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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8/16 09:27:29
Name   서포트벡터
Subject   마법을 쓰면 다 마법소녀? 국내 방영 마법소녀물 하편
오늘 소개해 드릴 작품들은 "게임체인저" 그 자체였던 세일러문부터 시작해서, 00년대 중반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마법소녀의 판을 뒤흔들고, 아직까지도 20년째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프리큐어의 시작, 프리큐어 빛의 전사까지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여아용 애니메이션의 장르의 왕좌는 이제 마법소녀물이 아니라 아이돌물로 넘어갔습니다. 물론 인기있는 애니메이션들은 보통 아이돌을 기초로 해서 마법소녀물 내용을 가미한 스타일인 경우가 더 많다고 하더군요. 이제 인플루언서의 시대를 맞아 "평범한 소녀의 마법"으로는 부족한 것이죠.

이런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여아용 애니메이션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20년이나 롱런한 프리큐어 시리즈입니다. 현재 마법소녀의 대표라고 보기에 충분한 프리큐어 시리즈가 롱런하는 데는 여아 뿐만 아니라 성인들의 수요 역시 컸다고 합니다. 물론 메인은 시청층은 여아들이지만, 성인들은 돈 쓰는데 주저함이 없잖아요?

그래서 이런 성인 시청층을 파고든 작품의 대표적인 사례가 어둡고 처참하기 그지 없는 설정의 마법소녀물인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마마"라고 유명한 작품인데요, 일단 우리나라에서 15금 받은 작품이니 절대로 여아용 만화영화는 아닌 것이죠. 이런식으로 장르라는 것은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마마마까지 가지 않아도, 천사소녀 네티 정도만 해도 이미 장르의 선구자인 "요술공주 샐리"와는 유사점이 소녀가 마법봉 들고있는것 정도 말곤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니까요.

처음에 선구자들이 나오고, 이후에 작품들이 확립되면서 클리셰들이 만들어지고, 이 클리셰를 박살내는 게임체인저들이 등장해서 또 다시 클리셰에 편입되는, 이런 변증법적 발전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죠. 마법소녀물 장르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 하편에서 소개해 드릴 작품의 첫 머리는 바로 이 클리셰 브레이커의 하나였던 세일러 문입니다. "반"이었으나 다시 "합"의 선두주자가 된 작품이죠.

17. 달의 요정 세일러 문(1997, KBS)


한국 역대 마법소녀물 시청률 1위, 장편 애니메이션 시청률 5위에 빛나는 "여왕" 세일러문입니다. 본래는 천사소녀 네티의 후속작으로 곧바로 방영될 예정이었으나 심의 때문에 조금 더 늦어졌습니다.

지금은 잊혀진 사실 중 하나지만, 세일러 문은 검열 때문에 방영중단이 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세일러 문→R→S→SS→세일러 스타즈로 이어지는 시리즈 중에서 SS를 심의할 때, 아마존 트리오의 선정성(동성애적 성향, 외설적 내용 등등등)을 걸고 넘어져서 방영이 중단됐었죠. 이 때 아이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한 학부모들이 방송위원회에 엄청난 양의 항의전화를 보냈고, KBS 역시 높은 시청률을 보이던 세일러 문 시리즈를 방영중단하는 데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하더군요. 결국 SS의 39개 에피소드 중 23개 에피소드를 잘라내고 16개 에피소드만 방영되었습니다. 뭐 천사소녀 네티에서 가장 중요한 회차 중 하나를 중학생끼리 연애한다고 편집시키던 야만의 시대이니만큼 어쩔 수가 없었겠지요. 이것까지 포함해서 200화 중에 총 37개 에피소드가 편집됐습니다. 또 검열 관련해서 기억나는게 최종화에서 세일러 문이 완전 누드로 전투를 벌이는 씬이 있는데, 편집으로 흔들리는 흰색 타이즈를 그려 내보내서 엄청나게 어색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일러문이 향후 마법소녀물에 끼친 영향은 논문도 나올 수 있을 정도일 겁니다. 세일러문은 당시 매우 혁명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원작 코믹스부터 제목이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美少女戦士セーラームーン)", 전사라는 단어가 들어갔죠. 마물을 물리치는 과정이 "전투"이고 심지어 싸우다가 전사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마물을 "두들겨 패서 죽이는" 게 세일러문의 기본 흐름인데, 기존의 마법소녀들이 이런 전투적 성향을 가지지는 않았죠. 큐티 하니가 전투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그만큼 마법소녀적 성향이 약했는데요, 세일러문은 누가 봐도 마법소녀가 맞잖아요? 이 특유의 배틀물적 성향 때문에 남성들에게도 상당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이것 때문에 작가가 소녀만화가 아니게 돼버려서 혼란스러워 하기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레귤러가 진짜로 죽기도 하는 위험한 전투, 어둡고 심각한 전개, 진짜로 사람을 죽이려고 드는 악당, 그에 맞서 실제로 적을 죽이는 주인공, 초현실적인 연출과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방대한 스케일, 여럿이 팀을 이루는 마법소녀 전대물로서의 성향, 마법소녀가 일종의 "자격"인 것,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점점 늘어나는 마법소녀들 등등 세일러문이 향후 마법소녀에 끼친 영향은 뭐 말할 필요가 없지요. 사실상 세일러 문 이후의 마법소녀중에 "싸우는 마법소녀"계열은 모두 세일러문의 영향 아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성우 캐스팅은 세라 역에 최덕희(KBS), 이지현(대원) 성우였습니다. 마법소녀 리나와 함께 최덕희 성우를 일약 대스타로 만들어준 배역이죠.

