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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1/29 13:31:34수정됨 |
Name | 구밀복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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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엄마 덴마크가 나 놀렸어요 ㅜㅠ |
https://news.joins.com/article/23691911 덴마크가 오성홍기 가지고 코로나 드립을 치자 중국애들이 분기탱천 했다는 보도가 있더라고요 ㅋㅋ 참 흥미롭다 싶습니다. 보면 중국은 정부든 민간이든 수치를 공개적으로 조롱당했을 때 엄청 예민하거든요. 물론 누가 조롱 당했을 때 안 민감하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분명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요. 말하자면 모욕감을 느끼는 정도가 높으며 건드렸을 때 퓨즈가 나가는 역린의 범위가 넓다는 거. 예컨대 영화 '기생충'을 본 중국인들 중 상당수가 충격을 표했는데 그건 어째서 영화에서 한국인들 자신을 이토록 추하고 비참하게 그렸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였죠. 자기들 시각에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치욕적인 면모들인데 이 영화에선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전시한 건가 싶은 겁니다. 정작 한국인들은 그 정도로 멘탈이 깨지진 않죠. 물론 보면서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저런 것도 문화의 일부고 가볍게 넘기면서 감정적으로 여과할 수 있으니까요. 이건 영화에 비친 우리네 모습과 실제 우리 자신을 어느 정도 구별해서 상대화 해서 보는 거죠. 말하자면 수치스러운 모습이 전시되어도 내 거죽을 긁는 거지 내 심중을 긁는 게 아니니까 별로 아프지 않은 겁니다. 중국인들 입장에선 어떻게 그게 고작 거죽이 될 수 있는 건지 의아한 거고요. 이런 상대화는 서구화와 거의 동치입니다. 혹은 먹물화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정치철학자 롤스가 사회 평등을 이야기하면서 꺼낸 이야기가 무지의 장막입니다. 어차피 리버럴한 개인에게 있어서 재산 외모 종교 인종 성별 지식 능력 감정 학력 이런 거 다 부수적인 요소고 자연이 정해준 로또성 특성들이니 다 쌩가고 본질적으로 인간은 다 평등하다는 거죠. 즉 인종 가지고 사람 차별 하면 안 되는 것만큼이나 능력이나 지성 가지고도 사람 차별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다 로또이고 인간의 평등이란 원칙 앞에선 시베리아의 콧바람 홍진호 같은 거라는 뜻이죠. 이때 주로 나온 비판이 '않이 그렇게 다 로또고 부수적인 요소면 그런 인간은 본질이 도덕책 뭐요? 님이 말하는 인간은 실제 인간이 아니라 거의 허깨비 유령 수준인데요?'라는 거였습니다. 성별이든 인종이든 종교든 직업이든 기타 등등 다 각 사람에게 있어서는 빼놓을 수 없는 정체성의 일부인데 그런 걸 다 쌩까고 모두 평등하다는 게 말이 되냐는 거였죠. 물론 이런 비판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롤스가 가정한 상은 문화적으로는 꽤 적절한 스케치였어요. 왜냐하면 서구사회에서는 롤스가 말한 그런 허깨비 같은 인간형의 멘털리티를 어느 정도 다들 공유하고 있거든요. 예컨대 인터넷 키배를 할 때 흔히 그러죠. '논리에 대한 공격이 발화자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메신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메시지가 중요하다' 이런 주장들이 가지는 한계들을 다들 아실 겁니다. 않이 그게 어떻게 그렇게 딱 떨어지게 구별되냐? 근데 한편으로는 다들 어느 정도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기에 인터넷에서 대화가 이어지는 거기도 해요. 