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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4/07/09 23:11:10수정됨 |
Name | 코리몬테아스 |
Subject | 미국 대통령 면책 판결에 대한 생각. |
지난 주,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의 대통령이 형사적 처벌로부터 면책되며, 면책되지 않는 경우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굉장히 유리한 특권을 누린다는 판결을 내렸어요. 이미 이 판결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왜 나쁜 판결인지, 앞으로 미국의 민주정과 공화국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대한 글들은 많이 나왔어요. 이 판결을 짧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아요. 1. 'Core constitutional powers'에 대한 완전 면책(absolute immunity) 연방대법원은 미국의 대통령이 헌법에 명시된 핵심기능 ''core constitutional powers'를 행사할 때는 모든 형사소송으로부터 완전 면책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이전부터 미국의 대통령이 누리고 있을 특권이라고 짐작되어온 부분이에요. 이미 의회나 사법부는 여러 법 원칙(legal doctrine)에 의해 의정활동과 판결에 있어 완전면책을 누리고 있고, 대통령 역시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면책될 것이라 여겨지고 있어요. 이는 미국 법의 구조를 생각해봐도 당연한 데, 의회가 만드는 연방형법이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범죄로 만들어버리면, 이는 헌법을 하위법인 연방형법이 통제하게 되는 것이니 안될 일이겠죠. 2. 'Offcial conduct(act)'에 대한 추정 면책(presumption of immunity) 연방대법원은 대통령의 공무에 있어 면책의 추정이 있을 것이라 판결했고, 이는 이전까지 대통령에게 있다고 여겨지지 않은 면책 특권입니다. 사실 보다 정확히는 Official conduct 중에서 'Core constitutional powers'에 해당되는 것들은 완전 면책이고, 그 외 나머지에는 면책에 대한 추정이 들어가는 데요. 본래 이런 식으로 전례없는 헌법적 권리를 만들어 낼 때, 연방대법원은 주로 여러가지 기준(test)를 제시하면서 그런 권리들을 정의하는 요소들을 구체화시키고는 합니다. 하지만, 이번 다수 의견을 쓴 대법원장 로버츠는 이 일을 그런 공무의 기준을 총체적이고 명백하게 대통령의 권한을 벗어나지 않는 모든 행동(actions so long as they are not manifestly or palpably beyond his authority)을 공무라고 했습니다. 면책의 적용범위가 굉장히 모호하고 넓네요. 그리고, 추정 면책, 혹은 면책의 추정은 그 말이 함의한 대로 어떤 추정을 벗어날 경우, 면책이 없어짐을 의미합니다. 기소하는 측에 장애물이 있긴 하지만, 그 장애물을 넘기만 하면 공무에 대해서도 기소할 수 있는 것이죠. 연방대법원은 공무에 대한 기소가 행정부의 권위와 작동에 대해 어떤 위협도 되지 않는다면(dangers of intrusion on the authority and functions of the Executive.) 기소할 수 있다는 기준을 줍니다. 역시나 굉장히 모호하고 알기 어려운 기준이네요. 3. 면책되진 않으나 면책되는 것들. 그래서, 대통령의 핵심 기능이 아니며, 면책 추정되는 것도 아닌 '공무가 아닌' 행위들은 면책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대통령의 어떤 행동이 official act가 아님을 기소측이 증명함에 있어 기소측은 대통령이 그 행위를 한 동기(motive)는 공무와 공무가 아닌 행위를 구분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이는 굉장히 문제적이고 심각한 허들인데요. 가령, 선거 관리 위원회에게 '잃어버린 (트럼프)표를 찾으라.'고 말한 부분을 보죠. 이 사건에 대해서 트럼프를 기소하고자 하는 연방경찰은 그런 발언이 '공무'가 아님을 증명하고 싶을 때, 선거 관리 위원회에게 그런 명령을 한 동기가 선거를 조작하기 위한 것임을 공무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치고 싶겠죠?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그런 행위들이 공무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의도를 봐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선거 관리 위원회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인지 아닌지만 살펴보라는 것이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앞서 1,2에 해당하는 것들, 즉 면책되는 공무들은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부분입니다. 대통령이 관료들과 대화한 내용이나 혹은 공식 석상에서 공무로서 발언한 내용들 역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연방대법원은 명시했습니다. 이 부분 만큼은 대통령에게 면책특권이 있다고 판결한 6명의 보수 대법관 중에서 ACB(에이미 코니 배럿)이 동의할 수 없다고 했죠. 반대의견을 작성한 진보 대법관인 소토마요르가 위 판결에서 기준을 통과하는 면책되지 않는 행위들이 사실상 없다(almost a nullity)라고 말한 것을 생각하면 재판에 가게 된다 하더라도 쓸 수 있는 증거가 있을 지 의문이에요. 그래서 면책되지 않는 행위들도 현실적으로 기소할 수 없게 됨으로 면책 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1,2,3을 조합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끔찍한 결과는 소토마요르의 소수의견에 시니컬하게 표현됩니다. "네이비 실팀에게 정적을 암살하라 명령한다? 면책, 친위 쿠데타를 계획한다? 면책, 사면을 대가로 뇌물을 받는다? 면책, 면책 면책 면책" "Orders the Navy's Seal Team 6 to assassinate a political rival? Immune, Organizes a military coup to hold onto power? Immune. Takes a bribe in exchange for a pardon? Immune. Immune, immune, immune." 