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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7/17 21:11:56 |
Name | 김덕배 |
Subject | 국내 겜이 왜 그런지 알거 같기도 하고... |
전 게임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습니다. 해외 게임회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본 것도 아닙니다. 다만 국내 게임회사를 다닌 분과 친해서, 이야기를 들어본 것뿐입니다. 좀 오래전에 듣긴했는데, 요새 두드러지는 일부 국내 게임의 문제점과 맥이 닿지 않나해서 써봅니다. 백퍼센트 실화에 제 의견을 버무렸습니다. # 그건 우선순위가 아니야 공교롭게 제 지인이 제가 많이 하던 게임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유저들의 불만을 이야기했지요. 답은 금방 나왔습니다. "그건 우선순위가 아니야." 사실 어느 조직이든 '일'을 해본 사람이면 알지만 고객들이 원하는 바와 회사가 원하는 바는 다릅니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실현해야하는 건 장기적으로 회사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이지만, 초기에는 비용으로 인식되기 마련인데 이런 일반론을 차치하고, 회사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그 이외의 것은 확실히 쳐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이걸 국내 게임 회사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저 마법의 문장을 하도 많이 들어서 써봅니다.) # ㄱ사는 공무원 자연스럽게 어떤 회사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게임회사는 개발사와 배급사가 갈리기 마련인데, 어떤 회사는 거대규모로 운영되는 배급사가 개발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죠. 어느 회사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알 것도 같고... 그런데 그 회사에서는 자회사를 관리하기 위해서 관리직을 내보내는데 개발사에서는 그 관리직을 '공무원'이라고 불렀답니다. 이유는 게임사로서의 마인드가 없어서 그런데요, 제 친한 지인이 들은 주옥같은 명대사가 '게임에 정주지 마라'는 거였답니다. 게임은 돈을 버는 수단이니까, 장기적으로 좋은 게임을 만드는게 아니라 수익을 최대한 뽑아내는 합리주의가 그들에게는 우선이었던 거죠. 생각보다 게임회사에는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이 이상한 짓을 하기도 하죠. 어떤 약속과 믿음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 이면을 보아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일해라 게임사 제 지인이 미칠 것 같았던게, 바로 성과주의였답니다. 저도 경영학과 나왔지만 성과만능주의로 퍼뜨린 사람은 없던 몽고반점이 다시 생기게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초과성과를 달성하면, 초과에 대해서 칭찬하는 구조가 아니라, 초과성과를 인정하고 그 다음 성과목표치를 키우는 시스템이었답니다. 중요한건, 게임에서 일하는 건 성과랑 안올라가요. 왜냐하면 그네들이 말하는 성과는 수익(profit)이니까... 결국에는 과금모델을 개발하고 과금 아이템을 배치하는 게 중요한 건데... 안 그러면? 쪼는 거죠. 정말 게임회사가 외관은 게임회사고 어떻게 그 아래는 하청시스템 그대로 가져왔는지... 제 지인은 합리적인 사람이라서 도대체 이해가 안갔다고 하네요. 참고로 저도 어떤 기회가 닿아서 중견기업 대리점을 좀 체험할 기회가 있었는데(체험이란 이름의 참관) 일매출 100만원 매장이 95만원이 되자 왜 떨어졌는지 사원들한테 말하게 시키더라구요 그거 주기적 변동이나(cyclical fluctuation)이나 오차범위같은데 그걸 쪼고... 그러니까 사원들은 막 지어내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 자칭 천재들의 향연 그래서 제 지인이 회사를 옮겼습니다. 근데 여기가 더 헬이었다고 하네요. 왜 그런고 하니... 우리나라에 성공한 게임이 참 많죠? 그러면 성공을 맛본 사람을 몇배나 됩니다. 개발시대에 살았던 사람이 개발을 이야기하면서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처럼, 본인이 게임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관여하면 어깨에 힘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에요. 그리고 그들은 보통 이직을 통해 다른 직장으로 갑니다. 거기서 문제가 발생하는거죠. 이견이 나오면, 자신의 경력을 드러내고 으스대면서 대립으로 이어져요. 그리고 이건 대부분 합리적인 이야기로 가질 못하죠. 제 지인이... 말하는데... 여긴 천재 아닌 사람이 없다고... 지 말로는... 하는데 좀 우습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한때의 성공에 기대서 방귀를 뀌려는 슬픈 아재들의 모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 개발과 라이브의 어긋남 또 미치겠는게 바로 개발팀과 라이브팀의 문제라고 합니다. 개발팀은 "늬들이 게임을 알아? 내가 만든 건 !"이렇게 굴고 라이브팀은 "아니... 게임을 떠나서 통계가 이렇지 않느냐..."이렇게 한답니다. 장인정신과 회사운영의 합리성 가운데 뭐 정답이 있겠냐마는, 이러한 충돌에 대해서 조정시스템이 없는 팀이 상당하더라는 겁니다. 조정이 안되면? 문제해결이 지연되고 그렇게 게임은 고사하기 딱 좋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해외에는 왜 없겠습니까 싶습니다만, 어긋난 성과주의의 투영, 그리고 어긋난 조직관리, 거기에 게임 자체를 지향하지 못하는 과거의 망령과 현재의 방랑자들의 모임이 국내 게임을 수렁으로 빠뜨리는게 아닌가 싶어요. 혹시나 오해하실까 말씀드리자면, 저는 국내게임을 정말 사랑합니다. 다시 한번, 우리나라 게임이 부흥하기를 바라면서... 답답하게 들었던 말을, 이제는 엠바고(?)가 많~~~이 지나지 않았을까, 근데도 아직도 해당될 것 같네...하는 마음에 적어봅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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