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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6/10 13:34:12
Name   쉬군
Subject   서울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6년전쯤인가...

대구에서 별다를거 없이 사회 초년생으로 직장생활하고 있던 저에게 친한 형이 제안을 합니다.

"웹 기획 배워볼 생각있냐? 자리 있는데 콜?"

예전부터 꽤 관심이 있었던 직종이였던지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근 30년 인생에 최초로 집에서 떠나 혼자 살게된 계기였죠...는 한달만에 여자친구 (현 와이프)가 따라 올라와 자유는 한달도 못갔습니다만..

아무튼 그렇게 서울에 올라와서 웹기획자로 경력을 차곡차곡 쌓고, 저를 따라 무작정 올라온 여자친구와 결혼도 하고,

그렇게 서울생활에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뭐 지금은 어중이 떠중이 프리랜서 (라고 쓰고 일용직 잡부라고 읽는)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구요.

나름 서울생활에 잘 적응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마음 한구석에는 대구에 대한 향수 비슷한것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와이프랑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니 비슷한 생각이였구요.

그리고 작년말부터 대구로 내려가는게 어떨까..라는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내려가게된 계기가 몇가지 있었죠.

1. 어머니에 대한 불안

저희 어머니는 현재 동생과 단둘이 대구에서 살고 계십니다.

동생이 제법 늦둥이라 내년에 20살 새내기가 되구요.

동생은 음악을 하겠다며 음악을 위해서는 서울을 가야한다고 주장을 했고, 저도 그 주장에는 동의 했습니다.

음악을 하려면 대구보다는 서울이 낫다는 6년여의 생활동안 봐왔던 부분이기도 하구요.

그렇게 되면 대구에는 어머니 혼자 계시는데, 어머니께서는 평생 혼자 살아보신적이 없으십니다.

다큰 어른이신데 뭐가 문제냐..라고 하시겠지만 어머니도 넌지시 "내년에 니 동생까지 서울가면 나 혼자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하루종일 집에 없어도 잘때 니 동생 있는거랑 없는거랑 집공기가 많이 차이나던데..."라고 운을 떼시더라구요

어머니도 어느정도는 내려오길 바라고 계시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2. 2세에 대한 부담감

저희는 아이를 좋아합니다. (열심히 노력중이지만 아직 아이가 안생기는건 함정이지만..)

그리고 저와 와이프의 마인드는 가족은 절대 떨어지면 안된다는거구요. (기러기 아빠, 주말부부등)

특히 아이가 어릴적에 가족과 떨어지는것 만큼 슬픈일은 없다고 와이프가 항상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계속 살면서 아이가 생겼을때...에 대한 계산기를 대충 두들겨 봤습니다.

지금 벌이에 아이가 태어나고 집을 조금 더 큰데로 옮긴다면?

양가가 대구에 계시다 보니 서울에 살면 아이를 본가나 처가에 맡기거나 와이프가 휴직, 퇴직을 생각해야 하는데...

좀 슬프더라구요..뭐 물론 아껴서 살면 못살겠습니까만, 결혼때 양가에 받은거 없이 전세자금대출 끼고 시작한 집이라 서울생활을 계속하면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구요.


그래서 어머니와 와이프와 같이 가족 회의를 했습니다.

결론은 올해 집 계약이 끝나면서 때마침 제가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대구로 가기로.

그냥 대구로 가는게 아니라 본가에 들어가는걸로 결정했습니다.

본가로 들어가면서 생기는 이득은 지금 서울집 보증금을 다 상환하게되니 대출금이 사라지고, 두집을 하나로 합치니 생활비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아무래도 아이를 봐주는데 있어 훨씬 안심이 된다.

어머니가 혼자 사시는데 대한 불안이 사라진다.

그렇다면 본가로 들어가서 생기는 불안은 뭐가 있을까...생각해 보니,

제 직장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와이프의 경우에는 병원에서 근무하다보니 대구에서도 직장 구하는게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IT 직종이다 보니 IT 의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뭘 해야할지 벌써 걱정입니다.

어머니께서는 빨리 준비해서 당신이 하고계신 공인중개사를 같이 하자는 이야기도 하시고 저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래도 6년이상되는 경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니 좀 슬프더라구요.

그래도 대구 잡XX아, XX인 등에 대구쪽을 살펴보면 가뭄에 콩나듯 IT 자리가 있긴하니 한번 노려볼 생각도 하고있습니다.

그리고 별건 아닌데 서울에 맛있는것, 좋은걸 더 못 즐긴다는게 아쉽긴 하네요-_-

대구도 나쁘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서울만큼은 아니니 아쉽습니다 흐흐

아무튼, 저런 거창한 이유들로 결국 어제 집 주인분께 집 계약이 10월초까진에 두달만 더 연장하고 나가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허락을 받았고,

와이프도 12월초에 퇴사하겠다는 이야기를 회사에 했습니다.

이제 딱 7개월 정도남았네요.

다시 대구로 돌아가는게 잘하는 짓일지, 맞는 결정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결정한거 좋은 일만 생기길 기대해 봐야죠.

덧> 실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사람들이 입을모아 이야기한 고부문제는 제가 욕받이 무녀가 되면서 "너만 없으면 우리는 잘 지낼수있다." 라고 둘다 못을 박아 버려서 안심했습니다.
그래서 고부간에 놔 두고 전 대구에 원룸 얻어서 나가 살까봐요...

덧2> 대구에 IT 업계에 계시는분들...여기 일잘하고 소처럼 일하는 웹기획자 있습니다...좀 데려다 써주세요 굽신굽신..

덧3> 옆동네에는 어제 작성했는데 여기도 써도 될까 하루를 고민하다가 여기도 올렸습니다..상관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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