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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5/14 09:21:27 |
Name | 맷코발스키 |
Subject | 곡성 - 말하지 않는 것의 미덕(미리니름 有) |
1. 인터넷이 곡성으로 아주 떠들석한데, 이것만큼은 열심히 쟁여두던 영화라서 스포를 밟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사실상 인터넷을 원만하게 하기 위해 영화를 일찍 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포 없이 보는 것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호불호도 갈리고, 황당해하고, 심지어 분개하는 분들도 있지만요. 그래도 브루스웨인이 귀신이라는 것, 절름발이가 범인이라는 것, 꼬맹이가 살인마였다는 것을 모르고 영화를 보는 것이 훨씬 재밌잖아요? 그런데 지금 포스터를 보니까 '현혹되지 마라'고 광고를 해놨네요. 2. 세부적인 장면들과 해석, 주제에 대해서는 이미 좋은 비평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숟가락 하나 얹어보자면 주제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결, 하나는 의심에 대한 것이고 하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악(과연?)에 관한 것 같아요. 뭐, 후자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신념 상 별로 정당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또, 기존 스릴러, 호러 영화에서 뻔뻔하게 나오던 것이기는 하지요. 흥미로운 연출과 극 진행이 없었더라면 그 부분 때문에 꽤나 실망스러웠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한, 같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실망스러웠던 몇몇 영화들과 나란히 하기엔 그 주제를 나름 끄덕일만하게 제시한 것 같고요. 3. 이상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디씨의 영원한 우상인 놀란 감독이 떠올랐는데요(아니다 이 악마야).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놀란은 강박적으로 개연성과 논리성에 집착하는 감독입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또는 영화 자체들은 하나같이 대학 졸업장을 쥔 고학력자 고소득자에 토론을 좋아하는 인간들이며, 이성적이고 과학적인것을 매우 좋아하는 경향, 때때로는 별로 성공적이지 않음에도 그러한 것을 드러내려고 애쓰는 경향, 한 마디로 다분히 설명충적인 경향이 있거든요. 뭐, 그렇다고 제가 놀란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하여튼 그의 이야기 전달 방식과 곡성은 상당히 다릅니다. 일정 부분은 이 영화의 장르 때문이고요, 또 일정 부분은 이 영화의 주제 때문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전달방식은 고전 소설, 또는 환상문학의 몇몇 조류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니까, 인물들은 많은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서술도 장면 장면이나 인물의 심리를 묘사할 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상황 자체를 설명해주지는 않지요. '왜?'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냥 그건 원래 그런거야! 식으로 미꾸라지처럼 넘어가요. 일반적인 호러/오컬트 물보다 그런 경향이 강하고요. 곡성이 갖는 미덕은 그런 부분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고 여백으로 남겨두죠. 하여튼, 이 텍스트 과잉의 시대에...그러니까 내용물은 많긴 한데 명시적으로는...하여튼, 영상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이 어쩌고 저쩌고. 제가 이 영화를 재밌게 보았던 가장 큰 까닭은 의도적으로 잘라내고 배제된 부분들, 여백의 미 덕분이었어요. 이건 마치 2시간 30분짜리 눈을 가리고 타는 롤러코스터인거죠. 다만 '왜?'를 필요로 하는 분들에겐 호불호가 정말 많이 갈릴 것 같아요.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면,,,그렇게 보는게 더 그 양반의 의도인 것 같다만은. 뭐, 그래도 저는 그런 불친절한 분위기, 전개 자체가 좋았어요. 더구나 그 불친절함이 이야기 전달의 실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4. 곽도원 씨가 연기한 그 경찰 아재 주인공은 극의 전개를 위해서 좀 짜증스럽고 답답하게 그려졌습니다. 이 가엾고 딱한 중생은 시종일관 극에 휘둘리는데, 저랑 같이 보러간 사람은 경찰 아조씨 캐릭터가 자연스럽지가 않고 작위적이며, 전개에 무리수가 많았다고(특히 후반분에!) 평가합니다. 저도 그 부분은 공감하고,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주제(악-에 던져진 가엾고 딱한 중생의 의심과 파-멸)를 갖고 하고 싶었던 말이 너무 많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은. 또한 그런 측면에서 진짜 재밌는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엄청 많은데 그걸 일부로 말을 안해준다는 거죠. 새침떼기같으니라고... 5. 스티븐 킹도 말했잖아요. 퇴고하면 할 수록 글이 줄어든다고. 하여튼 좋은 토론들이 나오고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겠네요. 6. 악이 어쩌고 저쩌고라고 써놓긴 했지만 저는 외지인이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P본부의 댓글에서 보았던 어떤 분은 이 영화가 코스믹 호러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말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재밌는 표현입니다. +제 취향에 대해서 조금씩 자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전 아무래도 빅-분위기 맨인 것 같네요. 그 말 많은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랑 <크림슨 피크>, <라스베거스의 공포와 혐오>도 대단히 재밌었거든요. 적어도 앞의 두 개는 <곡성>과 같은 급으로 놀 영화는 아닌 것 같지만... +저는 이 영화가 <매트릭스>와 상당 부분 닮았다고 생각해요. 매트릭스가 좀 더 노골적인 설명충이긴 한데. 둘 다 오락적 요소가 다분하고, 둘 다 종교적 은유를 무진장 넣고, 또 둘 다 장면 장면에 의미 부여를 무진장 하잖아요. 둘 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좀 너무 과하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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