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가 질문을 받을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AMA는 Ask me anything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뜻입니다.
Date 17/06/23 17:23:59
Name   [익명]
Subject   금수저 → 흙수저가 된 아저씨입니다

흔히 말하는 금수저로 20대 초중반까지 살다가 집안이 완전히 망한 사람입니다.

망한지는 20년 가까이 되었구요.

어떤것이든지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금수저, 흙수저 표현이 불쾌하셨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질문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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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nabi
경제력이 급격히 추락할경우, 자존감도 동반하락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견뎌내셨는지요?
[글쓴이]
주위 친구들이 금전적/심리적으로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비형시인
어느정도로 잘 살았고 어느정도까지 망한지가 궁금합니다
[글쓴이]
너무 디테일하게 적으면 저를 아는사람이 나올까봐 무섭긴한데... 대략적으로
'평생 일을 안해도 부동산수익으로 외제차 굴리면서 해외여행 분기별로 다닐정도로 사는 수준' 에서
'집에 빨간딱지가 붙고 불법적인 사람들이 돈받으려고 집에 찾아오는 수준' 으로 망했습니다.
Morpheus
구체적으로 어느정도에서 어느정도로 된건가요?(예 매출 수백억대 사업하시는 부모님, 내 명의의 서울에 빌딩이 있었음 -> 다 사라지고 빚 10억에 단칸방 신세 뭐 이런 식으로요)

주변 인간관계(그냥 친구부터 여자친구까지), 본인의 가치관이 많이 변했나요?
Morpheus
라고 쓰니 비슷한 질문이 위에 있네요 ㅋㅋ
[글쓴이]
ㅎㅎ 저도 답변적고 나니깐 좀 더 밝혀도 될것 같아서 첨언을 하자면
제 명의로된 건물은 없었는데 부모님 명의로된 건물이 서울, 경기도에 있었고
-> 다 사라지고 제가 절대로 상환할수 없는 빚이 부모님 앞으로 생겼습니다.
집이 망하자마자는 살던 집도 날라가서 빈 친구집에 들어가서 지냈습니다
[글쓴이]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는 힘들어하던 저에게 매주 용돈을 주면서 힘내라고 하였고
친구들은 제가 월세 보증금을 모을때까지 1년 이상 저에게 밥을 사주었습니다
집이 금전적 여유있을때 친구들을 아직까지 주 1회이상 만나고 있습니다. 불알친구죠 ㅋㅋ

가치관은 돈이 모든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바뀌었습니다
(돈이 있었을때보다 돈이 없는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Morpheus
그때 여친이 지금 와이프분은 아닌가 보군요!!

좋은 친구 두셨네요 부럽습니다

혹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나서

원래 친했는데 멀어지게 된 케이스도 있으신가요? 뭐 아 얘는 내 돈을 좋아했던 거구나 뭐 이런?
[글쓴이]
그때 여친은 헤어졌구요
(금전적인 문제가 아닌 성격차이로 헤어졌습니다)

친구들이 다들 경제적으로 여유가있어서 딱히 멀어진 케이스는 없었습니다
수박이두통에게보린
지금 경제력은 어느정도까지 회복되셨나요?
[글쓴이]
유부남에 평범한 직장인이여서 대출 가득끼고 서울에 전세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회복 불가 상태입니다
다람쥐
부모님들이 더 힘들어하시는지, 아니면 글쓴분과 형제자매같은 자녀들이 더 힘들어하시는지요?
[글쓴이]
부모님이 더 힘들어하셨습니다
아직도 어머님은 저랑 이야기하다가 자주 우십니다

