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가 질문을 받을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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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1/03 01:49:21
Name   [익명]
Subject   수학을 잘했습니다.
학창시절 모든 과목 중 수학이 제일 쉬웠습니다. 수학경시대회 입상과 수학올림피아드 계절학교 참가경험 다수이고요, 수학과로 가서 대학원까지 진학했습니다. 뒤늦게 후회하긴 했지만요.
실명은 부담스러워 익명으로 써 봅니다. 뭐든 질문하시면 신상이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답변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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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아메리카
오오.. 동지여....

학위는 석사까지 하셨나요? 박사까지 하셨나요?
[글쓴이]
박사입니다.
캡틴아메리카
수학적 정리나 추측에 사람 이름이 붙은 거 말고(파타고라스의 정리, 리만 가설 등등)

수학적 [개념]에 사람 이름이 붙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벨군, 하우스도프 공간 등등)

참고: http://redtea.kr/?b=31&n=57238&c=350115
[글쓴이]
링크해 주신 글에 매우 동감합니다. 정말 이름만 봐선 저것들이 뭔지 감도 안 와서, 저도 학교다닐 때 매우 불만이었습니다.
엉덩이가뜨거워
왜 후회하셨나요?
[글쓴이]
세부전공 때문인데, 취직이 정말 힘든 전공으로 와버렸거든요. 학계에서 이 분야 일자리도 적고 취업하기에도 불리합니다.
캡틴아메리카
세부전공이 무엇인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글쓴이]
대수학 쪽입니다.
캡틴아메리카
저랑 같으시군요. 혹시 정수론 쪽이셨으면 암호학계로 넘어 가셨어도 괜찮으셨을 것 같은데...
[글쓴이]
응용수학 쪽도 뒤늦게 기웃거려 보았지만, 넘어가기엔 너무 늦었죠.
캡틴아메리카
저도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계속 더 연구를 하거나 기업에 취직을 아니하고 비정규직으로 사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대신 저는 학위를 한 것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학위 받은 선후배나 친구들 중에는 벌써 교수 임용이 된 사람도 있고,

대기업에 과장 이상급의 좋은 대우를 받고 취직한 친구들도 많은데 부러워 한 적도 단 한 번도 없죠.

친구들은 늘 저에게 그동안의 노력과 시간이 아깝지 않냐 그러더군요. 물론 그것도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학위를 하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알게... 더 보기
저도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계속 더 연구를 하거나 기업에 취직을 아니하고 비정규직으로 사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대신 저는 학위를 한 것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학위 받은 선후배나 친구들 중에는 벌써 교수 임용이 된 사람도 있고,

대기업에 과장 이상급의 좋은 대우를 받고 취직한 친구들도 많은데 부러워 한 적도 단 한 번도 없죠.

친구들은 늘 저에게 그동안의 노력과 시간이 아깝지 않냐 그러더군요. 물론 그것도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학위를 하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알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용기를 주었거든요.

글쓴분도 학위를 한 것을 후회한다 하셨는데, 제가 아는 몇몇 순수수학 전공자들도 학위 받고 시간강사로 전전하면서 후회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들이 말하길 밥 먹고 해온게 이것 뿐이라 다른 걸 할 능력이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저도 글쓴분도 그리고 그들도 학위를 받은 것만으로도 다들 대단한 분들이잖아요^^

글쓴분의 앞으로의 삶은 후회없는 삶이길 바라는 마음에 조금 길게 써봤습니다! ㅎㅎ
4
[글쓴이]
고맙습니다. 사실 요즘 학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서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중입니다. 이럴 땐 전공선택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들어요. 나이도 들만큼 들었거든요. 그래도 방황은 너무 오래 하면 안 좋지요. 힘내보겠습니다!
2
CONTAXS2
수학을 잘했다니 신기하다... 신기해... ㄷㄷㄷ
[글쓴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전 기억력 좋은 분들이 부럽더라고요.
감나무
수학을 여전히 좋아하시나요? 수학 말고 다른 건 또 뭘 좋아하세요?
[글쓴이]
문제푸는 건 좋아하는데, 공부하는 건 안 좋아합니다. 다른 좋아하는 건... 게임?
원추리
고등학교 수학은 어느정도 수준 같아요?
[글쓴이]
이건 교육과정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만, 대학수학과 매우 다르다는 것만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ㅋㅋ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고등학교 수학까지는 암기를 할 필요가 별로 없었는데 대학수학은 암기 그 자체더군요.
벤쟈민
대수, 기하, 해석 등등 여러 수학의 하위분야 중에 한 분야를 잘하는 사람은 보통 다른 분야도 잘하는 편인가요?
[글쓴이]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고등학교 단계에서도 이미 선호도가 갈리잖아요? 대학에 가면 더 극명해집니다.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는 이유도 해석이 싫어서, 대수가 싫어서 등등 다양하더군요. 물론 다 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대수학.. 저는 스킴, 쉐프 나올때쯤 도저히 더는 못해먹겠어서 도망나왔습니다. 저건 사람이름도 안붙은 개념인데..
드릴 질문은 없고 건승하시길..
[글쓴이]
현명하시군요. 대수학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쌓아가는 게 갈수록 심해지더군요. 덕분에 이해해서 외울 거리만 쌓여가고... 유리소년님도 건승하십시오.
회색사과
수학에 대한 직관력이 있으셨던 편이셨나요??..

