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가 질문을 받을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AMA는 Ask me anything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뜻입니다.
Date 17/10/25 00:34:33
Name   [익명]
Subject   10년 전, 제가 사람을 둘이나 죽였습니다.
10년 전, 제가 사람을 둘이나 죽였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제가 [그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 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그 중 한 친구와 관련된 사건은 [오늘로부터 정확하게 10년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뉴스 및 기사는 밑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http://mbn.mk.co.kr/pages/news/newsView.php?news_seq_no=274930

http://imnews.imbc.com/replay/2007/nwtoday/article/2084975_13349.html

http://www.nocutnews.co.kr/news/365132

사건 당일 그 친구는 제 부사수였습니다.
사격훈련장에서 함께 훈련병들의 탄피회수 임무를 맡았습니다.
제가 사수로서 그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가장 큽니다...
제가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이 사고로 중대의 많은 병사들이 관련되어 영창을 갔지만, 저는 가지 못 했습니다.
헌병대에서는 저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았습니다.
분명 저의 잘못이 가장 큰데도 말입니다...
저는 죄를 지었지만, 결국 죄값을 치루지 못하고 전역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전역을 하고도, 당시에 그 친구가 죽어가던 모습을 한 3~4년 정도 꿈에서 계속 보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저의 죄값을 치루는 것이라 생각하여 그 고통을 덤덤하게 받아드렸습니다.
4년 정도 지나고 나니 그제서야 고통이 조금씩 무뎌지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이라는 노래를 정말 극도로 싫어합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과연 [작사가는 본인이 직접 총에 맞아봤는지, 혹은 다른 사람이 총에 맞는 것을 직접 목격이라도 한 것인지] 되묻고 싶을 만큼 화가 났었습니다.
그 이후, 제가 있는 곳에 이 노래가 나오면 그 자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도망가게 되었습니다.)





이 사고가 나기 [3개월 전]에도 제 책임으로 인한 [비슷한 사고]가 났었습니다.
다른 교육중대의 조교 한 녀석이 7월에 보급창고에서 스스로 삶을 끊었거든요...
그 녀석은 훈련을 제가 있던 교육중대에서 받았던 녀석이라 그 녀석의 훈련병 시절 때 부터 저와 친분이 있었습니다.
이 녀석의 사고가 나기 며칠 전, 녀석이 저에게 상담 좀 해주실 수 있냐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은 좀 바쁜 시기니까 바쁜게 지나가면 얘기하자고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며칠 뒤 그 녀석이 그렇게 되었죠...

만약 제가 바쁜 와중에도 그 녀석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더라면...

어쩌면 이 때의 사고가 없었다면, 3개월 뒤의 사고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때의 사고로 죄를 지었기때문에, 3개월 뒤의 사고까지 함께 쳐서 천벌을 받고 있는 것 인지도 모릅니다.





저 때문에 둘이나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이들의 묘(혹은 납골당일 수도 있겠죠)를 찾아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아직도 이들에게 사죄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미안했기에 더더욱 그럴 수 없었기도 했습니다.

묘는 찾아가지 못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글로서라도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얘들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질문은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답변을 달도록 하겠습니다.



