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2/01/20 19:31:54수정됨
Name   코리몬테아스
Subject   폴란드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을 찾는다.
https://www.reuters.com/lifestyle/sports/polands-president-attend-beijing-olympics-amidst-us-boycott-2022-01-18/

폴란드 정부 관계자가 로이터에게 전한 바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이후 폴-미 관계가 악화함에 따라, 단순히 미국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중국을 비판하는 것은 더 이상 폴란드에게 도움이 되지 않게 되었다.

----

바이든 행정부와 폴란드의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는 Nord Stream2가 꼽힙니다. NS2는 러시아에서 독일까지 이어지는 가스라인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한 시점에 해당 파이프라인 공사는 95%이상 완료되어 있었습니다. 해당 파이프라인은 유럽에 대한 크렘린의 에너지 레버리지를 지나치게 높일 것으로 우려되어 제재받고 있었는데. 바이든은 이미 이렇게 진행된 파이프라인에 큰 제재 조치를 지속하는 건 독(EU)-미 관계를 해치리라 판단 제재 일부를 풀고 완공에 협조했습니다. 이 결정에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배제되었다 느꼈고, 두 나라를 경유하지 않는 가스라인을 가지게 된 푸틴이 유럽을 견제하며 두 나라에 과감한 행동을 취하기 쉬울 것이라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실질적인 갈등 외에도 현 미국 정권과 폴란드 정권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고, 또 이념적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선운동 시절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묶어서 '전체주의 정권'이라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폴란드는 보수정당 '법과 정의당'이 집권한 이후로, 민주주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받아왔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지나치게 탄압하여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에 엄청난 벌금을 매기고,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며, 시민들의 개인적 삶에 관여하는 법들을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만들어왔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법과 정의당'이 들어서자마 입법하려했던, 심각한 기형이나 질병이 있어도 낙태하는 것을 불법화 한 법이 그러합니다. 폴란드는 이미 낙태에 엄격한 국가여서 이루어지는 낙태의 대부분은 태아의 건강문제와 관련 있었습니다. 이것이 유일한 낙태법인만큼, 해당 이유가 낙태에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고 오용된다는 지적에 따라 '법과 정의당'은 저런 법을 만드려 한 것이죠. 이 법은 폴란드 국민 대다수의 반대가 있었고, 폴란드 법조계와 시민사회 모두 반대했으며 집권 1기에는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헌재에서 현행 기형과 질병을 이유로 한 낙태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오고, 이에 부응해 집권당이 앞서 시도했던 낙태법을 입법합니다. 결과적으로 뱃속에서 죽어가는 태아조차 의료진이 낙태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태아가 죽어 나오기만을 기다리다 산모가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기 이르러 낙태를 둘러싸 폴란드는 쪼개지게 됩니다.

지난 2020년 말부터 지금까지, 폴란드 상급 법원의 판관들의 상당수가 현 정권에서 임명한 보수 인사들이며, 이 기간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정부 스캔들이 컸습니다. 특히나, 폴란드가 판사들의 판결을 감시하고, 문제있는 판결에 대해 벌금을 때리거나 해당 판관을 해임할 권한이 있는 기구를 만들며 사법통제에 대한 우려는 심화되었습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매우 이례적으로 폴란드 정권의 사법부에 대한 간섭을 멈추라고 경고했습니다. 결국 폴란드는 법적으로 폴렉시트 상태입니다. 폴란드의 헌법재판소는 EU법안과 폴란드 법이 대립할 때 폴란드 법을 우선하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죠. EU측은 이는 EU의 법적안정성을 심각하게 해치며, 이 상태를 빠르게 시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유럽연합은 폴란드 법원이 폴란드의 헌법을 해석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결의안을 채택하기에 이르렀죠.

EU와의 갈등은 이 사안이 처음이 아닙니다. 폴란드는 유럽연합에 위기가 찾아온 이후 리스본과 독일의 반대편에 섰습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지난 트럼프 행정부와 잘 맞아떨어졌는데.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와 트럼프가 반EU와 지중해NATO 중심 노선에서 이념적 교감을 나눴다는 것은 유명한 일입니다. 그리고 트럼프와 교감한 만큼 바이든과 멀어진 것도 당연해 보이죠.