그리고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커뮤니티가 유지되고요. '선생님 이건 좀 아닌 거 같습니다'라는 정도의 표현이 보편적인 반론 제시의 방법으로 통용되는 커뮤니티에서 누군가가 그걸 대고 '아닌 거 같다고?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고 길길이 날뛰면 산통은 깨지고 대화는 종결되는 거죠. 다시 말해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메시지와 메신저가 구별된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는 거고 나와 내가 뱉는 말, 상대와 상대가 하는 말이 그렇게까지 단단하게 연결된 건 아니란 걸 체감하고 사는 거죠. 나에게 있어 부수적인 주장에 불과하니까 욕 좀 먹어도 별로 기분 안 나쁜 겁니다. 이게 롤스가 말하는 허깨비 같은 멘털리티인 거고, 서구사회에서는 아주 찾아보기 쉬운 현상이죠. 이런 멘털리티, 다시 말해 특정한 정체성이 희박한 무심하고 무관심하고 몰개성하고 객관충스러운 태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컴플렉스가 아주아주 희미해야합니다. 왜냐하면 컴플렉스 이꼴 정체성이니까요. 너무도 수치스러워서 생각하기만 해도 이불킥이 열 번은 나가기 때문에 죽도록 떼내고 싶어도 결국은 떼낼 수 없는 나만의 아픈 손가락 말이죠. 중심에 있는 인싸들은 그런 컴플렉스가 없습니다. 손가락이 왜 아프지 체해서 손 땄나~ 하고 갸우뚱 하는 거죠. 그러니까 특정한 정체성이나 개성에 얽매이지 않고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은 채 모두 다 '무지의 장막'에 넣고 보면 로또에 불과하다고 가벼이 여길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저런 허깨비가 되는 거고요. 그래서 늘상 말하는 걸 보면 로컬룰이나 내부 논리 같은 특수한 사정 같은 건 다 씹어버리고 객관과 원칙과 보편만 외치죠. 나에게 얽매인 게 아무 것도 없으니까 그냥 월드만 우주만 보는 겁니다. 반면 아싸는 허깨비가 결코 될 수 없고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역린을 안고 있으면 절대 무심해질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때로는 작은 농담에도 상처 받고 괴롭죠. 원칙이니 객관이니 다 헛소리 같고 일단 내 개성 내 사정 내 감정이 먼저고요. 이런 건 인종차별의 회색지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가령 서구에서 먹물 좀 드링킹했다는 축들은 인종차별 '놀이'를 할 때가 있어요. 인종차별이 나쁘다는 걸 당연히 전제로 깔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들끼리 인종차별자 흉내를 내면서 낄낄대는 거죠. 이게 뭔 개짓거린가 싶은데 사실 특이한 게 아닙니다. 한국으로 치면 503 혐오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503 최순실의 악행을 흉내내면서 낄낄대는 거하고 비슷한 거죠. 왜냐하면 503 최순실이 나쁘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니까. 혹은 북한 노동당 흉내를 내면서 북한을 희화화하는 반북주의자의 예를 들 수도 있고요. 쉽게 말해 무엇이 악인지 확실하게 합의가 있는 상태에서는 위악적인 농담 따먹기가 유행한다는 것입니다. 근데 이게 서구 애들 자기들끼리 할 때는 개그가 되는데 에이지언들 상대로 하면 갑분싸가 되죠. 그럴 때 서구애들은 농담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에이지언들은 어 그래 농담으로 인종차별 하는 레이시스트구나라고 지당하게 대꾸하죠. 그때 서구애들은 이리 말하죠. '진짜 드립이었음; 너네가 이런 농담으로 우리 놀려먹어도 우린 재밌는데;'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위악적인 인종놀이를 하는 사람들은 인종 자체를 별로 중시하지 않는단 겁니다. 