18. 마법기사 레이어스(SBS, 1997)


마법기사 레이어스는 일본어로 "魔法騎士レイアース", 다시 말해 마법기사 레이어스인데 마법기사라고 쓰고 "매직 나이트"라고 읽습니다. 따라서 "매직 나이트 레이어스"가 일본어 제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법소녀물로서의 성향보다는 이세계물로서의 성향이 훨씬 강합니다. 그래도 변신도 하고 소녀들이 마법을 쓴다는 점에서 마법소녀물로 분류됩니다.

아침드라마급 막장 인간관계를 자랑하는 클램프의 작품답게 이 작품도 충격적인 반전으로 유명하죠. 1기의 반전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 어어 뭐야 뭐야 하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나네요. 나이 먹고 생각해보니 진짜 미친X...요즘엔 "얀데레"라고 부르는 주인공 쫓아다니는 미친 스토커 캐릭터도 있었죠. 또 마지막의 민주주의 엔딩(?)도 나름 잘 알려져 있습니다.

SBS방영 당시의 오프닝 노래가 아주 인상적이라 자주 회자되곤 합니다. 2003년에 "꺼지지 않는 소망"이라는 제목으로 만화 주제가 앨범에 수록된 바 있어서 2절까지 있는 풀 버전이 한국어로도 있습니다. 주인공 써니 레드의 성우는 정미숙 성우였습니다. 투니버스에서 동년도에 비디오판을 방영했는데, 비디오판의 주인공 이름은 주은빛, 성우는 박영희 성우였습니다.

성우 관련해서 정말 안타까운 뒷얘기가 있는데, 윈디 역에 원래 정경애 성우가 내정되었는데, 보통 일본 만화들이 그렇듯 왜색 및 선정성 등을 이유로 심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래서 붕 뜬 시간동안 정경애, 장세준 성우 부부가 괌으로 가던 비행기에서 사고로 세상을 뜨는 비극적인 일이 생겼습니다. 이 사고 일자가 당초 예정된 레이어스 첫 방영일이라, 만약 심의가 늘어지지 않았다면 가족여행을 가는 일이 없었을 거라서 많은 성우팬들이 정말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일입니다.