Woman arrested in Poland over posters of Virgin Mary with rainbow halo |  Poland | The Guardian
(위 이미지는 성소수자와 낙태운동가들과 연대하기 위해 성모 마리아에 무지개를 배경을 합성한 것입니다. 이는 현재 법과 정의당이 제정한 '신앙모독법'에 위배된다고 여겨 기소당했습니다. 폴란드 지방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미국과 EU가 주도하는 중국 보이콧에 폴란드가 빠지는 건, 폴란드의 동맹들에게 어떤 신호가 될까요? 백악관이 목요일이나 금요일날 입장을 어떻게 낼 지 기대되네요.



p.s 그냥 백악관 입장까지 보고 글을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한 번 지웠는데. 생각해보니 요즘 바이든이 바빠서 코멘트 안할 수도 있고 ㅋㅋ 그거까지 정리하기 싫어졌음. 낙태 법에 대해서 타임라인도 잠깐 착각해서 다시 쓰는 김에 수정.










1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4784 사회미국 대통령 면책 판결에 대한 생각. 6 코리몬테아스 24/07/09 1263 15
    14592 정치2024 - 22대 국회의원 선거 불판. 198 코리몬테아스 24/04/10 6056 2
    14468 역사 AI를 따라가다 보면 해리 포터를 만나게 된다. 4 코리몬테아스 24/02/18 1540 10
    14349 역사이스라엘의 어두운 미래, 가자전쟁의 미래는 어디인가? – 베니 모리스 7 코리몬테아스 23/12/20 1682 5
    14199 역사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알기 위한 용어 정리. 2편 5 코리몬테아스 23/10/14 1979 10
    14189 역사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알기 위한 용어 정리. 1편 15 코리몬테아스 23/10/12 2468 25
    14248 도서/문학Tender is the flesh(2018) - 마르코스는 왜 사람을 먹을까? 코리몬테아스 23/11/03 1512 4
    13742 정치미국의 판사가 낙태약을 금지시키다 - 위험사회의 징후들 4 코리몬테아스 23/04/11 2674 26
    13675 사회미 하원의 틱톡 청문회 - 틱톡은 미 국가안보의 위협이 아니리라 6 코리몬테아스 23/03/27 2106 4
    13013 정치더 보이즈. 양비론에 대해 답하다. '이 쇼는 많은 면을 가졌지만, 모호하진 않습니다.' 10 코리몬테아스 22/07/21 3533 7
    12801 사회미국 의회는 낙태보호법을 만들 수 있을까? 2 코리몬테아스 22/05/10 2389 10
    12762 방송/연예땅의 상속자들 - 누구를 위해 복수를 하나 1 코리몬테아스 22/04/29 5336 4
    12746 경제넷플릭스: 주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15 코리몬테아스 22/04/21 4059 28
    12680 정치연방 대법관 청문회 - 관타나모와 전범 5 코리몬테아스 22/03/29 2864 9
    12576 방송/연예청평악, 정치개혁과 인간군상. 4 코리몬테아스 22/03/04 3654 7
    12457 정치폴란드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을 찾는다. 9 코리몬테아스 22/01/20 3452 11
    12090 역사뉴질랜드와 핵실험, 거짓말쟁이 프랑스. 4 코리몬테아스 21/09/18 3681 15
    12389 방송/연예중세 판타지의 인종다양성, 시간의 수레바퀴(Wheel of time) 8 코리몬테아스 21/12/30 3961 6
    12072 사회텍사스의 신개념 낙태금지법. 25 코리몬테아스 21/09/13 3966 10
    11109 정치2020 미국 대선 불판 170 코리몬테아스 20/11/04 9840 0
    11106 정치툰베리가 당신의 변명을 들었습니다. 툰베리:흠, 그래서요? 33 코리몬테아스 20/11/03 5402 17
    10820 역사1911년 영국 상원의 탄생 2 코리몬테아스 20/07/27 3645 7
    10665 역사경찰사와 영국성 3 코리몬테아스 20/06/08 3620 7
    10469 일상/생각해군장관대행의 발언 유출 - 코로나 항모 함장이 해고된 이유. 4 코리몬테아스 20/04/07 5069 11
    10413 게임스텔라리스. 존귀탱 엔터, 혼돈은 사다리다. 7 코리몬테아스 20/03/21 6045 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