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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20 00:59:14수정됨
Name   Messi
Subject   라오어2 얘기 해보죠(하드 스포)
1편의 엔딩을 생각해봅시다. 조엘은 엘리에게 백신 개발을 파이어플라이가 포기했다고 거짓말을 하죠. 엘리는 이걸 순수히 믿지 않습니다. 마지막 엔딩에 이르러 토미의 마을 앞에서, 엘리는 조엘에게 맹세를 요구합니다. 파이어플라이 연구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조엘이 얘기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말이죠. 조엘은 맹세한다고 하지만, 엘리의 눈은 여전히 의문스런 시선을 보냅니다.

1편의 내러티브는 왕도물을 AAA급 게임으로 만들어온 너티 독스럽습니다. 딸을 잃은 조엘은 엘리를 통해 가족적 윤리를 회복합니다. 의사부녀관계가 성립하죠. 그리고 이렇게 회복된 가족애는, 백신 개발이라는 공리적 가치와 충돌합니다. 그리고 조엘은 엘리를 선택하고, 가족적 윤리가 승리하죠. 다만 사회가 무너지고 규범과 제도, 도덕이 퇴색된 세계에서의 인간의 선택은 누군가의 피를 부르기 마련이고, 조엘과 엘리에게도 이건 마찬가지입니다. 엘리의 위화감은 이런 1편의 내러티브 전체를 아우르게 됩니다.

후속작은 마땅히 이 의문을 다뤄야합니다. 1편의 대립구도가 그들의 자식들간의 복수로 치환되어 연장됩니다. 애비는 조엘을 죽이고자 미리 분대를 짜서 잭슨으로 접근했고, 근처를 순찰하던 조엘과 토미는 애비와 마주치게되고 덮쳐오는 좀비들을 함께 따돌리고 애비의 팀이 묵고있는 곳으로 가죠. 갑자기 애비는 태도를 바꿔 조엘을 고문하다, 조엘을 찾기위해 뒤쫓아온 엘리의 눈앞에서 조엘을 골프채로 찍어죽입니다. 엘리조차 죽이려하는 다른 분대원들을 대장 오언이 제지함으로서 토미와 엘리가 살아남게 되죠. 여기서 엘리의 복수와 애비의 복수가 대립합니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조엘의 죽음이 강렬하게 다가오지만, 복수극으로서는 그리 생경한 흐름이 아닙니다. 정석적인 클리셰죠. 어차피 1도 미국의 가족윤리 클리셰가 도배된 게임입니다만.

팬들이 전작을 모독했다는 비판을 제기한 조엘의 사망을 돌아봅시다. 조엘을 빨리 죽이냐 나중에 죽이냐는 차이가 당연히 있고, 어떻게 죽느냐도 다르긴 하지만, 조엘이 죽는건 전작에 대한 모독이 될수가 없습니다. 1의 내러티브를 2에서 이어가기위한 장치인것이고, 희생이 따라오게 됩니다. 그럼 조엘이 다치는게 그냥 너무도 당연한거죠. 왜? 대칭적 구도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게임이니까. 애비의 아버지는 조엘이 죽였으니까. 피로 시작된 이야기가 다시 피에서 출발합니다.
워낙 튜토리얼이 긴 게임이고, 2시간 가까이 이어진 튜토리얼이 끝나고 본격적인 내러티브가 시작되는 순간이 조엘의 사망입니다. 충격적이죠. 그리고 조엘의 죽음을 복수하고자 하는 엘리와, 조엘을 죽인 애비의 대립구도가 자연스레 형성됩니다. 그리고 이 서사의 시작이 과거에서 연원하니 만큼, 과거와 현재, 엘리와 애비를 교차적으로 오가는 플롯 구도가 될것임도 쉬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둘로 분리될거라는 것도 추측할 수 있죠.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분리됨으로서 우린 엘리와 애비를 모두 다뤄볼 수 있게 됬습니다. 그리고 이 파트들은 전술한대로 대칭구도를 이룹니다. 엘리의 연인이 전 남친의 아기를 임신한 것과, 애비의 썸남인 오언이 애비의 복수심과 WLF라는 조직에서의 활동에 대해 환멸감이 겹쳐 다른 동료와 맺어지게 되고 그 동료가 임신한 것이 대표적이죠. 엘리 파트에선 조엘을 죽인 WLF 조직원들을 찾아가면서 1편에서 엘리가 가지고 있던 의문들도 다시 추적하게 되고, 애비가 어떠한 존재인지, 그리고 엘리 자신이 갖고 있던 위화감의 정체를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마을에서의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WLF를 추적하면서 조엘을 죽인 분대원들을 죽이면서 복수를 완성해가고자 하지만 애비를 찾아내진 못합니다. 그리고 엘리는 최종적으로 자신이 죽인, 조엘을 죽인 분대의 멤버 중 하나가 임신을 했다는걸 알게되죠. 애비를 찾지 못한채 자신들의 근거지로 돌아온 엘리는 근거지로 들이닥친 애비와 마주하게 되고 엘리의 파트는 끝이 납니다.