19. 빨간망토 차차(MBC, 1997)


"아저씨는 양심이 대머리에요!"라는 대사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차차입니다. 개그 판타지 성향이 굉장히 강해서 사실 환상의 마법으로 변신하는 씬만 아니면 마법소녀로 분류될 일이 없는 작품입니다. 실제로 원작 코믹스에는 이 변신 폼이 나오지 않고 애니메이션의 오리지널 요소입니다. 아마도 환상의 마법에 사용되는 장난감들을 팔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본어 제목 역시 "빨간망토 차차(赤ずきんチャチャ)" 로 한국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환상의 마법으로 변신했을 때 변신폼의 복장은 리리카SOS의 변신 후 복장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네요. 리리카 SOS가 더 늦게 애니화가 됐지만, 같은 제작사에서 애니화를 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변신 후 모습이 차차의 어른이 됐을 때 모습이 아니라, 차차네 집안 1대 여왕의 모습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 방영했는데, 먼저 MBC에서 97년에 방영했습니다. 이때의 차차 성우는 기경옥 성우입니다. 99년에 SBS에서 재더빙해서 방영했고 이땐 차차가 김수경 성우였습니다. 방영 당시 인기도 MBC판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나중에 투니버스, iTV, 애니맥스 등에서 MBC 버전을 지속적으로 재방영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MBC판이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잘 알려진 "범디기 범디기 범범 디기디기디 차차" 이게 MBC 버전 오프닝이죠.

20. 리리카 SOS(KBS, 1998)


이 작품도 우리나라에서 꽤나 인기가 있었죠. 일본어 제목은 "너스앤젤 리리카 SOS(ナースエンジェルりりかSOS)"인데, 간호천사 정도로 보면 됩니다.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이 작품도 클리셰 깨먹는 일이 꽤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주변 사람들한테 정체를 열심히 숨기지는 않는다든가...우리나라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높았고, 투니버스에서 몇번 재방영한 기록이 있습니다.

원래 50화 방영 예정이었으나 35화에 조기 종영됐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급전개가 이루어져서 마지막에 리리카의 죽음과 부활이 약간 뜬금없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시청률이 결코 낮지 않았기 때문에 조기종영된 이유는 아마 스폰서쉽과 관계가 있지 않았나 싶네요. 보통 마법소녀물은 시청률보다 장난감 판매량이 스폰서쉽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팬이 많이 있는 작품입니다.

2020년이 제작 25주년이라 뭔가 큰 행사를 기획하고 있었다던데, 그게 코로나 때문에 말아먹었다고 하는 안타까운 일화가 있습니다.

리리카 역은 정미숙 성우가 맡았습니다. "It's all right 누군가 여기에 외로이 울고 있어"로 시작하는 엔딩 노래인 "도시의 천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죠. 엔딩곡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는지 가끔 오프닝으로 쓰였습니다. 2020년에 보컬인 배연희씨가 노래를 재연한 적이 있습니다.


21. 무지개 요정 큐티하니(SBS, 1998)


큐티하니의 원작은 무려 "나가이 고"의 작품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마법소녀물과 엄청나게 다릅니다. 사실상 90년대~00년대에 이루어진 "혁명적인 마법소녀물"을 혼자 다 해먹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미소녀 전사, SF를 접목한 마법소녀물, 성인 대상의 마법소녀물, "물리" 마법소녀, 비교적 다크한 스토리, 강렬한 섹스어필 등등 뒤에 혁명적인 마법소녀물들이 가진 것들을 대부분 가졌죠. 하지만 큐티하니 1기는 1973년 작품이고 아직 마법소녀물이 10개도 만들어지기 전이기 때문에 좀 빠릅니다. 클리셰가 아직 쌓이지도 않을 정도로 너무 앞이면 이게 혁명이 아니라 다채로운 시도 중에 하나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큐티하니는 참신한 마법소녀물이었지만 게임체인저가 되진 못했습니다. 체인지할 게임도 없던 시절이라서요.

이 시절의 큐티하니는 뭐...엉덩이 어쩌구 하는 오프닝 가사만 봐도 아시겠지만 대놓고 섹스어필을 추구하는 작품이고, 폭력성도 다분합니다. 무려 "일본에서"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 선정성을 이유로 당초 3분기 계획이었으나 2분기만에 조기종영됐습니다. 대신 높은 인기로 인해 재방송은 굉장히 많이 됐다고 하네요. 당연히, 당시 한국에선 방영될 수 있을 턱이 없지요. 나가이 고가 "하니는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에, 알몸이어도 상관없다!"는 발언을 했다는 뒷얘기가 있는데 진짠진 모르겠네요 ㅋㅋ