0


Erzenico
https://goo.gl/pTKYUx

PTSD 증상이 있으신가요?
위 페이지의 진단 기준을 살펴보시고 만약 의심된다면 상담을 받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1
[글쓴이]
전역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까지는 그런게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시간이 오래 지나서 인지는 몰라도 괜찮아진 것 같아요.
어쩌면 괜찮아진 것이라고 제 스스로 믿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당시에는 정말로 정신상담을 받아볼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있습니다만, 그냥 스스로 이겨내는 것이 속죄의 길이 아닐까 하며 계속 지내왔습니다.
신경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아버
보통은 겪지 않을 일을 두번이나 겪으셨으니 그 심정을 제 3자가 감히 헤아리기도 어렵네요. 그런데, 본인에게 과하게 자책하시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군시절에 고참 하나가 있었는데, 어렸을때 제기차기로 친구랑 주고 받으며 놀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한번 엿먹어보라고 멀리 차버렸는데, 그 친구는 그걸 받아보겠다고 뛰다가 공사하겠다고 뚜껑 열어둔 맨홀에 빠져버렸습니다. 고참은 놀라 도망갔고, 그 친구는 결국 불귀의 객이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그 친구의 엄마가 고참에게 아들 못봤냐고, 같이 놀지 않았냐고 물으셨을때 자기는 모... 더 보기
보통은 겪지 않을 일을 두번이나 겪으셨으니 그 심정을 제 3자가 감히 헤아리기도 어렵네요. 그런데, 본인에게 과하게 자책하시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군시절에 고참 하나가 있었는데, 어렸을때 제기차기로 친구랑 주고 받으며 놀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한번 엿먹어보라고 멀리 차버렸는데, 그 친구는 그걸 받아보겠다고 뛰다가 공사하겠다고 뚜껑 열어둔 맨홀에 빠져버렸습니다. 고참은 놀라 도망갔고, 그 친구는 결국 불귀의 객이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그 친구의 엄마가 고참에게 아들 못봤냐고, 같이 놀지 않았냐고 물으셨을때 자기는 모른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술자리에서 즐겁게 얘기하더군요.

'야 그땐 진짜 x될뻔 했어.'

신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불공평한건 맞는거 같습니다. 그 고참은 적어도 당신의 절반만큼은 죄책감을 느꼈어야하지만, 그 죄책감을 당신에게만 몰빵하신거 같거든요.
자살은 비극적인 일임에도 제 3자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당장 죽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의 마음을 어찌 돌릴 수 있을까요. 게다가 군대라는 조직내에서 말이죠. 군대는 정상인도 비정상으로 만드는 그런 공간입니다. 해서 당신의 죄책감 대부분은 군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쓴이]
과하게 자책한다라…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전역 후 3~4년 정도까지는 주변에서도 그런 말을 많이들 해주더군요.
그래도 제가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이라는 아쉬움이 계속 남아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네요.
두번의 사건을 군대에서 한꺼번에 겪고는 저는 절대로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남겨진 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직접 보았기 때문에요.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고생이 무척 심했겠네요. 훈련소에서 그런 일들이 다른 곳보다 많이 일어나는 편이지요. 화장실 몇 사로에서 부대창설후 지금까지 몇 명이나 죽었다느니 하는 전설은 어디든 있고. 그런 일들을 실제로 마주하는 이들의 고통도 보듬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성은 본인의 책임이 아닌 걸 아는데 자기 탓으로 돌려서라도 아픔을 곱씹으며 잊지 않으려 하는 게 아닌지 걱정됩니다.
[글쓴이]
회사의 프로젝트가 잘못되면 팀장의 책임, 스포츠 팀의 성적이 부진하면 감독의 책임인 것처럼 결국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한 관리자의 책임이죠.
적어도 한 사람은 사고 당일 저와 함께 저의 부사수로서 같은 임무를 수행하던 이였기에 사수인 제 책임이 가장 클 것입니다.
헌병대의 판단으로는 평소 병영생활 중에 많이 갈구고 부조리를 저지른 이들만 추려서 영창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 날 제가 녀석을 잘 관리했다면 그런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니까요.
위로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나방맨
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글쓴이]
그래도 저의 책임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로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CONTAXS2
이렇게 질문답변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짐을 조금 덜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엏게 아픈부분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222
[글쓴이]
그동안 아주 가까운 지인들과 만남과 술자리 등에서만 조심스럽게 이야기 해왔는데, 이렇게 커뮤니티에 익명의 힘을 빌어 용기내어 글을 써보니 이것도 많은 위안과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먼저 어렵고 힘든 얘기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글로만 읽어도 먹먹함이 밀려오네요
자책감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드셨겠어요