직관의 사전적 정의와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직관의 정의는 완전히 배우기 전에 상상으로 “대-충 이렇게 되겠네” 라고 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예컨데 직선 운동에 대해 배우고 나서 포물선 운동이나 회전 운동이 어떤 형태로 되겠다. 라고 추측하거나 경험적으로 알 수 없는 4차원 이상의 하이퍼차원에서 함수가 어떤 모양을 갖겠다 라던가... 하는거죠...
[글쓴이]
말씀하신 쪽은 기하적인 직관일 텐데, 전
기하를 잘 하진 못했습니다. 어떤 능력이 좋았나 굳이 따져본다면... 수학적 논리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수학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원어민 수준은 아니어도 유창한 정도? 수학의 세부분야로 따지자면 대수를 잘 하는 편이었어요.
배바지
으악 수학 빌런이 두 분이나 계셔;;;
[글쓴이]
잘 보시면 셋 이상입니다. ㅋㅋ
저는 수학과 학부 졸업생인데 대학원가면 미적분학에서 해석학으로 넘어가는 것 같은 대격변이 또 있나요?
실해석학만 해도 엄청나던데..
[글쓴이]
세부전공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할 겁니다만...어떤 분야든 난이도의 급격한 상승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단 학부 때 배운 과목들은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이라서, 온갖 융합학문이 튀어나옵니다. 대수위상이라거나 대수기하라거나...과목별 내용의 심도도 깊어지고요, 온갖 천재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그를 이용한 문제풀이와 정말 대충 쓴 (그러고도 탑저널에 실린) 논문을 보면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람쥐
언제부터 좋아하셨나요?
전 초딩때부터 특별히 좋아하진 않았거든요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은 언제부터 받으셨는지 궁금해요
과고 진학하셨나요?
[글쓴이]
산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잘하는
편이었는데, 처음부터 좋아했다기보단 잘한다고 칭찬받다 보니 점점 좋아하게 된 게 큽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수학올림피아드 학원에 처음 갔는데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학원에 과고 합격할 때까지 다녔네요. 네, 과고출신입니다.
zeegolraid
음...수학의 정석이라는 책 아시겠죠? 그 책만 마스터하면 중학~고등수학은 100% 커버할 수 있을까요?
큰딸이 중학생 올라가는데 저도 공부하면서 딸아이 가르쳐보려고 하거든요.
[글쓴이]
최근 교육과정은 제가 잘 몰라서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가 없네요. 여전히 상당한 내용을 커버할 것 같긴 합니다만, 요즘은 더 좋은 학습지도 많아 보이던데 정석이 최선의 선택일지는 회의적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수학 어떻게 하면 잘해?' 같은 질문이 수없이 들어올 거 같은데, 그때마다 어떻게 답변해주십니까? ㅋㅋ
[글쓴이]
제대로 답변을 해주질 못해서 늘 구박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ㅋㅋ 그런 질문 받은 것도 이젠 오래 전이라 가물가물하네요. 그런데 저런 질문에는 잘 대답할 수가 없어요. 어린 시절 흥미와 자신감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게 큰데, 이건 솔직히 운빨이었거든요.
캡틴아메리카
순수수학자들 중에는 아름다운과 진리만을 추구하고 응용수학자들을 무시하는 사람이 종종 있고,

반대로 응용수학자들 중에는 쓸데없는 진리는 배척하고 순수수학은 허황된 것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쓴이]
그렇게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지요. 자신의 분야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함일 텐데, 타 분야를 깎아내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타 분야의 반감을 사면 입지가 좁아지기 쉽거든요.
캡틴아메리카
저같은 경우에는 그냥 순수와 응용의 구분 자체가 없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냥 둘 다 수학자들인거죠.