국내에 방영된 큐티하니는 97년에 제작된 리메이크판 "큐티하니 F(キューティーハニーF)"입니다. 이 작품은 나가이 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다른 작가(이이사카 유카코)의 리메이크 코믹스를 기반으로 제작이 됐습니다. 따라서 나가이 고 테이스트라고 할 수 있는 폭력성과 선정성이 많이 옅어진 상태였죠. 70년대 큐티하니와는 그냥 다른 작품이라고 봐야 합니다. 일단 하니 자체도 안드로이드가 아닌 인조생명체기도 하고...근데 그렇다고 해서 절대 보통 마법소녀처럼 샤랄라한 작품은 아닙니다. 물론 검열은 됐지만, 신기하게도 아동용 만화영화로 심의가 넘어갔어요. 15금정도 되어야 할것 같은데...

주인공인 사이언 하니의 성우는 김수경 성우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큐티하니의 오프닝곡을 가수 이아유미씨가 불렀던 버전이 인기가 있었는데, SBS 방영당시에 사용한 오프닝도 같은 곡에 가사만 좀 개사했던 버전이었습니다.

번외로 지난 번 소개드렸던 "요술천사 꽃분이"는 바로 이 큐티하니의 극중극이었습니다. 이게 큐티하니의 후속작으로 나온 것이죠.

22. 마법천사 루비(KBS, 1999)


애니메이션 천지무용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대진운이 안좋았는데, 동시에 경쟁하던 작품이 무려 "포켓몬스터"였거든요. 이 막장 대진운으로 인해서 인기가 좀 저조했습니다. 주인공인 루비는 천지무용 시리즈의 인기 등장인물인 마사키 사사미의 패러랠 월드 캐릭터라는 설정입니다. 일본어 제목은 "마법소녀 프리티 사미(魔法少女プリティサミー)"입니다. 루비 역은 KBS방영 시엔 문선희, 투니버스에서 OVA 방영했을 땐 양정화 성우가 맡았습니다.

23. 카드캡터 체리(SBS, 1999)


20세기 말에 화려하게 등장해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명작 카드캡터 체리입니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으로, 체리는 딱히 클리셰 브레이킹을 시도하지 않은, 혁신적이지 않은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싶습니다. 여기서 좀 참신하다 싶은 기존과 다른 2회차 같은 내용도 이미 클램프의 전작인 레이어스 등에서 다 시도된 내용이고, 주변에 있던 사람이 알고보니...도 흔한 클리셰죠. 주인공만큼 비중이 크고 인기 많은 절친 사이드킥, 경쟁자와의 로맨스라인 같은 것도 이미 천사소녀 네티같은 기존 작품에서 먼저 성공적으로 시도된 내용입니다. 주인공과 붙어다니는 마스코트는 뭐 말할 것도 없지요.

음 하지만 혁신...그거 중요한가요? 마법소녀물의 기본 중의 기본, "사랑스러운 주인공과 조력자들, 예쁜 로맨스, 신비로운 세계관, 아름다운 화풍과 디자인" 이것을 모두 갖춘 그야말로 국밥 중의 국밥이 바로 이 작품이죠. 혁신이 없어도 기본빵을 극대화하면 이런 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국밥집이 사람 줄서게 하는게 어렵지 않겠습니까? 이 작품은 그걸 해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지요. 98년에 나온 작품이 "여전히" 엄청난 인기를 자랑합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일본어 제목은 "카드캡터 사쿠라(カードキャプターさくら)"입니다. 98년에 제작되었고 한국에서도 99년에 SBS에서 상당히 빠르게 수입했습니다. 당시 체리는 문선희 성우, 지수는 이현선 성우가 맡았습니다. 이 두분의 더빙이 워낙 인상깊어서 아직까지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또 당시, 오프닝곡 "Catch me, catch you"를 다시 작곡해서 내보냈는데 이 노래 역시 아직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이후 투니버스 등지에서 여러번 재방영이 되었습니다.

2018년에 투니버스에서 재더빙이 되었는데, 이건 후속편인 클리어 카드 편을 방영하기 위한 밑바탕이었습니다. 후속작인 클리어 카드 편은 본편에서 약 2년 후를 다룬 내용이고, 2018년에 제작되어 우리나라에선 2019년에 방영됐습니다. 재더빙판과 클리어 카드 편은 정유정 성우가 체리를 맡았습니다. 문선희 성우와 비교하면 좀더 어리고 귀여운 느낌이 나는 톤으로 연기했죠.

