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1/02 20:58:10
Name   신나라
Subject   사랑하는 감정이 잘 들지 않는 이성친구와의 관계
안녕하세요. 홍차넷에서는 거의 눈팅만 하다 요새 드는 생각과 함께 이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혹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제 요즘의 생각을 적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많은 연애 경험이 있는 것으느 아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이성친구를 사귀면서 저는 참 상대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어릴때는 그저 제가 쑥쓰러움이 많은 성격이라 만나는 친구에게도 잘 표현 못하는줄 알았어요. 그러나 요새 드는 생각은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약 30년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만났던 친구들에게, 제 마음 속 깊은 울림으로 저 먼저 상대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했던 순간이 있었나 고민해본다면, 약 2-3번 정도 있었던 듯싶습니다. 그 외 순간에는 그저 상대가 했던 말의 똑같은 반복이 전부였던 순간들 이었어요.

왜 사랑한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지에 대해 혼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30대 직장인이 되어서인지, 정말 오래 만났던 예전 친구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차여 이제 이성친구와의 관게에서 저 스스로 많은 에너지를 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방어기제 때문인지, 아니면 재미삼아 인터넷으로 봤던 분열성 인격장애 체크리스트에 저 스스로 해당되는 부분이 꽤 있구나라고 느껴서 인지, 아니면 그냥 현재 만나는 친구를 진정으로 좋아하지 않아서 인지..

지금 만나는 여자친구는 참 좋은 사람입니다. 나이차와 관계없이 저보다 늘 깊은 생각을 하며, 지혜롭고 은근히 쎈 제 고집을 다 들어주는 착하고 좋은사람이에요. 그리고 열렬히 저를 사랑해주며, 사랑 받는 것을 느끼고 이를 표현해줍니다.

하지만 저는 모르겠어요. 여자친구가 좋은 사람임에는 분명하고, 귀엽고 제가 좋아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구요.

연애 초반부터 그러했습니다. 좋은 사람임에 진지한 만남을 가졌고 제가 일이 너무 바빠 그 이상의 감정에 대해선 생각해보는 시간 없이 시간을 보내며 만나다 이제 조금 여유가 생겨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금의 여자친구와 1년 넘게 만나면서 과연 이러한 감정만으로 이 만남을 지속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권태로움인지, 아니면 요새 저의 전체 인생과 맞물려 드는 허무함, 울적함의 연장선상으로 여자친구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저 스스로가 사랑이라는 단어에 깊이 공감을 못하는 탓인지, 아니면 그저 여자친구를 사랑하지 않는 것 때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든 문제는 제 안에 있다는 것, 이 하나만이 확실한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사람이여서 그리고 만났을때 좋은 사람인게 느껴진다는 마음으로 연애를 시작했는데, 무언가 여기서 더 발전이 느껴지지 않는 느낌에 자꾸 생각만 더 많아지는 듯 싶습니다.

30대 초반에 드는 울적함과 허무함의 감정이 맞물리니 자꾸 좋은 생각, 좋은 미래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우울하네요. 많은 쓴소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

    게시글 필터링하여 배너를 삭제함
    목록
    게시글 필터링하여 배너를 삭제함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81 도서/문학과격한 영리함, 「그랜드 피날레」 - 아베 가즈시게 6 심해냉장고 23/04/24 2216 17
    12534 일상/생각노래가 끝나고 2 심해냉장고 22/02/21 3740 17
    14402 요리/음식수상한 가게들. 7 심해냉장고 24/01/17 1698 19
    11365 게임랑그릿사와 20세기 SRPG적 인생 12 심해냉장고 21/01/23 4189 27
    11161 창작계절은 돌고 돌며 아이코스도 돌고 돌아. 3 심해냉장고 20/11/22 4271 7
    11091 창작어느 과학적인 하루 5 심해냉장고 20/10/27 3820 13
    10838 창작내 작은 영웅의 체크카드 4 심해냉장고 20/08/05 4111 14
    10698 창작그러니까, 원래는 4 심해냉장고 20/06/18 4747 13
    13702 일상/생각한국은 AI를 적극도입해야 하지 않을까요? 16 실베고정닉 23/04/02 3003 0
    7923 정치노회찬 의원을 추모하며 2 실 성 18/07/23 3344 13
    9346 경제첫글입니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규제, 실효성을 위한 조치가 필요해-한국노동연구원의 자료 7 신어의원리 19/06/26 4209 1
    8171 기타장하성 "모두가 강남 살 이유 없다…저도 거기 살기에 드리는 말씀" 19 신문안사요 18/09/05 6884 0
    8170 일상/생각Z4 사고 3개월 4천키로 타고난 뒤 후기 10 신문안사요 18/09/05 4879 8
    5876 기타[스포] 리얼한 리얼 후기 17 신문안사요 17/07/02 5156 6
    3924 IT/컴퓨터아름다움이 적을 이기느니라 4 신문안사요 16/10/15 4605 0
    7132 철학/종교나무꾼이 성범죄자인가요? 25 신내림 18/02/17 6294 0
    10142 일상/생각사랑하는 감정이 잘 들지 않는 이성친구와의 관계 7 신나라 20/01/02 5406 2
    5002 요리/음식당면고로케를 그리며 3 시커멍 17/02/25 5967 2
    109 기타범인은 잡았는데 정의는 과연 이루어졌는가? - 실종느와르 M 2 시아 15/05/31 9129 0
    55 기타그녀들의 은밀한 이야기 - 핑거스미스 Fingersmith 2 시아 15/05/30 9591 3
    745 기타일본 옥션 피규어 구매기...(겸 루팡 3세 이야기) 6 시부야린 15/08/07 8274 0
    415 기타빙빙돌아라 25 시부야린 15/06/23 14097 0
    206 기타[잡담] 건강과 미용을 위해 식후에는 홍차 한잔을 25 시부야린 15/06/04 9126 0
    11084 일상/생각로스코 오 로스코 2 시뮬라시옹 20/10/24 3523 1
    10684 창작블랙홀 4 시뮬라시옹 20/06/14 5244 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