애비 파트로 가봅시다. 애비는 WLF와 대립중인 사이비 교단 세라파이트와의 국지전을 계속해서 치릅니다. 여기서 WLF는 세라파이트와 전면전을 치를 계획을 수립하고 애비에게 참전을 지시하지만, 애비는 자신의 전 연인 오언이 사라졌단 사실을 알고 조직의 명을 거부한채 오언을 찾아 나서게 되고, 여기서 적대 관계인 세라파이트에서 파문된 남매와 마주하게 되죠. 이 남매와 생사를 오가며 우정을 쌓게되는 과정은 1편의 조엘-엘리와 비슷한 대칭구도를 이룹니다. 그리고 애비는 WLF의 명령을 어긴걸로 역시 WLF와 대립하게 되고, 자신이 적을 둔 곳에서 버려진 그들은 모두가 적이 된 상태에서 살인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그런 살육의 끝에 남은건 동료와 정인의 사망뿐이죠. 복수로부터 시작된 살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엘리와 애비, 그리고 플레이어 모두 회의하게 됩니다. 하지만 애비는 엘리와의 결전을 위해, 자신의 서사를 끝내기 위해 엘리의 근거지로 쳐들어가게 되고, 여기서 아마 반응이 가장 안 좋았을 장면인, 플레이어가 애비를 컨트롤하며 엘리와 싸우는 시퀀스가 시작됩니다.

1차 스포에서 애비가 엘리를 죽인다고 하던걸 믿는다면 지금까지의 흐름은 당황스럽습니다. 내러티브가 절대 애비가 엘리를 죽이는 방향으로 흘러가질 않아요. 애비는 이 피의 복수에 대해서, 적대하던 존재인 스카 남매를 구출하고, 그들과 같이 사지를 넘나들면서 깨닫게 됩니다. 이게 과연 뭐하는 일인지 말이죠. 그리고 이 서사 구조는 이전까지의 너티독이 그래왔듯, 아주 정석적인 클리셰와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혀 극단적인 연출 구도가 아닙니다. 조엘의 빠른 사망? 이건 스포일러 유출 사태만 없었다면 이야기의 서막으로서는 아주 강렬한 효과를 줬을 장면입니다. 그럼 1차 스포일러 유출 사태에서 알려진 내용처럼 엘리가 애비한테 죽는다? 이건 조엘의 죽음보다 더 강한 후폭풍을 불러 일으키겠네요. 그런데 20시간이 넘는 플레이타임을 치러내는 동안의 흐름을 보면 전혀 그렇게 끝날것 같지 않습니다. 당연하게도 애비와 엘리의 싸움은 누구도 죽지 않고 끝납니다. 스카 소년의 중재로 애비는 앨리를 죽이지 않으며 자신의 복수의 서사를 완결 시킵니다.

하지만 엘리의 서사는 끝나지 않았죠. 전술한 일들을 겪어내고 디나와 같이 아기를 키우며 살고 있지만, 여전히 트라우마에 빠져있게 됩니다. 그 와중 삼촌 토미가 애비의 거처를 알려주며 복수를 종용합니다. 디나는 맹렬히 거부하지만 엘리는 자신의 서사를 끝내기 위해 애비의 거처로 떠납니다.

