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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8/26 12:23:30
Name   kpark
Subject   [MLB] 무너진 전설 - 커트 실링
(좌측이 커트 실링, 우측이 랜디 존슨입니다.)

Y2K 버그가 떠들썩했던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박찬호와 김병현 때문에 메이저리그를 보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특히 김병현 경기를 지켜봤다면 애리조나의 트윈타워, 쌍포, 원투펀치 [랜디 존슨][커트 실링]을 기억하실 거에요.

커트 실링은 굉장히 오래 선수 생활을 했고, 그만큼 족적도 많이 남겼습니다. 2001년과 2004년 애리조나와 보스턴 두 팀에서 월드시리즈 반지를 따내기도 했고요. 은퇴 후엔 사업을 하다가 잘 안됐지만, 스포츠 미디어 업체 ESPN에서 해설자로 일하면서 계속 야구계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야구 외적으론 커트 실링은 상당히 직설적인 언사로 악평을 들었습니다. 골수 공화당 지지자로서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데 거침없는 모습을 보인 적이 많습니다. 또 전 동료들에게 거침없는 디스를 가한 적도 있고, 그 대상 중에는 한때 자신이 보스턴으로 돌아오라고 반기던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도 있습니다.

실링이 입을 턴(?) 사례 중 가장 황당했던 것으로는 트위터에서 뜬금없이 창조론을 설파했던 경우가 있습니다. 당시 ESPN에서 같이 일하고 있던 분석가 키스 로와 창조론 vs 진화론으로 키보드 배틀을 떴는데 어이없게도 키스 로 혼자만 ESPN에서 정직을 당했었습니다.

그런데.

담아간 이미지 고유 주소

오늘 지금까지 커트 실링의 모든 역사를 덮을만큼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실링이 또 다시 트위터로 입을 턴 거죠. 근데 그 대상이 무슬림과 나치였습니다. 위 그림이 그 트윗 내용인데 지금은 계정에서 지워진 상태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트윗 내용: "통계라는 건 진짜 숫자를 접하게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법." 
그림의 내용: "겨우 5~10%의 무슬림들이 극단주의자라고 한다." "1940년, 독일인 중 겨우 7%만이 나치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숫자는 적었지만 2차대전 독일의 아이덴티티가 됐던 나치와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이 같다고 빗대어 말하는 내용입니다. 사실상 무슬림 전체가 극단주의자 사상에 물들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 겁니다.

당연히 실링은 현재 직장인 ESPN에서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당장 리틀리그 해설에서 짤렸고, 트위터에 사과문도 올렸습니다.

만약 대상이 무슬림이 아니라 흑인, 히스패닉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미국 사회 전체에서 매장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나마 소수에 속하는 무슬림을 깎아내렸기에 이 정도에서 그치고 있지...

오늘 전까지 실링은 '언사가 과격한' 전설 수준으로만 여겨졌습니다. 직설적인 표현을 하는 선수는 전에도 많았습니다. 외계인으로 불렸던 페드로 마르티네스 역시 거침없이 말을 내뱉는 걸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 실링이 과연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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