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게시판입니다.
Date 15/11/27 14:19:05
Name   Arsene
Subject   이 팀은 그냥 안 될 팀입니다.

물론 2차 드래프트 자체로 보면 이해를 아예 못할 무브는 아닙니다. 이진영이 트레이드나 계약 해지도 아니고 2차 드래프트로 나름의 굴욕(이라고 쓰고 3억)을 당하고 나갔다는 걸 제외하면 나성용은 팀에서 자리가 부족한 지타밖에 가능하지 못한 자원이고 김선규도 한계가 뚜렷히보인다는 코치진의 판단이라면야 저 같은 일개 얄못이 프로들의 판단을 반박할 만한 지식은 없습니다.


냉정히 말해서 20인도 아니고 40인 제외는 팀 입장에서 버리는 카드라고 봐야합니다. 그런데 이 팀은 선수단 운영을 무슨 판타지 하는 것도 아니고 팀 내에서 FA로 성공한 몇 안되는 선수이자 현재 주장을 맡고 있는 선수를 2차 드래프트로 내보내는 초유의 삽질을 하는군요. 물론 팀에서 리빌딩을 위해 선수에게 타 팀 이적 기회를 주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팀에서 올스타 상징이 있는 선수에 주장직을 맡고 있는 고참 선수라면 적어도 서로의 의견 일치가 있을 때나 허용되는 일인데, 기사를 확인해보니 40인 명단 제외는 협의가 아닌 통보에 지나지 않았더군요. 덕분에 국가대표 출신 첫 2차 드래프트 이적이라는 전무한 타이틀을 얻은건 덤이네요.


김기태 감독 부임 이후 여러가지 사건들이 많이 터졌는데 개별적으로 보면 관계자가 아닌 이상 진실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일이 많았기에 그동안 판단을 보류하고 있었습니다. 따지고보면 서두에 썼듯이 이번 2차 드래프트 자체만 가지고도 섣불리 단정짓고 운영 방향을 비판하는 것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동안의 정황들이 쌓이고 쌓인게 차명석 코치 건수에서 뺴도박도 못하게 확신으로 걸러지는 분위기고 이번 2차 드래프트는 그러한 것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김기태 감독은 전술과 전략에 있어서는 지금 현 감독들 사이에서도 괜찮은 감독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선수단을 장악하고 관리하면서 비전을 제시하고 팀을 리빌딩하는 능력이 김기태 감독보다 확실하게 낫다고 말할 수 있는 뽑아도 두 명 내외 정도에 불과하며, 특히 스타 선수들이 많아도 모래알로 불리는 팀워크로 유명한 LG에 있어서 그것이 잘먹혀가며 가을야구까지 이끌어 놓은 것은 확실한 공입니다. 급작스럽게 퇴임하게 되면서 이런저런 루머들이 많았지만, 용병 문제나 코치 선임으로 인한 프런트와의 불화가 큰 원인이었다는 것은 거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으며 선수간의 불화문제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접근해도 고참 한두명과의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에 불과하지 팀 전체적으로는 신망이 대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사퇴 이후 언제 돌아오서냐는 선수들의 외침건수도 있었고...)  2군도 직접 지휘하면서 감독 자리로 올라온 양반이고 보상 선수등의 움직임 역시 자신이 감독이 아닐 수도 있는 미래를 위해 움직이던 감독인데다가 본인이 7위로 지휘하던 시절도 있는데 갑작스럽게 하락한 성적이 맘에 안들어서 도망갔다는 것도 어불성설에 가깝고.(물론 프런트가 아무리 개판이라도 잠수에 가깝게 하야한 것에 대해서는 물론 책임 여지가 아예 없다보긴 힘들지만)


게다가 팀 내 프랜차이즈에다가 김기태 감독과 함께 투수진을 삼성 버금가는 라인업으로 키워내던 차명석 감독이 KT로 건너갔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를 들이밀어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평상시에도 LG에 대한 애착심을 대놓고 드러내보이는 사람인데 KT로의 컴백이라는 것은 본인이 돌아가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음이며, 그동안의 여러가지 사건들이 그것(아마도 프런트)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에 대한 강한 증거라고 볼 수 있을듯 합니다.


메이저로 10M이상 받고 나가는 포텐셜이 있는 선수를 못키우는 육성론이나 타 팀만 나가면 없던 포텐셜도 갑자기 끓어올라서 리그 중심선수가 되는 것은 물론이며 끊임없이 불거지는 외국인 용병 선택에 대한 문제나 프런트의 압력이 타 팀에 비해 강하다는 문제나 신연봉제 등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개별적인 사안들의 원인이 결국 팀 내에 곪아진 문제임을 드러난 것 같고 이번 2차 드래프트 문제도 그것의 연장선이라고 봅니다. 이진영의 인터뷰를 보면 팀 내 선수들과 팬들에 대한 감사함에 대한 표시만 있지, 감독과 프런트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더군요.


그래놓고 감독과 프런트는 리빌딩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말만 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드도 진행했지만 급이 안맞는 트레이드는 굴욕인 것 같아서 2차 드래프트로 보냈다고 하던데, 말인지 방구인지 본인이 무슨 뜻으로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들만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작 감독은 시즌 중에 누구 좋으라고 리빌딩을 하겠냐며 성적 우선 주의로의 인터뷰를 하던데 야구를 못하는 건 상관없지만 방향성 자체가 아예 없어저 버린 데다가 매니징조차 최악이니 도저히 지지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시리즈에서 이승엽과 마해영에게 연달아 홈런을 두들겨 맞고 지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팬질을 시작했는데, 이제 더이상 감정적으로나 이성적으로나 팀 팬질을 계속해야할 이유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사실 여러 의심들 때문에 이번 시즌 자체도 굉장히 식은 채로 간간히 소식만 확인했는데 이번 일로 확실하게 못을 박아주는 것 같네요.


몇몇 선수들이 안쓰러울 뿐입니다. 타 팀가면 십몇억은 더 땡겨 받을 수 있었을 박용택이 불쌍하네요. 팀 내에 아직 재능넘치고 성실한 선수들이 많습니다. LG라는 이름 때문에 저평가 받는 오지환이나 우규민 같은 선수들은 자기 성적 제대로 내고 FA로 좋은 평가 받길 바라며, 기왕이면 대접도 잘해주고 관리도 잘해주는 대구에 모 팀같은 명문구단으로 가서 좋은 커리어를 쌓았으면 좋겠네요.


당분간, 적어도 수년간은 야구에 아예 관심을 끊을 수 있는 소식이 들려와서 나름 홀가분합니다. 이제 온전히 축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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