마지막 엔딩 시퀀스 이전의 일들은 엘리와 애비의 싸움을 제외하고는 의미가 없습니다. 애비의 복수의 서사는 끝이 났고, 향후 애비의 행보를 알수 있을 정도로만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고 실질적인 서사는 엘리가 이끌어갑니다. 엘리는 애비를 구해주고 탈출을 준비하나, 자기 자신을 구하기위해 애비와 싸우게되죠. 격렬하고 불쾌한 싸움이 이어지고 엘리는 손가락 2개를 잃었지만 애비를 죽일 수 있는 코너까지 몰아세웁니다. 하지만 조엘의 얼굴이 떠오르게 된 엘리는 애비를 죽이지 못하죠. 엘리는 애비를 살려주고 떠나게 되지만 돌아온 집에 디나는 없었고, 엘리는 조엘이 죽기 전날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고 기타를 창가에 둔채 떠납니다. 창가에 세워진 기타와 창문 사이에서 플레이어는 엘리가 떠나는걸 지켜보며 마무리됩니다.

복수의 연쇄를 두 당사자가 스스로 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완결 지었습니다. 이건 복잡한 해석을 요하는 서사가 아닙니다. 상당히 직관적이고, 또한 1편의 서사가 2편에서 치환되어 이어진다는, 시리즈물에서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흐름도 지켜졌구요. 그냥 똑 떼놓고 보면, 1편의 업보가 2편에서 이어지고 그것이 청산된다는, 안정적인 오리맛 같은 교과서적 줄거리에요.

그러면 쟁점이 되는건 결국 '불쾌함'이란 겁니다. 1에서는 그런 불쾌함이 나오지 않거든요. 의사부녀 관계라는 남성 판타지와, 공리와 개인의 대립 구도는 플레이어가 쉬이 몰입할 수 있게하는 설정이고 너티 독은 그걸 꽤 훌륭한 캐릭터 디자인을 통해 살려냈습니다. 왕도물을 만들어온 너티독 다운 게임입니다. 하지만 2는 다르죠. 닐 드럭만 본인이 얘기한것처럼, 이건 그런 몰입을 어쩌면 못하게 하는, 일부러 불쾌함을 조장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애비는 도저히 플레이어가 몰입할 수 없는 캐릭터지만 애비 파트는 엘리 파트와 거의 동등한 시간을 부여받았고, 전투의 강렬함과 고난의 정도또한 애비 파트가 훨씬 강한, 누가봐도 2의 메인 캐릭터는 애비인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의도된 불쾌함이지만, 이 불쾌함은 서사를 통해 내적 정합성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사실 이 게임에서의 대부분의 장면이 모두 내러티브를 통해 정합성을 획득합니다. 엘리와 애비가 서로를 죽이지 않는건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도출될 수 밖에 없는 결말이거든요.



그럼 그 불쾌함의 내러티브적 의미는 뭘까요. 사실 복수란건 불쾌한 일입니다. 아니, 근본으로 돌아가면, 폭력이야 말로 가장 불쾌한 일이겠지요. 이 세계가 도덕과 윤리가 사라진, 마치 도시 폐허처럼 묻혀있는 세계일지라도 말이죠. 엘리와 애비의 폭력과 살육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의 어떠한 보상감을 주지 못합니다. 처음 엘리 파트에서야 조엘에 대한 복수감으로 플레이할 수 있겟지만, 애비 파트를 지나고 최종장에서 엘리를 조작하면 그것마저 사라집니다. 그리고 불쾌한 폭력은 가장 마지막의 싸움에서 절정으로 치닫게 됩니다. 그 끝에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상대를 칼로 써는게 아닌 오직 자기 자신을 파괴할뿐인 그 싸움 말이죠. 복수라는 당위에 휘둘려 스스로를 불태우는, 그리고 그것이 또 다른 폭력을 낳는 불쾌한 쇠사슬을 직접 끊어내서 결착을 지어야 했습니다. 이건 좀비물이란 장르가 내포한 은유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좀비물은 나를 제외한 이들을 타자화하는 겁니다. 즉 좀비들은 그냥 사람일뿐이지만, 나에게 있어선 그들의 존재가 배격된, 타자화된 존재고 적일 뿐이죠. 이건 엘리와 애비의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르적 은유가 본격적이진 않지만, 이런 성격이 엿보이는 지점들이 있죠. 평론가들의 호평은 그 연쇄를 끊어냈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겁니다. 이게 BLM이 불러일으킨 현 시국과 연관이 되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너티독 게임이라 그냥 '아몰랑 고점 박아넣어' 일수도 있는거지만.


