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9/12/22 12:03:03
Name   소고
Subject   환상의 나라에 대한 환상


라라 랜드. 우리말로 하면 흥겨운 나라 정도가 될 것입니다. 라라 랜드, 그러니까 사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단어를 조어해서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낸다는 일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조어(말을 만드는 일)은 쉬운데, 그것을 다수에게 공감받게 구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것을 심상으로 구축합니다.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난 다음 침묵이 채우는 쓸쓸함 같은 것들 말이죠.

환상의 나라에 대한 환상은 환상의 나라를 방문하는 즉시 재구성될 것입니다. 환상은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이며 그 심상이 끊임 없이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상과 현실은 많이 다른 것이겠지요. 우리는 세계의 오르막의 개수와 내리막의 개수가 같다는 한 농담처럼, 오를 때에는 내려갈 때가 있음을 염두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감성을 자극하는 이유는 끊임 없이 흥겹고 이입될 수 있는 '환상'의 소개와 노래가 끝나고 여지없이 현실로 돌아오는 '생'이 반복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어른은 이 영화를 보며 하강을 언급하고, 어떤 희망적인 이는 그럼에도 상승을 언급합니다. 환상의 나라가 주된 우리일까, 현실의 나라가 주된 우리일까? 선택은 우리에게 있다고 봅니다. 다수는 현실의 나라가 주된 세계라고 말하겠지요. 현실의 나라가 다수에게 설득적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나라는 현실적이고 리스크가 낮으며 예측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환상에 나라에 대한 환상은 추상적이고 예측불가능하며 추락할 위험을 크게 높이지만, 그것이 삶의 이유며 현실을 견디는 이유라 말하는 이들.

환상의 나라에 대한 환상, 현실에 대한 현실 인식. 누군가는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중도적인 발언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모두가 사는 곳이 세상임을. 저는 배척보다는 존재를 인정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싶습니다.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716 음악[번외] Jazz For Christmas Time - 국내 스트리밍 사이트를 중심으로 (1) 8 Erzenico 17/12/06 6352 6
    8875 스포츠[사이클] 랜스 암스트롱 (3) - 고소왕 랜스 15 AGuyWithGlasses 19/02/17 6352 11
    1877 음악Gabriel's Oboe, Nella Fantasia, A Rose among Thorns 3 새의선물 15/12/28 6352 0
    891 기타선선한 늦여름 아랫목에 배 깔고 장기 묘수풀이 (댓글에 해답있음) 38 위솝 15/09/02 6352 0
    9949 음악파고! 가고! 9 바나나코우 19/11/07 6351 2
    8955 일상/생각'그럼에도'와 '불구하고'의 사이 7 임아란 19/03/12 6351 57
    7812 게임[불판] 리프트 라이벌즈 결승전 - 한중전 180 OshiN 18/07/08 6351 1
    10121 스포츠가을이횽이 그리핀 신임 대표로 돌아옵니다. 4 Groot 19/12/27 6350 0
    8632 일상/생각오징어 깎는 노인 32 기아트윈스 18/12/12 6350 63
    11421 사회일용근로자 월가동일수 기준 축소에 반대한다 7 주식하는 제로스 21/02/16 6348 16
    13308 사회한국 사회의 검열이 완화되지 않는 진짜 이유? 80 카르스 22/11/10 6347 7
    9882 오프모임(마감) 가을 할로윈 볼링벙!! 53 은목서 19/10/24 6346 14
    8597 스포츠nc 다이노스가 외국인 선수로 에디 버틀러를 영입했습니다. 키스도사 18/12/03 6346 0
    10102 일상/생각환상의 나라에 대한 환상 3 소고 19/12/22 6345 6
    2758 음악토토가?? 토토팝!! 7 Bergy10 16/05/07 6345 1
    11911 정치기재부가 정말로 돈을 풀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에 대한 매우 짧은 생각 37 알겠슘돠 21/07/22 6344 0
    10980 일상/생각고양이 이야기 3 Velma Kelly 20/09/23 6344 23
    10579 일상/생각작년 한 해를 겪으며 생존해온 이야기 21 shadowtaki 20/05/13 6344 22
    10388 오프모임아무래도 다가오는 주말의 마지막에는 홍차를 마시는게 좋겠어 32 나루 20/03/17 6344 7
    5409 경제차를 굴린지 1년, 비용을 계산해봤습니다. 10 토비 17/04/10 6344 2
    4190 기타Bruce Springsteen - The River 5 새의선물 16/11/19 6344 5
    2892 경제한국에서 구조조정은 왜 실패하나?-STX법정관리에 부쳐(상) 25 난커피가더좋아 16/05/25 6343 8
    9360 일상/생각페미니스트로서 트렌스젠더 이해하기? 18 와하하하 19/06/28 6342 4
    5193 게임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은 대단합니다. 12 커피최고 17/03/15 6342 3
    3598 일상/생각정치혐오증에 대한 변명 17 리틀미 16/08/28 6342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