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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0/06 14:46:09
Name   모모스
Subject   기생충 이야기
"기생충 제국 / Zimmer, Carl, 1966-" 읽고 많이 참조했습니다.

기생충 이야기

근대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정복하던 유럽인들에게 말라리아와 황열병은 너무나도 성가신 병이었습니다. 아니 엄청난 재앙이었죠. 서아프리카에 진출한 초기 유럽인들은 흑인노예공급도 용이하고 사탕수수재배도 수월한 서아프리카에 대규모 사탕수수플랜트를 만들려고 했으나 관리하러 온 수많은 유럽인들이 말라리아와 황열병, 두가지 질병에 의해서 쓰러집니다. 너무나도 많은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죽어서 50명이 가면 1명 살아 돌아왔다고 하네요. 또 그 유명한 아메리카대륙의 파나마운하도 이 두가지 질병때문에  몇 번이나 공사가 중단되었습니다. (원래는  아메리카 적도부근지역에는 말라리아와 황열병이 없었는데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정복하고 원주민들이 천연두 등으로 대부분 사망하자 사탕수수농장에 쓸 아프리카 흑인 노예를  아메리카로 들여오면서 이 두가지 질병도 같이 아메리카에 유입됩니다.) 1881년 프랑스가 파나마운하를 건설하기 시작했으나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이 두가지 질병으로 사망해버려서 중단되었습니다. 1906년이 되서야 미국인들이 모기를 박멸하면서 파나마운하 완성시켰죠. (그 전에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이유도 몰랐다고 하네요. 모기를 매개로 일어난 것을 미국사람들이 알아내고 모기를 박멸한 후에야 비로서 파나마운하 건설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황열병은  모기를 매개로 전염되기 하지만 기생충질환은 아니고 플라비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바이러스 질환입니다. 황열병은 현재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의 풍토병이 되었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17D라는 백신이 존재해서 예방이 용이한 편입니다. 일본뇌염, 뎅기열 등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도 이와 비슷한 바이러스입니다. 이놈들도 메르스처럼 RNA바이러스라 지역별로 풍토화된 비슷한 바이러스가 많아요.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것은 열원충이라는 기생충입니다. 물론 말라리아도 모기를 매개로 발생하는 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질 등으로 알려져있죠.  열원충은 단세포 기생충으로 원충이라 불리죠. 모기와 사람을 오고가는 복잡한 라이프사이클을 가지고 있는 생물입니다. 진핵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이므로 당연히 항생제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열원충은 잘 숨고 신속하게 증식하며 우리 면역세포에 포착될만한 표면단백질에 대해 여분의 유전자가 수백개라 우리 면역세포를 쉽게 회피합니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면역시스템이 이 기생충들의 표면단백질을 인식하여 공격하고 기생충들은 면역세포에 공격받는 부분을 다른 모양으로 바꾸고 신속하게 다시 증식하며 다시 면역시스템이 다시 이를 인식해서 공격하기를 반복합니다. 그 반복되는 소모전 속에 환자는 사망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삼일열, 사일열이란 이름처럼 열이 올랐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합니다.

천연두나 황열병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몇몇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백신이 효과적이지만 이처럼 유연한 진핵세포생물인 기생충에게 작용하는 백신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진핵세포 기생충인 열원충에 대한 백신개발의 희망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말라리아 같은 기생충에 의해서 지금까지 태어난 인류의 절반 이상이 생명을 잃었다고 하네요. 지금도 12초에 한명씩 말라리아로 죽어간다고 합니다. 1년에 3500만명이 말라리아로 사망하구요. 우리나라엔 강화도지방에 말라리아가 자주 발생합니다. 특히 야외 할동을 많은 휴전선근처의 군인들이 조심해야하는 질병이죠.

이 무서운 말라리아에 과거 우리 인간은 다른 방법으로 적응하기도 했습니다. 겸상적혈구증 잘 아시죠? 워낙 교과서에 많이 나오는 내용이라 많은 사람들이 아는 거라 찾아보면 금방 나옵니다. 말리리아에 적응한 아프리카흑인들의 유전자죠. 비슷한 증상으로 동남아시아에는 적혈구의 세포막이 두꺼워 열원충이 잘 번식못하는 난원형적혈구증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이 유전자도 겸상적혈구증처럼 비슷하게 부모 한쪽이 이 유전자면 정상생활을 하면서 말라리아를 이겨냅니다. 다만 말라리아의 겸상적혈구증유전자와 달리 둘다 난원형적혈구증 유전자라면 출산전에 사망하다고하네요. 뉴기니 같은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에 지중해성빈혈증 또한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이도 말라리아에 대한 적응의 예라고 할 수 있겠네요.

