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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3/19 03:54:48 |
Name | 틸트 |
Subject | [19주차] 무엇이 우리의 밤을 가르게 될까. |
[조각글 19주차 주제] 무생물의 사랑에 대한 글을 쓰십시오. -- 담배를 문 채 그는 내 옷을 벗겼다. 그러다 내 옷에 담배 불이라도 튀면 어쩌려는 건지. 몇 번을 말했지만 그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게 그의 장점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만났으니까. 하지만 역시 이건 좀 멍청한 짓이다. 위험하다고. 냄새도 나고. 담배를 좀 끄면 안 될까. 그는 약간 난처하고 아주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지퍼를 내리고 물건을 꺼낸다. 아주 조금 귀여운 표정이다. 그의 물건만큼. 하지만 귀여운 표정으로 대충 넘어갈 생각 하지 마. 담배를 끄라고 멍청아. "하루종일 한 대도 못 피웠다고."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다. 그는 평온하게 나를 덮치고 껴안고 밍기적거린다. 차가운 나의 체온이 그대에게 따듯한 그대의 체온이 내게. 담배 냄새만 빼면 그런대로 괜찮다. 적당히 달아오른 그는 내게 물건을 집어넣는다. 그래, 네 멋대로 하렴. 그렇게 살아왔을 테니. 그가 꿈틀거리고 나도 꿈틀거린다. 그렇게 우리가 한 몸이 되고서야 그는 담배를 끈다. 달이 밝다. "오랜만이니까 오늘은 살살 하자." 네. 그러세요. 하지만 우리가 살살 끝낸 적이 있었나. 우리는 천천히 사랑을 나누었다. 어렸을 때는 침대가 삐그덕거렸는데, 나이먹고 좋은 침대를 사고 나니 관절이 삐그덕거리는구나. 그가 실없는 농담을 한다. 삐그덕거림 총량의 법칙이라도 있는 걸까. 그가 템포를 올리며 이야기한다. 나도 삐그덕거린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오랜만이라 그런지 아주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 들지만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어차피 그도 자신의 어색함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니까. 그리고 몇 분이 지나면 작년처럼 익숙해지라는 것을 우리 둘다 잘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어색한 몇 분이 지나고 우리는 다시 부부처럼 익숙해졌다. 피스톤 운동은 심장 박동보다 격렬해지고 심장 박동은 피스톤 운동만큼 격렬해진다. 그러니 사랑은 삶보다 격렬하여라. 적어도 아직까지는. 작년만 못한 속도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으련다. 우리는 늙어가고 있으니까. 나도 늙고, 너도 늙었잖아. 나의 잘못도 너의 잘못도 아니다. 아마도 내년은 올해보다 평화롭겠지. 올해가 작년보다 권태로운 것마냥. 이제 사랑같은 데 무리하면 안 돼. 죽고 말아. 익숙한 타이밍에 절정에 다달았다. 나쁘지 않다. 정확히 우리가 한 해 더 늙은 만큼만 나빠졌으니 그 정도면 선방한 것이다. 다만 그의 이마에 땀이 많이 흐른다. 한 해치 늙음의 무게보다는 조금 더. 뭐야, 겨우 그거 하고 땀이 나냐. 운동 좀 해라. 완전히 익숙해진 그는 완전히 익숙한 태도로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후희에 열중한다. 올 겨울엔 운동할 틈도 없이 바빴어. 그가 몸을 버둥거리며 이야기한다. 핑계는. "한번 더 할까?" 그래. 언제나 두 번. 그게 우리에게 익숙하지. 다행히 아직 몸의 온도가 밤의 온도보다 뜨거우니까. 전희는 생략해도 좋아. 넣어. 그리고 한번 더 달리자. 좋은 밤이로구나.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밤을 더 함께 할 수 있을까. 네가 죽거나 내가 죽거나 우리가 헤어질 때 까지? 무엇이 우리의 밤을 가르게 될까. 전 애인은 네가 찼다고 그랬었니? "그런 셈이긴 한데, 좀 억울한 부분이 있어. 그녀가 먼저 날 내치고 후드려 팼다니까. 무슨 여자가 힘이 그렇게 센지. 헤어진 지 3년은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상처가 남아 있다니까." 나도 네게 상처 하나쯤 남겨줄까. 생각해보니 나도 젊었을 때 상처를 참 많이 남겼구나. 첫사랑은 어느 졸부의 아들이었는데, 참 막돼먹은 녀석이었어. 크게 다투고 그 샹놈의 새끼를 응급실에 보내버렸는데. 나의 말에 그는 빙긋 웃으며 답한다. 원래 사랑이란 그런 거지. 죽지만 않으면 되는 거야. 좋은 응수다. 농담이 섹스처럼 합을 맞춘다. 마침내 우리는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서로 닳고 닳은 사이끼리 두 번의 섹스면 충분하지. 하루이틀 본 사이도 아니니 몇 달 못 봤다고 안 맞을게 뭐니? 세상이 너 같았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사는 게 삼십 년이 넘어가는데 세상은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네. 당연히. 나는 세상보다 마음이 넓은 여자니까. 그리고 세상은 너 싫어할껄. 나는 너 좋아하잖아. 그런가. 날도 풀렸으니 이제 좀 자주 보자고. 심심했다니까. 그래. 운동 좀 하고. 담배 좀 줄이고. 마지막 말에 그는 대답하지 않으며 내가 옷을 입는 것을 도와주겠다. 샹놈의 새끼. 또 피우겠지. 하지만 그쪽이 더 익숙하니 뭐. 그렇게 나는 차고에 남고 그는 집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 밤을 갈랐다. 달이 붉다. - 바이크 이야기입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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