개인적인 여담으로 네티의 사이드킥인 세인트와 체리의 사이드킥인 지수가 성우가 같고 이미지도 비슷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비교가 되곤 했는데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해외에서도 유사점이 많은 걸로 알려져 있다고 하네요.

24. 꼬마마법사 레미(MBC, 2000)


대부분의 마법소녀물이 순정만화류의 원작 코믹스가 있는데,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3기인 포르테까지 MBC에서 방영했고, 4기인 비바체는 투니버스에서 방영했습니다. 마법소녀물에서 은근 안 쓰는 소재인 뾰족 모자 쓰고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는 "마녀"라는 소재, 마녀들의 세상이라는 이세계 설정, 세일러문식 마법전대이긴 한데 전투도 하지 않는, 초등학생 소녀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독특한 설정이죠. 아이들이 사용하는 주문도 "삐리카삐리랄라"같은 아이들이 쓸 것 같은 귀엽고 의미없는 주문들이구요. 마법을 쓸때 마법구슬이라는 재화를 "시약"처럼 사용하는, 나름 굉장히 정통에 가까운 마녀, 마법사의 모습입니다.

주인공 레미 성우는 박영희 성우가 3기 포르테까지 하시다가, 2005년 비바체 이후로 양정화 성우로 교체됐습니다. 당시 박영희 성우의 건강 문제로 인해 아역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본인이 고사하셔서 교체가 됐는데요, 레미가 워낙 인기작이다보니 이 성우 교체 때 아쉬운 얘기가 많이 나왔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최근(이 글 쓰는 때 기준으로 저번달! 입니다)인 2023년 7월에 대원계열인 애니원/애니박스에서 재더빙되어 방영됐습니다. 레미는 김채린 성우가 담당했습니다.

개인적인 여담으로 예전에 한국 성우 메이저 팬 커뮤니티였던 캐스팅뱅크 카페지기님이 박영희 성우 팬이라 이 작품 참 좋아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25. 마법의 스테이지 팬시 라라(투니버스, 2001)


일본어 제목도 "魔法のステージファンシーララ(마법의 스테이지 팬시 라라)"로 같습니다. 보통 마법소녀 기반 아이돌물이 그렇듯이 어린 소녀가 15세 가량의 아이돌로 변신하는 내용이었죠. 아이돌물이라는 소재 자체는 상당히 선구적이었는데, 그런 것 치고는 연예계 관련 내용이 적어서 일본 내에서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대충 2분기 분량인 26화만에 조기 종영돼서 엔딩이 좀 급작스럽습니다. 다행히도 한국에서는 이 계열 최강자인 달빛천사만큼은 아니지만 괜찮은 인기를 끌어서 자주 재방영이 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인 다솔이 역은 양정화 성우가 맡았습니다. 그 전에도 많은 작품에서 노래를 하셨던 적이 있기 때문에, 본작에서 필요한 노래들도 무리 없이 소화했었습니다. 양정화 성우 본인도 예전에 인터뷰를 하면서 팬시라라가 기억에 남는다는 얘기를 하신 적이 있지요.

26. 인형공주 리카(KBS, 2001)


다른 대부분의 애니메이션들이 장난감을 애니메이션과 함께 출시하는데, 이 작품은 원래 일본에서 팔리던 인형인 바비 류의 인형인 리카(リカちゃん)를 베이스로, 발매 30주년 기념으로 애니화하여 만든 작품입니다. 일본어 제목은 "슈퍼돌 리카(スーパードール★リカちゃん)"구요. 보통 마법소녀물에 따라붙는 "조기종영"이라는 딱지가 없고 오히려 2분기 분량으로 기획됐다가 4분기 분량으로 연장되는 기염을 토했던 만화입니다.

국내 회사인 서울애니메이션이 참여해서 일종의 한일합작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 애니메이션으로 심의를 넣었는데 반려가 돼서 수입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인형 리카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큰 인기를 끌지 못할 거라고 예상한 모양이에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4분기 분량인데 2분기 분량으로 잘라서 방영을 했다고 하네요.