근데 절대로 글쓴분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냥 안타깝고 어쩔 수 없는 사고들이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이겨내는 것 만이 속죄의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먼저 가신 분들 몫까지 더 행복하게 잘 사는 것도
속죄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지금이라도 필요하시다면 상담 받아보는 걸 다시 고려해보셨으면 좋겠고
너무 큰 자책감은 떨쳐 내시고 행복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더 보기
먼저 어렵고 힘든 얘기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글로만 읽어도 먹먹함이 밀려오네요
자책감 때문에 정말 많이 힘드셨겠어요

근데 절대로 글쓴분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냥 안타깝고 어쩔 수 없는 사고들이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이겨내는 것 만이 속죄의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먼저 가신 분들 몫까지 더 행복하게 잘 사는 것도
속죄의 길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지금이라도 필요하시다면 상담 받아보는 걸 다시 고려해보셨으면 좋겠고
너무 큰 자책감은 떨쳐 내시고 행복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글쓴이]
맞습니다. 저도 실제로 그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의 몫까지 더해서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한 인생을 살고자 하고 있어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정말 맞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은게, 지금은 몇 년 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괜찮습니다.
다만 여전히 그들이 죽기 직전의 상황과 행동이 생각나고, 또한 그 때의 내가 조금만 더 그들을 신경썼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이죠.
이것만큼은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서는 떨쳐버릴 수 없지 않을까 합니다.
좋은 조언과 말씀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니엘
님 때문이 아닙니다.
이제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사셔야 해요.
[글쓴이]
위로의 댓글 감사합니다.

그래도 나름 행복하게 잘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AMA 게시판 이용 안내 17 토비 15/10/20 19268 7
2253 기술사 시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12 [익명] 25/03/10 560 0
2252 가입 및 주말출근기념 AMA입니다. 16 deepmind 25/03/09 499 0
2251 부자입니다 56 [익명] 25/03/08 1183 0
2250 테크노크라시입니다. 27 [익명] 25/02/27 975 0
2249 대치동 커리큘럼에 포함된 수학학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36 [익명] 25/02/26 1056 0
2248 만화입시학원 강사 겸 작가 겸 부인역할을 하고잇읍니다 46 흑마법사 25/02/20 1324 2
2247 마법사입니다. 31 [익명] 25/02/20 1017 0
2246 노홍철님의 샬레홍철(게스트하우스)에 머물다가 왔습니다. 질문 받아봅니다. 15 [익명] 25/02/12 1763 0
2245 오랜만에 다시 해보는 애플제품 질답? 33 Leeka 25/01/31 1121 1
2244 기차 서울까지 한 시간 남았습니다 18 골든햄스 25/01/31 865 1
2242 아무거나 물어보세여 31 [익명] 25/01/26 1138 0
2241 시국을 외면하는 AMA 56 Velma Kelly 25/01/22 1274 1
2240 학부시절에 김민전씨 정치학 개론 수업 들었습니다 8 [익명] 25/01/09 1729 0
2239 초등학교 관련 질문 받습니다ㅎ 24 [익명] 25/01/05 1268 0
2238 서아프리카 모 국가에서 거주 중입니다 43 [익명] 24/12/28 2095 0
2237 회사 사이즈별 수집 업적작 성공 기념 AMA 14 SCV 24/12/27 1304 1
2236 지게차 기능사 시험 봤습니다. 8 카바짱 24/12/16 1059 4
2235 콘서트 다니는게 새로운 취미가 되었어요 14 oh! 24/12/15 1154 1
2234 얼마 전에 박사 디펜스를 했습니다. 53 [익명] 24/12/11 1533 0
2233 사회생활 10년차 장애인입니다. 23 오구 24/11/30 1711 0
2231 오늘 퇴사했습니다. 25 당근매니아 24/11/22 1980 2
2230 콩타작 중입니다 (수리완료) 29 전문가 24/11/19 1198 0
2229 영상이랑 사진 취미를 갖고 있읍니다. 41 메존일각 24/11/16 1459 0
2228 7년차 사내변호사입니다 51 [익명] 24/11/14 2220 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
회원정보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