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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2/05/15 10:10:23 |
Name | 쥬라기재림교 |
Subject | 채굴판의 모순과 증강현실 게임으로서의 코인판 |
2018.3.17 클리앙 가상화폐당에 썼던 글을 이동해옵니다. 채굴의 전제조건은 우상향 믿음, 그런데 우상향을 믿는다면 왜 그냥 장기 투자를 하지 않나? 채굴의 가장 큰 딜레마는 정말로 시세의 우상향을 믿는다면 차라리 그냥 코인을 사는게 낫지 않냐는거에 대답을 못 한다는 것입니다. 채굴 커뮤니티에서든 어디에서든 이거에 답을 내려준 사람을 단 한명도 못 봤어요. 당연합니다. 답이 없는게 정답이니까요. 채굴을 시작할 때 분명 이런 착각을 한 사람들이 많을겁니다. '이게 이 판의 가장 근본적인거고, 실물자산이니 안정적일거 같고 망해도 중고로 되팔이 할 수 있을테니까 괜찮지 않을까?' 안 괜찮습니다. 여기에선 디테일까지 집어서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단, 큰 틀에서만 지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채굴장은 단순 장기 투자에 비해서 알아야 할 것이 훨씬 많습니다. 수십 수백대에 달하는 장비들을 혼자 견적 짜고 정비하고 수리할 자신이 있으십니까? 부지 선정, 임대료, 각종 전기공사, 설비공사들에 대한 매몰비용, 공사기간, 구하기 힘들고 비싼 그래픽카드, 늘어나는 채굴 난이도, 전기세, 화재 위험, 도난 위험, 원금회수와 유지비의 충당을 위한 의무적인 매도로 인한 장기투자 불가, 수많은 코인들 중 POW 방식만 그 중에서도 자기 그래픽 카드에 맞는 알고리즘을 택한 코인만 캐야한다는 투자 분야의 제약, ASIC 이슈에 대한 대처, 국가의 간섭 .. 거기다가 채굴한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어있는지 아닌지 찾아보고 국내에 없다면 해외 거래소도 뚫어야한다는 조건도 있습니다. 만약 채굴을 접어서 정리해야 할 때가 되면 채굴기들은 엄청난 감가상각 때문에 되팔이조차 제대로 못 합니다. 현금을 쥐고 있으면 어떤 코인에든간에 투자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손해를 보더라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합니다. 굳이 그런 기회를 채굴장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으로 묶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채굴의 장점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프리마인 시즌에 특정 코인을 남들보다 빠르게 많이 캘 수 있다 정도입니다. 프리마인 시즌에 굳이 해쉬파워를 투자해야하는건 ICO에 들어가는거랑 별 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초기 코인이면 상장되어도 가격도 쌀텐데 나중에 그냥 사면 됩니다. 오히려 상장조차 불명확한걸 캐야하는게 훨씬 큰 리스크가 아닙니까? 물론 채굴로 이득 보는 경우 있습니다. 만약 작년 10월에 이더리움 채굴을 시작했다면 나오는 코인 전량 모았다가 최고점 220만때 다 팔았다면 감가상각 감안해서 1억원 이상 투자한 채굴장에 대한 본전회수 5개월만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모순점이 있습니다. 언제 진입해서 언제 매도해야할지 그 시점을 읽어내어 판다는것은 결국엔 트레이딩의 하위호환 개념입니다. 트레이딩에 익숙하지 않아서 채굴을 할 수도 있습니다. 채굴자들 중에선 남들에 휩쓸려 매매를 할까봐 스스로 족쇄를 찬다는 이유를 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채굴을 시작하면 기본적으로 1년 이상은 버텨야 하게 되니까요. 소위 '강제 존버'말입니다. 헌데 이거야말로 더 이해가 안 갑니다. 억 단위를 가지고 채굴에 뛰어들만큼 이 불확실한 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에 뛰어들 정도의 확신이면 왜 그냥 그 돈으로 코인을 사서 1년 단위로 버티지 못 하시는겁니까? 채굴에 들여야 할 매몰비용 기회비용 감가상각 인건비 및 온갖 리스크에 대한 비용을 모두 그냥 코인을 사는데 투자하고 1년 단위로 버티는게 훨씬 이득입니다. 삼성전자 주식 1년씩 묵히자고 사는 사람들 많잖습니까? 단타 트레이딩을 하라는게 아닙니다. 채굴의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대규모 채굴자들이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여 개미 채굴자을 떨어져나가게 한 후 그들의 빈 자리까지 독점하는 현실을 보십시오. 