위 예시는 대통령 면책에 대한 재판의 구두 변론에서 소토마요르가 직접 트럼프 변호인에게 물은 내용이기도 합니다. '변호인, 대통령이 공무에 대해서 면책되어야 생각한다면, 네이비실팀에게 정적을 암살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은 (면책되는) 공무라고 봅니까?' 여기서 변호인은 '그렇다.'고 대답했죠. 3개월 전의 재판에서 그 장면을 봤을 때 사람들은 웃었어요. ㅋㅋ. 네이비 실팀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은 군대를 지휘하는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이고, 우린 그 명령이 공무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대통령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내렸는 지 물어서는 안되고, 명령 그 자체는 물론, 범죄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들을 증거로 쓸 수도 없습니다. 재판이 열리지도 않을 테니 증거를 걱정하는 의미도 별로 없긴 하죠. 4. 근거 없는 판결.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위 판결을 Originalism(헌법의 제정 당시의 의도를 중요시 여겨 헌법을 해석하는 학파)과 Textualism(법조문의 해석을 외부적 맥락을 제하고 엄격하게 조문대로만 보자는 학파)의 전통에서 변호할 여지가 없다는 겁니다. 보수 대법관들이 속한 두 학파는 이렇게 광범위하게 정의된 면책특권을 정당화할 수 없어요. 먼저, 대통령의 연방형법에 대한 면책특권은 법 원칙으로서 어느 정도는 추정되어 있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미국 헌법의 어떤 부분에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Textualism에 기반한 해석에서 '언급되지 않은 권리'를 존재한다고 증명하는 건 매우 어려워요. 2년 전, 낙태권은 보수 대법관들의 엄격한 Textualism 전통을 통과하지 못해 폐지되었습니다. 동의하지는 않아도, 기대는 전통을 생각한다면 논리적이긴 했어요. 그런데 이건? 심지어 헌법이 면책권에 대해 말을 아예 안하는 것도 아닙니다. 연방의원들이 누리는 면책권에 대해서는 나타나 있죠. 대통령에게 면책권에 대한 서술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짝(counterpart)이 되는 연방의원들에게 면책권이 있는 데 대통령에게는 부재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전적 Textualism적 해석에서는 대통령에게 면책권이 없다고 해석해야 합니다. 심지어, 연방헌법은 탄핵의 대상이 되는 정부 기관들이, 탄핵 사실은 이후 있을 범죄 재판과는 무관하며, 재판은 별개로 진행될 것이라 명시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탄핵의 대상인 정부 기관입니다. 헌법은 구체적으로 탄핵(과 이어지는 재판의 예시로) 뇌물을 듭니다. 조문에 기반한 논리적인 해석은 대통령이 범죄(뇌물수수)를 저지르면 탄핵이 되고 위 사실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행정 기관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어떤 법 원칙이 있던 간에 Textualist들은 대통령이 면책권이 있다고 판단할 근거가 너무 희박했습니다. 오히려 반대였죠. 헌법의 제정자들이 얼마나 미국 대통령을 견제하고, 법 위에 군림하는 것을 막고 싶었는 지 연방주의자 논고에 쓴 내용과 이를 해석한 논문을 생각하면 Originalism에서도 이 판결을 변호하긴 힘듭니다. 5. 왜? 그래서, 이렇게 문제적인 결과를 예상할 수 있고, 보수적인 법적 전통에서도 근거 없는 이 판결은 왜 나온 걸까요? 보수 대법관들이 공화국을 흔들고 왕을 만들고 싶어 한 걸까요? 보수 대법관들은 사실 지금까지도 트럼프에게 불리한 판결을 많이 내렸습니다. 로버츠 대법관은 얼마 전에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하는 책도 냈죠. 여기에 와서 트럼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공화국의 모든 지도자에게 영향을 끼칠 이런 판결을 내린 이유가 뭘까요? 이 판결의 해석이나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글이 있어도, 여기에 대해서는 다들 별 다른 말이 없더라고요. https://www.nytimes.com/2024/07/05/opinion/supreme-court-trump.html 그러다 보게 된 보수 법학자인 윌리엄 보드의 뉴욕타임즈 기고문은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대법원장이자 이번 판결을 작성한 존 로버츠는 트럼프가 미국에 나쁜 지도자라는 데 동의하지만, 트럼프의 처우가 '부당'하다는 인식을 어느 정도는 공유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은 말도 안되지만, 동시에 연방 법무부와 여러 주의 법무장관들, 그리고 '진보 법관'들이 트럼프에게 내리는 판결과 기소는 공화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방대법원이 정치가(statesmanship)로서 역할을 하고자 한다는 겁니다. 연방대법원이 보기에 트럼프를 대하는 데 있어서, 다른 모든 기관들은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자신들이 나선 겁니다. 기고한 보드는 그런 연방대법관들에게 거울을 보라고 조언하네요. 보드의 글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연방대법원이 정치를 하려 했을 때 불러온 최악의 결과는 남북전쟁(Dred Scott v. Sanford)이었습니다. 노예제 문제를 반헌법적인 판결로 해결하려 했을 때 남부와 북부의 정치적 갈등은 폭발했고 전쟁이 남았죠. 6. 공화의 운명. 모든 선거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매 번 지도자를 뽑을 때 마다 공화국의 명운을 걸 수는 없습니다. 그런 시스템은 지속될 수 없어요. 잘못된 선택을 해도, 지도자가 악한 의도를 가졌어도. 민주정의 시스템과 공화국의 가치는 살아남을 수 있어야만 합니다. 헌법의 제정자들은 이를 잘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판결은 그런 원칙을 뒤집었습니다. 트럼프는 너무 멍청해서 이 판결을 악용할 수 없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다른 대통령들은 어쩌죠? 앞으로 미국 대통령이 법을 지킬지 말지를 모두 당선자 개인의 명예가 결정하는 세상은 너무 어두워 보여요.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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