저와 형제들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났습니다
[글쓴이]
부모님은 회복 불가 상태입니다
아버지는 집안이 망하면서 충격으로 건강이 안좋아서 돌아가셨고
어머님은 소일꺼리 하시면서 지내시고 있습니다
Morpheus
만약에 집안이 기우는걸 학창시절에 겪었다면 삶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거라 생각하시나요??
[글쓴이]
네 매우 달랐을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학창시절 (중,고등학교)때에는 저희 부모님도 저도 집이 망할꺼라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학창시절에 망했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기술을 배웠을것 같습니다
개마시는 술장수
객관적으로 누구 지분이 가장 큽니까?
[글쓴이]
망하게된 지분을 말씀하신다면 어머니입니다
재산은 거의 아버지명의로 되어있던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망할 당시에 제가 재산의 지분이나 그런쪽에 관심이 없어서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DrCuddy
왜 망했다고 생각하시나요
구체적인 원인은 말씀해주시기 힘들더라도 추상적으로 너무 욕심을 냈다거나 시대, 기술 흐름을 못 따라갔다거나 사기를 당했다거나 정치적 공격을 받았다거나 등등...
어떤 이유인지?
[글쓴이]
어머니가 투자사기 당하셨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정도 큰 금액을 단기간에 날려먹은게 이해되지 않지만
맘먹고 사기꾼이 작업치면 당한다는걸 제대로 배웠습니다
화공유체역학
일을 당하셨을때 주변 친지들이나 지인들이 많이 도와주셨나요? ㅠㅠ
[글쓴이]
친척들은 도움을 1원도 주지 않았구요
(저희집이 여유로울때 도움을 많이준 친척들이
정작 저희가 힘들때 외면하는걸보고 인연을 끊고 살고있습니다)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당시 20대 초중반이여서 수입이 없던 친구들이 자기들 부모님께 상황설명을 하고 돈을 모아주기도 하였습니다)
부러운아이즈
먼저 다시 일어서신 것에 경의를 표합니다
다시 일어서신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글쓴이]
거창하게 쓰고싶지만 현실은 당장 월세낼돈을 걱정하며 벌다보니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물욕(?)이 없는 성격이여서 옷을 포함한 기타지출을 안해서 돈을 잘 모으기도 했던것 같네요
기쁨평안
그러면 현재는 어머님의 빚을 대신 갚고 계시는 건가요?
[글쓴이]
어머니의 빚을 대신갚지는 못합니다
(금액이 너무 큽니다 ㅠ)
당시 심정 좀 말씀해주실 수 있으세요?
[글쓴이]
제가 눈물이 없는편인데 그땐 많이 울었습니다

클럽이나 나이트못가겠다는점이 억울했고
차도 없어져서 슬펐고
지금 생각해보면 좀 웃긴 이유로 엄청 슬퍼했네요 크크

당장 알바를 알아봤던 기억이 나네요
부모님에 대한 원망은 없었나요?
[글쓴이]
당시에는 엄청나게 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원망하는 마음은 남아있구요

어쩔수없이 주변 친구들을 보며 자신과 비교도 가끔하긴하는데 그래도 좋은 마음 가지면서 살려고 노력중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위에 계신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셨다니,
경제적으로 금수저일 뿐인 다른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금수저들과는 비교할 수 없어보입니다!
[글쓴이]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도 여러방면으로 도움을 받고있긴합니다
(모임때 술값을 내지말라고 한다든가...)
지나가던선비
뭐에 투자를 하신건지 궁금합니다.나름 솔깃한 거였는지 허무맹랑한 거였는지도요.
어떻게 전재산을 몰빵할 정도가 된 건지요 그만큼 확신이있었다는 이야기인데
[글쓴이]
주식으로 알고있습니다(대신 투자해준다든가하는...)
어머니랑 아버지께서는 어떤식으로 당했는지 저희들에겐 말씀을 아끼시더라구요
부인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소개? 학교??
[글쓴이]
허..... 헌팅 당했습니다 (제가!) 크크
호랑이
금수저셨으면 사업, 경영에 대한 교육도 받았을테고
그 방면으로의 자신감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는지
[글쓴이]
경영수업은 딱히 받지 않았습니다
주위친구들을 봐도 30전후로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면서부터 경영수업을 듣더라구요
호랑이
사기친 사람은 국내에서 살고 있나요?
복수는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글쓴이]
국내에서 아마도... 살고있는것으로 보이구요
복수라든가 그런건 생각하고있지 않습니다

그런사람이 되지말자고 다짐하며 살아가고있구요
오뚜기참치
사기를 친 사람은 처벌을 받았나요?
[글쓴이]
마음먹고 사기를 쳐서 그런지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었습니다
전후사정을 볼때 저희집을 타겟팅 하고 작업이 들어온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정신적인 극복은 어떤 계기가 있었던건가요?
[글쓴이]
다른 생각이 들지않게 일하고 놀았습니다.
멍하니 있으면 자꾸 생각나고 스트레스 받아서 늦게까지 일했으며(알바)
쉬는날에는 친구들을 저희집에 불러서 아지트같이 놀았습니다.

친구들과 놀때에는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으며, 당시 여자친구랑도 많은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맘이 너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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