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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2/09/25 22:29:58 |
Name | 아침 |
Subject | 위즈덤 칼리지 4강 Review 모임 발제: 행복과 성공의 도구, 과학? |
이번 강의는 장동선 박사의 리드로 진행되었습니다. 알쓸신잡 시즌2에서 보았던 얼굴인데 독일 막스프랑크연구소에서 사회인지 신경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더군요. 이번 강의의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과학은 세상에 도움이 된다 2.과학이란 결론이 아닌 과학적 사고방식과 과학적 방법론 그 자체 3.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고 싶다면 과학적으로 증명된 혁신법으로 경쟁력을 높여보자 4.불안한 미래를 예측하고 싶다면 과학적으로 증명된 미래예측법으로 잘 살아남아보자 진행자인 장동선 박사는 처음부터 과학과 유사과학의 선을 긋는데 공을 들입니다. 과학은 어느 날 한 두 사람의 기발한 착상과 한 두 번의 우연한 반증으로 확립되거나 혹은 뒤집히는 그런 촐싹대는 시스템이 아니라 과학계가 오랜 시간 많은 검증을 거쳐 확립하고 인증한 세계관이라는 거죠. 유사과학과는 달리 진짜 과학은 검증에 검증을 거치고, 새로이 발견되는 사실을 기꺼이 수용하고, 또래 학자들의 가혹한 비판을 거쳐서 살아남은 강인한 시스템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과학적 방법론만 채택한다면 그 결론이 향하는 곳은 얼마든지 열려있다는 것도 힘주어 강조합니다. 가령 영혼에 관한 고대의 종교적 믿음은 과학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종교적 믿음에서 시작한 사람의 마음에 대한 관심은 행동주의라는 과학적 방법론을 이끌어냅니다. 스키너, 파블로프의 실험으로 대표되는 행동주의는 곧 인지주의의 비판에 직면합니다. 촘스키로 대표되는 인지와 표상의 이론이 자리를 잡자 이번에는 인공지능과 신경과학이 표상 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표상이란 없다, 단지 뉴런 사이의 전기적 신호와 연결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인지주의에서 정보처리이론으로 다시 트렌드가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대표적인 학자인 차머스는 과학이 공간, 시간을 물질의 기본요소로 잡은 것처럼 마음도 기본요소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범심론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에 심리학의 흐름을 요약하면서 장동선 박사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얼핏 비과학의 절정처럼 보이는 범심론도 과학적 방법론만 채택했다면 얼마든지 수용되고, 정보처리이론이라는 또 다른 과학의 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죠. 과학이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다- 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죠. 하지만 장동선 박사의 연구대상인 뇌는 처음부터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가지고 있는 알쏭달쏭한 존재입니다. 유명한 세 개의 문 실험이 있죠. 닫힌 세 개의 문 중 하나에는 대박상품이 걸려 있고 나머지 두 개는 꽝입니다. 당신은 하나의 문을 고릅니다. 남은 두 개의 문 중에 하나의 문이 열리고 꽝임이 확인됩니다. 사회자가 당신에게 묻습니다. 이제라도 당신의 선택을 바꾸겠습니까? 아니면 원래 선택을 고수하겠습니까? 여러분의 선택은 어떤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래의 문을 고수한다고 합니다. 바꿨다가 혹시라도 원래 선택이 대박이면 원통하고 후회스러울 것이 걱정스러우니까요. 어차피 처음부터 확률은 1/3! 꽝 하나가 확인되었다고 원래의 확률이 변한 것도 아니잖아요? ....는 업데이트된 수학적 상황을 계산에 반영하지 못하는 뇌의 트릭. 실제로는 선택을 바꾸는 것이 수학적으로 훨씬 유리하다고 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 뇌는 느낌적인 느낌(a.k.a. 직관)을 잘 발달시키도록 진화되었지만 직관은 빠른 판단의 도구이지 정교하고 치밀한 판단의 도구는 아니라서 느낌적인 느낌만 믿다가는 대박의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장동선 박사는 확률을 신뢰하라고 주문합니다. 확률이 과학이라는 거죠.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느낌적인 느낌을 버릴 수 없는 것이 대다수 사람의 (대다수 뇌의) 한계라고 합니다. 그래도 가능하면 수학... 과학은 때로 시대의 상식을 초월합니다. 인간은 경제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 자본주의적 인간의 상식이지만 실제로 죄수의 딜레마, 투자게임, 독재자 게임, 최후 통첩 게임 등등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인간은 소위 말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지만은 않고 자신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공동선을 우선시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공동선에 위배하는 개인을 배척하기도 하고요. 이는 경제적 이익 이외에도 '사회적 평판'이라는 가치가 작용하기 때문인데 인간이 진화적으로 생존에 유리한 사회적 뇌로 진화해왔기 때문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덧붙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뇌를 활용해야 할까요? 대전제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견하고 대비하는 일이 어려운 시대입니다. 열심히 기술을 익히더라도 몇 년 이내에 AI에게 직장을 넘겨줘야 할지도 모르는 신세죠. 이런 험난한 시대에 혁신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뇌의 키워드는 자율, 재미, 협업, 그리고 비전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사례가 많이 나오는데 자율의 사례로 든 막스프랑크연구소의 파격적인 자율보장제도가 인상 깊더군요. 막스프랑크연구소는 될놈될 원칙에 따라 유망한 과학자는 몇 십 년이든 자기가 알아서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마음껏 연구하게 한다는군요. 각종 서류업무에 얽매이지 않고, 보고서도 안 써도 되고, 단기성과에 연연하지도 않고요. 단, 소장이 아니면 10년 이상은 근무할 수 없다는 원칙도 있어서 장동선 박사도 9년까지 근무하고 낙원에서 나와야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막스프랑크연구소(찾아보니 독일 전역에 있다고 하니 개별 연구소가 아닌 협회나 재단으로서의 연구소)는 시카고대, 하버드대에 이서 3대 노벨상 수상자 배출단체라고 합니다. 