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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6/18 12:34:36
Name   Raute
Subject   삼국지13 간단 후기
* 제가 재밌게 즐긴 시리즈는 2, 6, 8, 9, 11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베스트로 꼽히는 3과 5는 거의 플레이하지 않았고, 장수제 최고로 꼽히는 10은 저한테 시리즈 최악의 작품입니다. 취향의 차이가 있다는 걸 감안하고 봐주세요.


이 게임을 짧게 요약하면, '장수제' 게임이 아니라 '간부제' 게임입니다. 일반 말단장수로는 이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없습니다. 삼국지7처럼 명성순위 읊어주는 것도 아니고, 삼국지8처럼 일당백의 명장놀이도 힘들고, 삼국지10처럼 재야의 청부업자 노릇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친목질하고 소소한 퀘스트 받아주는 게 이 게임의 일반장수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13은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실제 전력에 근접하게 세력과 지역을 세팅해놨고, '국력'으로 전쟁하는 게임입니다. 일개 장수가 날뛰어도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적어도 중신 이상 올라가서 세력의 힘을 제대로 발휘해야 전황을 바꿀 수 있습니다. 내정 역시 중신부터 관리하는 맛이 나며, 일반장수가 할 수 있는 건 제한적입니다. 달리 말해 이 게임에서 장수의 목표는 '입신양명'에 있다는 겁니다. 삼10의 재야플레이 역시 청부업자로 귀결됩니다만 뭔가 재야나 일반장수로서 또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줬던데 반해 삼13은 오직 임관한 무관/문관에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정확히는 여전히 의뢰는 받을 수 있습니다만 랜덤하게 튀어나오는데다 일하다보면 진행하기 힘듭니다). 심지어 재야로 시작하면 세력 만들거나 임관하라고 도움말이 나올 정도. 대신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승진하고 세력 커가고 이런 재미는 있을 겁니다. 뭐, 은하영웅전설4를 재밌게 즐기신 분이라면 재밌을 거에요.

삼국지의 꽃인 전투는 취향을 크게 타는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미디블토탈워1에다가 삼국지12의 전법시스템을 섞은 느낌? 포위당하면 순식간에 병력이 갈리기 때문에 전황이 유리하더라도 닥돌하다가 피볼 수 있고, 덕분에 기존 시리즈 중에서 제일 '전술'과 '포진'을 신경써야 하는 게임이 됐습니다(물론 어디까지나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 중에서 그렇단 얘기입니다. 괜히 미디블1을 얘기한 게 아닙니다). 물론 AI가 여전히 멍청해서 전투난이도가 좀 많이 쉽긴 한데 장수의 질이 중요해서 A급 무장 없이 싸우는 건 까다로운데다가 위에 썼듯 국력이 중요해서 '전투'는 이겨도 '전쟁'은 지는 피로스의 승리가 되기 십상입니다. 현재 10부대 vs 10부대 전투까지 지원하고 그 이상은 대기하다가 부대 하나가 전멸하면 원군이 튀어나오는 형식인데 한 20부대 vs 20부대 정도만 지원해주면 좀 더 다이나믹할 거 같네요.

게임에 적응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영걸전 모드가 튜토리얼을 겸하고 있어서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설명을 잘해놨거든요. 아예 시리즈를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이런 시뮬레이션 장르를 해본 사람이라면 30분에서 1시간이면 시스템 다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조작이 좀 어색하긴 한데 이거야 뭐 적응하면 될 문제고요. 전반적인 인터페이스는 편한 것도 있고 불편한 것도 있고 해서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편 같네요.

단점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건 10년 전에 나올 법한 그래픽이란 건데 이건 별로 신경 안 쓰는 편인데다 장르가 장르인지라 개인적으로는 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만이라면 신무장 일러스트, 특히 여성쪽 일러스트의 질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거? 다른 하나는 무장 밸런스가 좀 많이 안 맞는 거 같은데, 현재 트렌드는 좀 더 봐야겠습니다만 일본판 출시 초기에 몇몇 무장들의 전법이 지나치게 좋아서 밸런스가 별로였습니다. 능력치 + 병과적성 + 전법 3가지를 다 고려해서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데 아무래도 코에이가 이건 재주가 없는 게 확실합니다. 그리고 능력치는 그렇다 쳐도 적성도 좀 이상한 게 조조가 S없이 보기궁 다 A를 받질 않나 고대무장 중에선 통솔 95가 넘는데 S 없는 장수도 있습니다. 무장편집을 위해 나중에 PK를 사라는 건지... 개인적으로는 고대무장을 좋아해서 남북조시대 무장(양대안, 진경지)이 사라진 것도 좀 아쉽고, 전국시대 무장들은 S급은 쩌는데 A급은 B급으로 만들어놔서 좀 아쉽습니다 흑흑. 마지막으로 AI인데... 그래도 이 정도면 장수제 치고는 제일 괜찮지 않나 싶네요.

이 게임이 고무적인 건 코에이답지 않게 패치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겁니다. 패치 내용도 무조건적인 일괄 적용이 아니라 유저의 취향에 맞춰 환경설정을 통해 밸런스를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등 어느 정도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요. 꽤나 피드백을 잘하고 있어서 오리지날 게임으로는 역대 최고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에요. 보통 코에이 삼국지가 PK로 완성된다는 인식을 생각해봤을 때 이건 꽤 좋은 평이죠. 해서 당장 13이 기존 게임보다 퇴보했지만 잠재력은 있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게임의 완성을 꽤 기대하고 있고요. 그러나 5만원이 넘는 금액이고, 이걸 충동적으로 구매했다가 피볼 수 있으니 관심이 간다고 바로 지르진 마시고 삼국지13 방송은 보고 결정하세요. 개인적으로는 다음팟의 셀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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