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드게임 이야기를 자유롭게
Date 24/04/01 14:21:07수정됨
Name   토비
Subject   보드게임 크라임씬 장르 - 머더 미스터리
머더 미스터리라는 보드게임 장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크라임씬이라고 말하면 좀 더 설명이 쉬운 편인데요.
그래서 아예 이 장르를 크라임씬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있습니다.

TV예능 크라임씬처럼 스토리가 있고, 플레이어들이 스토리 상 등장인물 중 하나씩을 맡으며, 그 중에는 사건의 범인이 있는 것이죠.
범인은 들키지 않아야 하고, 시민들은 범인을 맞춰야 합니다. 마피아 게임과도 비슷하죠.

다만 마피아게임들과는 다르게 팀전이 아닌 개인전의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각 개인별로 목표를 다르게 주는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각자 다른 정보를 들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공유하는 공개정보도 있고요.
그리고 게임 룰에 따라 진행하면서 정보가 추가로 공개되고 그러면서 처음엔 모호했던 추리가 점점 윤곽이 잡히며 사건의 전말이 선명해집니다.

정보들은 스토리와 함께 주어지기에 많은 스토리를 읽게되고, 그에 기반하여 함께 대화하면서 스토리와 범인의 행적을 유추하는 대화가 많이 발생하는 게임입니다.
각자 캐릭터를 맡지만 연기를 하는 것 보다는 추리를 하는 것에 훨씬 더 비중이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코리아보드게임즈 4월 소식지에 머더미스터리에 대한 칼럼이 실렸는데, 그중 머더 미스터리라는 장르명의 유래를 소개하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발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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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 미스터리 파티라는 이름은 20세기 초중반, 영미권에서 성행하던 파티에서 비롯되었다. 본래는 특정한 유형의 파티를 이르는 말이었지 게임을 뜻하는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파티에서는 으레 특정한 유형의 게임이 벌어졌기에, 그 게임을 지칭하는 의미도 함께 갖게 되었다. 20세기 초의 머더 미스터리 파티는 기본적으로 가상의 살인사건을 주제로 역할 놀이를 하는 사교 파티였는데, 각자 정해진 배역을 맡아 자유롭게 파티를 즐기면서 단서를 찾아내고, 각자 범인을 추리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살인사건 가장 파티라니 참 험악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야말로 절묘한 사교 행사였다. 참석자 모두가 범인이 누군지 알고 싶어하는 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정보를 캐내려고 하다 보니,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여느 사교 행사보다 훨씬 많은 대화가 이루어지는 데다, 상대의 말 한마디, 작은 단서 하나에 신경 쓰며 추리에 골몰하다 보니 분위기가 느슨해질 겨를이 없었다. 더구나 애거서 크리스티,엘러리 퀸을 위시해서 온갖 거장들이 활약하던 추리소설의 황금기였기에 유행에도 잘 맞아떨어졌다.

미스터리의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 보니 파티에 초대받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다. 당신의 우편함에 어느 날 하나의 초대장이 꽂혀있다. 초대장을 열어보니 "A Murder is Announced('살인을 예고합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1950년 작 소설의 제목이며, 머더 미스터리 파티의 초대장 문구로 자주 쓰임)"라는 말과 함께 파티가 열리는 일자와 장소도 쓰여있다. 당신이 그 파티에서 맡게 될 캐릭터와 드레스코드, 그리고 당신이 맡은 캐릭터의 행적이 담긴 대본이 들어있기도 하다.

파티장에는 6~20명 가량의 참가자가 모인다. 모두가 같은 초대장을 받았고, 저마다 담당하는 캐릭터가 있다. 이제 사회자가 등장해 살인사건과 피해자의 정보를 브리핑하며 선언한다. 범인도, 그 범인을 찾기 위한 단서도 모두 이 파티장 안에 있다고. 사람들은 이제 자유롭게 파티장을 돌아다니며 단서를 찾는다. 가장 중요한 단서는 용의자의 증언이다.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 상대가 누구인지, 무엇을 목격했고 무엇을 했는지 묻기 시작한다. 그렇게 단서를 수집하다가, 파티가 끝나갈 무렵 범인을 지목한다. 이 과정이 끝나고 나면, 다시 사회자가 등장해 범인의 정체와 사건의 진상을 발표한다. 그러고 나면 그날 파티에서 가장 뛰어난 추리를 해낸 최고의 탐정을 뽑아 상을 수여한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가 범인이 될 수 있으며 모두가 탐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등장인물이 더 많을수록 더 복잡한 사건을 아주 스릴 있게 꾸며낼 수 있으며, 타인의 추리를 엿보며 자신의 추리를 수정해 나갈 수도 있다. 분위기를 따라잡지 못해 게임에서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적다.

초기의 머더 미스터리 파티는 대개 파티를 모집하는 호스트가 직접 시나리오를 방식으로 준비되었지만, 1980년대를 전후해 박스 형태의 머더 미스터리 파티 키트를 만드는 전문 회사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만 이것은 아직 세계적인 문화라기보다는 파티 문화에 익숙한 영미권에 한정된 것이었다.

머더 미스터리 파티가 세계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반까지의 일이다. 몇 가지 계기가 있는데, 하나는 방 탈출 카페의 성공이다. 시나리오가 고정된 일회성 파티 장소를 대여하는 업종이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자 머더 미스터리 파티의 체험을 제공하는 매장도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나 이런 매장들이 빠르게 퍼져나간 것이 의외로 중국이었다. 두 번째로, 좀 더 작은 파티에 맞는 개선이 계속된 점이다. 더 적은 인원과 더 좁은 공간을 전제한 시나리오가 점점 많이 개발되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를 경과하면서 전문기업들이 아예 언택트 머더 미스터리 파티를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바로 보드게임 업계의 참전이다. 상업 머더 미스터리 파티가 점점 규모의 간소화를 추구한 결과 이미 보드게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장르가 된 데다, 보드게임 시장에서는 그보다 더 보드게임의 문법에 가까운 상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자리 이동 없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진행하는 형태를 비롯해, 최소한 6명 이상의 플레이어를 요구하던 기존 머더 미스터리 파티의 불문율을 깨고 3명까지 필요 인원을 줄이기도 했다. 이런 변화들이 결국 머더 미스터리 파티의 재부흥을 가져왔다. 여러 나라에서 유행이 시작되며 머더 미스터리 파티라는 이름도 여러 이름으로 다르게 불렸다. 중국에서는 모살지미(謀殺之謎: 머더 미스터리의 직역) 혹은 극본살(劇本殺)이라 불리며, 이탈리아를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머더 파티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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