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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2/02/25 14:39:43 |
Name | meson |
Subject | ‘샤이 이재명’은 얼마나 있을까? |
‘샤이 지지층’.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다가 투표할 때 갑자기 드러나는 유권자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제가 이 말을 처음 들은 게 트럼프 당선 때였는데, 그 뒤로 한국에서도 샤이 보수가 있다느니 샤이 진보가 있다느니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다못해 샤이 안철수가 있다는 설도 있었죠. 굳이 샤이 트럼프의 사례를 끌어오지 않더라도, 샤이 지지층의 유무를 말하기란 쉽습니다. 있겠죠. 보수세가 강한 곳에서는 진보가 샤이가 되고, 진보세가 강한 곳에서는 보수가 샤이가 됩니다. 원래부터 있었든 농사지으러 왔든 주류 의견과 성향이 다르면 견해를 표명하기가 꺼려지니까요. 그러니 샤이 이재명에 대해 논하려면 그 유무보다는 규모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입니다. 샤이 이재명이 한줌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대개 이렇습니다. 진보는 본래 스스로 정당하다고 믿는 집단이므로, 지지 의사를 숨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나라가 이 지경인데도 여당을 지지하고 있다면 종교에 가까운 믿음을 보유한 것이니, 그러한 본인의 신념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반면 샤이 이재명이 꽤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는 진보와 보수의 공수관계가 역전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의 이명박근혜 시절이나 탄핵정국 당시에는 보수가 집권여당이었고, 진보(로 흔히 갈음되는 민주당 세력)는 이들의 치부를 공격하는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더 당당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5년 동안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민생이 어려워지면서, 그리고 진보 진영과 그 지지자들이 변명과 책임 전가에 급급하면서 보수가 공세로 돌아설 수 있게 되었죠. 이제는 야당 후보가 공정과 상식을 외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과거 민주당의 자리를 거의 차지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치적 성향은 감정과 신념의 복합체인지라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계속 민주당 편이었던 유권자라면 매몰차게 돌아서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거든요. 심정적인 친근함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정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그런 세태에 민주당 책임이 없다고도 할 수 없기에, 이런 분들은 한순간에 돌변하지도 않고 충성스럽게 붙어있지도 않습니다. (물론 ‘상황이 나쁘다’라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아마 콘크리트 지지층에 해당되겠죠?) 그냥 유보적인 태도로 있는 거예요. 여당에 온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거나, 혹은 너무 심한 조롱을 제지하려고 나선다면 어떤 반응을 받게 될지 아니까요. 샤이 이재명이 나온다면 여기서 나올 것이고, 지금 부동층으로 잡히는 유권자의 일부가 이에 해당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지난 대선에서도 자한당은 막판에 선전했으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샤이 이재명이 얼마쯤 존재한다고 예단할 수는 없고, 꽤 있다고 할지라도 대세를 뒤집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원래 지금 구도로 고정될 대선이 후보 리스크로 출렁여서 잠시 헷갈리긴 했지만 말이죠. 그럼에도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일단 이재명을 찍지만 윤석열이 되어도 무방하다’라는 쪽이 ‘일단 윤석열을 찍지만 이재명이 되어도 무방하다’라는 쪽보다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권 심판은 윤석열이 아니면 안 되지만, 잔망스러운 유보라면 이재명으로도 얼마든지 갈 수 있으니까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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