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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09/26 16:06:24수정됨
Name   호미밭의파스꾼
Subject   '영포티'는 왜 영포티들을 긁지 못하는가?
개인적으로 '영포티'라는 놀림에 긁히지 않는 이유가 뭘까 잠깐 생각해 봤습니다. 결론은 다른 세대론엔 이념과 정치 성향, 태도나 행동에 대한 공격까지 따라붙는 게 보통인데, 저 호칭엔 그런 게 없거나 운 좋게 세탁(?)되었고, 남은 것은 이질성이 아닌 동질성에 대한 자각과 두려움뿐인 호칭이 되었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민주화운동 업적 하나로 온갖 기득권을 누리는 86세대, 개인주의적이고 무책임한 X세대, '젠지 스테어'처럼 SNS라는 판옵티콘 속에서 행동 하나까지 특정 지어 비판 받는 뉴밀레니엄 세대 등은 물론이고, 한남 한녀 같은 노골적 멸칭은 물론 과거의 아저씨, 아줌마 같은 일상적 단어 안에도 온갖 부정적이고 불쾌한 행동양식이나 편견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죠.

영포티도 초기엔 진보 성향, 여성에게 스윗한(ㅋㅋ) 태도까지 함께 욕을 먹었지만.. 윤계엄님의 인류사급 자책골과 이어진 보수의 자멸 속에 성별 이슈도 잠잠해지며 나름의 정당성이나 활기를 확실히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최근 쇼츠로 열심히 희화되듯 탈모를 가리거나 일과 후나 주말엔 손질이 귀찮아 눌러 쓴 스냅백, 젊은 시절의 패션과 문화 및 IT 취향을 고수하며 애써 ‘젊은 척한다’라는 오해 뿐인데...

사실 이건 이질성에서 비롯된 혐오나 놀림이 아니라 동질성에 대한 자각이나 예감에서 출발한 반응이잖아요. 노화, 자신보단 가족을 가꾸고 건사하는데 할애될 돈과 에너지, (때문에) 젊어서 만들어진 취향의 고착까지... 이건 자신과 갈라치고 타자화 할 수 있는 특징이 아니라 그냥 인류라는 종의 성숙과 노화에 따라붙는 생물학적 특징에 가까운 부분이니까요.

결국 지금의 영포티란 용어는 ‘그들은 우리와 다르고 열등해!’가 아니라, ‘쟤들이 나와 같다니 불쾌해! or 나도 저렇게 될까 봐 무서워!’라는 자각과 공포를 보여주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현 영포티 = 구 X세대가 선점한 스마트폰과 아이돌 문화, 브랜드 등이 자신들의 일상과 옷장과 장바구니 속에도 들어있음을 자각하며 느끼는 불쾌함 같은 것?

무엇보다 최소 삼촌, 최대 부모의 입장에서 젊은 세대가 자신들의 조던, 스냅백, 진 패션, 비틀즈와 오아시스, 슬램덩크와 웨스 앤더슨에 이어 텍스트힙까지 관심을 갖는 모습을 확인한 영포티 당사자들은 다소 여유로운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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