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4/01 11:08:22
Name   켈로그김
Subject   약국 3대.

타 사이트에도 쓴 글인데,
아무래도 의료인들이 많은 홍차넷에도 올릴만한 글이라서 올려봅니당~

----------


저희 어머니는 약사입니다.
비록 사기당해서 쫄딱 망했지만;; 30년 넘게 약국을 운영했지요.
저는 그런 어머니의 약국에서 틈날 때마다 일을 도왔고,
약사로서 일하는 지금도 그 때의 경험은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되곤 합니다.


비록 어머니가 경영하던 그 약국을 물려받아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약사로서의 저의 정체성에 분명 '약사 2세' 라는 부분은 존재합니다.


----


저에겐 딸이 하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의 어릴적 모습 그대로 생겨버렸지만, 저도 어릴땐 이뻤답니다.
크면서 고생한거 때문에 망가져서 지금은 이렇지만 ㅡㅡ;;

딸을 보며, 그리고 지금의 시대상을 보며
'우리 딸은 뭐해먹고 살까?' 하는 걱정이 가끔 들곤 합니다.


'나름 과외경력 9년에 아직도 간단한 1차 방정식 정도는 풀이 가능한 이 아빠가 교육을 서포트해준다면
그래도 나름 좋은 대학을 가서 무난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요즘 프로듀서101인가에 빻유정이라는 애가 그렇게 인기라던데, 우리 애도 곱게 빻으면 이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공식적으로 물려줄 재산이라고는 빚밖에 없지만, 그래도 생활비라도 꼬박꼬박 줄 수 있으니, 적어도 흙수저는 아닌거겠지..;;'

등등.. 별 생각을 다 하곤 합니다.


------------------


그런 저의 마음을 알았는지, 이제 4살. 개월 수로 34개월이 된 딸이 말했습니다.

"아빠, 나도 가업을 이을래. 옆나라 일본을 보면 3대째, 4대째 가업을 이은 가게도 많다더라.
아무리 전문직 하향세라고 해도 3대째 가업을 이은 약사라면 나름의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 라고요.

딸아이가 너무 기특하기도 하고,
이런 어린 아이까지도 마음놓고 놀고 행복하지 못하고 장래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이 사회가 원망스럽기도 하더군요.
예전 산업혁명 시절의 노동착취도 떠오르고,
천공의 성 라퓨타도 갑자기 보고싶고.. (주인공이 광산에서 노동착취당하는 소년가장이지요.. 나쁜놈들.)


그래서 영재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약사가 되는데 필요한, 약대 진학하는데 필요한 학문은 물론이거니와
약국 운영의 A to Z 를 머리-가슴-배에 새겨넣는 훈련을 하기 시작했지요.
어린 나이에 힘들고 지칠텐데도 잘 따라주는 딸이 참 대견스러우면서 안쓰럽고 그러네요..


아래는 그 직업훈련 영상입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121 일상/생각3600마리의 닭, 360개의 엔진, 30명의 사람. 2 켈로그김 16/06/25 3882 11
    2696 일상/생각약국에서 환자 심신의 안정을 위해 듣는 음악. 9 켈로그김 16/04/27 3961 1
    2520 의료/건강약국 3대. 39 켈로그김 16/04/01 4631 0
    2115 일상/생각등가교환의 법칙 7 켈로그김 16/01/25 4175 0
    1838 요리/음식냉장고를 부탁해. 18 켈로그김 15/12/22 6667 4
    861 일상/생각여러분께 좋은 사업모델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31 켈로그김 15/08/28 4109 0
    857 일상/생각삶의 의미를 찾았습니다. 22 켈로그김 15/08/28 4492 0
    626 경제여러분의 국민연금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11 케토톱 15/07/21 6150 0
    523 정치자영업 절대 하지마라 38 케토톱 15/07/06 11571 0
    8623 IT/컴퓨터귀금속 구매를 도와줄 앱을 만들었습니다. 11 케로로병장 18/12/09 3763 15
    14043 사회소년법과 형사미성년자 제도에 대한 저의 개인적 의견입니다. 10 컴퓨터청년 23/07/14 2923 0
    13981 일상/생각저는 vs놀이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2 컴퓨터청년 23/06/13 1627 0
    13980 정치스탈린 방식의 '힘의 논리'는 어디까지 통할까요? 10 컴퓨터청년 23/06/13 2116 0
    13976 일상/생각저는 소설 <신세계에서> 같은 설정도 선호하는 편입니다. 11 컴퓨터청년 23/06/10 1720 0
    13975 일상/생각저는 스케일이 큰 판타지 세계관을 선호합니다. 10 컴퓨터청년 23/06/09 2067 0
    13974 일상/생각앞으로 100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면, 이 세상은 천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8 컴퓨터청년 23/06/09 2128 0
    13909 일상/생각몇 년 전 지적장애인 복지관에서 잠깐 봉사활동을 했었습니다. 9 컴퓨터청년 23/05/25 2206 2
    13888 기타제가 추리소설 스토리 생각했을 때 모티브로 삼은 실존 천재들 2 컴퓨터청년 23/05/20 1846 1
    13864 일상/생각저는 천상 문과지만, 수학에 소질이 있었다면 이과를 택했을 겁니다. 5 컴퓨터청년 23/05/16 1714 0
    13860 일상/생각제가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인물은 아도니스입니다. 2 컴퓨터청년 23/05/15 1481 0
    13856 일상/생각(스압주의) 제가 정치,사회 이슈를 끊기로 한 이유가 있습니다. 4 컴퓨터청년 23/05/14 2046 1
    13855 일상/생각그동안 SNS와 뉴스에 휘둘리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1 컴퓨터청년 23/05/14 2143 3
    13952 철학/종교기독교가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8 컴퓨터청년 23/06/05 2046 0
    13951 과학/기술뇌 없는 명문대 수학과 재학생 3 컴퓨터청년 23/06/05 2305 0
    13946 과학/기술수알못이 생각하는 수학 8 컴퓨터청년 23/06/03 1831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