제 지도 교수님의 영향을 받았는데 지도교수님의 마인드는 [순수수학을 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응용수학을 해야하는 사람들이다]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말을 실천하고 계시죠. ㅎㅎ
[글쓴이]
좋은 생각이네요. 다 같은 수학자들인데 왜 그리 티격태격하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도교수님은 아마 제가 아는 분일 텐데, 대단하시네요.
곰곰이
영화나 드라마 초반에 '천재'로 설정된 캐릭터들이 칠판에다 공식을 잔뜩 쓰면서 천재성을 어필하는 연출이 반드시 나오는데요,
저를 포함 대부분 사람들은 그게 무슨 기호인줄도 모르고 그냥 '와 100년동안 아무도 못 푼 걸 쟤가 푸는구나' 하면서 보게 되는데,
실제 전문가 분들이 보실 때도 그렇게 감정이입이 가능하신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자문 교수님이 골라 준 어려운 공식 + 아무 숫자 이렇게 쓰고 있을 것 같아서요 ㅎㅎ
[글쓴이]
아는 공식이나 배경이 나오면 감정이입이
잘 안되긴 합니다. 예전에 드라마 눈의 여왕을 좀 봤는데, 그 비현실성에 엄청 웃으면서 봤던 기억이 있네요. 극적 요소를 만들기 위해 각색이 많이 들어가더군요.
캡틴아메리카
눈의 여왕 보셨군요. ㅎㅎㅎ

저도 얼마 전에 관련 이야기를 탐라에 쓴 적 있습니다. ㅋㅋㅋ

http://redtea.kr/pb/view.php?id=timeline&no=68649
[글쓴이]
사실 전 1화를 보고 감정이입이 너무 안 된 나머지 더 볼 수가 없었습니다. 고증은 꽤 잘 된 편인데도 그 각색된 부분들이 너무 오그라들더군요. 특히 한국 고등학생들이 대수기하와 정수론 논문을 쓴다는 부분에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크흡.
켈로그김
게임을 하면서 "아 이거 수학으로 어떻게 비벼보면 최적화 나오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임이 idle game이라 부르는 장르였습니다.
요즘은 클리커로 검색하면 이런 게임들이 나오더라고요. 방치형 rpg라고 불리기도 하고..
(https://namu.wiki/w/Clicker%20Heroes 이런거)

혹시 게임을 하시면서 수학전공이 도움이 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꼭 플래이가 잘되는게 아니라도, 즐기는 차원에서)
[글쓴이]
저는 딱히 없습니다. 통계쪽 전공자가 스타 종족간 밸런싱에 대한 분석글을 썼다가 블리자드 인턴으로 뽑혀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건 게임이 취업에 도움이 된 사례로군요. ㅋㅋ
루치에
수학으로 진로를 정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작년에 허준이 박사 에피소드를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는데, 허준이 박사의 필즈상 수상 가능성은 어떻게 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글쓴이]
그냥 잘하는 게 수학밖에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게 되었습니다. 허준이 박사님의 수상가능성은... 글쎄요. 필즈상 수상이 유력한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후보군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SpicyPeach
결혼빌런들이 없으셔서 질문드립니다.

결혼은 하셨나요?
[글쓴이]
네. 자녀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수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뜯어말릴 계획입니다. ㅋㅋ
캡틴아메리카
가장 존경하는 수학자는 누구입니까?

저는 남성은 [에바리스트 갈루아], 여성은 [에미 뇌터]입니다.

현대대수학의 반 이상을 책임지시는 두 분이죠. ㅎㅎㅎ
[글쓴이]
글쎄요. 집합론에 한창 빠졌을 땐 칸토어, 힐버트 전기를 읽었을 땐 힐버트, 에미 뇌터도 한때 좋아했고... 계속 바뀌다가 이젠 제일 존경하는 수학자를 꼽을 수가 없어졌어요. 대단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갈루아는 정말 대단하긴 하지만, 이른 나이에 결투로 사망했다는 점 때문에 별로 존경스럽진 않더군요. ㅋ
세상의빛
저도 수학을 좋아했는데 전공을 할 정도의 재능은 없는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나중에 오일러의 등식을 보면 이게 직관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했던 가우스 할배의 말씀을 읽고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했죠 흐흐 가우스의 저 말은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글쓴이]
사실 처음 들은 말씀인데, 저도 진작에 저 말을 듣고는 포기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가우스 기준으로 수학을 전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좀... ㅎㅎ
세상의빛
진짜 하신 말씀이 아닐수도 있겠군요..
[글쓴이]
진위여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가우스는 워낙 머리가 좋았던 분이라, 왠만한 사람들은 수학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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