27. 신의 괴도 잔느(투니버스, 2001)


타네무라 아리나의 인기 코믹스인 "신풍괴도 잔느(神風怪盗ジャン)"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입니다. 타네무라 아리나의 작품 중 애니화된것들이 다 마찬가지지만 원작의 하드하기 그지 없는 스토리와는 백만광년 떨어진, 훨씬 순화된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이용가는 못 받은 12세 이상 시청가로 여아 대상의 소프트한 내용은 아니지요. 기독교 소재+괴도라는 점에서 역시 천사소녀 네티와 직접적으로 비교가 되곤 하는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도 상호 자주 비교되어 언급이 되더군요. 원래 4분기 분량(52화)로 기획되었다가 44화로 약간 빠르게 조기종영됐다고 합니다. 일본 내 문서들에선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꼽더군요.

한국에서는 2001년에 투니버스에서 방영됐고, 꽤 많은 인기를 자랑해서 여러번 재방송됐습니다. 오프닝인 Dive into shine과 엔딩곡인 시간을 넘어서 모두 한참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지요. 참고로 시간을 넘어서는 SM의 간판 프로듀서인 Kenzie가 보컬을 했습니다. 당시 주연인 예리는 정미숙 성우가 맡았습니다.

28. 별나라 요정 코미(KBS, 2002)


별나라 요정 코미의 일본어 제목은 "코즈믹 배턴걸 코메트양(Cosmic Baton Girl コメットさん☆)"입니다. 여기서 배턴걸은 그 고적대 지휘자들이 커다란 지휘봉 돌리는 것 있잖아요? 그걸 의미합니다. 이 앞에 원작이라고 할 만한 게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만화인 "코메트 양"이 있고, 이걸 드라마화 한 드라마 "코메트 양"이 2기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코메트 양"들이 바로 코미의 엄마와 이모라는 설정이 있지요. 다시 말해, 애니메이션 "별나라 요정 코미"는 "코메트 양"의 영상화 3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천진난만한 공주님인 코미가 지구에 와서 고생도 하고, 성장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그린 만화입니다. 일반적인 마법소녀물보다 훨씬 일상물에 가깝고 일상 파트의 비중도 엄청 크죠. 우리나라에선 2002년에 KBS를 통해 방영됐고 문선희 성우가 코미를 맡았습니다.

KBS 방영 관련해서 여담이 있는데, 코미 직전에 방영되던 "데블파이터"가 총 48화 짜리인데, 47화에서 막 최종결전에서 주인공 일행이 보스에게 박살나는 가운데 KBS에서 마지막회 자막을 넣어버린 겁니다. 근데 이 상태로 다음주부터 "최종화가 방영이 안되고" 코미가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최종화가 방영이 되긴 했는데...코미의 최종회랑 같이 방영이 됐습니다. 약 반년여가 지난 다음에 말이지요. 이것때문에 분노한 데블파이터의 시청층이 별나라 요정 코미 안티가 되었다는 웃지못할 뒷얘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꽤 큰 인기를 끌어서, 무려 "한국산 게임"이 있습니다. 손오공에서 2002년에 플랫포머 게임으로 출시했다고 하네요. 당시 하얀마음 백구 등 애니메이션 배경의 플랫포머 게임이 유행할 때였으니 유행에 맞춰 나왔지 싶습니다. 적당히 할만한 캐릭터 게임이었다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오히려 일본에선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여담으로, 제가 이 작품의 엔딩곡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아침에 출근하느라 우울할 때(...) 들으면 좀 힘이 나는 노래에요 ㅋㅋ

29. 요랑아 요랑아(KBS, 2003)


국산 애니메이션 요랑아 요랑아입니다. 마법소녀물중에는 아주아주 특이한 케이스인데,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여우입니다. 여우인 요랑이가 소녀인 요린으로 변신할 수 있지요. 소녀가 변신하는게 아니라 소녀로 변신해서 마법소녀인 뭐 그런 컨셉입니다 ㅎㅎ 물론 마법도 사용하구요. 00년대 초반 한국 애니메이션들의 특징이 엄청나게 비비드한 색감인데, 이 만화도 마찬가지입니다.

