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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7/30 15:47:59
Name   나단
Subject   'Mad Max' 맥스 슈어저의 지난 7년을 돌아보며
오랜만에 쓰는 야구 글이네요. 이럴때가 아니면 대체 언제 쓰겠어;

워싱턴 내셔널스의 에이스 맥스 슈어저가 LA 다저스로 트레이드 되었습니다. 워싱턴은 올해도 우승 도전을 외치며 야심차게 시작하였으나 스트라스버그의 장기 부상, 슈어저를 제외한 투수진의 심각한 부진, 까딱하면 터져서 맥을 끊던 집단 코로나 감염 등의 악재를 이겨내지 못한채 반환점을 돈 지금 47승 55패 지구 4위에 머무르는 상황이에요. 내셔널리그 동부 1위 뉴욕 메츠와 7.5경기 차, 컨텐딩 지속과 시즌 포기의 기로에서 결국 시즌 포기를 선언 후 셀러 모드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슈어저의 계약이 막바지에 들어서며 시즌 후 재계약을 줘야 할지 아니면 다른 팀으로 떠나보낼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었는데 이번 셀러 선언으로 한발 앞서 떠나게 되었네요. 슈어저 역시도 팀의 결정을 받아들이며 올 시즌 우승을 노리는 팀들을 대상으로 트레이드 거부권을 풀겠다는 슈어저다운 의사를 표했고 다저스, 레드삭스, 파드레스, 자이언츠 등이 관심을 보이다 다저스가 올스타 유격수 트레이 터너까지 한번에 가져오는 빅딜을 성사시켰습니다. 그가 워싱턴으로 온지 6년 반 만의 일이며 7년 2억1천만 달러 계약의 마지막 반시즌 만을 남겨둔 상황이였어요.

이 납득은 가지만 아쉬움은 남는 트레이드의 디테일 평가나 함께 넘어간 귀염둥이 터너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룬채 오늘은 맥스에게 집중해볼께요.



역대 최고의 FA

188선발 1229이닝 92승 47패 2.80ERA 1610탈삼진

노히터 2회 20탈삼진 1회 올스타 6회 그리고 사이영 2회 우승 1회

슈어저가 기록한 내셔널스에서의 기록입니다. 랜디 존슨과 함께 FA 역사에 길이 남을 혜자로 기억될 아름다운 스탯이여요. WAR로는 7시즌 FWAR 36.8/BWAR 38.5 연평균 5.25/5.5 - 지난해 단축 시즌, 올해는 아직 절반을 겨우 넘긴걸 감안하면 연평균은 더 올라가게됩니다.

13년 디트로이트에서 폭발하였지만 조금 늦은 나이에 터진 감이 없잖아 있던 이 선수는 워싱턴에서 10년대 후반 메이저리그를 커쇼와 양분한 에이스로 올라서며 명예의 전당 첫 턴 입성이 유력한 전설이 되었죠.



사실 14-15년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내셔널스에게 슈어저같은 특급 에이스가 꼭 필요한건 아니었어요.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조던 짐머맨, 지오 곤잘레스, 덕 피스터, 태너 로악의 로테이션은 리그 탑3 안에 드는 강력함을 자랑했거든요. 하지만 보라스와 가장 긴밀한 사이를 자랑하던 구단주 테드 러너가 통 크게 지른 이 에이스는 기대했던 수준을 두세단계 뛰어넘으며 그저 한 명의 투수가 아닌 팀의 심장으로 자리 잡고 19시즌 우승으로 그 방점을 찍었습니다.

화려했던 7년간 기억에 남는 좋은 순간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몇 가지만 꼽아볼께요.

15년 노히트 노런 게임




9회 마지막 타자였던 호세 타바타 -강정호 친구 맞습니다- 의 지나치게 몸을 들이댄 꺼림칙한 힛바이피치로 아쉽게 퍼펙트를 놓쳤던 게임. 당시 감독이였던 맷 윌리엄스-기아 그 분 맞구요-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을 고려했으나 슈어저가 흔들릴 것을 염려해 그냥 진행하였고 노히터로 경기를 마무리하게됩니다. 판독으로 번복될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였기에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어요.


