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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6/12 15:04:49수정됨
Name   Om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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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러닝잡설(2) - 달리기가 가지는 매력


이제 여름이다. 여느 아웃도어 스포츠가 다 그렇지만 달리기에서도 여름과 겨울은 지옥이다. 이유야 뭐 뻔하고... 그래서 봄가을 싱그러운 계절을 만끽하던 수많은 런린이들이 러닝을 접는 구간이기도 하다. 장마철 직후 즉히 27~8도까지 떡상하는 기온에 습도 90%같은 날씨에 몸을 움직이기만 해도 몸에서 물이 떨어지고 온 몸이 물을 처먹은거 같이 무거운 날 루틴대로 조깅을 수행할 수 있는 런린이는 잘 없을 것이다. 물론 구력이 좀 찬 러너들도 정말 고통스러운 기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뭐 어떻게든 달리는 이유를 자기합리화든 뭐든 찾아야 할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달리기가 왜 재밌을까...하는 것이다.

달리기의 매력 중 하나는, 결과값이 즉시 숫자로 나온다는 점이다. 10km 50분, 하프 1시간 45분... 이런 식으로 정형화된 목표거리에 딱 소요시간이 결과값으로 도출된다. 그리고 이게 어느 정도의 결과값에 해당되는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표본이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도 있다. 솔직히 어디에 해당하는지 몰라도, 개인 레벨에서도 점점 결과가 좋아지는지(즉 빨라지는지)로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즉발적으로 운동수행의 결과와 성취를 느낄 수 있으면서, 접근성이 최고로 좋은 운동이 흔치 않다.
나는 성격이 급하기 때문에 바로 성과를 알고 싶어하고, 달리기는 실시간으로 숫자를 통해 나에게 결과값뿐만 아니라 그 과정까지 제공해 준다. 스포츠워치의 발달은 이제 달리기 과정까지 자세한 숫자를 제공한다. 나같은 일반인도 비싸봐야 30만원만 투자해도 쉽게 선수들마냥 과정값을 알아낼 수 있다.

내 입장에서 달리기는 자기수양과 비슷한 역할도 한다. 목표를 지속적으로 설정하고, 그 목표에 맞게 운동을 알아보고 계획하고, 수행하고, 성과를 대회로 테스트한다. 이 수행의 과정에서 정말 수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직장이 있기 때문에 직장일의 시간과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고, 인간관계에 영향을 받고, 날씨에 영향을 받는 등 운동수행에 대한 방해요소가 많다. 포인트 훈련은 또 왜이리도 어려운지... 밤 8시에도 27도되는 날씨에 300+100 인터벌을 20세트 조지고 있으면 나보다 훨씬 잘 뛰는 러너조차 고비가 온다고 한다. 그런 걸 다 이겨내고 하는 과정에서 자기수양이 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솔직히 수양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느낌상 그렇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숫자의 노예이다. 이렇게 달리면 재밌을까? 하는 생각도 분명 들 것이고, 나도 간혹 그렇게 느낀다. 나는 성장하였는가? 하는 대답에도, 하루 이틀 매일매일은 대답하기 힘들다. 여름에는 오히려 페이스를 줄여서 운동해야 하기도 하고, 잘 하던게 안 되기 시작하면서 나는 뭘하고 있는가 끝없는 고뇌를 느낀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버티고 이겨낸 뒤 꾸준하게 운동을 하여 6달 뒤 같은 거리를 달려본 뒤 기록을 비교해보면, '나는 성장하였다'라고 확실하게 답변할 수 있는 근거와, 그 강한 근거에서 오는 엄청난 성취감. 그리고 이 근거를 통해 얻어내는 대회 기록.

이것이 현재까지는 나에게 달리기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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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하려고 뛰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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