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3/06/19 17:13:02
Name   자몽에이슬
Subject   [왕국의 눈물 리뷰]왕눈하기 전에 꼭 야숨부터 하세요.
정직한 두괄식 제목으로 내용 정리합니다.
바쁘지 않은 분은 아래로 계속 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저녁만 되면 하이랄 왕국으로 무비자 여행 가시는 분들 많으실겁니다.
저희 집도 주말부부(주말만 되면 각방으로 헤어져서 서로 젤다를 하고 있습니다)로서 신혼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습니다.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은 정말 잘 나왔어요. 전작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후속작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걱정반 기대반을 많이 하셨을텐데 역시 닌텐도 퍼스트게임은 우릴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전작의 기본 요소는 다 끌어왔지만 더욱 다양한 요소들의 추가로 완성도만 보자면 전작을 충분히 뛰어넘는 후속작이라는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리뷰는 이미 많이들 보셨을테니 이 글에서는 젤다 야숨, 왕눈을 둘다 안해봤다면 왜 야숨먼저 해야 되는지를 몇가지 해보겠습니다. (스토리 스포일러 X)

1. 야숨과 왕눈의 지상 필드의 형태는 동일하다.(아는 동네 탐험하기)

왕눈은 야숨의 후속작입니다. 기본 스토리와 배경이 야숨 이후를 다루고 있죠. 게임의 배경이 되는 지역인 하이랄왕국의 지상 지형은 야숨과 왕눈이 동일합니다. 물론 왕눈에는 하늘과 지저 지역이 추가로 더 있어 여행해야 될 곳들이 더 많기는 합니다. 이 두 곳은 전혀 새로운 지형으로 새로움과 모험지형의 증가가 생기긴 하지만 게임의 많은 진행은 지상맵에서 이루어지고 실제로 야숨을 해본 분이 왕눈을 해보면 대략 어떤 느낌으로 모험을 진행해야 되는지 계획이 그려질 겁니다.
뭘 해야 되는지 모르고 두서 없이 발길 가는대로 가다보니 스토리가 진행되는게 야숨이라면 주요 컨텐츠가 진행되는 마을들은 다 같은 지역에 있고 대략 그 지역으로 이동하면 되겠구나 머리속에 지도를 그리며 움직이는게 왕눈 입니다.

2. 야숨은 수평 이동, 왕눈은 수직 이동

오픈필드 게임이란 특별한 목적없이 자유롭게 원하는 콘텐츠를 하는 것을 보통 통칭 합니다. 큰 틀의 최종목적은 제시하지만 진행루트는 자유롭게 하는 것이 오픈월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플레이어는 뭘 해야 될지 몰라 길을 잃기 쉽기 때문에 게임은 다양한 방식으로 넓은 지역에 컨텐츠와 스토리 진행의 힌트들을 파편화 하여 뿌려 놓습니다. 이 부분에서 야숨은 압도적입니다. 지상에서 우리는 커다란 산과 건물 같은 지형으로 절대 맵의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며 그저 몇개의 이정표(높은 탑이나 빛나는 사당들)을 찾아가는 와중에 만나는 다양한 이벤트들로 정말로 모험이라는 것을 떠난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런 구성은 야숨 이후 나오는 오픈월드들에 많은 영향을 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각 지역의 타워에 도착하면 어느정도 주변 지역을 관망하여 여행을 루트를 짤 수 있고 패러세일링도 가능하지만 갈 수 있는 거리는 매우 한정적입니다. 결국 우리는 높은 곳에서 본 기억을 토대로 다시 지상에서 목표하는 지점으로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를 구상하고 이동해야 됩니다.
하지만 왕눈은 이와 다릅니다. 타워는 엄청난 높이로 케릭터를 말그대로 상공 위로 올려주며 그곳에서 이동하는 패러세일링은 이론적으로 맵의 절반 이상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플레이어에게 쥐어 줍니다. 이는 일단 어느 곳이던 타워를 이용해서 원하는 포인트에 바로 도착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하고 그만큼 모험의 어려움을 반감시키는 부분 입니다.
하지만 야숨을 해본 입장에서 왕눈을 한다면 이미 익숙한 지형을 또다시 고생하며 움직이는 지루함을 생략해 주는 좋은 수단이 됩니다. 오히려 좋아~

3. 무전여행에서 오는 즐거움

처음 야숨을 하면서 눈에 보이는 큰 산을 힘들게 등반하여 지상을 내려다 봤을 때의 그 흥분과 경외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지역으로 움직이며 추위와 더위에 고생하고 도저히 상대가 안되는 적들을 만나 헐레벌떡 도망가고 우연히 마주친 보물상자에서 공격력 높은 검을 주워 부셔질까 애지중지 아껴가며 썼던 그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왕눈은 야숨을 하지 않아도 플레이에 무리는 없게 만들었습니다. 초반부는 여전히 친절하며 새로운 능력을 배우고 전작에 비해 강화된 스토리를 보는 맛도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야숨에서 느꼈던 무일푼의 팬티 한장으로 떠나는 모험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뭐랄까, 왕눈은 비즈니스석 타고 라스베거스 카지노 여행 가는 느낌이랄까요...
야숨은 초반에 정말 주어지는 게 없습니다. 뭔 넝마같은 옷 한벌 주고는 지나가다 주었던 나무가지로 몬스터를 때리라고 하지 않나 초반의 볼품없는 스테미나로 작은 절벽하나 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좋은 무기는 수급도 어려운데다가 쓰다보면 무조건 부셔집니다. 근데 그 개고생이 재미 있습니다. 야숨 플레이의 핵심은 고생입니다. 뭘 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고 가진 것도 없는데 하다보면 조금씩 아는 지역이 만들어지고 가진게 늘어납니다. 이세계에서 살아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왕눈은 초반에 무기의 수급도 비교적 쉽고 다양한 능력으로 인해 생활이 쾌적합니다. 높이 올라가 멀리 날 수 있습니다. 굳이 고생하며 땅에서 뛰어다닐 필요가 없어요. 다양한 조립에서 오는 즐거움(차, 비행기 등등)과 위 아래로 새롭게 탐험할 지역도 생겨났습니다. 모험이 너무나 편해졌습니다. 이게 야숨을 해본 입장에서는 엄청 큰 장점입니다. 지루할 수 있는 이동시간을 배제하고 다양한 할거리를 쥐어 줍니다. 맘만 먹으면 시간을 쏟아 해볼거리가 더 많아졌어요.

4. 야숨을 꼭 먼저 해보세요.

이번 왕눈을 해보고 싶다면 조금 참고 야숨을 꼭 먼저 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말 그대로 진정한 야생으로 떠나는 베어 그릴스에 빙의 되실 수 있습니다.
왕눈을 먼저 한다는 것은 쥬라기공원 1편 건너뛰고 쥬라기월드 보는 것이나 터미네이터 1 건너 뛰고 아바타 보는 것과 같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 드립니다. 펜티엄 쓰다가 586 컴퓨터 못씁니다. 서마터폰 쓰다가 피쳐폰 못씁니다. 근데 피쳐폰에서 하던 미니게임천국, 붕어빵 타이쿤은 평생 기억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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