KKKKKKKKKKKKKKKKKKKK



16시즌 친정팀 타이거스와 처음 만난 날 보여준 충격적인 삼진쇼. 이 경기로 로저 클레멘스, 케리 우드, 랜디 존슨에 이은 4번째 20K 투수가 되었습니다. 이 강렬한 임팩트와 탄탄한 성적을 바탕으로 내셔널스에서의 첫번째 사이영상도 거머쥘 수 있었구요.


'MAD MAX' 미친 투쟁심의 전사


맥스 슈어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역시 승부에 미친 또라이 아닐까요? 자길 내리려는 감독에게 대들며 싸우질않나 마운드에서 혼잣말로 온갖 욕을 지르다 타자를 결국 잡아내면 포효를 않나...투수들에게 승부욕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지만 슈어저는 그게 좀 과할 정도로 'MAX'한 감이 있지요.



한번은 번트 연습 중 튀어오른 공에 맞고 코뼈 골절 +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는 사고가 있었어요. 보통의 선수라면 부상자 명단에 오르던가 아니면 등판을 한번 거르고 며칠 뒤 공을 던졌을테지만 우리 슈선생님은 달랐습니다. 바로 다음 날 예정되었던 등판을 소화하며 7이닝 117구 무실점 10K. 7회 필리스의 중심타선을 선두타자 2루타 후 KKK로 마무리 짓고 포효하는 모습은 괴물 그 자체였습니다. 이 날의 경기는 'Black Eyed Game'으로 불리게 되었구요.

그리고 그 투쟁심에 정점을 찍은 하이라이트가 있습니다.


지긋지긋한 디비전 시리즈의 악몽을 넘어 드디어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라섰던 2019년. 마지막 7차전을 앞두고 팀의 상황은 그리 좋지않았습니다. 5차전 선발로 등판 예정되었던 슈어저가 당일 아침 신경이 눌려 목을 아예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등판하지 못하였고 5차전을 그대로 내주게 됐거든요. 벼랑 끝 상황에서 맞이한 6차전은 스트라스버그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가져오는데 성공했지만 7차전 선발로 낼 투수가 아예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상대는 100% 전력의 휴스턴, 선발은 노련미를 뽐내는 또 한명의 레전드 잭 그레인키, 장소는 휴스턴 홈구장 미닛메이드 파크. 어떻게 봐도 암울한 전망만 예상되었지요. 바로 이 순간 코티존 주사로 간신히 목을 돌릴 수 있는 상태로 응급처방을 한 슈어저가 7차전에 등판하기로 결정합니다.

한구 한구 던질때마다 악을 지르며 던졌지만 90마일 후반대의 위력적인 공은 어디로 가고 나오는 것은 그저 90 초반대의 똥볼이였어요. 위태위태한 상황을 수시로 맞닥뜨리면서도 어떻게든 넘기며 5이닝 7피안타 4볼넷 3삼진 2실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할 일을 마친 후 내려갔고 기적은 일어났습니다.


슈어저에게서 공을 넘겨받은 패트릭 코빈의 활약과 '그저 빛' 하위 켄드릭의 역전 홈런으로 21세기 최고의 낭만야구를 완성시킨 것이죠.


그토록 염원해온 팀과 본인의 첫번째 우승이였습니다.

슈어저가 내년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올지는 잘모르겠습니다. 반년 렌탈 트레이드 후 다시 돌아온 아롤디스 채프먼 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지금의 워싱턴은 두번째 반지를 노리며 선수 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려하는 슈어저에겐 그리 매력적인 팀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해요. 그 어느 곳에 뛰더라도 슈어저에 대한 팬들의 애정은 결코 식지 않을 것이며 은퇴 후엔 우리에게 돌아올거란걸요. 그의 등번호 31번은 내셔널스 파크에 영원히 남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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