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4/11/07 19:07:31수정됨
Name   코리몬테아스
File #1   Trump.gif (40.6 KB), Download : 1
Link #1   https://en.wikipedia.org/wiki/Schedule_F_appointment#Repeal_and_later_developments
Subject   2기 트럼프 행정부를 두려워하며
앞으로 트럼프 얘기를 하며, 트럼프가 왜 이겼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당분간 하지 않으려 해요. 미국의 언론과 정치 분석가들, 통계학자들이 모두 달려들어 이번 대선 출구조사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장 좋은 답을 내겠죠. 지금은 그냥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상상해보는 중이에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사람들이 난리친 것만큼 큰 일이 없었으니 호들갑 떨지 말라는 사람들한테 소리치고 싶어요. 백악관 내부고발자들, 전직 트럼프 비서나 관료들이 한 인터뷰와 책을 찾아보라고요. 트럼프는 이미 첫 임기 동안 상상 못할 짓을 많이 저질렀고, 국내외에서 많은 관습을 부수고 체제를 불안정하게 했어요. 그럼에도 이게 누군가에겐 가시적이지 않았으니 별 일 없었다고 한다고 치죠.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분명 뭔가 미친 짓을 할 거고, 어떤 일들은 성공할 겁니다. 왜냐면 트럼프는 과거에 미친 짓을 하고 싶어했고, 그런 사실이 알려졌음에도 이에 대해 심판받기는 커녕 오히려 지금의 선거로 보상 받았으니까요.

트럼프는 충동적으로 북한이나 이란에 미사일을 쏘고 싶어 했어요. 나토를 끝장내고 싶어 했고, 어느 날 갑자기 주한미군 철수 명령을 내리고 싶었고, NAFTA를 탈퇴하겠다는 성명을 내자고 제안했죠. 백신을 금지시키자거나 일본을 군사적으로 협박해 돈을 갈취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어요. 이 모든 일들이 하나도 현실화 되지 않은 것은, 트럼프가 힘을 휘두르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에요. 본문의 사진 속 백악관에서 누구를 불러서 누구한테 어떤 체계를 따라 명령을 내려야 하는지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트럼프가 아침 브리핑에서 미친 소리를 하면 트럼프의 비서나 관료들은 그 명령을 서면화하지 않고 버텼어요.

트럼프는 정치적 배경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백악관 인사들은 공화당 지도부에서 추천해주는 인물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들은 수십 년을 정계에서 일해온 전문 관료들이었기 때문에 저런 명령들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알아서, 트럼프보다는 체제에 더 충성해서 이 모든 일을 무마할 수 있었죠. 트럼프가 내린 정신 나간 명령이 이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트럼프로부터 결제 문서를 숨기는 무용담은 트럼프 행정부 1년이 지나면서 모두가 알 정도로 공공연하고 유명해졌어요.

2기 트럼프는 1기 트럼프와는 달라요. 그는 이제 백악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죠. 임기 마지막에 들어서는 관료들이 자기 말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도 인지했고, 대통령의 권한을 제대로 휘두르는 법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트럼프에게 관료를 제안할 공화당 지도부는 MAGA 운동에 충성 맹세를 했습니다. 트럼프의 집권 플랫폼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 2025는 취임 첫날부터 임기가 보장되는 연방 정부의 전문 관료들을 정치적 결정에 따라 해임 가능한 정치 관료로 바꾸겠다고 했죠. 이 작업은 미국 법상 완전히 합법이고, 대통령 홀로 행정명령을 내리는 걸로도 가능해요. 실제로 트럼프는 퇴임 직전 행정명령으로 연방 정부 전문 관료의 대부분을 정치 관료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으며, 이는 스케줄 F 임명, 혹은 스케줄 F라고 불려요.

연방 관료제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완전히 파괴할 이 작업이 실패한 건 단순히 트럼프가 이 작업을 너무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이제는 아니죠.

이제는 트럼프가 아침에 일어나 기분에 따라 해외의 어떤 기지에 미사일을 쏘거나, 누군가를 암살하고 싶을 때,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국제 조약에서 탈퇴하고자 할 때, 한국이나 일본을 협박하는 전화 통화를 하고 싶을 때, 이를 기꺼이 수행해 줄 인물들이 백악관에 들어섭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건 복지부(HHS)와 질병 관리청(CDC)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RFK 주니어는 '수돗물 불소'를 제거하고, 백신 접종을 막겠다고 했어요. 이는 완전히 비과학적인 음모론에서 비롯된 생각이고, 미 연방의 확립된 보건 기준을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이 '정치적' 이유로 공격하는 거예요. 그러나, HHS와 CDC의 과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치 관료로 교체되겠죠.

