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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06/20 14:03:40 |
Name | kpark |
Subject | [MLB] 알렉스 로드리게스, 3천번째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 |
마크 맥과이어,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의 이름에 먹칠을 가한 1차 스테로이드 파동. 큰 충격을 받았던 당시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에이로드(A-Rod)' [알렉스 로드리게스(Alex Rodriguez)]는 알버트 푸홀스와 함께 홈런 기록 역사에 이름을 남길 백기사처럼 보였습니다. 유격수로서 3할 타율에 40홈런도 아닌 50홈런 고지를 2번이나 밟았고(3루수로서도 1번), 공수겸장 이미지에 훤칠한 키, 스페인어-영어를 쓰는 2개 언어 구사자. 거기에 반반한 얼굴에 구릿빛 피부가 곁들여진 외모까지(심지어 흔한 추문조차 없이 미모의 아내와 결혼!), 에이로드는 21세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였습니다. 그러나 2009년 1월, 과거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는 것을 고백하면서 그의 몰락이 시작됐습니다. 뉴욕의 연인으로 남은 팀 동료 데릭 지터에 대한 질투심 때문인지, 일거수일투족 트집을 잡고 쫓아다니는 뉴욕 언론 때문에 예민해진 건지. 에이로드는 마돈나와의 데이트, 아내와의 이혼, 다른 선수와의 대립 등으로 계속해서 사람들의 입방아 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다 결국 2012년, 첫 적발 이후에도 재차 금지약물에 손을 댄 것이 드러났고, 남아있던 팬들도 이번엔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2014년 한 해를 통채로 출장정지를 받는, 역사에 유례없는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이제 나이도 40살. 에이로드는 완전히 끝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1년 동안 그는 부상당한 엉덩이 재활을 하고, 배리 본즈와 훈련을 계속하고, 오랜 숙원이던 대학교 수업을 듣기도 하면서, 별다른 구설수 없이 복귀를 향해 전념을 다했습니다. 간간이 들려오는 재판 소식 외에는 에이로드에 대한 뉴스는 접할 수 없었고, 결국 올해 2월 스프링캠프를 목전에 두고야 본격적으로 스포츠 기자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시즌이 개막한 뒤에도 에이로드는 별다른 말썽 없이 야구에 집중했습니다. 지금 성적은 팀내 홈런 2위, 타점 3위, OPS 2위입니다. 누가 40세의 지명타자가, 그것도 2년 동안 부진을 겪고 나서 1년을 통채로 쉰 선수가, 이렇게 잘하리라 예상했을까요. 그동안 그는 윌리 메이스의 660 홈런을 넘어섰고, 오늘 마침내 웨이드 보그스와 데릭 지터가 그랬듯이 통산 3천번째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습니다. 'So cool'한 데릭 지터와 다른 성격이 그대로 나타나듯이 홈런 이후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싸늘하게 바라보던 뉴욕의 관중들도 커튼콜이 나올때까지 박수를 쳐주며 축하해줬습니다. 상대팀 디트로이트의 선수들은 안타가 아니고 홈런이라서 바로 박수쳐주지는 못했습니다(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힘. 점수났는데 박수쳐주긴 그렇잖아요). 거기에 디트로이트의 전설 자리를 예약해놓은 1루수 미겔 카브레라 역시 경기가 끝나고 에이로드를 포옹하며 축하의 말을 건넸습니다. 여기까지 20년이 걸렸습니다. 1994년 18세의 나이로 데뷔, 그리고 2015년까지 1년을 쉬었으니 정확하게 20번 하고도 1번째 시즌입니다. 앞으로 그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 못 들어간다고 보는 쪽이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그가 정말로 사랑한다고 했던 야구에만 묵묵히 전념으로 임한다면, 지난 겨울 친필 서신으로 팬들에게 사과했던 것처럼 겸허한 자세로 계속 한다면, 팬들이 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다시 받아주진 않을까요. 아직은 때묻고 여기저기 상처가 난, 그렇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온 탕자를 보는 느낌입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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