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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2/01 11:17:50
Name   kpark
Subject   야구판 헬조선? 한화의 황당한 FA계약
[※ 일간지 기사에 실린 사실만 접하고 쓴 글입니다. 실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2015 KBO 야구규약에서 발췌한 '보류선수 명단' 관련 조항.]

어제는 KBO리그에 속한 10개 구단이 KBO에 제출한'보류 선수 명단'이 발표되는 날이었습니다. '보류 선수'라 함은 다음 연도 1월 31일까지 구단이 선수계약 체결 교섭권을 갖는 선수를 의미합니다(2015년도 KBO 야구규약). 즉, 내년도 연봉협상을 할 수 있는 '우리 구단 선수'들을 말합니다.

이 목록에서 제외된 선수들이 어제 발표됐습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은 '자유계약선수'가 되거나 '육성 보류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전자는 팀에서 방출되어 다른 팀과 계약하는 선택이 가능합니다. 후자는 다음해 5월까지 기다렸다가 육성선수(신고선수)로 등록이 가능합니다.

어제 발표에서 이상했던 것 한 가지는, 목록에 있으면 안될 것 같은 이름 하나가 보였다는 겁니다. 바로 한화 이글스의 한상훈입니다.

한상훈은 2013년 시즌이 끝난 뒤 한화와 4년 13억(계약금 3억, 연봉 2억, 옵션 2억)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즉, 2016-2017시즌 2년동안의 계약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한상훈은 어제 '보류 선수 제외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방출되거나, 육성선수로 전환될 거라는 뜻이었습니다.

한화의 선수 명단을 보면 한상훈을 쉽게 방출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올해 발목 수술(뼛조각 제거) 이후 재활로 거의 출전하지 못했지만, 2014년에는 타율 .286을 기록했고 팀에서 주장을 맡을 정도로 성실함을 인정받은 면모가 있습니다. 나이가 많긴 하지만(80년생 - 내년 만 36세) 건강을 유지한다면 다른 팀에서 베테랑 백업 내야수로 기회를 줄 법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은, 남은 2년 동안의 계약은 어떻게 되냐는 것입니다. 오늘 스포츠서울에서 올라온 기사에 따르면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기사: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468&article_id=0000083993)

1) 은퇴 - 잔여 연봉 4억 보전
2) 잔류 - ?

KBO 야구 규약에는 육성 선수의 FA 계약 내용 보전에 관한 조항이 없습니다. 즉 육성 선수가 되면 FA 계약서 내용은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육성 선수는 등록 선수가 받는 최저 연봉(2500만원)도 보장받지 못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한화에서는 한상훈에게 재활을 돕는 동시에 FA 계약에 따른 연봉(2억원)을 그대로 줄 것을 약속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구두 약속일 뿐, 서류 상으로는 한화가 한상훈에게 2억원을 줘야 할 의무가 없어 보입니다.

이번 사례와 같이 FA 선수가 계약기간 도중 방출된 것은 KBO리그 사상 최초라고 합니다. 한화가 약속을 잘 지킨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최악의 경우, 현 규정을 악용한다면 제 값을 못하는 FA 선수를 방출시키는 사례가 쏟아져나올 수도 있습니다(이를 반기는 팬들도 있겠지요).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이런 일이 불가능합니다. 먹튀라는 비난을 듣는 FA 선수들의 계약 기간도 충실히 지켜집니다. 기본 연봉은 물론이고 옵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상자 명단에 올라 마이너리그에서 재활 경기를 뛰는 일은 있어도, 구단에서 함부로 마이너리그로 선수를 내려보내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박찬호가 2007년 마이너리그에 내려갔던 것도 텍사스와 맺은 5년 간의 FA 계약이 지난 뒤의 일이었습니다.

2차례 금지약물 복용이 밝혀진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1년동안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올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속팀 뉴욕 양키스는 그에게 걸린 홈런 기록 관련 옵션 금액을 주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다가 선수노조에게 강력한 태클을 받았고, 결국 옵션 금액은 지불하되 로드리게스가 돈을 고스란히 기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래서야 KBO리그의 FA는 말이 FA지 액수만 빼놓고는 비FA 신분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약속한 계약기간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하는 FA라뇨. 두산도 김동주와 좋지 않은 모양새로 헤어졌지만, 계약서 상 기간은 다 지나간 뒤에야 방출을 결정했습니다. 올해 응원팀 한화 이글스가 이런저런 구설수에 많이 올랐는데, 이런 일까지 벌어져 정말 기분이 좋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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