선거가 있기 전, 연방 공무원 노조는 트럼프에게 시간이 두 달만 더 있었다면 연방 공무원 노조는 해체되었을 것이라고 했어요. 전 이번 트럼프 임기에 90년 역사를 가진 미국 연방 공무원 최대 노조인 AFGE가 해체될 거라고 거의 확신해요. 이 일을 공식석상에서 연방 노동법을 어기는 발언(노조 가입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 협박)을 한 머스크가 트럼프 내각에 합류해 직접 진행할까요? 정말 숨막히는 '어벤저스' 관료가 따로 없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트럼프를 둘러싼 정치 뉴스는 피곤하기도 했지만 재미있기도 했어요. 트럼프는 우스꽝스러웠으니까요. 앞으로 4년 동안 매일 정치 뉴스가 업데이트되어 제 휴대폰 피드로 들어올 때마다 전 무서울 것 같아요. 트럼프가 임기 첫날에 파괴한 TPP는 다시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WTO 항소 법원은 여전히 식물인간 상태죠. 국제 관계에서 어떤 선택들은 비가역적이고, 트럼프가 그런 결정들을 너무 비합리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이유로 내릴 것이 너무나 두려워요. 그리고 그게 어떤 도미노를 잘못 건드려서 세상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실존적 위협들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게 참을 수 없어요. 첫 희생양은 우크라이나겠죠. 타이완을 비롯한 안보 위협에 시달리는 작은 나라들, 이스라엘은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이 트럼프가 제시하는 아이언돔 유지비 수표를 받은 후에는 자신들이 보낸 지지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까 싶네요.

전 항상 글을 쓰며,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따위의 보험을 치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으려고요. 왜냐면 이런 일 중 하나는 분명히 일어날 테니까요.

2028년에는 2024년 이전의 세상을 그리워할 것 같아요.




28
  • 으악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004 정치명태균 요약.txt (깁니다) 21 매뉴물있뉴 24/10/28 1564 18
14741 방송/연예SM, '매출 10% 못 주겠다'는 첸백시에 계약 이행 소송 4 도르맘무 24/06/13 1565 0
14375 일상/생각누나와의 추억 2화 2 큐리스 24/01/01 1566 1
14900 정치요즘 세태를 보며 종종 생각하는 웃음벨 3인조 9 당근매니아 24/09/06 1566 6
14371 육아/가정안녕! 6살! 안녕? 7살!! 6 쉬군 24/01/01 1567 29
14651 방송/연예2024 걸그룹 2/6 23 헬리제의우울 24/05/05 1568 16
13829 게임[LOL] 5월 9일 화요일 오늘의 일정 2 발그레 아이네꼬 23/05/08 1569 0
14513 창작소수 사막은 얼마나 넓을까? 2 Jargon 24/03/06 1571 4
13814 게임[LOL] 5월 4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3/05/04 1572 0
14335 경제CFO Note: 사업과 세금 (2) - 국내 수출상이 해외 수입상을 위해 대신 지급하여 준 금원이 국내 수출상 법인의 '손금'으로 산입될 수 있는지 김비버 23/12/15 1572 6
15030 정치 2기 트럼프 행정부를 두려워하며 13 코리몬테아스 24/11/07 1574 28
14634 의료/건강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에게 아끼지 않는다는 합당한 보상 9 꼬앵 24/04/30 1575 0
14348 일상/생각쉬는 시간에 즐기는 카페독서? 1 큐리스 23/12/20 1577 4
13822 일상/생각도를 아시나요? 1 날이적당한어느날 23/05/07 1579 0
14753 일상/생각얼마간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며 느낀 소감. 15 메존일각 24/06/19 1581 3
14374 경제CFO Note: 사업과 세금 (3) - 법인이 공동으로 사업을 경영하는 경우 손금불산입되는 공동경비 김비버 24/01/01 1582 4
13820 게임[LOL] 5월 7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3/05/07 1583 0
14632 일상/생각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비사금 24/04/29 1583 0
14078 음악[팝송] 포스트 말론 새 앨범 "AUSTIN" 김치찌개 23/07/31 1585 1
14386 일상/생각나를 괴롭혔던 화두, 나르시시스트 2 에메트셀크 24/01/08 1586 4
14526 일상/생각아들과의 대화 즐거우면서도 씁쓸합니다. 6 큐리스 24/03/12 1588 3
14673 과학/기술처음으로 가르친 수업, 강의 끝나는 김에 적어보는 배운 점 11 Velma Kelly 24/05/13 1588 6
14319 문화/예술위플래시 인 콘서트 - 설명서를 잘 읽어야 합니다 3 당근매니아 23/12/08 1591 0
14798 오프모임8/2(금) 부평 저녁 먹어요(펑) 19 나단 24/07/19 1592 5
14498 방송/연예2024 걸그룹 1/6 2 헬리제의우울 24/03/03 1595 13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