이렇게 초기 물량을 쥐고 계속해서 독과점으로 코인을 생산해내는 채굴자들은 그들끼리 연합해서 비트코인 캐시 사태의 발단까지 주도할 수 있을 정도로 초거대 기업화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채굴자들은 이 기업형 채굴장들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해내는 ASIC을 안 살 수가 없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이건 결국 상대방들이 짜놓은 판에 발을 들인다는거에요. 전체 판으로 보면 ASIC 경쟁은 다 같이 죽는 길입니다. 판 짜놓은 사람만 배불리는거거든요. 모두 담합해서 매년 10억원을 100명 모두가 연간 1000만원씩 나눠가질 수 있게 해주겠다 이렇게 약속하고 굴러가던 판에서, 갑자기 강력한 누군가가 출몰해 '내가 8억원을 갖고 너네들을 모조리 도륙내도록 하지, 단 10명만 살려주고 그 10명에게 연간 2000만원씩 주겠다. 먼저 배신자가 될 10명 앞으로 나와'라고 하면 ... 모두가 담합해 그를 쫓아내는게 아니라 그의 선택을 받는 10명에 들려고 아귀다툼이 일어나요. 우지한은 사업 감각이 탁월했습니다. 이 간단한 원리를 시장에 적용시키면 노다지가 날 거란걸 초기에 궤뚫어봤어요. ASIC 채굴기, 이게 바로 채굴 생태계를 망치고 있는 주범입니다. 옹기종기 금광에 모종삽 들고 캐고 있는데 옆에서 어떤놈이 전동암석파괴기구 갖고 다 갱도 다 뚫어버리면서 금맥 다 가져가버리는거죠. 채굴판에 뛰어든다면 저 기구 안 살 수 없게 만든겁니다. 금으로 된 족쇄를 만들어준거에요! 이걸 갖고싶어 노예들은 난리가 난거고. 내 금 족쇄가 더 좋다는걸 자랑하고 더 멋진 족쇄가 나오길 기다리는 지경에 이릅니다. ASIC으로 기존 GPU 채굴방식 몰살시켜놓으면 그 다음부턴 ASIC만 사서 써야합니다. '채굴 원가'로 지지선을 방어한다는 것이 사실은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종교적인 광신도들은, 3년 4년 전부터 모았던 채굴자들은 이미 수천 수만개의 코인을 갖고있고 이 때 당시의 원가는 지금 비트코인 몇백만원 가면 망한다 어쩐다 하는 가격에 비하면 한참, 한참 낮습니다. 그들에게 문제인건 기간이지, 순간적으로 내리꽂는 하락은 전혀 위협이 아닙니다. 심지어 이제 마진거래의 도입과 언젠간 생길 지수 펀드 등으로 인해 물량을 쥔 쪽에선 공급량 조절이란 측면과, 쌓아둔 물량, 이제까지 얻어온 수익으로 가격이 떨어져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까지 완성되었습니다. 이들은 절대로 손해보지 않습니다. 이미 판에서의 기득권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이제 남은건 적당히 중소형 채굴자들에게 당근을 주면서 환상을 깨뜨리지 않고 만들어진 성공 신화를 보여주며 저기까지 계속 달려야지! 라고 마차 끄는 말들에게 채찍질하듯 독려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포기하고 접고 나가면 빈 자리를 다시 매웁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중소형 채굴자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선전도구로 사용됩니다. '우리 회사의 ASIC을 사라! 그러면 이들처럼 될 수 있다!'...라구요. 그게 채굴이던, 트레이딩이건 이게 이 판의 기본 논리입니다. 물론 트레이딩도 결국 큰 손 들 위에서 놀아나는건 마찬가집니다. 큰 손들도 더 큰 손에게 물리고 그러죠. 근데 그렇다면, 큰 손들이 손바닥으로 내려치며 우리 개미들을 압살하려 할 때, 기동성이라도 있어야 승부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왜 족쇄를 차는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채굴을 이제와 개인이 시작하기엔 초기에 비해 규모와 구도가 너무 바뀌었어요. 그럼 이 비합리적인 채굴은 대체 어떻게 생성된걸까요. 제 말대로면 아무도 채굴 안 해야 정상인거 아닌가요? 증강현실 게임으로서의 코인판 채굴의 시작은 서브컬처, minor한 miner들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잊지마십시오. 그 유명한 마운틴 곡스는 TCG 카드를 거래하는 곳이었습니다. Trading Card Game. 주로 아이들이 보는 유희왕 같은 만화에서부터, 매직 더 개더링 같이 유명한 카드게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카드게임의 패들이 거래되던 곳입니다. 그게 비트코인 거래사이트로 전환된거죠. 아주 의미심장합니다. 서브컬처적 맥락과 맞닿아있는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바로 이 카드게임의 패들이 비트코인으로 바뀐 것입니다. 감이 잘 안 오신다면 이 사이트를 보십시오. http://www.tcgshop.co.kr/goods_list.php?Index=274 TCG에서 쓰이는 카드들을 모아서 파는 곳입니다. 수백원부터, 수십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지요. 