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게시판입니다.
Date 15/10/28 18:48:32
Name   kpark
Subject   아버지를 보내며 던진 공 - 에딘슨 볼퀘즈(WS 1차전)
오늘 열린 월드시리즈 1차전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5:4 승리로 끝났습니다. 월드시리즈 3번째 14회 연장, 역대 최초의 9회말 동점 홈런(역전 홈런은 우리 법규 형님도 한번...)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낳은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오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선수는 역시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친 에릭 호스머, 그리고 캔자스시티의 선발 투수로 나온 [에딘슨 볼퀘즈]입니다.


[월드시리즈 첫 경기에서 자신의 임무를 다한 에딘슨 볼퀘즈.]

데뷔 11년차인 볼퀘즈는 2010년 한 차례, 2014년 한 차례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섰지만, 월드시리즈 경기 경험은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작년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월드시리즈에서 패배한 캔자스시티는 지난 겨울 선발 보강 차원에서 볼퀘즈를 2+1년 계약으로 영입했습니다. 2년 연속 도전에 나서는 팀의 입장에서나, 처음 최고의 무대에 선 볼퀘즈 개인의 입장에서나 오늘 경기는 매우 중요한 일전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를 앞두고 볼퀘즈가 몸을 풀고 있을 때, 캔자스시티 구단에 한 통의 전화가 날아옵니다. 직접 전화를 받아든 데이튼 무어 단장(GM), 전화를 건 것은 볼퀘즈의 아내였습니다. 그녀가 전한 소식은 아주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볼퀘즈의 아버지가 심장 질환으로 인해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을 볼퀘즈에게 이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면 무슨 파장이 있을지 모르는 상황. 그래서였는지, 아내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소식을 알리지 말아주세요. 가족들은 그이가 공을 던지길 원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가족들의 바람대로 로열스의 단장, 감독, 코칭스태프들은 볼퀘즈에게 한 마디 소식도 전하지 않았습니다. 볼퀘즈의 동료들 역시 그런 내용을 전혀 전해 듣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옆에서 말이 새어나올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단 한 명, 투수 크리스 영만이 감독으로부터 직접 내용을 전달받았습니다.


[동료들 중 크리스 영 혼자만이 비극적인 소식을 먼저 접했습니다.]

크리스 영은 3일 뒤 있을 4차전의 선발 투수로 내정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구단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영에게 오늘 경기에 나갈 수도 있으니 몸을 풀어두라는 지시를 했습니다. 혹시라도 볼퀘즈가 비보를 접한다면, 그래서 공을 던질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면, 그 때는 영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선수로선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짜증을 낼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영은 모든 상황에 납득을 하고 온전히 헌신했습니다. 영 자신도 한 달 전 아버지를 떠나보낸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었기에, 볼퀘즈의 상황을 이해했기에 그럴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구단 내부에서 상황이 급박스럽고도 조심스럽게 흘러가는 동안, 미국 전 지역에서는 이미 트위터 등의 SNS 채널을 통해 볼퀘즈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퍼진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단 입장에서는 방송사 측에도 양해를 구해야 했습니다. 혹시라도 방송에서 '그 소식'이 언급된다면, 혹시라도 볼퀘즈가 경기 중간에 라커룸에 들어갔다가 TV에서 '그 소식'을 접한다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될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경기를 중계하는 폭스 스포츠의 중계진은 구단 측의 양해를 듣고 이 내용을 철저히 함구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볼퀘즈가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까지 TV나 경기장에선 어떠한 '만약의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볼퀘즈는 6이닝 동안 3실점을 하며 자신의 임무를 다했고, 교체되어 덕아웃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까지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덕아웃에 들어온 볼퀘즈를 보고, 네드 요스트 감독은 잠시 머뭇거렸다고 합니다. '들어가서 부인한테 전화해봐'라고 말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던 그는, 결국 아무 말없이 그를 라커룸으로 들여보냈습니다. 라커룸으로 들어간 그는 그제서야 가족들과 연락이 닿았고,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경기가 끝나기 전 스타디움을 떠나 고향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향했습니다.


[로열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야 모든 걸 알게 됐습니다.]

경기가 길어지자 크리스 영은 12회부터 마운드에 올랐고, 14회까지 3이닝을 볼넷 하나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습니다. 동료의 비보를 홀로 안고 공을 던졌지만 흔들림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가 버텨준 덕분에 로열스는 14회 오래 기다렸던 공격의 물꼬를 틀고 경기를 매조지할 수 있었습니다.

영을 뺀 나머지 팀원들은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됐습니다. 대니 더피, 제레미 거스리는 볼퀘즈가 교체된 뒤 경기장을 떠나기 전에 그를 볼 수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습니다. 다만 표정에서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볼퀘즈가 떠난 뒤 경기는 볼퀘즈가 던진 이닝보다 더 많은 이닝이 지난 뒤에야 끝났습니다. 동료의 비극을 알지 못했던 그들은 승리한 뒤에서야 그 경기에 있던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팀원들은 모두 '에디(에딘슨)를 위해 승리하겠다'고 결의를 다졌습니다.



ps. 이렇게 써놓으니까 로열스가 지면 메츠가 나쁜 놈들 되는 거 같음... 전 우승 예상 메츠 찍었단 말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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