에게 가는 지원은 각종 요금 할인이나 면제나 혹은 지원금 지급 같은 형태가 대부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당. 간병인은 잘 모르겠습니당. 언어는 제가 알기론 언어 교육을 받아보기도 했는데 가망이 없어서 관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당. 의학적 지식이 없으므로 확답은 못드리지만, 자폐로 장애인 등급 1급 받을 정도면 언어를 배우는 게 불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당.
지나가던선비
생계유지를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합니다. 보조금이 나와서 전기세 수도세 방세등을 충당할 수가 있나요?
[글쓴이]
4인가족 월 100정도 나옵니당. 4인가족이면 최대 130 정도인걸로 알고 있는데 재산 보유한게 있으면 지원금이 까이더랍니당. 아마 저희는 집(1억도 안되긴 하지만)이 있어서 좀 까이는 것 같습니당. 그래도 집이 있어서 그런지 먹고 사는 건 지장 없습니당. 물론 부모님이 많이 절약하셔서 가능한 일이긴 합니당.
글쓴이님의 대학 생활은 어떻게 꾸려가고 계신가요? 등록금은 지원이 나온다쳐도 가외로 꽤 많은 금액이 필요할 텐데... 병역 문제는 해결되는지요?
[글쓴이]
제가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부모님이 돈을 안쓰셔서 입니당... 부모님이 스스로를 위해서 쓰는 돈이 \'아예 없다\'에 가깝습니당. 병원비나 교통비 같이 생존에 필요한 요소만 쓰시지 각종 유흥 컨텐츠엔 돈을 일체 안쓰시는 것 같습니당. 그 덕분에 저는 간간히 영화를 보거나 먹을걸 사먹거나 하는 등의 여유를 부릴 수 있습니당. 물론 학교를 다니다 보면 집 밖에서 밥을 먹는 경우가 많아서 돈을 좀 더 쓰게 되지만, 다행인 것은 편의점이나 매점 음식에 어지간하면 질리지 않는 뉴타입형 인간(?)이라 끼니마다 만원씩 쓰고 그럴 일은 없습니당. 병역의 경우엔 제가 생계곤란병역면제 받아서 군대를 안갑니당. 그런데 예비군이나 민방위는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당.
Beer Inside
군 면제는 바로 민방위로 빠질 겁니다.
엄마곰도 귀엽다
말아톤이란 영화를 보면
극중 주인공인 초원이를 케어하느라
초원이의 동생에겐 오히려 소홀한 엄마의 모습이 잠깐 보여요.
전 그 영화에서 그 부분이 많이 마음아프더라구요
그래서 작성자님께 묻고 싶어요.

어머님께 서운한건 없으신가요?
그리고 괜찮으신가요?
[글쓴이]
저에게 소홀하다는 걸 느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당. 저희 어머니의 위대함인듯 싶습니당. 괜찮냐는 질문은 서운함을 느끼지만 괜찮냐고 물으신거라면, 서운함 자체를 느끼지 못해서 안괜찮을 이유가 없습니당.
엄마곰도 귀엽다
그냥 포괄적인 질문이었어요.
삶이 지치고 짜증나기도 할것 같은데...
이건 제가 섣부르게 판단한거일수도 있겠네요.
죄송해요~^^;
[글쓴이]
아닙니다 ㅎㅎ

어머니나 형 때문에 힘든 적은 기억에 남아 있지는 않네요. 아버지는 제가 초6때까지 가정폭력의 주범(타겟은 어머니)이었기 때문에 매우 싫어했고 지금도 싫어하지만, 그것 외에는 뭐 크게 불만 가져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냥 가끔 돈이 좀 필요한 상황에서 좀 아쉬울 때가 가끔 있는 정도? 근데 그 아쉬움이라는게 아 지금 뭐 먹고싶은데 먹을 돈이 없네 아쉽다- 정도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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