위의 불쾌함은 내러티브적인 불쾌함입니다. 그럼 다른 불쾌함도 있는건지? 그렇습니다. 이건 제작자의 의도라고 할까요. 닐 드럭만은 게임 출시 직전, 이 게임은 불쾌하게 다가올 것이며, 캐릭터에 몰입할 필요가 없다. 증오하길 바란다는, 중2병 코멘트를 올립니다. 1에서 플레이어와 주동인물의 합일, 철저한 몰입으로 대흥행을 일궈낸 시리즈를, 후속자에선 그 몰입을 벗겨내는 방식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게임과 플레이어가 서로 거리두기를 하는, 문학 교과서에선 낮설게 하기라고 불리는 효과가 계속 부여되죠. 플레이어는 애비 파트에서 그 거리를 가장 크게 느끼지만, 뒤이은 엘리의 에필로그에서도 그 거리는 유지됩니다.
즉 라오어2는 이전까지의 너티 독 게임과 기저에 깔린 성격이 다릅니다. 어쩌면, AAA급 정석 왕도물을 만들어온 회사가 키치 감성의 인디 게임 스타일을 도입한거죠. 게임의 의도대로, 불쾌한 폭력에 지친, 게임과의 거리를 좁히지못한, 정확히는 조엘과 엘리와의 거리를 회복하지못한 플레이어들의 반응이 떠오르게 되겠죠. 드럭만 본인의 말처럼, 증오하래서 내가 욕하는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습니다. 틀린 반응이 절대 아닌데, 라오어2의 키치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한 유저들의 감정이 커짐에 따라 완성되는겁니다. 이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야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냥 나무위키에서 라오어2 줄거리 검색해서 본다고 느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스토리의 호불호가 갈리는게 아닙니다. 내러티브의 호불호이고, 내러티브의 기저에 깔린 키치의 호불호인겁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라오어2는 각자에게 다르게 다가올 겁니다.

