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4/05 23:56:01
Name   얼그레이
Subject   [21주차] 4월 1일~ 4월 5일 일기
4월 1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A교수의 '폭력'이 생각이 났다.
A교수는 학창 시절 내내 내가 가장 사랑했던 교수님이었다.
A교수와 폭력에 관하여 연관을 짓자마자 나는 한대 얻어 맞은 것처럼 잠이 깼다.

A교수는 동성의 여교수로, 과 내에서 가장 나이도 많고 연차도 많은 교수다.
A교수는 해당 과목 특정 상 '나니까 할 수 있는 말'을 주로 하곤 하셨는데,
그 말의 예로는 이렇다.

"여러분에게 00이는 눈에 띄지 않는 아이일 수 있어요. 하지만 내 눈에는 보여. 00이만 가지고 있는 장점들."
"나는 정말 000의 글을 읽고 놀랐다. 아, 얘가 이 글로 이렇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구나.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여러분은 공부를 해야해요, **이처럼. **이의 말투나 시험지를 보면, 얘가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를 했는지 알 수 있어."
"&&이는 어쩜 저렇게 먹는 것도 예쁘니. 입을 오물오물하는 것좀 봐. 소리도 안 내고 예쁘게 먹어. 보기 흉하지 않아."

"너 살이 좀 쪘지?"
"너 살이 좀 빠졌지?"
"저기 저 아이를 좀 봐주세요. 얼굴 빨개진 것이 꼭 잘 익은 딸기 처럼 예뻐"
"쟤는 가슴이 크잖아."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여러분은 못 보는 척 하면서 힐끔거리게 되지. 이 앞에 있으면 다 보여. 그러니까 여러분은 내가 말 해줄테니 당당하게 보도록 해"
"쟤는 푼수끼가 있어서, '우수'가 있어서 남자들 홀리기 딱 좋아."
"너는 지금 그렇게 하고 앉아 있으면, 네가 예쁜 줄 알지? 진짜 아니야."

A교수는 학생들을 더할나위 없이 사랑했다.
한명 씩  그들을 호명하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때로는 더할나위 없는 기쁨을 주기도 했고,
때로는 그이의 잘못을 꼬집으며 가르쳐주기도 했다.

통찰력은 때론 신기로 불리기도 했으며, 그 호명됨이 불쾌하여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수업 시간에는 그것이 학문의 연장이기도 하였으나, 사석으로 오면 때론 그것은 상처로 돌아오기도 했었다.
'나를 위해서 해주는 말'이라는 것이, 내가 원하지 않는 때에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가온다면 그것은 불쾌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왜 오랜 세월 그이를 위해서 봉사했던 것인가.

작년 말, A교수의 논문 작업을 도와주기 위해 A교수 집앞의 카페에 갔다.
3일을 도와주면서 A교수는 삶이 외로워 거의 한탄하듯 얘기하곤 하셨다.
매일 귀가시간이 늦어져서, 집에서 언제오냐는 전화가 왔을 때 A교수는 내가 전화를 끊기도 전에

'왜 난리야. 너희 부모님은 왜 너한테 그렇게 집착한다니?'

그때 나는 취업준비 중이었고, 매일 아침 운동을 나가며 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3일 연속 새벽 늦게 자서 흐름이 깨지고, 수업시간에도 졸고 있었다. 무엇보다 전화 왔을 때는 새벽 한 시였다.

졸업생에게 별것 아닌 작업을 요청을 하면서 핑계삼아 적적함을 푸시고선, 그 다음날에도 나와주길 요구하시길래 힘들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수업 중에도 연락이 오고, 수업 끝난 후에도 수정 작업을 원하시길래,
못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연차 부탁하셔서, 결국 나는 내 공부를 미루고 그이의 작업을 도왔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서 계속 나에게 수정요청을 하시고서는, 마지막에는

"너 이번 기회로 정신 똑바로 차려. 니가 하기 싫어서 나한테 이랬는진 모르겠지만, 너 이번 기회로 생각 똑바로 고치고 제대로 해. 일 하나도 제대로 처리 못하면서 이게 뭐하자는 거니. 가뜩이나 시간 없는데."

A교수는 아마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잘못인지 모르고 한 행동이겠지만, 나는 그 이후로 그렇게 사랑하던 A교수와의 연락을 일체 받지 않았고, 만나지도 않았다. 후배를 통해 간간히 안부를 묻는 다는 얘기는 들려왔지만.

이전에는 그이의 '폭력'을 폭력으로 인식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내가 잘못했거니 반성해왔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나는 졸업하고 1년도 지나 2년도 되어가는 이 찰나에 알게 되었다.
이런 일로 사람을 멀리 하고, 저런 일로 멀리하다 보면 내 주위에는 과연 얼마나 남을까, 새삼 두렵기도 하다.

아침부터 그이가 생각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
참고로 A교수도 나도 동성으로, 여자다.


폭력에 대해

아침부터 이 주제가 왜 생각이 났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회사에게 폭력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부려먹을거면 나한테 차라리 돈이라도 더 주던가.