한국에서는 유희왕이란게 가장 널리 알려져있지만, 매직 더 개더링이 원조이자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bay에 가서 그들이 인정하는 카드의 가치를 법정화폐로 환산한 가격들을 보십시오. 코인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디지털 세대(최대 약 40대 초반)는 이 네트워크 상의 재화를 거래하는데에 아주 익숙합니다. 디아블로, 리니지 등의 게임에서부터 시작된 가치를 보십시오. 이미 '채굴장'의 개념과 비슷했던것은 각종 게임 작업장입니다. 문화적으로 이들은 코인 채굴장의 전신입니다.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인 아이템매니아에 가보시면, 시세 차트와 환율표, 거래 내역등이 모두 적혀있는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상의 환율 시장과 다를 바 없습니다. 비슷한 개념으로는, 클럽박스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걸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내놓은거지요.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4/06/2012040600257.html 저는 코인판을 이렇게 정의하기에 망설임이 없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전무후무한, 다신 없을 증강현실 게임이라구요. 현실을 게임판으로 만들어버렸고, 비트코인은 그 게임판에서의 기축통화가 된 것입니다. 이게 원래는 나올 수가 없는, 말이 안 되는겁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고 홍보하기엔 너무나 많은 전제조건들이 필요하고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기존에 비슷한 시도는 08년 무렵 사업적으로 접근한 디지캐시, e골드 등이 있었지만 모두 망했습니다. 이들은 초반부터 제도권에 모습을 드러냈고, 위험성을 인지한 정부는 그걸 철저히 내리 찍어 눌렀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오히려 서브컬처의 밑바닥에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시작된, 이상주의자이자 무정부주의자들의 이념에서 발로된 게임이자 거대한 사회 실험이 있었습니다. 레딧 등 서브컬처 커뮤니티 사람들의 반장난스런 호응, 이념에 공감하는 추종자들, 흥미를 이끄는 주제에 대한 개발자들의 도전, 돈 냄새를 맡은 협잡꾼들의 투기가 어우러져 몇 년에 걸쳐 만들어낸 판은 국가권력과 일반 대중이 눈치채 못 한 사이 엄청난 잠재력을 품고 등장하였으며, 이번 버블이 터지는 것으로 오픈베타 테스트를 끝내고 시중에 드디어 이 게임의 출시를 화려하게 알립니다. 인공위성은 일단 공전궤도에 올라가면 지구가 당기는 인력과 회전에 의한 원심력이 평형을 이루어 지구를 공전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속도는 약 11km/s고 이보다 못하면 추락하게 되지요. 비트코인은 아무도 모르게 발사한 첫 인공위성이었고, 놀랍게도 수많은 고난을 초창기 설계의 안정성과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지지, 우연의 연속으로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공전 궤도에 안착했습니다. 이 위험한 게임이자 위대한 실험은 초기에 진화가 되었다면 모를까, 이젠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선구자의 성공 사례를 본 수많은 후발 주자들이 이 궤도에 자신을 올리기 위해 추진력을 얻으려 노력했으나, 대부분은 실패했으며 또한 실패할 것입니다. 혁명을 원했던 자들이 남기고 간 잔재, 변절자들이 남아 움직이는 판 결국 코인판은 Geek, Genius, Greed가 주축이된, 서브컬처 내의 혼돈이 하나로 뭉쳐 태어난 하나의 실험, 게임, 혁명이었던겁니다. 출범시킨 당사자들조차 긴가민가했던 혼란. 채굴은 자체모순일 수 밖에 없어요. POW 방식의 수많은 단점이 있지만, 초반엔 이를 모두 예측하기도 힘들었을뿐더러, 알았다한들 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실재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았으면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지니까요. 사람들에게 '뭔가 있다'라는걸 보여주기 위해선 '게임기'가 필요했습니다. 채굴장은 그게 사업화된거니 뭔가 이상한게 당연한겁니다. ASIC 출시 이후 가격 상승세에 가속이 붙은건 우연이 아닙니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끝없는 평행선이겠지만요. 다만, 이 서브컬처의 힘을 경시하지 마십시오. 