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3/17 23:56:55
Name   얼그레이
Subject   [조각글 18주차] 방문
[조각글 18주차 주제]
대화로만 이루어지는 글

[추가공지]
주제선정해주신 분께서 대화로만 이어지면 아무래도 작성이 힘들 것 같아
'대부분의 내용이 대화로 이루어지는 글'로 쓰셔도 괜찮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대부분'의 기준은 정해진 것은 없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쓰시면 되겠습니다.ㅎㅎ
까꿀님의 글은 공지 수정전의 내용입니다. ㅎㅎ자리를 빌어 참여 감사합니다.

- 분량, 장르, 전개 방향 자유입니다.


합평 받고 싶은 부분
긴장감, 대사 처리 여부, 개연성, 캐릭터의 일관성, 장면 묘사

하고 싶은 말
꿨던 꿈에 살을 한번 붙여봤습니다.
로또 샀는데 꽝이었어요.
충무로네요 충무로.

본문
"들어와요."
" 아, 감사합니다. 그래도 완전히 쏟아지기 전에 들어와서 다행이네요."
"잠깐만 거기 서 있어요. 제가 수건 가져다 드릴게요."
"이거 참, 죄송해서…. 괜히 제가 여쭤본다고 해서 비 맞으신건 아닌가 싶어 죄송한 데요."

아니에요, 희정이 한 손으론 머리를 틀어 올리며 재원에게 수건을 건냈다. 희정은 자신의 몸에 자신 있었다. 지금 자신이 꽤나 유혹적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고, 희정이 느끼기에 재원도 그랬다. 

"운이 좋았어요. 이번 연쇄 살인 사건 목격자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희정씨를 카페에서 딱 만나게 될 줄이야. 돌아가는 길에 희정씨를 만나게 해준 카페 주인에게 감사 인사라도 했야겠네요."

"상냥하신 분인가봐요, 재원씨는." 
" 그렇지도 않습니다."
"사실 저는 카페에서 말 거실 때 저한테 관심 있으신줄 알았어요."
희정은 부끄러운 듯, 하지만 직구를 던지며 재원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재원도 눈을 마주한다.

"그렇게 아무 말도 없으시니 조금 민망한데요? 기자시라면서 상대방의 대화를 끌어내는 것엔 익숙치 않으신가봐요. 일단 차라도 한 잔 대접할게요. 비가 와서인지 날이 많이 쌀쌀하네요. 차라도 한 잔 하시게 물부터 올려두고 갈아입으실 만한 옷을 한 번 찾아볼게요."

"아, 아닙니다. 저 희정씨한테 관심 많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셔서는 제 기분이 풀리진 않을 것 같은데요?"

"밖에 비가 많이 오네요. 소나기라서 금방 그치겠지만요."

"한가하게 날씨 얘기라니. 이렇게 벗은거나 다름 없는 여자를 두고 너무 무례하신거 아닌가요? 제 몸이 이렇게 멋진데 말이에요."

어두운 거실로 희정이 걸어나오며 말했다. 기분은 상해보였지만 아직까지는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검은 레이스 안에 희정의 몸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재원은 희정을 물끄러미 건너 보다 말했다.

"그럼 조금 더 무례하도록 하죠. 피해자들과 같은 층이었죠?"

"제가 졌네요. 네. 맞아요. 저는 701호고 죽은 언니들은 702호부터 706호까지 살았어요. 우리끼리는 꽤 친했죠. 일주일에 한번 씩은 정기적으로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그랬어요. 커피로 드시겠어요?"

"네, 부탁드립니다. 만나서는 주로 뭘 하셨나요?"

"근처에 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주로 사는 얘기 하고 그랬죠. 702호 은정이 언니는 이혼해서 혼자 살고 있었고, 그 옆집의 구민 언니나 원경 언니도 거의 이혼 직전이었어요. 여기 들어온 사람들 아시다시피 돈많거든요. 은정 언니는 이혼하면서 이 아파트를 넘겨 받았었구요. 주로 돈 얘기를 많이 했었죠."

"그럼 범인의 동기가 돈이었을까요?"

희정이 커피포트에 물을 담아 전원을 올리며 말했다.

"아닐걸요. 귀중품 같은 건 그대로 있었잖아요. 그 언니들 죽어서도 지금쯤 남편들한테 돈 뺏지도 못할 망정 주고 왔다고 분해하고 있을거에요."

"무섭거나 불편하지 않으세요? 지금 702호부터 706호까지는 사람도 없고 이 층은 희정씨 혼자잖아요. 살인자가 와서 희정씨를 죽일 수도 있는 상황이잖아요."

"글쎄요. 아마 재원씨는 제가 이 아파트에서 나가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겠죠. 저도 사람인지라 무섭긴 하지만, 돈이 더 최고거든요. 아까 엘레베이터 내리셨을 때 서있던 남자들 보셨죠? 제가 돈 주고 고용한 사람 들이에요. 살인자는 와서 날 죽여보라지. 살인도 돈만 있으면 막을 수 있을걸요? 거기다 우리 층은 이 아파트에서도 VVIP였어요. 우리끼리는 로열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우리층 전용 청소부도 있고, 살해 사건 이후로는 CCTV도 달고 경비도 24시간 교대로 근무해요. 밖으로 나가서 괜히 위험하게 있는 거보단 여기가 오히려 더 안전해요. 격떨어지는 곳에서 품위없이 사느니 말이죠."