인간은 다 평등한 거니까 인종은 의미없는 요소고 그거 가지고 차별하는 놈들은 굳이 언급할 가치도 없는 나쁜 놈들이며 인종문제는 정말 하잘것없는 문제이기에 이렇게 안주거리로 씹으면서 인종주의자 놀이를 할 수 이다는 거죠. 전형적인 허깨비의 태도입니다. 반면 정체성을 나와 분리할 수 없는 유색인종의 입장에서는 인종이 중요하지 않은 화제라는 관점 자체가 언어도단인 거죠. 나아가 인싸와 아싸 사이에서는 어지간하면 대화를 조심해야 한다는 결론도 얻을 수 있고요. 인터넷 커뮤니티를 예로 들면 인싸놈이 던진 막드립에 개구리 아싸가 뼈맞은 거죠. 그럼 아싸는 인싸를 차단 목록에 올려 두는데, 그걸 나중에 알게 된 인싸는 '뭐 이런 걸 가지고 차단을 하고 그러냐 유니버셜 커뮤니케이션 하자고 모인 게 커뮤니틴데'하며 좀 툴툴대다 아싸의 존재를 까먹죠. 혹은 불세출의 소설가 살만 루슈디가 '악마의 시'라는 명작에서 무함마드와 이슬람 전통을 농담 따먹기거리로 조롱하다가 전세계 이슬람 사회의 반발을 사고 호메이니가 살해현상금을 선포했던 옛 사건을 떠올려볼 수도 있겠죠. 루슈디 입장에서는 황당할 겁니다. 아니 문학에서 예술에서 무함마드 가지고 장난도 못 침? 그게 그렇게 성역이고 터부임? 그에 대해 이슬람 사회에선 이런 육실헐 놈을 봤나 당연히 성역이고 터부지라고 응수했던 거고요. 여기서도 서구적인 허깨비즘과 비서구적인 반발을 엿볼 수 있죠. 문학과 사회는 좀 분리하세요; 작가와 작품도 구별해주시고요; 라고 암만 이야기해봐야 메시지와 메신저가 어떻게 구별되냐 미친놈아 하고 대가리 깨는 겁니다. 이런 갈등은 이슬람 사회에만 있는 건 아니고 사실 서구 사회에서도 양상을 달리해서 일어나죠. 가령 사우스파크 같은 것도 예로 들 수 있을 겁니다. 어느날 친구집에 갔는데 사우스파크를 보면서 킬킬대고 있습니다. 근데 좀 보니까 말도 안 되는 패드립과 성차별적 망언들로 가득한 겁니다. 도대체 이 새낀 이걸 왜 보는 걸까 일베충인 건가 의문스러워지죠. 친구에겐 그 폭언들이 거리를 두고 소격한 상태로 그냥 스쳐지나가는 드립이었던 반면 나에게는 나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어 도무지 상대화시켜 넘길 수 없는 무언가 절대적인 성역 같은 걸 건드린 겁니다. 간단히 정리해서 서구적인 먹물사회의 먹물형 인간일수록, 중심에 가까운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구김살 없는 사람들일수록, 무심하고 무정합니다. 이미 내 에고는 반석 위에 탄탄대로로 서 있기에 양보도 사과도 가능하고 자조도 자학도 유희로 기능하는 거죠. 그러니까 블랙 코미디와 위악적인 위트들이 트렌디하게 먹히고요. 반대로 비서구적인 사회의 주변부에 위치한 사람들일수록 열정적이며 불안정한 에고를 지탱하고자 애씁니다. 그러니 보다 국뽕스럽고 로컬스러운 특수성으로부터 카타르시스를 느끼길 원하고요. 서울놈들은 절대 이해못할 마이 프레셔스를 증명하고 싶은 겁니다. 서울놈들도 강남 친구가 휴먼시아 거지라고 하면 그 순간 휴먼시아의 작은고추가 얼마나 매운지 증명하고 싶은 거고요. 한 마디로 정리하면 계몽주의 대 낭만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죠. 개성은 없고 객관만 있다는 재수없는 싹퉁바가지와 나에게는 객관으로 환원불가능한 코어가 있다는 언더독. 동아시아에서 보면 이런 언더독의 멘털리티가 똘똘 뭉쳐 있는 게 중국이죠. 그리고 반대로 허깨비스러운 게 일본이고, 한국은 그 사이쯤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것도 상대적이라 냉소와 야유와 자조로 일관하는 일본애들도 처음 만난 미국놈이 에이지언 곤니찌와칭챙총 짜요짜요라고 조롱하면 그 순간 생전 느껴본 적 없는 리틀보이에 대한 설움이 밀어닥치면서 엉엉 울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아베를 우스갯거리로 만들면서 시시덕거리던 친구가 갑자기 미시마 유키오마냥 근육보수가 되어 국뽕을 외치는 거고요. 덴마크의 야유와 중국의 울분을 보니 순간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서 아무말 끼적여 봅니다.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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