역사적으로 사회의 대변혁은 언제나 젊은이, 여성, 노동자, 모험가, 빈자, 예술가 등 약자와 마이너 계층에게서 발로합니다. 그들에게는 모순이 가득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순수성이 있어요. 비록 나중에 변질되고 쓰러진다한들 그들이 하나씩 쌓아올린 것들 중 무언가는 윗계층에서 만들어주는 테두리를 뚫고 벗어나 폭발할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됩니다. 하지만 역사에서 언제나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혁명은 성공하지 못 했고, 비트코인이 초창기에 그렸던 이상은 기업형 채굴장의 등장, 전세계적으로 화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낙후된 기능, 지지자들의 분열, 정부의 규제와 기존 금융권의 견제, 투기 자산으로서의 전락 등으로 한계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판 자체에 내제된 모순이 많았고 실험에 불과했지만 그걸 메꾸기 위한 순수성과 투기심이 기가 막히게 밸런스를 잡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드디어 투기심이 그 순수성을 이기고 우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서브컬처에서 발로된 것들에서 유난히 두드러지는 특징은 초창기 참여자들의 대단한 자부심입니다. 채굴자들은 종교적인 신념, 자부심이 있습니다. 몇 년전부터 해온 영세 채굴자들은, 이번 상승장에 엄청난 박탈감을 많이 느꼈을겁니다. 자기들이야말로 선구자이며 이 판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단위이자, 이 판을 유지하는 주체라는 자부심, 그런 나에게 보상이 와야 할텐데 정작 자기는 유지비 때문에 코인을 수십개씩 매달 매도해오고 유지해오느라 코인 갯수도 많이 못 늘렸는데, 그냥 아무것도 모르다가 돈 넣었던 사람들이 12월 장에 고소득을 올리는걸 보니 자부심에 상처가 나고, 공장형 채굴장들의 등장으로 오르는 난이도를 따라갈 수가 없고, 이제까지 내가 유지비 때문에 매도한 코인들의 가격이 생각나서 아까워 미칠것 같고, 그러니 트레이딩에 손대고 그러다가 대하락장에서 엄청나게 말아먹고 .. 큰 손들에게 자기들이 일궈온 재화와 터전을 빼앗기는, 그런 사람 부지기수일겁니다. 부동산에서의 젠트리피케이션이 코인판에서도 재현된겁니다. 낙후된 지역을 값싼 임대료와 서브컬처적 감성에 기반해 열심히 젊은이와 예술가들이 일궈놓으면 주류 자본이 들어와서 그 터전을 앗아가거나, 기존 정착자가 기득권이 되어 주류 자본에 편입됩니다. 주류자본은 초창기의 노동과 예술과 같은 가치보다는 그들이 일궈놓은 문화를 바탕으로 한 금융가치에 관심이 있고, 이는 자연히 땅값과 임대료가 오르게 만듭니다. 그럼 이제 다시 젊은이들과 예술가들은 높아진 임대료와 대기업과의 경쟁에 버티지 못해 다른 터전을 찾아 떠납니다. 이 패턴은 어느 시장에서나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코인판에서도 이 서브컬처의 개척자들은 후발주자인 사회의 주류들에게 이길 수가 없었던 것이구요. 결국 초창기 참여자들보다는 중간에 난입한 공장식 채굴장들과 자본가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점점 강해져온겁니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겠습니다. 이 판이 그렇게 세력 장난질에 불과하면 가치 유지고 뭐고 다 끝나는거 아니냐구요. 지구의 재화가 얼마나 소수의 손에 집중되어있는지 아십니까. 비트코인은 어린애 장난 수준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백만장자 서사가 없었다면, 역설적으로 비트코인은 이렇게 성장하지 못 했을겁니다. 그렇기에, 비트코인은 오를겁니다. 여전히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비트코인을 믿지 않습니다. 인간의 욕망을 믿어요. 개미에게도 세력에게도 이는 공통분모이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의 서사는 백만장자 서사. 욕망을 부추기며 사람들을 꾀어내지만, 승리자는 예전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한 줌에 불과할 것입니다. 코인판의 모순을 빌어 바라건데, 부디 모두가 그 한 줌에 들기를 바랍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채굴에 대한 모순은 서두에 적은 단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채굴의 전제조건은 우상향 믿음, 그런데 우상향을 믿는다면 왜 그냥 장기 투자를 하지 않나? 위 질문에 나름대로의 확고한 답을 못 하신다면 채굴사업에 뛰어들지 마십시오. 채굴로 일확천금을 얻는 것은 이미 시기가 지났습니다. 미래로 갈수록 그 문은 점점 더 좁아질거구요. 