또 이런 식의 자율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게 필수적인데 우리나라는 리스크를 최소화하여 관리하는 것에 주안점이 맞춰져 있다며 매우 아쉽다는 식의 언급이 몇 번이나 나옵니다. 피카소 가문과 바흐 가문의 가풍의 차이가 어떻게 가족구성원 개개인의 창의성의 발현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피카소의 아들과 손자도 미술을 배웠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고 성격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 장동선 박사는 피카소의 통제욕을 듭니다. 자기 자신이 성공한 천재 화가로서 자신의 분야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던 피카소는 아들과 손자에게 마음껏 그릴 자유를 허락하지 않고 철저하게 통제했다고 합니다. 반면 바흐는 양쪽 무릎에 아이들을 올려놓고 자유롭게 놀며 떠드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는 거죠. 재미는 곧 일이 놀이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인데 놀이의 4요소를 분석한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즉 경쟁, 확률, 모방, 현기증(=아찔함)이 있어야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는 것이죠. 놀이는 포유류 전반에서 발견되는 자연스러운 행위이자 사회성 학습의 장이자 혁신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체스는 게임이지만 체스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 익힌 시간과 공간, 전세의 활용법은 정치, 군사, 산업 분야에서 폭넓게 적용되었다는 거죠. 협업도 중요한 혁신의 요소인데 MIT Media Lab의 연구에 따르면 성공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팀원 개개인의 기능, 스킬도 중요하지만 그 팀이 어떤 패턴으로 커뮤니테이션하는지가 더 결정적이라고 합니다. 성공적인 팀의 커뮤니케이션은 1. 발화량이 많고, 2. 말을 중간에 끊는 경우가 많다는데 2의 경우 상대의 발언을 무시하는 말끊기 양상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 나도 그거 뭔지 알아!'라고 치고 들어오는 이심전심의 협력적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입니다. 그리고 팀웍을 좋게 만드는 핵심팀원(=황금사과)를 세우고 파워게임을 앞세워서 팀웍을 저해하는 악성팀원(=썩은 사과)를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군요. 강의의 마지막은 미래예측에 대한 내용입니다. 인간의 뇌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기계이다- 라는 것이 장동선 박사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모든 뇌의 미래예측능력이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전문분야 한 가지를 우직하게 잘 하는 고슴도치형 인간과 여러 분야를 얕게 아는 여우형 인간 중에 어느 쪽이 더 미래예측에 유리할까요? 흥미로운 질문이었는데 정답은 다방면에 얕은 지식을 가진 여우형 인간이라고 합니다. 고슴도치형 인간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특화된 사고체계와 가치체계가 굳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반면 여우형 인간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상황의 변화와 그에 따른 다양한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래 5.0이라는 국가 차원의 미래대비 프로젝트를 세세하게 계획했던 일본과 임기응변식으로 그때 그때 대응했지만 미국을 보면서 국가적인 통신망 확보에는 기민하게 나섰던 우리나라를 비교해보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여우 같은 대처가 더 나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super forecaster라고 불리는, 초예측가들도 원리적으로는 비슷한 듯 합니다. 주식이든, 팬데믹이든, 분야를 막론하게 요상할 정도로 감이 좋고 잘 맞추는 사람들을 보면(재밌게도 이들이 특별히 그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라고 합니다) 조심스럽고, 겸손하고, 결정론을 믿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건 내가 잘 안다고 자신하지 않고 자신이 아는 지식과 모르는 지식을 잘 구분한다는 얘기죠. 그 결과 당연히 자신의 기존 사고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오픈 마인드로 변화하는 상황을 기민하게 받아들이고,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탐색하며, 숫자에 능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들도 혼자 있을 때보다는 협력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때, 그리고 예측의 반복하며 반성적으로 성찰할 때 안 그래도 높았던 예측력이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번 강의를 쭉 들으면서 가장 강조된 부분 중 하나이자 제가 경험적으로 제일 깊이 동의가 되었던 부분은 협업-조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사회적 뇌' 부분입니다. 실제로 제가 속한 아주 작은 조직에서도 단 한 명의 구성원이 썩은 사과에서 황금사과로 바뀌면서 팀 전체의 생산성과 팀원 개개인의 생산성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협력과 이타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고루한 당위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거의 유일하게 남은 대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학과 비과학이, 혹은 팩트와 주관이 완전히 분리될 수 있다는 듯한 강의 전반의 늬앙스에는 살짝 불편함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팩트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면서 자신의 주관을 벼리는 기회로 삼자는 메시지나, 오픈 마인드로 상황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과학적 마인드라는 강사의 입장은 쉽게 동의할 수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과학적 마인드로 잘 살아보세. 끗.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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