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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2/11 21:00:26 |
Name | 구밀복검 |
Subject | 2012-13, 한국 영화의 벨 에포크 |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공공의 적 시리즈>, <실미도> 등으로 대표되는 02-05가 한국 영화가 개도국적 미개함을 벗어나 산업으로서 도약한 1차 중흥기라면, 12-13은 한국 영화 시장이 세계구 급으로 도약한 2차 중흥기입니다. 그리고 이런 중흥기를 이끈 것이 <범죄와의 전쟁>, <광해>, <내 아내의 모든 것>, <도둑들>, <설국열차>, <관상>, <베를린>, <변호인>, <더 테러 라이브>, <신세계> 같은 작품들이고요. 비교적 근과거인지라 명확하게 체감되지는 않지만요. 일단 관객수부터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것이, 12년 들어 전년에 비해 관객 숫자가 4000만 명 가까이 늘어나 총 1억 9500만 명을 기록했으며, 처음으로 순수하게 <한국영화>만으로 관객수 1억 명을 동원했습니다. 2002년에 처음으로 외화포함 전체 관객 1억명을 돌파했는데, 10년 만에 2배 가까이 관객 숫자가 늘어난 거죠. 그리고 그 기세를 이어나가 2013년에는 전체 관객 2억 명을 돌파합니다. 소비의 관점에서 세계 영화 시장의 체급을 따져보면 미국이 무제한급, 중국이 크루저웨이트급, 일본이 슈퍼 미들급, 영국/프랑스가 미들급, 독일/인도/호주/러시아 등이 주니어미들급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한국이 주니어 미들급에 안착하고 미들급을 바라보는 수준이 된 것이 바로 이 시기입니다. 비지니스의 관점에서도 비약적인 혁신이 있었는데, 12년에 영화 시장 전체의 투자 수익률이 13.3%로, 05년 이후 7년만에 처음 흑자가 나왔습니다. 13년에는 14.1%였고요. 06년부터 11년까지는 다 적자였죠. 그 전까지는 영화 만들면 평균적으로 손해를 보던 시기였던 것과 달리, 12년을 기점으로 수익 구조가 확립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던 것이 군소 영화배급사였던 NEW의 도약이죠. 이때 NEW가 배급한 영화가 <내 아내의 모든 것>, <부러진 화살>, <7번방의 선물>, <변호인>, <숨바꼭질>, <감시자들>, <신세계> 등인데, 배급하는 족족 대박을 치면서 2013년에는 CJ와 영화 시장을 양분합니다. 그나마 외화 빼고 한국 영화 배급 기준으로 하면 NEW가 CJ보다 위였죠. 그러면서 CJ 원탑에 롯데/쇼박스(메가박스. CJ/롯데/메가박스 모두 영화관 체인을 갖고 있어 자신들이 제작하고 자신들이 배급해서 자신들이 극장에 영화를 대대적으로 걸어 거저 먹을 수 있는 대기업들이죠.)가 보조하는 독/과점 구조가 일시적으로 깨졌고요. 실제로 보통 관객 점유율 30% 이상을 기록하던 CJ가 2012년에는 27.2%, 2013년에는 21.4%로 약세를 보였죠. 21세기 들어 유일하게 CJ 독점이 깨진 시기에 한국 영화 시장이 가장 커졌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시기에 관객 연령층도 다변화 됩니다. 2003년에는 전체 영화 관객의 65%가 20대였던 반면, 2013년에는 24% 정도로 하락하죠. 반면 30대 관객은 28%에서 40%로, 40대 관객은 5%에서 25%로 급증하고요. 얼핏 보면 20대 관객이 크게 줄어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2003년보다 2013년에 영화 관객이 2배 많거든요. 절대적인 숫자로 보면 20대 관객은 소폭 감소한 정도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20대 인구 숫자 자체가 감소한 것도 있고요. 즉, 20대는 예전에 준하는 정도로 꾸준히 본 것이고, 30대는 과거에 비해 3배 가량, 40대는 과거에 비해 10배 가량 많은 인구가 영화를 보게 된 것이죠. 이러한 한국 영화의 벨 에포크는 CJ가 <명량>, <국제 시장>, <수상한 그녀>, <트랜스 포머> 등을 배급하여 반란을 진압하며 끝나게 됩니다. 더불어 <인터스텔라>,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워너와 <혹성 탈출>,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폭스 등 헐리우드 영화사들이 한국 영화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고요. 반면 2012-13의 혁신 선봉장이었던 NEW는 <인간중독>, <해무>, <패션왕>, <허삼관>, <헬머니>,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대호> 등이 줄줄이 죽을 쑤며 다시 제자리로 회귀합니다. 특별히 가치 판단을 한 것은 아니고, 데이터와 일련의 정보들만 나열한 글이라 방향성이 없어 글에 재미는 없는 듯 합니다. 다만 근년의 흐름을 간략하게 정리 하는 김에 이런저런 한국 영화 이야기 하면 재미있겠다 싶어 불판 삼아 올려봅니다. 본문보다 심화된 정보를 제공해주실만한 분도 많을 테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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