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2/04/21 18:50:48
Name   Regenbogen
File #1   758486F9_A87B_4664_85F6_43143D56FA7C.png (135.5 KB), Download : 44
Subject   아버지의 제자가 의사였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 투병생활을 1년 남짓 하셨습니다. 어느날부터 피곤하다 피곤하다 하시더니 간이 망가지셨더라구요. 평생 술 담배도 안하는 분이 환갑 겨우 지난 나이에 그리 되신걸 보면 좀 허탈하기도 했었죠.

발병하시고 초반엔 통원치료 하시며 일상생활 잘 하시나 했는데 가시기 얼마전 전 어느날 밤 급격히 나빠지셨고 급하게 119 타고 진료 받던 모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셨습니다. 하지만 응급실은 이미 미어터졌고 응급실 당직 의료진은 간단히 보더니 잠시 기다리란 말만 남기고 더 급한 다른 환자 챙기느라 아버지 순번은 뒤로 밀리기만 했습니다. 속은 타들어가고 미쳐버리기 일보직전이었죠.  그러던 차 아버지가 힘 없는 목소리로 ㅇㅇ교수님한테 연락해보라 하셨습니다. 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그분께 전화를 해 전 아무개씨 아들인데 지금 응급실에 와있다 우리 아버지 좀 살려달라 읍소를 하였습니다.

전화 통화 후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로 바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그 교수님과 담당 교수님이 함께 병실로 오셨고 전 발바닥이라도 핥을맨치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렇게 한달 정도 입원해 치료 받으시다 큰 고통 없이 떠나셨지요. 그때 도움을 주신 그 대학병원 교수님은 아버지 제자였습니다.

네 맞아요. 정당하지 못한 새치기였습니다. 하지만 전 그때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그 교수님 바지가랑이 붙잡고 빌고 또 빌었을 겁니다. (눈에 보이기에) 응급실에서 제대로된 처치도 받지 못하고 힘겹게 하염 없이 대기하시던 아버지를 그저 보고 있기만 하던 그 순간엔 통장 다 털어 뇌물이라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경찰 수사권 독립을 반대합니다.

경찰이 검찰보다 더 부패했다거나 무능해서가 아니에요. 경찰도 검찰도 국회의원도 장관후보자도 저도 여러분도 인간이라서요. 거의 대부분 인간은 불완전하고 나약하기 그지 없어요. 인간에게 감정이란걸 완전히 도려낼 수 없는것처럼요.

하다못해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길거리에 쓰려져 있어도 마음이 동하는게 인간인것처럼, 회사면접에 같은 조건이면 내 학교 후배에 손이 가는 것처럼, 동료교수 자식들에 플러스 주는것처럼, 어느 자리에 아는 사람 한명 있으면 더 반가운 것처럼… 경찰도 감정이 있는 평범하고 나약한 한명의 사람일뿐이거든요.

내 가족이 이웃이 친구가 혹은 친구의 아들이 내 앞에 피고소인, 범죄피의자로 나타났을 때와 생판 모르는 사람일때와 절대 같을수가 없는게 인간이고 사람이라서… 그래서 반대합니다.

검수완박으로 경찰이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지게 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우리 평범한 시민들이 감당하게 되겠죠. 수사권 독립 이전에도 경찰들의 [인간적인] 지인찬스로 이미 억울한 사람들이 넘쳐났는데 검수완박에 지역경찰까지 시행되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할 것입니다.

평범한 시민이 경찰을 만났으면 만났지 검사를 만날일이 평생에 몇번이나 있을것이며 혹여 경찰에서 억울함을 당하면 검찰에 읍소라도 할 수 있었지만 이젠 그것조차 사라질테고요.

다시한번 말씀 드리지만 경찰이 더 부패하고 무능해서가 아니라 그들도 저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라서, 그리고 같은 비율의 부정이 있다면 경찰에게 국민들이 받는 영향의 총합이 더 클 수밖에 없어서, 그래서 반대합니다. 경찰들에게 인간의 감정을 도려내지 않는 한…

이리 말은 하였으나 저야 그저 무식하고 모자른 소시민이라 이 해당 이슈에 감정적으로 접근하는게 다인지라 부족한 부분 많을곱니다. 선생님들의 지도와 식견 부탁드립니다.



1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125 요리/음식아빠요리 만들기 - 폭신폭신 팬케이크 16 졸려졸려 16/06/26 4689 1
    3161 요리/음식아빠요리 만들기 -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기 위해 필요한 도구 21 졸려졸려 16/06/29 6534 4
    2427 일상/생각아빠와 알파고 6 nickyo 16/03/18 4133 5
    8047 기타아빠랑 또 좀 말다툼이 있었습니다. 13 태정이 18/08/13 5081 2
    7845 음악아빠는 아빠상어야 8 바나나코우 18/07/14 4517 4
    13639 육아/가정아빠. 동물원! 동물원에 가고 싶어요! 27 쉬군 23/03/14 2602 54
    10013 일상/생각아빠 직업은 무역업.. 근데 제 직업은 아닌데요.. 38 집에가고파요 19/11/22 5973 6
    11147 정치아브라함 협정에 숨겨진 트럼프의 셈법 2 소원의항구 20/11/19 3454 1
    8580 일상/생각아부지와의 대화 - 주제는 재테크 5 벤쟈민 18/11/30 4216 3
    14369 일상/생각아보카도 토스트 개발한 쉐프의 죽음 8 Soporatif 23/12/31 1877 19
    8263 정치아베 3선에 대한 일본 유명 신문들의 반응 1 Raute 18/09/22 5061 14
    4008 일상/생각아버지의 한마디 6 피아니시모 16/10/25 3278 2
    12747 일상/생각아버지의 제자가 의사였습니다. 11 Regenbogen 22/04/21 4107 12
    1633 일상/생각아버지의 다리가 아픈 이유는 22 YORDLE ONE 15/11/25 10020 16
    13585 일상/생각아버지와의 관계 12 마아아대 23/02/21 2409 0
    6108 기타아버지를 묘지에 모셔두고 왔습니다. 23 어제내린비 17/08/15 4293 8
    2917 일상/생각아버지는 꿈꾸던 시베리아의 새하얀 벌판을 보지 못할 것이다. 4 원더월 16/05/30 3803 6
    1574 정치아버지께서 이런게 카톡에서 돈다고, 진짜냐고 물어보셨습니다. 19 darwin4078 15/11/17 7983 0
    11223 일상/생각아버지께서 긴 여행을 가실 거 같습니다 10 bullfrog 20/12/14 4013 7
    932 생활체육아버지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3 Raute 15/09/06 5489 1
    10559 일상/생각아버지 4 호라타래 20/05/07 3642 18
    9861 음악아바나의 밤 9 바나나코우 19/10/19 3813 2
    10350 오프모임아무말 오프모임 45 류아 20/03/05 5831 6
    4911 일상/생각아무말 대잔치-술,썸,소개팅,에이핑크 12 비익조 17/02/18 3574 1
    4890 일상/생각아무말 대잔치 24 진준 17/02/16 4543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