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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8 22:46:59 |
Name | inothershowes |
Subject |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여러 생각 |
미국과 일본의 상황을 보면 확진자 수와는 별도로 지역사회의 감염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추정이 가능한데, 어떻게 보면 자기가 감염되었는지도 모르고 별다른 변화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도, 또 동시에 그럼 대체 문제가 될 게 뭐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지나가기도 합니다. 기저질환이 없는 젊은 사람에게는 무증상이거나 경미한 증상만으로 자가치유가 되고 그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퍼지는 바이러스라면 흔한 감기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의 사람에게는 무시 못할 치명률을 보이는 이 바이러스는 대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하는 생각. 이런 바이러스가 21세기가 아닌 중세에 퍼진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미생물의 존재조차 모르던 시절, 젊은 사람들에게는 병이 돌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테고, 노인들만 갑작스레 죽어가는 상황이 생기면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다시 현재의 한국으로 돌아와, 하루에 만 명씩 무증상의 사람이라도 미심쩍으면 검사해서 바이러스를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진 경이로운 현실을 보며, 인류가 언제는 신종이 아닌 '구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들에 대해서 이렇게나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흔한 구종 코로나 바이러스들도 원래 이렇게 무증상으로 전파력이 강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무증상 전파의 존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정하고 싶었던 사실일 텐데, 과연 미생물학 교과서가 쓰였을 때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관찰해서 내린 결론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란 말입니다. 자기 유사성을 갖는 분자의 증식이라는 유전자의 이기적 관점에서 보면 전파력이 중요할 뿐 치명률은 중요한 관심사(?)가 아닙니다. 숙주가 사망하는 것과 관계없이 어떤 식으로든 전파만 이루어질 수 있다면 바이러스 유전자로서는 성공한 셈이 될 테니까요. 무증상 또는 경증 감염을 일으키면서도 전파력만 확보해 숙주 집단과 공존할 수 있다면 바이러스와 인류 모두 생존할 수 있는 윈윈(?)이 가능했을 텐데, 불행히도 이번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고령의 건강하지 못한 숙주를 파멸로 이끄는 행동을 보여 인간의 주목을 받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코로나19는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없는 늙고 건강치 못한 사람은 포기하고 젊고 건강한 사람들 속에 무증상으로 장기간 기생하며 전파의 기회만 엿보는 전략을 가진 것은 아닐까, 바이러스가 함께 할 인간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가, 반대로 인간이 그러한 바이러스를 선택할 가능성은 없을까 하는 더 섬뜩한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판데믹을 거쳐 과연 어떤 방식으로 종식될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바이러스는 계속 인류를 찾아올 텐데, 그 때마다 이 난리가 반복되는 것인지 하는 생각도 드는 요즘입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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