키니네라는 말라리아 치료제가 있습니다. 열원충은 우리 인간의 적혈구 속에서 숨어 삽니다. 그런데 적혈구속에는  반응성 높은 철성분이 있어 매우 위험한데 열원충은 이 철성분을 중화시키면서 숨어있습니다.  키니네는 이 중화 작용을 방해하여 적혈구의 철성분이 열원충의 세포막을 파괴하도록 하여 죽게 만드는 약입니다. 하지만 50대 말 나타난 키니네에 저항성있는 열원충이 전세계에 퍼지면서 60년대에는 인도네시아와 뉴기니, 70년대 인도와 중동 80년대에는 아프리카에 퍼져서 이제 키니네로는 말라리아를 예방하지 못한다고 하죠. 클로로퀸 (키니네성분, 특허만료로 제네릭약 다수) 외에  메플리퀸 (라리암) , 아토바쿠온/프로구아닐 (말라론) 등이 예방치료약으로 사용됩니다. 메플로퀸은 미국에서는 시장철수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처방 나올거에요. 기본 원리는 키니네랑 같습니다. 부작용도 높은 확률로 나타나고 심각한 편이라 오래 복용하기 힘들어요.  중국의 약학자 투유유는 개똥쑥에서 찾은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한 공로로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습니다.  전통적으로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되어지는 개똥쑥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하려고 많은 시도를 하다 실패를 했는데 투유유는 중국의 전통의학서에서 영감을 받아 저온추출법으로 개똥쑥에서 아르테미시닌을 분리하고 이를 검증해서 말라리아 치료제로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아르테미시닌 성분의 말라리아치료제는 시판되고 있지 않습니다.  수출용으로 생산되는 제품 (마렉신정, 말톱정, 마톱정, 맥신정,잘라정, 마판정)은 있습니다.

다른 기생충이야기를 더해보면

고양이과 동물의 먹이사슬에 있던 촌충, 물가에 달팽이와 쥐사이에 살던 주혈흡충, 아프리카의 체체파리로 전파되는 많은 동물들에게 수면병을 일으키는 파동편모충 등이 인류가 존재하기 전부터 그들만에 독립적인 라이프사이클을 가지고 존재해왔습니다. 인간은 야생동물을 길들이고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기생충들이 번성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습니다. 촌충이 이제 돼지와 사람사이를 오고가고 (그래서 고양이과인 사자의 촌충과 인간의 촌충은 매우 유사하고 대략 180만년전에 갈라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인간이 아마 180만년 전부터 영양류 같은 먹이를 사자와 경쟁한 듯하네요. 아니면 사체를  먹었거나... ) 고양이와 설치류와 인간사이에 톡소포자충이 널리 퍼졌으며 인간의 농업에 의해 생긴 웅덩이 때문에 주혈흡충은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는 도시의 불결하고 복잡한 환경속에서 모여 사는 사람들 사이에 더더욱 정착하기 쉽습니다.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열원충은 숲의 개간으로 모기들이 살기 좋은 탁트인 곳의 고인물을 많이 만들어서 더욱 번성하게 되었습니다. 사상충은 1억2천만명이 감염되어있고 2억명의 인구가 주혈흡충증에 걸려있고 남미에 샤가스병을 일으키는 파동편모충에 감염된 사람이 2천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13억명의 사람들이 구충에 앓고 있습니다. 구충같은 경우 매년 6만5천명정도만 구충으로 사망할만큼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지만 저개발국에서 성장기에 어린아이들이 구충같은 기생충으로도 무기력하고 영양실조에 빠지다는게 문제죠.

기생충의 순환과정이 특이할 경우 박멸 또한 쉽습니다.
물벼룩에 살다가 인간의 다리에서 사는 60cm짜리 메디나선충은 오염된 물을 제거하면 쉽게 박멸되고 먹파리에 통해 전파되어 강변실명증을 일으키는 회선사상충은 이버멕틴이라는 기생충 활동성을 마비시키는 약이 특효약입니다. 이버멕틴을 1년에 한번씩 10년만 투여하며 퇴치가 가능합니다. (우리 반려견들에게 더 문제인 심장사상충 예방 및 치료약이 바로 이버멕틴입니다. )  분선충은 프라지콴텔이라는 약을 먹으면 고칠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당장은 기생충을 죽일 수 있다손치더라도 그 불결하고 더러운 환경에 다시 걸리고 만다는 것 입니다.

아이러니하게 기생충박멸은 새로운 질병을 만들기도합니다.  장염과 크론병은 면역체계가 창자벽을 악랄하게 공격합니다. 유발된 염증은 환자의 소화기능을 망가뜨리고 때때로는 손상된 장을 잘라내야합니다. 지난 번에 말씀드린 IgE를 매개로 발생하는 질환들입니다. 가난한 지역에서는 이병이 보고 되지 않죠. 그러나 가난에서 급속히 부를 성취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현재 장염과 크론병이 크게 유행한다고 합니다. 역으로 장내 기생충이 면역계가 좀더 온순하게 행동하도록 하는데 너무나도 갑자기 수억명의 사람들이 기생충이 사라지게 되자 자신의 면역계로부터 공격받게 되어버린거죠. 기생충이 없어지면 인간의 면역계가 예민해져 알레르기반응을 더 잘 일으키게 되다는 사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기생충이 질병을 일으키는 것만 아니라 치료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크론병에 돼지구충을 사용한 치료 사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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