그런데 살아있음으로 남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자 누가 있을까.
육체적인 폭력이건 정신적인 폭력이건.
내가 뱉은 말이 오해가 되어 상대에게 불쾌함을 준다면 나는 또 하나의 폭력을 휘두루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거다.
나도 이미 누군가에게 수많은 상처를 준 사람이어서,
이 모든 말들은 사실상 내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4월 2일

남자친구와

크게 다투었다. 정확히는 내가 일방적으로 힘들다고 징징대고 오열했던 일이지만.
오늘은 고객사를 봬러 출장을 갔는데, 동행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빵 터졌다.
'누가 봐도 어제 무슨 일이 있었어요'하는 얼굴로 고객사를 만나 미팅을 했다.
미팅이 끝나는 내내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거의 아무말도 못했다.
세상에 이런 바보 천치가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꼭 굳이 그전날밤에 울지 않앗더라도 요즘은 피곤해서 자주 붓는다.
그래서 술을 마시고 자나 안 마시고 자나 똑같이 붓는거, 어차피 술이나 마시고 자자..라는 것이 요즘 내 근황 중 하나.

회사일이라는 것이 넘나 힘든 것.
사람을 더 뽑아달라고 계속 어필하는데도 뽑아주지 않는다.
그래도 펑크 안 내려고 무던히 애쓰는 중이지만, 최대한 칼퇴를 사수하려고 하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4월 3일

괜히 
남자친구한테 징징댔다. 그제부터 계속 후회하고 있다. 
더 좋은 방식으로 얘기할 수 있었는데, 왜 가장 못난 방법으로 징징댄걸까?
내가 참 못났다.

다행스럽게도 

남자친구가 먼저 말을 꺼내주었다. 너그러이 감싸주는 것이 역시 연상.. 사스가 오빠.
미안한 마음에, 샌드위치를 만들어 갔다.
너무 맛있게 먹어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몇가지 선물을 가져다주었는데, 오빠는 도움이 된다고 너무 좋아해주었다.

오늘은
비가 왔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고, 우리는 오늘 만나서 하루 종일 깔깔대며 웃었다.
작은 배려 하나로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맨날 반하지만, 이번에도 또 반한다. 
넘나 치명적인 것.


4월 4일

슬슬 일기를 써야하는데,
쓰기 싫어서, 습관이 안 되서. 혓바닥이 자꾸 길다. 일기를 안 쓰게 된다.
결국에는 밀려서 후다닥 써버린다.
원래는 블로그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면서 그때그때의 일이나 생각을 적곤 했는데,
요즘에는 일이 바빠 그럴 여유가 없다.
사실 내자면 내겠는데, 내가 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거겠지.
노오오력이 부족한거다.

조각글을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은근히 늘어나서 내심 기쁘다.
하나하나 덧글을 달아야 하는데, 자꾸 못본척 하곤 한다.
그래도 잘 읽고 있어요. 8^8 흑흑

냥냥펀치
라는 말을 배웠다.
야근이 끝나고 나니 11시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
이런 냥냥펀치 냥냥펀치 냥냥펀치.
점심시간에 밥도 못 먹고 일하는데 야근이라니.

벚꽃이 오늘 만연했다고 하는데,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온다.
꽃이 피어 있어도 하나도 안 예쁘다.
엄마의 말이 맞다.
네 마음이 안 예쁘니까, 하나도 안 예뻐 보이는거야.
맞다. 내 마음은 지금 맨날 냥냥펀치를 외우고 있으니까.


4월 5일

마감일이다!
지금은 11시 51분.
9분을 남겨두고 채워가고 있다.

오늘은 8시 쯤에 퇴근했다.
점심엔 동료들과 벚꽃축제 하는 곳에 나가 점심을 사먹었다.
내일도 나갈 예정이다.

오늘은 멸치국수와 닭강정을 먹었는데, 멸치국수는 삼삼했는데 또 먹고 싶진 않았다. 4000원.
닭강정은 막 나왔으면 더 맛있었을 거라는게 공동의 평. 5000원.
꽃이 잔뜩 피었는데, 꽃보다 사람이 더 많다.
하나도 안 예쁘더라.


퇴근하면서

집 근처 학교의 벚꽃을 보았다.
퇴근하면서 마음이 누그러져서 그런가.
이쪽 벚꽃이 훨씬 더 예쁘다.


조각글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연락 기다리고 있으니 문의 주셨으면 좋겠다.


비록

이번주 일기는 이도저도 아니게 끝나버렸지만,
앞으로는 계속 꾸준히 쓰면서 글을 올려보도록 해야겠다.
과연 이게 지켜질지는 미지수.


페이스북에

꽤 알고 지내던 동생이(그래봤자 한참 동생이지만)
온라인에서 원피스 볼 수 있는 곳을 묻는 글을 보았다.
저작권에 위배 된다고 이 글은 내리는게 좋을 것 같다고,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정당하지도, 당당하지도 않은 행동이라고 덧글을 달려다가
카톡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갑자기 이런 연락을 받은들 누가 기분이 좋을까.
걔도 이제 20살, 성인이고.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곘지.


문득

내가 이 일기를 공개함으로써, 지어야 하는 책임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다 막연히 두렵다.

요즘

내 인상이 되게 무서워진 것 같다.
생각도 얼굴도 다 나쁜 방향으로 바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정정해서

이 걸 썼다고 하긴 좀 그렇다.
배설이다 배설...


그리고 분명 이 문단을 가지고 말장난 내지 짖궂은 덧글을 달까하는 분들이 분명 계셨겠지....
(절레절레)




1
  • 안녕하세요 남자친구입니다. 샌드위치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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