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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0/16 18:30:53
Name   kpark
Subject   [MLB] 내년 잭 그레인키의 행보는?
2015시즌을 마감한 다저스는 겨울에 할 숙제가 많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옵트아웃(계약 도중 FA권리 재취득) 자격을 갖춘 잭 그레인키의 거취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이것인데 잡느냐 마느냐를 두고 장단이 뚜렷하게 갈리지 않는 상황입니다. 구단 입장에서 좀 풀어봤습니다. 제가 다저스 팬이 아니라 사실관계나 해석에서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1. 장
먼저 그레인키가 다저스에서 보낸 3년간 정규시즌 기록을 보면 몸값을 완벽하게 해줬고, 커쇼에 밀려서 그렇지 에이스나 다름없는 위력을 보여줬습니다.

2013: 28경기 15승 4패 2.63ERA 177.2이닝 148삼진 46볼넷 1.114WHIP
2014: 32경기 17승 8패 2.71ERA 202.1이닝 207삼진 43볼넷 1.152WHIP
2015: 32경기 19승 3패 1.66ERA 222.2이닝 200삼진 40볼넷 0.844WHIP

포스트시즌 5경기 2승 1패 2.06ERA 35.0이닝 32삼진 4볼넷

매년 소화한 이닝은 늘어났는데 그렇다고 무리한 투구를 한 것도 아닌 것이 투구수는 매년 3400개 언저리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그만큼 첫해 많은 공을 던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올해 FA 욕심에 이닝 숫자를 채우려 무리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경기 내적으로도 다저스에 오면서 본격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한 체인지업이 완벽하게 무르익으면서 올해 차원이 다른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킹 펠릭스 스타일의 빠른 체인지업을 장착했는데 여기에 완벽한 커맨드가 조화되면서 좌우 가릴 것 없이 상대를 학살하고 있습니다.

그레인키의 BABIP과 LOB%는 모두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훨씬 좋은데, 단순히 이를 행운의 결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내내 같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성기 매덕스의 피칭을 직접 본 적이 없는데, 그레인키가 던지는 걸 보며 아마도 매덕스가 이러지 않았을까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2. 단
그렇다면 이런 대단한 투수를 반드시 잡아야 하느냐 하면 또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역시 연봉과 나이입니다. 그레인키가 4차원 캐릭터로 유명하긴 하지만 밀워키로 이적했을 때부터 행보를 보면 우승과 경제적인 이득에 대한 갈망을 숨기지는 않고 있습니다.

현 계약 상으로는 내년부터 $24M(2400만 달러), $23M, $24M을 줘야 하는데 이를 5년으로 환산하면 대충 5년 $120M이 됩니다. 클레이튼 커쇼는 앞으로 $32~33M을 꾸준히 받게 되고, 변칙적 계약이긴 하지만 작년 겨울 최대어였던 맥스 슈어져는 7년으로 치면 연 평균 $30M을 받습니다. 그레인키 역시 최소 $25M을 요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25M을 넘어서 30M을 요구한다면? 그레인키는 1983년생으로 내년에는 만 33세가 됩니다. 안 그래도 30세 이상인 투수와 계약하는 게 점점 더 큰 리스크로 여겨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클래스가 다르게 여겨지기는 하지만, 그레인키보다 두 살 많은 제임스 실즈는 4년 75M, 연 평균 18.75M에 계약했습니다.

아무리 대투수라 할지라도 나이가 들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게 야구입니다. 로이 할러데이는 필라델피아로 이적했던 첫 해(2011년) 33세에 사이영상 1위를 했고 34세에 2위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해부터 거짓말처럼 무너지더니 36세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게 됐습니다. 요즘 늦은 나이에 은퇴하는 선수들이 늘어나서 그렇지 36세 정도면 언제 은퇴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입니다.


3. 대안
이렇게 장단이 있는 선택지를 눈앞에 뒀을 때는 대안이 무엇이 있는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당장 FA 시장에서 그레인키 수준의 투수를 찾는다 하면 역시 데이빗 프라이스와 쟈니 쿠에토가 떠오릅니다. 프라이스는 85년생, 쿠에토는 86년 2월생으로 그레인키보다 2살은 어리기 때문에 나이 면에선 걱정이 덜한 편입니다(그래도 둘 다 30세라서 도긴개긴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살짝 기대치를 낮춘다면, 올해 폭망하긴 했지만 작년까지 대어로 평가받은 제프 사마자(85년생)가 있습니다. 작년까지의 성적을 기대한다면 올해 성적을 빌미로 흥정을 시도해볼 수도 있습니다. 항상 저평가 받는다는 소릴 들은 조던 짐머맨(86년생)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짐머맨은 13-14 그레인키에 버금가는 활약은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입니다.

스캇 캐즈미어(83년생), 요바니 가야르도(86년생) 역시 시장에서 대접받을만한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캐즈미어는 오랜 부상 전력이 걸림돌이고, 가야르도는 절대 그레인키만큼의 성적을 기대할 수 없는 선수입니다.


4. 결
아무래도 그레인키 정도의 기대치를 바란다면 역시 사이영상 급 에이스인 데이빗 프라이스, 자니 쿠에토 정도 밖에 마땅한 대안이 없습니다. 물론 돈을 아껴서 그 아래 수준의 선발 두 명을 잡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레인키와 냅다 재계약을 해버리는 게 맘이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그레인키가 옵트아웃을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이 올해 보여준 행보를 보면 당장 2015년에 우승을 노리는 것이라고 보긴 어려웠습니다. 고액 연봉자를 정리하고, 돈을 써서라도 유망주를 데려와 팜을 튼실히 하고, 유망주가 올라올 때까지 빅리그에서 뛸 1~2년짜리 선수들을 로스터에 섞는 움직임을 주로 보여줬습니다.

계산대로 내년부터는 연봉 총액이 무려 $100M 가까이 줄어듭니다. 그래도 여전히 $200M에 육박하는 규모긴 하지만, 다이어트를 확실히 한 만큼 빅리그 로스터나 팜을 채우는데 훨씬 더 많은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 돈으로 그레인키를 재계약하든, 아니면 비슷한 수준의 투수를 잡아오든 아마 큰 손실로 여겨지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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