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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1/27 22:26:37수정됨
Name   Karacall
Subject   스포 매우 주의) 까다롭스키의 또다른 역작 마지막 바이킹을 추천합니다.
주의) 이 글은 소설에 대한 주요 스포일러를 담고 있으니 내용 스포를 당하기 싫은 사람은 당장 뒤로 돌아가기를 누르십시오.

















대역계에서 고증 문제로 책 잡힐 일이 없는 작가인 까다롭스키가 이달 초 새로운 신작을 냈습니다.

15세기 초 서서히 몰락해 가던 그린란드의 바이킹이 주인공인 마지막 바이킹이란 작품입니다. 작품의 시작은 냉전기 그린란드에서 소련과의 핵전쟁 대비를 위한 모종을 실험을 하던 도중 알 수 없는 폭발 사고로 과거 1400년대의 그린란드의 시대로 떨어진 존(욘)이라는 군인이 그 당시 그린란드 사회에 어울려 살면서 기록상 마지막 바이킹인 시그리드란 여자아이에게 자기가 알고 있던 모든 지식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시그리드에게 마지막으로 계절 기후의 변화로 인해(근데 작가의 말이나 네티즌이 제시하는 최근의 학설을 보면 단순히 계절 기후의 변화 만으로 그린란드의 바이킹들이 실종되었다고 단정하기 쉽지 않더 군요.) 그린란드의 공동체는 파멸할 것이라는 최후의 정보를 알려준 후 시그리드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다시 미래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존은 자기가 있었던 과거 그린란드의 세계선이 어떻게 되었는지 끝끝내 알 수 없는 걸 천추의 한으로 여기고 있지요.

근데 제가 위에서 언급한 앞부분의 내용은 진짜 프롤로그 마냥 간략히 알려주고 욘(존)의 실종을 계기로 욘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린란드, 아니 세계의 역사 축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보위의 스타맨을 흥얼 거릴 정도로 욘으로부터 모든 지식을 전수 받은 시그리드는 욘의 실종을 계기로 대두된 마을과 교회의 대립(사실 욘은 잘 몰랐을거라 생각하지만, 욘 본인도 잘 모르는 사이에 그린란드의 파멸을 간접적으로 떠벌리고 다녀서 마을측 대표와 교회측 대표 역시 그린란드가 조만간 파멸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어떻게든 상대측을 무고하여 언젠가 올 파멸을 잠시나마 늦추자고 한 것이 작품 첫부분의 서두 입니다.)으로부터 그들의 무고에 협조하란 마을 측과 교회 측의 권유를 거부하고 그 음모론을 고발함으로써 무위로 돌립니다. 그리고 교회측, 마을측과 다른 제3의 길로 빈란드 개척을 주장하는게 작품의 내용입니다.

시그리드의 활약(+욘이 이것저것 알려준 각종 미래지식)으로 세계 역사의 거대한 분기가 발생합니다. 백수십년 일찍 개발한 라이플과 머스킷을 활용하여 그룬발트 전투에서 칼이 아닌 강철과 화약의 힘으로 최소 십수년간 무예를 연마한 기사들을 도륙하고 트리아지와 기초적인 소독법을 통한 체계적인 부상자 관리로 병력을 어느정도 추스리는데 성공한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군이 원역사에선 점령하는데 실패했던 마리엔부르크(햄탈워의 그 마리엔부르크가 아닙니다.)를 점령하여 튜튼기사단을 원 역사보다 일찍 더 처참하게 몰락시킵니다. 그리고 주점주인과 한량들 만으로 이뤄진 뜨내기 용병단으로 유럽 최강의 군사를 몰락시키고 밤사이의 구호활동으로 수많은 부상자들을 살린 시그리드는 튜튼기사단의 여론전에 의해 화염과 흑마법을 부리는 백발 마녀로 몰리는 것이 현재 스토리입니다.

마지막 바이킹을 읽으면서 제가 좀 놀란 것은 까다롭스키의 문체가 전작들보다 훨씬 읽기 쉬워졌습니다. 고종, 군밤의 왕이나 임꺽정은 살아있다의 경우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문체가 순문학(이건 제 기준입니다.)보다 훨씬 무거워서 임꺽정은 살아있다의 경우엔 며칠 묵혀서 천천히 읽어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고문체나 한문용어가 별로(그래도 몇몇 단어엔 있더군요.) 없어서 초심자들도 읽기가 편해졌습니다. 제 기준에선 이건 고종, 군밤의 왕을 넘을 까다롭스키의 또다른 역작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소설을 읽을때 한국 대체역사소설이 아닌 영미권 대체역사소설을 읽는 느낌이 납니다. 주인공 시그리드의 보호자이자 스승인 욘이 이것저것 알려줘서, 시그리드는 15세기에 살고 있는 20세기 근대인이 되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미국 수정헌법 제2조를 언급할 때 조금 골때리기도 했습니다. 구세계로의 진출이 아닌 새로운 기회가 있는 신세계로의 진출을 시그리드가 주장할 때와 그린란드의 북쪽에서 편력기사(원역사에서 요가일라를 거의 죽일 뻔한 쾨크리츠의 디폴트)와 이누이트의 대결은 서부극의 느낌이 물신 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유럽 역사의 생소한 부분을 작가가 이야기 할때 제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니 신선했습니다. 가령 고틀란드에 있던 급양형제단 이야기나 2015년까지 존재했던 아이슬란드의 바스크인 척살법에선 뭔가 하나의 역사강의를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전작들에도 있던 까다롭스키의 역사 설명은 소설의 또다른 재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독자들도 만만찮게 더 진화해선 거의 교수급 질문과 답변이 댓글창에서 종종 벌어지고 있습니다. 평범한 개인들은 그저 까다롭스키의 오타만을 지적할 뿐 이런 역사 댓글에 대해선 멍한히 지켜 볼 수 밖에 없습니다.(작가님은 오히려 이걸 즐기시는 거 같아서 더 공포....)

아직 월초에 번역을 시작해서 그런가 22편 밖에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한꺼번에 읽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나중에 몰아서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오늘자 소설은 판소계의 광공 남주가 나오더군요. 작가의 외연 확장 시도에 감탄을 표하며, 이젠 이 소설이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겠습니다. 범인들은 그냥 작가가 건필하길 기원하는 거 외에는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https://www.dogdrip.net/dogdrip/459836202?_filter=search&search_target=title_content&search_keyword=%EB%8C%80%EC%B2%B4&page=1
* 교황 편지로 키배를 벌이는 독자와 넉살좋게 답변하는 작가 까다롭스키의 패기 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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