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축구 영상 자료 중에서 이 정도로 화질이 좋고, 현장의 관객들의 인간적인 반응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게 없다 싶어 올려봅니다.

1968-69시즌, 1969년 3월 5일에 열린, 크라위프의 아약스와 에우제비우의 벤피카의 유러피언 컵 8강전 경기입니다. 흥미롭게도, 아약스의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는 벤피카가 3-1로 이겼고, 벤피카의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아약스가 3-1로 이기며 4-4의 동률을 이루었죠. 그래서 한 경기를 추가로 더하여 총 3차전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3차전이 바로 이 영상의 경기죠. 양 팀은 3차전에서도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연장까지 치르게 되죠. 연장전이 시작한 지 3분 만에 요한 크라위프가 결승골을 넣었으며, 이후 다니엘슨이 추가로 두 골을 더 넣으며 3-0으로 아약스의 승리가 확정됩니다.

경기를 보며 가슴을 졸이고 담배를 피우고 응원을 하며, 골이 들어가면 환호하는 젊디 젊은 관중들의 생생한 모습에서 느껴지는 활기 넘치는 생명력이, 그네들이 지금은 대부분 사망했거나 만년을 보내고 있다는 인간사의 숙명과 괴리감을 보이죠.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만감이 교차하게 되고요. 우리의 운명도 이와 같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