KBS에서 2003년 방영됐었고, 현재 유튜브에 전편이 공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요랑이와 변신폼인 요린 모두 배정미 성우가 담당했습니다.

30. 달빛천사(투니버스, 2004)


우리나라에서 방영된 아이돌물 중에서 가장 먼저 초대박 히트를 친 달빛천사입니다. 일단 주인공인 루나 본인은 마법을 쓰지 않고, 마법을 써서 변신을 시켜주는 건 사이드킥중 한명인 타토이기 때문에 이걸 마법소녀물로 봐야 하냐는 좀 논쟁거리일 수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신을 한다는 점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마법소녀물로 분류됩니다.

원작 코믹스와 일본어 제목은 잘 알려져 있듯이 "만월을 찾아서(満月をさがして)"입니다. 쓸땐 만월이라고 쓰지만 "풀문"이라고 읽어서 "풀문을 찾아서"입니다. 신의 괴도 잔느와 마찬가지로 타네무라 아리나의 원작을 기반으로 하지만, 코믹스와는 내용이 좀 많이 다릅니다. 원작은 음...예 좀 하드하죠.

일본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한국에서는 투니버스 역사상 최고의 히트작중 하나로 거론되는 작품입니다. 원피스 나루토를 누를 정도로 인기가 있었으니까요.  2004년 방영됐고, 겨우 데뷔 2년차 초짜성우인 이용신 성우가 정말 하드하게 푸쉬를 받고 주인공으로 기용됐습니다. 연기는 데뷔 초이니만큼 아직 미숙한 편이 있었지만 가수 출신의 이점을 잘 살렸다고 할 수 있겠네요. 노래와 연기 두 측면 모두 가능한 이용신 성우의 기용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아직까지도 투니버스 리즈시절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지요.

31. 울트라 매니악(퀴니, 2004)


이 만화에 대해서 기억나는 게 있다면 니나가 변신할 때 뭔 전자사전 같은 단말기를 꺼내서 변신하고 거기에 USB? 같은 걸 꽂아서 마법 쓰던 게 생각나네요. 보통 마법소녀들 변신할때 뭔가 마법적인 단어 말하는데 얘는 "전송시작" 이었죠 ㅋㅋ 일본어 제목 역시 "울트라 매니악(ウルトラマニアック)"입니다. 우리나라에 코믹스는 "울트라 매니아"라는 이름으로 나왔다던데, 사실 매니아하고 매니악은 의미가 좀 다르죠. 우리 말로는 "대환장파티"정도면 적절하려나 싶기도 하구요.

슈퍼갤즈처럼 투니버스의 서브채널이었던 퀴니에서 먼저 2004년에 방영을 하다가 인기를 끌어서 2005년경 투니버스에서도 방영을 했습니다. 투니버스를 챙겨보지 않은 분들이면 이 만화는 생소하실 수도 있겠네요. 주인공은 아유와 니나 두 사람인데, 변신하고 마법을 쓰는건 니나이고 아유는 평범한 중학생이지만 니나가 마법사인걸 우연히 알게 되는 친구입니다.

원작 코믹스에서는 "여자 도라에몽" 정도로 니나를 비유했다고 하던데, 사실 니나는 도라에몽보다 훨씬 사고뭉치죠 ㅎㅎ 아유를 돕겠다고 마법을 열심히 쓰는데 그것 때문에 항상 큰 사고에 휘말립니다. 아유는 여민정 성우, 니나는 정미숙 성우가 연기했습니다.

32. 커렉터 유이(애니원, 2004)


일본어 제목 역시 "커렉터 유이(コレクター・ユイ)"입니다. 일본에서는 컴퓨터 특공대(전광초인 그리드맨)의 마법소녀 버전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가상공간에 접속해서 그 세계를 지키는 커렉터가 되는 소녀들의 이야기입니다. 설정이나 캐릭터 디자인이 다분히 SF스럽습니다. 매트릭스에서 조금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은 설정들도 있구요. 한국에서는 2004년 애니원에서 방영됐고, 주인공인 신유이 역에는 우정신 성우가 배정되었습니다.

