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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1/25 02:22:00수정됨 |
Name | Soul-G |
File #1 | 1579877711430.jpg (78.5 KB), Download : 4 |
Subject | 세무서 부가세 신고창구 이야기 |
어쩌다 세무서에서 운영하는 부가세 신고창구에서 며칠 일하게 됐어요. 올해는 설이 중간에 껴있어서 28일까지이긴 한데, 대부분 설전후로 일정이 있으셔서 그런지 막상 전날은 한가하더라구요. 마지막날도 한가하길 빌고 있어요 ㄷㄷ 오시는 분들 유형은 대부분 간단한 부동산임대업이나 개인 택시일 하셔서 신고가 간단한 분들이에요. 간이시면 거의 납부금액도 없고(공급대가 3천만원까진 부가세를 안 걷어요. 단순히 금액만 들으면 크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하루 매출 8만원이신 분들, 매입까지 감안하면 최소 시급을 못 받는 수준이에요. 소득세는 나중에 따로 걷어요.), 일반과세자 중에서는 환급도 종종 보이시더라구요(정직하게 신고하셨다는 가정하에 자기 산 만큼도 못 파신 분들 ㅜ) 대체로 알바분들 선에서 처리 가능하고 가끔 지원을 필요로 하는 분들만 맡아서 바쁘다 할 수는 없었는데, 딱 한분만 한시간 넘게 잡혀서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남네요. (이하는 개인정보에 들어가 가능한 애매하게 서술할게요) 어떤 식당 하시는 할아버지셨는데, 일반과세자로 매출도 6~8천에 넉넉하셨어요, 의제매입세액 공제 계산 때문에 저한테까지 넘어온 건데 이걸 계산서 보고 계산기 두들기면서 이런 분들까지 해주는게 맞나 의심이 계속 들더라구요. 세무사무실 가서 기장 맡기시지, 결국 남들 세금으로 자기 신고하는 느낌만 들었거든요. 신고서도 여기 적을거 저기 적고 계속 틀리게 작성하시는 바람에, 수십장 찢어가다가 나중엔 살짝 손놓고 숫자만 전부 옮겨 적으시라고 정리해두고 자리를 뜨게 됐어요. 차라리 대신 적어버렸다면 10분도 안 걸리겠지만, 여긴 자기가 작성하는걸 도와주는 곳이지 대리하는 곳은 아니거든요. 납부금액 나온게 마음에 안드시는지 저 말고 알바생도 다시 붙잡고, 공무원분도 괴롭히고 한참 서성이시다가, 결국 어느샌가 신고서를 제출하고 사라지셨더라구요. 그게 어제 오후고 오늘밤 자기 전에 문득 생각이 나더라구요. 저분이 정말 많이 버는 분이 맞을까, 숫자 몇천만원에 내가 쓸데없는 착각은 한게 아닐까. 조용히 계산해보면 식당명으로 알 수 있는 메뉴당 가격으로 하루 2~30명 오는 곳이고, 정말 어떤 앱에서도 검색 안될 식당이더라구요. 아마 오전부터 쌓인 피로랑 부족한 경험이 만들어낸 환상이었나봐요. 아마 이분도 현금매출명세서나 현금영수증 비율 등으로 추측하기에 모든걸 신고하는 이상적인 납세자는 아니셨을거에요. 하지만 제가 의제매입 계산하면서 10% 공제 받을 수 있을거라 빼놓고, 뒤늦게 생각나(이것도 납부금액 계산까지 다 나온뒤 계속 캐물으셔서 뒤지다 보니 생각난 - 세액으로 따지면 기껏해야 몇천원 더 공제 받을 수 있는 수준인데, 신고서는 수기라 매입합계표부터 그 느린 속도로 두세장을 처음부터 다시 써야하니) 넘어간 금액에 대한 핑계는 못 될거 같아요. 수험공부 때 학원선생님이 해주신 얘긴데, 변호사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회계사는 자본주의의 수호자란 호칭도 있지만, 저희는 오직 돈보고 사는 직종이라고 제발 돈이라도 잘 벌라고 하신 조언 아닌 조언이 있었거든요. 그점에서 저 할아버지는 정말 돈이 안되시는 분이었어요. 아마 예전에 신고대리만 맡기셨다가 거절 당하신 적이 있을거 같아요. 근데도 내는 세금은 부가세랑 소득세 다 합쳐서 올해 천만원은 되실거에요. 같은 납세자나 세무공무원이나 세무대리인한테나 어디서든 대우받지 못하는 분이신데 말예요. 같은 일 하는 친구들이랑은 재산세제 얘기나 하고 이런 돈 안되는 얘기 들어줄 사람이 없어, 기억이라도 남길겸 적어봤어요. 종부세 상담은 30분 5만원 받고도 해준게 아깝던데, 이분은 무료로 한시간을 잡혀있었는데도 아쉽네요. 아마 앞으로도 거절할 수 밖에 없는 고객이라 더더욱 그런가봐요.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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