희정이 올려놓은 커피 포트에 물이 서서히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희정씨도 죽은 피해자들과 같이 어울렸던 것 보면, 관심사가 같으셨나봐요."

"돈 좋아하냐고 돌려 말하시는 건가요? 돈 싫어하는 있나? 당연히 좋죠.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 돈 없어서 구질구질한 삶을 사느니 차라리 그 언니들처럼 살해당하는게 나을 거에요. 돈 없어 대우받지 못하는 사람이나 우리 밑에서 청소하고 경비보고 하겠죠. 근데 웃긴거 알아요? 여기서 일하는 경비나 청소부도 다른 곳보다 돈 더 받는다고 자기가 잘난줄 알아요. 하찮은 것들이. 언제는 우리끼리 모여서 커피 마시는데 청소부 아줌마가 우리 대화에 끼는거에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자길 뽑아줘서 고맙다면서 인사하더라구요. 아들 등록금 내는데 도움이 될거라나 뭐라나. 일단 우리들 대화에 버릇없이 끼는 것도 어이가 없어 무시 했는데, 글쎄 그 청소부년이 제 손을 잡는 거에요. 방금까지 청소하던 그 더러운 손으로 말이지. 나는 너무 어이 없어서 말문이 막혀있는데 옆에 언니들이 알아서 도와주더라구요. 706호 언니가 머리채부터 잡았어요. 다른 언니는 당장 경비실에 전화해서 그 아줌마 자르라고 했구요. 어디서 격 없이 누굴 만지나며. 못 배워먹어서 남의 집 청소나 하고 있으면 수준을 깨달아야하지 않겠냐고. 그 아줌마 경비들한테 끌려서 나가는 데 끝까지 구질구질했어요. 울면서 매달리고 소리지르고. 너무 품위없는 행동이었죠."

커피포트에서 부글거리던 소리가 틱-하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그렇군요. 커피는 괜찮고, 희정씨 미안하지만 저 샤워 좀 해도 될까요?"

"그렇게 중요한 인터뷰는요?"

"씻고 와서 계속하죠. 죄송하지만 어느 방으로 가면 되는 거죠?"

"대단하시네요 정말. 이쪽 방으로 따라오세요. 제 방 안에 있는 샤워실이 가장 좋아요."

"…희정씨."

"…네."

"같이 씻으시겠어요?"

"싫은데요?"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나요? 제 쪽으로 더 다가오셨는데요."

"벗겨줘요. 난 남이 나 벗겨주는거 좋아하거든요."

"그러죠. 오늘은 비가 와서 운이 좋군요."

재원이 자신의 옷을 벗으며 말했다. 희정은 세면대에 얹어 있던 샤워기를 벽쪽에 고정시려고 팔을 올렸다. 재원은 몸을 희정의 등 뒤로 밀착시켰다. 희정은 그럼 그렇지,라는 미소를 지으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재원은 희정의 팔을 타고 올라가 희정의 손을 잡으며 샤워기를 손에 들었다.

"재원씨는 씻기 전에 옷 안 벗나요? 절 씻기려 하기 전에 옷이나 벗겨달라니까…읍."

희정은 목에 힘이 가해지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숨이 막혀왔다. 재원이 샤워기 줄을 이용해 희정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희정은 재원의 힘과 두려움에 질식할 것 같다. 눈 앞이 깜깜해졌다가도 눈을 뜨면 천장의 하얀 불빛에 눈이 아파왔다. 죽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희정은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사, 살.살ㄹ-살려-"

재원은 희정의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을는 듯 더 세게 졸라왔다. 희정은 죽을 힘을 다 해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죠."

재원이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희정의 머리채를 잡아 벽에 있는 힘껏 박으며 말했다. 희정은 시야가 번쩍임과 동시에 머리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희정은 재원이 자신을 죽일 것을 확신했다. 아까보다 더한 공포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재원은 희정에 걸린 샤워기 줄에 힘을 놓지 않으며 희정의 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궁금할테니 말해줄게요. 내가 왜 희정씨를 죽이려고 하는지. 왜 내가 희정씨의 친한 언니들을 죽였는지 말이에요."

"살려, 살려. 살렵.. 주세요."

"아까 희정씨의 인터뷰 뒷얘기를 들려주죠. 희정씨의 언니들이 배에 칼이 꽂혔고, 죽기도 전에 내가 밖으로 던졌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테니까 말이에요. 당신 패거리가 그 청소부 아줌마를 쫒아낸 뒤에, 청소부 아줌마는 집으로 돌아갔어요. 차마 가족에게는 말도 못하고 혼자 울었지. 가족이래봤자 아들밖에 없었거든. 아들은 공부를 해야했으니까. 이 아줌마 혼자서 돈을 벌었다 이 말이지. 전화통을 붙들고는 그나마 친했던 경비에게 계속 빈거야. 그걸 그 아들이 들었고 말야."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그만 쳐 울어. 아직 다 안 끝났어."




3
  • \"짜, 짱. 짱ㅁ-무서-\"
  • 흡입력 쭈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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