33. 베리베리 뮤우뮤우(SBS, 2004)


일본명은 "도쿄 뮤우뮤우(東京ミュウミュウ)"입니다. 상당히 깊은 서브컬쳐 테이스트를 가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SBS에서 방영이 됐네요. 지구를 악의 조직 에일리언들로부터 지키기 위한 "뮤뮤 프로젝트"를 통해 각종 동물들의 DNA를 삽입받아 수인으로 변신하는 능력을 얻은 소녀들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홍베리 역은 정미숙 성우가 맡았습니다. 이후 2022년 말엽에 새로운 리부트판인 "베리베리 뮤우뮤우 뉴"가 KBS키즈를 통해 방영됐습니다. 이때는 주인공을 장예나 성우가 맡았습니다.

34. 머메이드 멜로디 피치피치핏치(애니원, 2005)


일본어 제목도 동일한 "머메이드 멜로디 피치피치핏치(マーメイドメロディー ぴちぴちピッチ)"입니다. 당시 일본에서는 "노래"에 중점을 맞췄기 때문에, 주인공 중 두 명을 당시 중학생인 아이돌이 맡아 논란이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프로성우가 연기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더 낫다는 평이 있었죠. 메인 주인공 루치아는 소연 성우가 맡았습니다.

이제 슬슬 마법소녀물에서 아이돌물이 분리되려는 시기였는데, 마법소녀물과 분리되기 직전, "아이돌"에 방점이 찍힌 마법소녀물로 보시면 되겠네요. 세이렌의 전설에서 차용한 것인지 "노래"를 통해 상대를 물리치는 인어 마법소녀들의 이야기죠. 우리나라에서도 방영 당시에 꽤 화제가 됐던 기억이 있네요.

35. 빛의 전사 프리큐어(SBS, 2005)


2003년에 처음으로 제작된 프리큐어 시리즈의 첫 작품입니다. 일본 제목은 "두 사람은 프리큐어(ふたりはプリキュア)"입니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프리큐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지요. 또 하나의 "게임체인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비비드한 원색 계열의 마법소녀들과는 다르게 흑백의 무채색 베이스 의상을 활용했습니다. 또한 육탄전을 베이스로 하는 "물리력을 행사하는 마법소녀"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두운 컬러의 옷은 천사소녀 네티에서도 나온 바가 있지만 일반적인 마법소녀물의 특징은 아니지요. 물리력 역시 세일러문에서 주피터, 우라누스 등 일무 무투파 캐릭터들이 사용했지만 프리큐어 시리즈는 그것을 "주 무기"로 사용합니다. 모티브는 더티 페어 시리즈로 추정됩니다. 프로듀서에 따르면 왕자님의 도움 없이 자립하는 여성상, 현실의 여성이 실제 사용할 법한 말투 등을 고려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이 작품에는 성인 또는 남성 팬도 굉장히 많은데,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또 프리큐어 시리즈 전체가 성인 또는 남성을 타겟으로 한 작품은 절대 아닙니다. 프리큐어 시리즈는 항상 여아를 대상으로 만드는데 그게 성인/남성 시청자들에게도 먹힐 뿐인 것이죠.

우리나라에선 2005년 SBS에서 방영됐습니다. 하람이(큐어 블랙)는 정미숙 성우가, 시연이(큐어 화이트)는 박소라 성우가 분했습니다. 여담으로 하람이의 성은 묵씨, 시연이의 성은 백씨인데 각각 흑백을 나타냅니다. 묵씨는 매우 희귀한 성씨인데요, 우리나라에 흑씨나 암씨가 없어서 묵씨로 결정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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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큐어의 등장 이후로 "마법소녀"라는 것 자체가 일종의 일반명사화가 됐다고 봐도 될 듯 합니다. 이 "마법소녀"는 이제 여아용 애니의 틀을 벗어나 성인이나 남성층을 공략한 마법소녀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들도 많이 등장했고, 일종의 직업처럼 취급받는 경우도 많지요. 완전히 틀이 잡힌 명사가 되었으니, 그 틀을 깨는 작품들도 많이 등장하게 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으음...한 반쯤에서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하편이 글이 엄청나게 길어졌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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