그럼 그렇다고 이 게임의 단점이란 없는것일까요. 2시간가량의 튜토리얼과 애비 파트는 플레이어가 답답함을 느낄법하죠. 튜토리얼은 예상외로 너무 긴데(그만큼 상호작용 컨트롤같은게 늘어났단 얘기지만) 그 튜토리얼을 끝냈더니 갑자기 강렬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튜토리얼에서 저런 충격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배치됬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당황스러울 뿐이죠(하지만 스포일러 유출때문에 그런 장치가 있었다 한들 의미없어졌지만). 그 덕에 엘리 파트에선 몰입해서 플레이 했을수 있지만, 바통을 이어받는 애비 파트는 조엘의 죽음때문에 가뜩이나 몰입해서 플레이 할 수 없는데, 빡빡하게 전투가 이어지고 이야기가 전개되어 더더욱 버겁게 느껴질 겁니다. 엘리의 마지막 파트 또한 비슷합니다. 애비 파트와 그 파트의 최종장이었던 엘리와의 결투로 지친 플레이어가, 역시 게임 내에서 매우 지쳤고, 그럼에도 자신의 끝을 향해 가는 엘리를 컨트롤 하는건 굉장히 거북한 일이죠. 이렇게 긴장을 유지하지 못하는건 이 게임이 파트1과 파트2, 에필로그로 딱딱하게 구분이 되어있기때문입니다. 애비 파트를 10시간동안 계속 플레이하기보단, 엘리와 애비를 계속 교차시켜서 플레이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수렴하게 만드는 것 같이 좀더 변주가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쨋든, 플레이어가 게임과 괴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게 하는 연출은 이 작품이 스탠리 패러블이 아닌 이상, 그리고 전작의 성공을 고려해봤을땐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너티 독의 다른 게임이 그렇듯이, 라오어는 게임 플레이 스타일로 차별화를 줄수 있는 게임이 아닙니다. 툼레이더의 탐험 시스템과 바이오하자드의 전투스타일을 차용한 게임이라서요. 결국 내러티브로 승부를 봐야하는데, 과몰입으로 흥행한 전작을 잇는 작품이 그런 몰입감을 배격하니까요. 거기다 엘리의 마지막마저 행복하지 않습니다. 손가락을 잃은채로, 가족이 떠난 상황에서의 엘리가 다시 홀로 남게 되는건 조엘의 죽음보다 훨씬 짜증을 유발하게 하는 요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단점이라면, 극단으로 치닫지 않았다고 해야할까요. 게임과 플레이어의 관계를 조명하는 메타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자신들의 기존 연출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은선에서 타협을 봤다보니, 전혀 고유한 가치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불쾌함의 끝을 달린다면, 자기파괴적인 싸움을 이어나가다가 결국 스스로를 불태운 엘리, 그와 반대되어 자기 자신을 구한 애비로 대비시키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또 다른 방식이라면, 게임이 플레이어와 게임과의 거리에 관한 게임이기에, 엘리와 에비의 시점을 뒤섞어서, 플레이어가 엘리에 몰입하면서 플레이 하는 시퀀스가 뒤의 애비의 시퀀스를 뒷받침해주는 식으로 플레이어들의 감정을 좌지우지 하면서 내가 몰입하고 지지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근본부터 혼선을 주는 방식같은 것들이죠. 어쨋든, 라스트 오브 어스란 아주 큰 IP의 마무리에 이전과 다른 연출시도를 도입했으나, 그것이 전혀 신선하지 않았다는건 큰 단점이죠.

하지만 이 게임은 출시 이전에 너무 많은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스토리의 핵심이 유출되었고, 그 스토리를 구현하기위한 내러티브 설정과 연출, 플롯 구성들이 존재 의의가 사라졌지요. 플레이어의 불쾌감과 별개로 내러티브의 핵심 요소들을 차례로 수면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된, 예를 들면 과거와 현재를 캐릭터들이 오가는 시퀀스 같은 연출 요소가 무색해져 버린거죠. 그리고 그 스포일러때문에, 전작보다 상당히 진일보한 액션과 그래픽 연출같은 게임성 부분마저도 논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휘발되게 되었습니다. 작품 자체를 망친 가장 큰 요소이지만 그 유출 사태에 대한 비판은 글쎄요. 현실은 유출자가 잘했다고 칭찬받는 상황 아닙니까.
거기에 스포일러에 따라 알려지게 됬던, 또다른 여성 캐릭터가 주연급으로 배치된것이 엘리의 바이섹슈얼 설정까지 덧붙여져서 안티-PC들의 공격또한 받았습니다. 한국 넷상에서 닐 드럭만이 너바나를 인용한 SNS 문구는 게임 퀄리티를 비판하는 순수한 겜붕이들을 Uneducated하다고 깠다고 왜곡되서 퍼졌습니다만, 현실은 미국의 안티-PC들이 닐 드럭만의 인종까지 언급하며 공격한 거에 대한 대응이었죠. 많은 이들은 자신들은 PC랑 관계 없이 게임 퀄리티가 그냥 구리기에 비판한다고 하지만, 처음 스포일러 유출 사태가 터졌을때의 반응이나, 엠바고 해제이후의 반응을 보면, 둘은 그렇게 간단히 분리할 수 없음을 알게되죠. 근데 어차피 우리 소비자느님들은 아무튼 무결하니까 그냥 넘어가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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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게임을 모르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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