현실에서의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 때문에 비트코인의 서사를 따라온 사람들이 정작 이 판에서 선택한게 생태계의 가장 하위계층을 자처해 남들이 일확천금을 벌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거라니, 너무나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신규 채굴 진입자들이 바라는 성공한 기성 채굴자의 모습은 운이 잘 따른 숙련된 고소득 전문직 노동자에 해당됩니다.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었거나, 자본의 규모가 크거나, 확고한 우상향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란거지요. 이들은 이데올로기적이든 서브컬처적 취미생활로서든 돈을 벌어봤기 때문이건간에 그 믿음이 단단합니다. 하지만 신규에게는 이 초창기 신도들같은 믿음이 없습니다. 생판 처음 그 쪽을 보는 사람들은 채굴자들을 볼 때 마치 사이비 종교 집단 보는 느낌일겁니다. 본인이 그 종교를 믿을 수 없다면 시작하지 마세요. 채굴에 대해 부정적으로 적었지만 사실 코인판에서 채굴자들은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소수라도 많아지면 해쉬파워가 독점 되지 않게 방지해줄 수 있고 생산자로서의 생태계 하부를 담당해주는 사람들이니까요. 하부라는건 나쁜 의미가 아닙니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채굴도 수익은 납니다. 인내심과 취향의 문제를 제외한다면 효율의 문제일 뿐입니다. 일확천금, 불로소득을 바라는게 아니라면, 대규모로 오랜 기간을 버틸 자신이 있다면 채굴은 웬만한 자영업보단 나을 공산이 오히려 더 큽니다. 스타벅스 점포를 창업하느냐, 스타벅스 주식을 사느냐의 차이겠지요. 물론 이 논리면 세상에 일 안하고 다 주식만 해야하긴 합니다. 다만, 스타벅스 창업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만큼 단단한 토양이 만들어져있는 반면 코인판은 아직도 투기장인데 거기서 하부로 들어가는건 여타 사업에 비해 추가적인 리스크를 짊어진다는 점, 그리고 일반적인 사업들은 개별 점포들의 미시적인 매출과 회사의 실적이 크게 관련이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채굴 사업의 성패는 코인의 가격에 직결되어있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어떤 사업이던 하면 안 되는 이유는 수십가지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모든걸 딛고 성공하지요. 지금 시작하는 채굴장도 분명 결과적으로 수익이 날 수도 있고 끝까지 살아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저력있는 사람이라면 생산자보다는 장기투자자가 훨씬 낫단거지요. 채굴은 연금술이 아닙니다. 채굴판은 이미 규모의 경제로 접근하는게 아닌 이상, 그리고 고점에서의 채굴장 매매를 상정하지 않은 한 다분히 위험하고 어려운 사업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훨씬 더 철저한 사업 마인드와 대규모 자본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정히 채굴을 하시려거든, 소액으로 시작해 알려지지 않은 코인들을 소소히 캐보는거로 시작하세요. 그것이 전 세계적으로 고루 퍼져나가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해주고 각 가정집과 소형 채굴장 위주로 채굴 시스템을 굴리며 평화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이것이 사토시 정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란 강물에 풀어놓은 이 디지털 생명체는 처음의 이상과는 다르게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쩌면 초기 개발자와 채굴자들도 이 정도 속도는 상정하지 못 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본인들조차 쥐고 있는 물량을 시장에 투하하며 탈중앙화와 새로운 부의 개념의 창출, 분배의 이념 따위는 잊어버리고 거래소를 통해 투전판에 참여하고 있겠지요. 지금 저는 혁명의 실패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반드시 무언가가 새로이 등장해 변혁을 이끌거니까요. 한 때 초창기의 이념에 동조했던 이들을 위한 헌정곡으로 이 노래를 선정해봅니다. 이상입니다. 2018.3.17. 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vcoin/118945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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