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3/21 15:10:40
Name   Curic
Subject   '7년 전쟁'이 '1차 세계 대전'이다.
우연히 7년 전쟁은 왜 세계 대전으로 부르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봤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7년 전쟁은 임진왜란이 아니라, 18세기 유럽으로부터 시작한 전쟁입니다.

본래 목적 자체도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프러시아에 빼앗긴 슐레지엔 땅을 오스트리아가 되찾기위한 전쟁인데요.

저는 '7년 전쟁'이란 단어를 읽자마자 임진왜란이 떠오를 만큼, 유럽에서의 7년 전쟁(1754/1756~1763)은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더 흥미로운 점은 생각보다 유럽 및 미국에서도 7년 전쟁을 정규 교육 과정에서 상세히 가르치지 않고, 그에 비해 이 전쟁으로 인한 파급력은 우리가 1, 2차 세계 대전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만일 이 전쟁이 없었다면, 미국이 지금의 미국과는 다르거나 건국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 프랑스의 지위와 파급력이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뒤이어 나올 전쟁들과 우리가 부르는 1, 2차 세계 대전의 양상은 완전히 다를 것이며, 식민지의 소유권들도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5wq_k1p2EQ

그리고 반대로 보면, 7년 전쟁을 이해하지 않으면 그 이후의 전쟁과 각국의 미묘한 세계관 변화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 하게 됩니다.
이 전쟁이 없었다면, 패배한 프랑스 속에서 자연스레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지고, 나폴레옹, 히틀러 등과 같은 순서도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으론, 이 전쟁이 없어서 승리한 영국이 전쟁에서 부담한 비용을 메우기 위해 아메리카에 세금 부담을 높이지 않았다면, 보스턴 차 사건 같은 전개도 역시 없었을 겁니다. 미국이 건국되지 않았다면, 공화국이라는 개념이 전파될 가능성은 사라지는 거고요.

전쟁에 참여한 모든 국가도 굉장한 자원 소비와 힘의 재편이 이뤄졌기 때문에, 세계 역사 전체가 또 많이 바뀔 것입니다.

무관할 것 같은 인도에서도, 이를 계기로 프랑스 식민지가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소멸 당합니다. 아시아의 식민 지배 양상도 완전히 바뀌게 된거죠.
스페인의 소유였던 쿠바와 필리핀도 영국으로 넘어가게 되고요.

이 전쟁의 종료 이후, 영국의 영향력은 역사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거대하고 빨라지는데, 분명 산업혁명이 이 이후 영국에서 시작된 것 역시 몹시 유관합니다.

러시아는 이 때 얻은 것은 적으나, 훗날 영토를 서방으로 확장하는 데에 이 전쟁에서의 경험이 결정적이었을겁니다.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서방으로 진출하는 시점도 모두 이 전쟁 이후입니다. 덜 추운 땅을 한 번이라도 맛 본 이상, 탐나지 않을 수 없지요.

프랑스와 건국된 미국의 초기 시점에서의 친밀감 역시, 프랑스가 잃은 아메리카 영토와 유관한 연결점이 있지요.

또한, 정말 무관해 보이는 중국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 전쟁 이후 인도 전역이 점차 영국의 소유(인도산 아편의 영국 판매는 1781년부터)가 되면서, 1800년대 초기부터 이미 중국으로의 대량 아편 수출이 이뤄집니다. 실제로 역사적으로 1800년 정도(중국의 아편 수입량 : 1650-50톤, 1775-75톤, 1800-200톤, 1835-1390톤, 1839-2553톤, 1863-4232톤) 를 기점으로 청나라는 썩어들어갑니다.

이후 일본또한 아편의 물든 중국을 직접 보게되고는 일본의 중국에 대한 입장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심지어, 홍차도 유관합니다. 보스턴 차 사건 이후, 영국은 충격을 받고 차와 관련한 세법을 개정하고서 차의 가격이 떨어지자 차의 판매량이 3배 가량 급증합니다. (이 전쟁이 없었다면, 홍차넷이 아닌 커피넷이 되었을수도....) 더불어서 홍차와 유관한 도자기(찻잔)도 수요가 많아지자, 1791년에 동인도회사는 중국으로부터의 도자기 수입을 마치고 직접 도자기를 생산하기에 이릅니다.

이 전쟁을 세계 대전이라고 칭하자는 입장과 함께, 나폴레옹 전쟁도 세계 대전이 아닌가라는 입장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나폴레옹 전쟁으로 인한 아시아의 파급력은 이 7년 전쟁에 비해서는 작다는 점에서 나폴레옹 전쟁을 세계 대전으로 칭할 수 있는가에 대해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376 사회. 11 Carl Barker 19/07/01 5439 6
    9379 일상/생각. 4 BLACK 19/07/02 4546 17
    9897 게임.. 20 김영웅 19/10/26 4733 2
    1224 일상/생각... 8 키배 15/10/11 6563 0
    1287 기타.사.진. 17 눈부심 15/10/18 10787 0
    8195 일상/생각' 17 18/09/10 6260 1
    8531 꿀팁/강좌' 5 18/11/16 4587 0
    8571 일상/생각' 23 18/11/28 5693 1
    5479 정치'1승 5패' 13 길고양이 17/04/20 4409 0
    4998 게임'2048' 후기 17 별비 17/02/24 7501 12
    11509 역사'7년 전쟁'이 '1차 세계 대전'이다. 10 Curic 21/03/21 4196 3
    10952 스포츠'e스포츠 팬'이 아니라 '아이돌 팬'이라는 말의 헛점 6 The xian 20/09/13 5038 2
    10297 게임'e스포츠산업진흥원이라는 단체가 출범을 했나본데 문제가 많아보이네요. 4 소원의항구 20/02/16 4284 0
    13175 정치'fucker'의 기시감 12 당근매니아 22/09/24 3694 1
    11941 스포츠'Mad Max' 맥스 슈어저의 지난 7년을 돌아보며 22 나단 21/07/30 4852 6
    5953 방송/연예'R&B요정' 박정현, 대학 교수와 오늘 하와이서 결혼 2 벤젠 C6H6 17/07/15 3713 1
    13141 IT/컴퓨터'가격 동결'인줄 알았으나... 애플 9월 이벤트 Far Out 요약 32 Cascade 22/09/08 3791 4
    11897 정치'국민의 힘'이라는 정당명 20 캡틴실버 21/07/18 3962 2
    8955 일상/생각'그럼에도'와 '불구하고'의 사이 7 임아란 19/03/12 5033 57
    7127 음악'그리부예'의 2017년 선곡 리스트 3 발타자르 18/02/16 4593 5
    10621 기타'김어준의 생각'을 보고, 댓글 셀프점검. 21 DX루카포드 20/05/26 4519 13
    4472 창작'나'로부터 벗어나기. - 삶의 해답은 어디에? 7 SCV 16/12/29 4288 6
    12051 일상/생각'난 떡볶이 별로....' 이신분들 계십니까? 50 Groot 21/09/06 4591 0
    5206 음악'남몰래 흘리는 눈물'로부터 출발한 잡다한 생각 3 Vinnydaddy 17/03/17 4239 5
    14196 일상/생각'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해볼까요? 13 소요 23/10/14 3015 1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